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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의 우울증 - 역사를 바꾼 유머와 우울
조슈아 울프 솅크 지음, 이종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괴테, 톨스토이, 헤밍웨이, 도스트예프스키, 처칠, 김소월, 니체, 쇼펜하우워, 베토벤 그리고 링컨,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들이다.
긍정적 사고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각광받고 있다. 요즘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는 긍정적 사고방식이 큰 힘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에게는 긍정적 사고방식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부자연스럽고 받아들이기 불편하다. 어렸을 적부터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관점이 내 사고를 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가 지배하고 있으니 우울증이 있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심하지 않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우울증은 늘 내 삶에 따라다녔다.
그런데 어느날 위에 열거한 사람들이 모두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위안이 되었던지... 불굴의 도전정신만이 한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혹은 우울증을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링컨의 우울증’에 흥미를 갖게 된 것도 나의 이러한 개인적인 이력 때문이었다.
링컨은 미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수백편의 링컨 전기가 발간될 정도로 링컨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은 유별나다고 한다.(에필로그에 보면 링컨 전기 발간사라는 책을 낼 수 정도로 링컨 전기는 시대를 거쳐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위대한 인물 링컨이 우울증을 앓았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
이 책은 링컨의 개인적인 성품, 특별히 우울증이 그의 삶에 어떠한 역할을 했고 영향을 미쳤는지에 초점을 두고 전개한 평전이다. 링컨이 위대하게 된 것은, 그에게는 우울증을 극복하고 넘어서게 하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목적의식이 우울증조차도 이겨내게 했던 것 같다. 말년에 이르러 그의 우울증을 극복하게 만든 것은 신앙의 힘이었던 것 같다. 이로 보건데,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아마도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신념이나 목적의식인 것 같다. 경험적으로 보아도 그런 것 같다. 내가 해야 할 어떤 일에 분명한 의미가 부여될 때 우울증은 마음을 점유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링컨에게 우울증은 그의 삶을 특징짓는 요소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우울증에 지배되지 않았다. 당시의 사람들의 평가대로(이 책의 의하면) 링컨의 우울증은 하나의 기질로 인정되었을 뿐 병적인 것으로 취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면, 어쩌면 링컨이 겪었던 우울증은 오늘날 병으로 취급되고 있는 우울증과는 다른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혹 같은 것이라 할 지라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겪는 우울증의 배경과 링컨의 배경에는 큰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링컨에게는 절친한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우울증의 원인과 배경을 보면 인간적인 고립과 교류의 단절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링컨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람들과의 친밀한 교류였던 것 같다.
어찌되었던 링컨은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가 이루어낸 업적 때문이 아니라, 그의 성품과 기질과 삶이 일만적인 사람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인간 링컨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유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