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뇌 사용설명서 - 천재적인 뇌를 평범한 습관에 방치하지 마라
샌드라 아모트.샘왕 지음, 박혜원 옮김 / 살림Biz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우선은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은 책입니다.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엮어나가기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지은이의 글솜씨가 돋보입니다.
나름대로 뇌에 대한 상식이 꽤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뇌의 기능중 10%밖에 못쓴다거나 모차르트 효과 같은 것들이 잘못된 속설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나름 자신있게 테스트에 임했는데, 점수가 생각보다 훨씬 낮게 나왔습니다. 헉 이런.. 이란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역시 이 책을 선택하기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나의 이성의 힘을 의지하는 것인데, 정확히 말하면 뇌의 주요 기능 중 하나를 활용하고 있는 것인데, 실제로는 우리의 이성은 너무나 부정확하고 심지어는 가공된 사실을 진실처럼 믿으려고 한다는 것이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리의 실제 ‘이성’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이성’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이미 우리의 이성은 한계를 지니고 있나 봅니다. ‘모순’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성의 오류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병립할 수 없는 두가지 독립된 사고를 각각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이성이 고장난(혹은 불완전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성적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라는 말은 참으로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서 ‘이성’은 뇌의 기능입니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은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똑똑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뇌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는 것 자체가 똑똑함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은 뇌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자면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인간됨의 거의 대부분은 뇌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독특한 버릇이나 어떤 감정이 내 자아라고 믿었던 어떤 그것이 실제로는 뇌의 작용의 결과입니다. 뇌 과학자들은 우리의 모든 행동의 결과가 뇌의 호르몬과 화학 작용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도 물론 그렇게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대의 여러 과학적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사실은 저를 섬뜩하게 만듭니다. 정체성이라는 것이 뇌의 조작극에 불과하다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우리 뇌에 대한 많은 새로운 사실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엄청난 과학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우리가 뇌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이 사실이 저에게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지금까지 결론에 따라 자아라는 것이 단지 뇌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면 사상이나 철학이나 윤리는 그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뇌 과학이 더 발달해서, 자아는 뇌의 총합 이상이다라는 것이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영혼이 가슴에 있다고 믿었지요. 뇌에 영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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