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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본즈 - The Lovely Bones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죽음 이후의 세상. 임사체험이라는 것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죽기 전에는 온전히 그 곳에 다녀올 수 없기에, 사람들은 그곳에 대해 가끔 호기심과 의문을 담아 이야기하곤 한다. 상상도 한다.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상과 꿈들은 그저 살아있는 사람들이 그려보는 환상일 뿐이다. 대부분은 산 사람들의 입장만을 반영한채 말이다. 죽은 자의 세상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상상은 그래서 이기적이고 편협할수밖에 없다. 우리는 살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러블리 본즈는 14살에 이웃의 살인마에게 살해당한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살해당한 소녀라고 해서 그녀가 어떻게 살인당했는지 혹은 그 살인의 비밀이 어떻게 밝혀졌는지에 촛점을 맞춘 영화는 아니다. 억울하게 세상의 사랑하는 이들과 안녕을 고해야했던 소녀의 남은 꿈들과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죽음 이후의 죽은 이들에 대한 살아있는 자들의 바람과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영화이다. 물론 동명의 소설이 있긴 하지만 반지의 제왕을 만든 감독 피터잭슨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과 상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 더해져 더욱 강하고 확실하게 죽은자의 세상과 살아있는 자들의 세상, 그리고 그 안에 모두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애착들을 보여준다.
[러블리 본즈]는 희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유대감이나 관계의 친밀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는 주인공의 이름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말았던 영화의 제목에는 수지의 죽음을 통해 다시한번 삶과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찾고 더 강한 유대로 사랑을 확인하는 재생의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첫 키스 조차도 해보지 못한 순수했던 14살의 아름다운 소녀 수지 샐먼, 그리고 더 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그녀의 가족들이 수지의 죽음 앞에서 아파하고 고통스러워 하며 그 고통을 이겨내고 한 단계 성숙한 관계로 거듭나는 과정을 바로 이 영화 러블리 본즈가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영화는 억울하게 살해된 수지의 원한을 바로 풀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수지 이외에도 많은 아이들을 죽인 연쇄 살인범에게 완전범죄라는 특권을 주고 그들의 죽음을 영원히 비밀속에 묻어버린다. 오로지 그들의 죽음이 또 다른 사랑과 믿음에 온전한 거름이 되어주었음만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듯이 말이다. 물론 그럼에도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에게 죗값을 묻긴 하지만 말이다.
러블리 본즈는 또 살아남은 자들의 관점만이 아닌, 먼저 세상을 떠난 죽은 자들의 안타까움도 담아낸 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살해당한 채로 억울함을 간직하고 자신이 가야할 곳으로 가기를 주저하는 수지의 애잔함은 그녀가 자신의 억울한 한을 풀기 위해 세상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함에도 있지만 자신의 작은 소망을 이루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가장 망설임도 놓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4살 소녀의 작은 소망이었던 사랑하는 이와의 첫키스,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수지의 14살의 삶은 자신을 끝없이 사랑했던 아빠를 위해,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자신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애쓴 동생을 위해 억울함도 미련없이 버린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준비된 천국의 그곳으로 가게 된다.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죽어서도 사랑함을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 14살 소녀의 죽음 위에 핀 붉은 꽃처럼, 강렬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영화가 바로 러블리 본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