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오랫동안 미루어 놓은 숙제를 끝마친 기분이다. 두께에서 가져오는 심리적 압박보다 내용에서 주는 현란한 심리적 변화의 무게감으로부터의 해방이 오히려 더 홀가분하게 한다. 저자는 무엇인가를 말할 듯 말 듯 자신만의 일정한 심리적 마지노선을 그어 놓고 그 범주를 넘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쓰며 어느 샌가 홀연 달아나 버린다. 또한 눈에 띄게 도드라지는 작중인물들의 심리적 묘사가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하여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며 그가 만들어 낸 상상속의 세계로 고스란히 빠져 들게 한다.

 

현재를 바라보고 있으나 어느 사이엔가 과거를 회상하며 등장인물이 겪어 온 삶의 무게와 질곡을 그려 내고 있다. 지속적으로 피드백 되는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그들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형성되고 이어 진 관계가 현재에도 과거에도 그림자처럼 따라 다녀 무수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전지적 작가 시점에 대한 철저한 지배가 존 어빙의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시리도록 차가울 만큼 내면 깊숙이 파고들어 독자의 흐려진 판단을 여지없이 차단시켜 버리며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계산된 결론에 이르도록 재촉한다.


불의의 사고로 멋지게 성장한 두 아이들을 잃은 부부가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에서부터 이야기는 전개된다. 사고의 여파로 지독스러운 우울증에 빠져 현실감마저 잃게 되어 버린 아내 메리엄과 편집광적인 성도착 증세를 보이며 방탕한 생활로 일관하는 동화작가 남편 테드를 중심으로 이러한 부모로부터 온전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오빠들의 과거에 사로잡혀 자신을 잃어 가는 4살짜리 꼬마 루스 홀의 불안한 관계 속에 의도된 16살 소년 에드가 끼어들게 된다. 1958년 여름 이들이 겪은 이야기가 32년 후 미래의 그들이 받아들일 모습까지 치밀한 연결고리로 얽혀 전개되며 그 두터움이 놀랍기만 하다.

16살 소년 에드와 39살 여인 메리엄과의 예정된 미완의 관계는 에드의 삶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여성에 대한 불완전한 시각을 견지한 어눌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더 이상 사회 통념의 사랑의 관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연상의 여인에게서만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되며 그로부터 허무하고 고독한 인생의 굴레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게 한다.

한편 4살 소녀 루스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하여 발생한 기능적 애정결여로 인해 마음속 깊숙이 억눌린 원망과 그리움이 성공한 작가가 되어서도 이분법적인 캐릭터를 형성하게 만들며 아버지 테드와의 애증으로 점철된 불안한 심리관계 속에서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을까? 가슴이 답답할 만큼 짓누르는 무게에 읽는 내내 호흡이 가빠온다. 잠시도 상념에 빠질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저자의 익숙하지 않은 전개 방식이 어지러움에 울렁증까지 유발한다.

그러나 방대하게 뿌려 놓은 등장인물들의 기억의 편린과 내재된 감정을 끼어 맞추다 보면 서서히 드러나는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로 인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회상하며 공간적 영역을 무시하게 만드는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적 묘사는 종국에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반추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 극적효과를 부각시키는 새로운 인물인 해나, 앨런, 하리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며 저자가 엮어 놓은 정밀한 부비트랩이 연쇄적으로 터지며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고 앞이 환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루스는 종국에 가서 야 앨런을 잃은 아픔을 하리를 통해 치유하게 되고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힌 강박관념에서 빠져 나와 진정한 사랑을 얻게 되며 충만한 삶을 되찾게 된다. 에디 또한 자신의 동정을 바친 메리엄과 극적인 회후를 하게 되며 과거를 뛰어 넘어 영원불멸한 사랑의 완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작가의 상상력을 끝은 어디일까? 읽는 내내 튼튼한 플롯 전개로 인하여 작품 속 또 다른 이야기와의 연관관계가 이토록 치밀할 수 있음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저자는 스스로를 이야기를 만드는 목수라고 일컫는 데에 아무런 의심할 여지가 없음은 이 작품으로 모든 것을 말해 주리라. 현란한 리얼리즘이 무엇인지 느끼고 싶다면 일독하기를 권한다. 후회하지 않을 값진 시간을 선사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법정의 역사 - 진실과 거짓 사이의 끝없는 공방
황밍허 지음, 이철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은 너도 나도 법의 잣대에 맞추어 시시비비를 가리고 분쟁을 해결코자 하는 세상이다. 그로 인해 소송이 남발하고 사법적 정의 구현과 소송경제에 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해 평균 민사소송 건수만 백 만건이 넘어 선다고 한다. 이것이 법치국가가 지향하는 실체적 진실추구와 사법적 정의를 실현시키는 시스템의 올바른 정착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 다 보면 여전히 일반인들이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보장받기에는 취약한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차별적 대우가 발생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더구나 현학적이고 난독 불가에 가까운 판례 및 법률조문과 여기에 절차적 복잡성, 소송에 따른 경제적 손실 등 가히 선별적 접근만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총체적 불합리성의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닌가 보다. 이 책의 저자인 황밍허의 중국 또한 그러하며 미국은 그 심각성이 더 할 나위없다. 한마디로 소송천국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송경제에 반하는 현실적 문제와 신뢰받는 법원이 되기 위해 추구하여야 할 혜안을 찾고자 각 나라별 법정의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살피고자 하였다. 나아가 중국이 오랜 전통문화를 가진 문화의 중심임을 은연중에 각인시키고 뒤쳐진 자국의 법률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저자의 애국심에 찬 열의를 엿 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법정을 중심으로 법정과 관련된 역사, 소송당사자, 재판관, 법정공방과정, 법정문화, 정의의 해석, 그 밖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심판을 중심으로 법치에 기반을 둔 각국 판례를 들어 전개하고 있다. 이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역사 속에 스며든 비화를 곁들였으며 현대 법치주의의 투쟁과정을 관련 사진과 자료를 통해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끔 조목조목 기술하고 있다.


두꺼운 책임에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구성되었으며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글이다. 다만 이 책이 중국의 현재 사법부를 염두에 두고 엮은 책이라,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유교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낯설게만 보이지 않으며 날로 발전하는 중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인다면 좋을 듯 싶다.


중국은 예로부터 유가사상이 지배적 가치관으로 자리 잡고 있던 터라 분쟁해결을 위한 소송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한다. 이를 통해 지방관은 소송을 직접 해결하는 것을 꺼려하였으며, 재판관으로 송사에 참여 하기는 하나 법률적 지식이 터무니없이 빈약하여 올바른 판단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구조를 돕고자 형조비랑과 같은 요즘의 별정직 공무원(?)이 등장하였으며 더불어 일반인들의 소송을 보조하는 송사(현대의 변호사)가 자연스레 생겨났다 한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소개되고 있으며, 법치가 인본중심이 아닌 왕권중심의 도덕적 윤리관에 치우쳤던 어두운 역사와 이권에 결탁한 소송과정을 언급함으로서 인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저자는 또한 현직 판사답게 근현대의 유명한 각국 사건의 판례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로 냉철하고 논리정연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테네의 현자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명한 격언을 남긴 소송비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제국주의 망령에 얼룩진 나치전범재판과정, 우리의 아픈 역사와 무관치 않은 일본의 전범재판과정을 낱낱이 담았다.


또한 전대미문의 O.J.심슨 사건과 모순으로 점철된 사람과 원숭이에 관한 재판을 소개하였다. 이 두 사례 속에 담긴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사고와 성숙한 시민의식 및 법치에 대한 경외심을 알게 된다. 스스로 만든 규범(무죄 추정의 원칙)의 모순에 빠져 자가당착의 길로 빠지기는 하였으나 미국사회의 사법에 대한 개방성과 투명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단편이라 하겠다.


이를 통해 서구 국가의 성숙한 법치에 대한 경외심과 그로부터 특권을 가진 자 없이 법 앞에서 만민이 평등함을 깨닫게 하여 준다. 아마도 저자는 이러한 서구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시민의식이 새삼 필요함을 못내 부러워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잘 만든 책이다. 실생활에 알아 두면 좋을 법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지루하기만 한 법과 친숙하게 다가 설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저자의 해박한 철학, 세계사, 중국사에 관한 지식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부담 없이 일독하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켄슈타인의 일상 - 생명공학시대의 건강과 의료
백영경.박연규 지음 / 밈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첨단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성취의 영향이 여타 다른 과학 분야보다 생명공학분야에서는 더욱 두드러진 발전을 이루었다. 인류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신기술의 출현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모양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생명과학기술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우리의 사고와 인식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혼란 속으로 몰아가고 있어도 이를 안전과 윤리의 문제로 진지하게 담론화하거나 공론화하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회에 이 책을 만난 것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다양성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 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저자는 생명공학이 우리 사회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아니라 실증주의의 사고에 길들여 고착화 된 접근방식에 대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를 비롯해 인류 사회학에 기반을 둔 관련분야의 전문가의 견해를(학술지에 발표된 사례들) 모아 나름의 가치기준으로 페미니즘관점에서 통찰하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일상, 나에게 프랑켄슈타인은 공상과학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음습한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 아마도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어 진 주제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자본주의 매카니즘의 음습함을 대변코자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불임부부와 관련한 대리모 문제, 자본주의와 결탁한 의료관광의 맹점(인공수정과 보조생식술), 터너증후군을 앓고 있는 키 작은 사람들에 대한 고민, 여성검진의 당위성의 의문, 난자매매의 위험성, 체세포 줄기세포연구과정의 역차별 문제 등을 소수의견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접근방식에 대한 관념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몇 해 전 우리는 황우석교수의 연구에 대해 모두가 열광하고 흥분케 만든 아픈 기억이 있다. 그가 이룬 연구 성과의 대부분이 한낱 사진조작에 근거한 쇼에 불과한 일로 드러나 버려 몹시 실망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나 또한 그 연구과정에 제공된 난자의 출처과정의 비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없다. 그저 생명윤리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재정립하고 이러한 시대적 사기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 생명윤리에 대한 기준 법안을 제정한 것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나아가 생명공학이 가져 다 주는 불치병의 치료제 개발로 인한 생명연장에 대하여 맹목적인 긍정만을 받아 들였다. 이는 생명공학이 가진 실증적인 문제해결방법에 인간이 가진 나약함을 의탁하게 만드는 구조적 본성이라 하겠다. 그럼으로써 신약의 개발이 단연코 치료개선과 동시에 불치의 병을 정복하게 되어 우리 삶을 더욱 안정적이고 희망에 차게 만들어 주리라 믿었다.


이 모든 약들은 우리의 삶을 연장시켰고 현저히 향상시켰다. 내가 의학연구와 혁신적인 치료법의 가치를 깊이 신뢰하지 않았다면 나는 전문가로서의 삶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며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편견이고 사기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p-286


또한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당연시하게 받아들이는 오늘날에도 우리는 저 출산의 문제가 그녀들에게 있음을 넌지시 강요한다. 그로 인해 불임부부의 증가로 이어 지는 파생된 사회문제가 그녀들이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확대시키기 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그녀들 또한 사회적 편견에 움츠려 들어 기존의 가치 관념 속으로 굴복해 간다. 이로서 끊임없는 고통과 불안 속에 내몰리게 되고 시험관아기를 넘어 이도저도 안 될 경우 현대판 씨받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녀들의 책무를 다하게 된다. 물론 일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생명공학의 기술적 발전의 실증적 태도에 묻혀 수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음을 이 책은 보여 준다. 더구나 여성을 상대로 행해지는 연구영역의 심각성은 나의 무지를 여지없이 보여 주게 만들며 이러한 인간 존엄성을 묵살당하는 여성에 대한 기본권 보장에 대한 우리의 편견에 커다란 경종을 울리게 만들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 대학 4 : 우주가 궁금해! - 어린이들을 위한 교양의 모든 것
울리히 얀센 외 지음, 유영미 옮김, 클라우스 엔지카트 그림, 박석재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 아이가 가진 호기심의 끝이 어디일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이는 책을 읽는 내내 자기만의 생각 틀에서 비교하고 엉뚱한 표현으로 끊임없이 상상의 나래를 편다. 이 과정에 아이는 가끔은 곤혹스러운 질문으로 당황스럽게 하기 시작하면 그 난감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별은 왜 항상 똑같이 반짝이죠?”

“왜 우주에선 숨을 쉴 수 없나요?”

“화성에서도 모래놀이를 할 수 있나요?”




이런 면에서 본다면 독일인 저자가 지은 어린이대학의 내용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기술된 서적이긴 하나 결코 쉽게 볼 내용들이 아님을 알게 된다. 책의 전체적인 완성도면에서 보더라도 일반적인 지식과 부차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연구영역에 철학적 해결능력까지 일목요연하고 매끄럽게 연결시켜 주고 있다. 어려운 용어에 대한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과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의문형 언어선택은 부모가 채워주지 못하는 호기심에 대한 미지의 영역을 자연스럽게 해결시켜 준다.




어린이 대학은 저자 울리히 얀센이 2002년 울라 슈토이어 나겔과 함께 최초의 독일‘어린이 대학’을 만들었으며 현재 독일 전역의 대학들이 성공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앞서 펴낸『어린이 대학』1, 2, 3권은 많은 상을 수상하며 15개국에 번역된 베스트셀러로 책은 국내에 4권이 소개되었으며 이 책은 우주에 대한 개념과, 생성과정, 블랙홀,우주여행, 천체의 신비 등에 대하여 기술하였다.(책 소개 말 참조)




이 책이 다른 아동들을 위한 교양서보다 월등히 우월해 보이는 것은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호기심자극을 위한 시각적 동일화에 있으며 이해의 범주가 시대트렌드에 맞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아이가 지루해 하지 않는 것에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겠다.




또한 아이들은 비쥬얼적인 면에서도 재빠른 반응을 보이는 터라 도서의 재질이나 행간이 피로감을 없애 주는 활자와 삽화로 구성되어 있어 더 없이 좋아 보인다. 거기에 다 개념적 사고까지 더했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나아가 이 책은 카테고리가 세밀하게 짜여 져 있어 단지 의문을 해소시켜 주는 학습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일반적 기술방식을 지양하고 이론중심을 바탕으로 관련 인물들을 나열시켜 체계적 학습효과를 보여준다.




우주의 발생기원, 우주의 형태, 천체의 신비, 우주의 생성, 시간과 공간의 비밀, 세계의 탄생, 외계생물의 존재 등으로 이어 져 지적 호기심에 대한 출발부터 완성까지 일관적인 톤으로 다양한 관련 지식에 대하여 아이들의 사고 영역을 확장시켜 준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어른인 나 자신 또한 지적 충만함에 굳어 버린 사고의 범위가 유연해 짐을 느끼게 된다. 표현방식의 놀라움과 내가 익힌 허접하고 어설픈 지식에 대하여 자각하는 계기가 된다.




가령 뉴톤의 만유인력법칙에 대한 쉽고 명확한 비유(회전그네와 아이스크림, 인력과 질량과의 관계),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 은하계, 빛에 대한 이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취리히는 이 기차에 언제 정차하죠?”와 “이 기차는 취리히에 언제 서나요?”의 시공개념에 대한 관점의 비교), 창조자에 대한 철학적 해결(다양한 창조이야기의 예시), 빅뱅에 대한 정리 등을 보더라도 그 수준이 상당함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광활한 우주의 역사를 이해하며 우주와 별과 지구의 관계에 대해 배우고, 그를 토대로 아이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해 지지라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소외감으로 인한 심리적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나 스스로도 당연시하게 받아들이고 무덤덤해 졌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어머니가 가졌을 그런 마음의 응어리가 얼마나 깊고 무거웠을 지에 대해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마음 한 켠 절로 아리고 저리게 한다.


가슴 먹먹해지게 하는 흡입력이 대단한 글이다. 저자는 전지적 작가시점의 기능적 우위에 서 작중화자의 시선을 쫓아 이야기를 사실감 있게 전달한다. 여기에 적절한 감정묘사를 더해 한순간도 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지며 전체적인 플롯 또한 지루해 지지 않아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 시대가 만든 냉소적 가족 해체에 대한 치명적 아픔에 대해 솔직 담백하고 시대 비판적인 시각으로 담아냈다.


이야기는 갱년기 장애를 가진 50대 전업주부 타에코의 삶을 모티브로 시작된다. 그녀의 삶에 갑자기 찾아든 혼란스런 사건은 기르던 포포(골든 레트리버)가 옆집 소년을 물어 죽게 되면서 발생하는 일련의 심정적 변화가 주원인이 된다. 이러한 계기로 인해 억눌려 왔던 가족에 대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며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되고 위태로운 불안한 심리적 연장선상에 놓이게 된다. 끊임없는 신뢰를 줄 것으로만 믿었던 가족들에게서 철저하게 소외 받고 외면 받게 되자 - 심지어 냉담하게 돌아 서 버리는 가족들에게서 - 지독한 상실감마저 느끼게 된다. 종국에는 그녀에게서 포포를 뺏어 와 안락사 시키고자 한다.


그녀는 자신이 쌓아 온 삶에 허무한 회의감을 느끼고 인적 드문 밤 그들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피하기로 일탈을 감행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살아 온 삶의 궤적이 지극히 편협하고 국지적이었기에 스스로 감내하기 힘든 새로운 현실과 맞서게 되며 스스로 이방인의 그늘진 세계로 빠져 든다. 이렇게 이야기는 타에코와 포포를 둘러 싼 새로운 인물들과의 교감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를 현실감 있게 소묘하고 있다.


저자는 사회 변화에 따른 가정 내 고립된 중년여성의 소외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다변화된 구조적 변화를 겪은 가족형태가 개인주의 성향으로 변모하면서 자립, 성취 등에 가치가 부여되는 사회적 공감대에서 심리적으로 뒤쳐짐에 따라 패배감을 맛보게 되는 현대 전업주부에 대한 고립감을 공론화 시키고 있다.


이러한 타에코의 일탈과 포포의 야생적인 변모는 우리 사회가 가진 이중적 시각의 잣대를 여과 없이 극명하게 대비하여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를 도망자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만들고 외로운 나락으로 밀어 버리게 한 것은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간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읽었다. 요시다 슈이치의 전작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읽는 이로 하여금 인간 본성의 관념적 물음에 대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만의 필력이 느껴지는 글이다. 감성에 목마르고 식상한 소재에 김빠진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인간이 가진 냉철한 현실적 배타적 감정에 못내 분노하고 성토하게 될 것이며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애써 자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