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오랜 세월입니다. 거뭇거뭇 수염이 웃자라기 시작하던 때부터 만나 지금껏 모임을 이어오는 친구들과 어제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각양각색의 성격을 가진 친구들과 모임을 이어간다는 것은 때론 위태하기도 하고 때론 숨가쁘기도 합니다.
 

세월이 더디 가기만 하던 그 시절과 지금 현재의 속도는 확연히 다릅니다. 빠르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마음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마음,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습니다. 존재도 형체도 없는 그 마음이 지금껏 우리들 곁을 지키고 섰습니다. 
 

어제는 유독 자주 만나지 못했던 K가 눈에 밟힙니다. K는 다부진 체격에 구리빛으로 그을린 단단한 성격을 가진 친구입니다.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악착같이 달라 붙기도 하지만 외골수의 고집으로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그런 성격탓에 K는 다른 친구들보다 삶의 진동이 컸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좋아 보입니다.
 

호탕하게 웃어 젖히며 세파의 굴곡을 넘나든 K는 갈피를 잡지 못하던 삶의 방향추를 단단히 옭아 맺습니다. K에게서는 잃어 버렸던 자신감이 흐려졌던 진정성이 묻어 납니다. K는 ROTC를 임관하고 제대 후 잦은 이직과 이혼 후 현재 용접일을 하는 기술자로 땀 흘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K와 이혼 했던 전처와 화해하고 재결합해서 인생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음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통감했음을 눈빛으로 전해져 옵니다. 

 

이것이 인생이라는 수많은 가지 중 하나에 불과하겠지만 그 친구들의 이야기에 더위도 잊고 불콰하게 달궈진 기분이 마냥 좋기만 합니다. 사는 것이 바빠 만남이 소원했던 모임을 계속 갖자고도 하였고 엉켜 뒹굴던 그 시절처럼 만나자는 기약없는 약속이 오고갑니다. 후덥한 공기를 가르고 피어 오르는 친구의 속 깊은 마음이 청량감을 주듯 유쾌하기만 합니다.     

마음은 그런가 봅니다. 세월의 격랑에 깨지고 구르고 넘어지다 보니 마음이 온전할리 없습니다. 하지만 친구들 곁에 오롯이 서 있던 그 마음이 닳고 헤어진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잊어 버렸던 웃음을 채워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통한다는 말, 듣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친구는 오래될 수록 좋고 멀리서 찾아 오니 얼마나 기쁘겠냐는 공자의 의중을 조금은 헤아려 봅니다. 

 

 

그 마음을 전 우정이라고

되새겨 봅니다.

 

친구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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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에 깨지고 구르고 넘어지고... 그래서 상처받고... 그런데 요즘은
제가 세월 때문에 좀더 말랑말랑해지고, 각진 곳은 둥글게 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면이 꼭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도 합니다~

친구 만남... 즐거우셨겠어요. 저두 동기 모임하자고 졸라봐야겠습니다.

穀雨(곡우) 2010-08-19 17:59   좋아요 0 | URL
음, 그러네요. 닳다보면 둥글 둥글해지겠죠.
제 모토가 둥글게 둥글게 거든요...^^

blanca 2010-08-1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 그런데 저 헷갈렸어요^^;; 옆지기님이랑 같이 쓰시는 건가요? 저는 여자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케 된 거죠? 제가 완전 잘못 짚었었나요?

우정은....아, 저는 고등동창모임이 있는데 지금 조금 위기 상황이랍니다. 다들 한창 바쁠 때라 그런지 서로 한 번씩 놓치고 그러다 보니 서운함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지...자꾸 고등학교 시절의 그 순수한 우정을 그리워하고 그때만큼 나한테 안해준다고 좁은 마음을 가지게 되니 더 힘들어지는 거겠죠...관계도 세월에 따라 포기할 건 포기하고 배려할 건 배려해야 하는데 수련을 조금 더 쌓아야 겠어요...

穀雨(곡우) 2010-08-19 23:59   좋아요 0 | URL
아....어찌....전 줄곧 남자였고 앞으로도 그럴텐데...^^
제 글이 여성스러웠나요? 아님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킬 대목이라도......


세실 2010-08-2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 친구들 넷이서 모임을 하는데 참 편안하더라구요.
이혼한 친구도 있지만 아들과 둘이 잘 살고 있는 모습 보면 다행스럽기도 하고, 전남편과 재결합했으면 하지만 전혀 생각이 없네요.
그렇게 나이들어 가는게 인생인가 보아요^*^

穀雨(곡우) 2010-08-25 20:21   좋아요 0 | URL
사실 그 친구, 이혼하고 한 때 방황하는 통에 재결합했음 했거든요. 물론 지금이야 잘 지내지만 인연이 없음 그것도 억지로 이어진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닐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해서 전 늘 둥글게 둥글게 사는 게 제 인생의 모토입니다. 둥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