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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자연사 -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의 섹스와 구애에 관한 에세이
애드리언 포사이스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09년 1월
평점 :
성의 자연사 - 동물과 인간의 섹스의 유사성 혹은 이질성
성의 자연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갖가지 동물들의 교미 형태에 대해서 자세히 기술하면서 그 종만이 가지는 특이한 교미의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는 이 종을 번식시킨다는 의미에서 식물도 교미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식물에 대한 언급은 적을 뿐 아니라, 식물을 과연 교미(섹스)로 볼 수 있는지는 조금 의문스럽다. 동물과 식물은 너무나 큰 계의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참으로 신비롭다. 어느 하나 획일적인 것이 없고 제각각 다르다. 생식 방법조차 동물마다 아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저자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각 개체의 다양성을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저자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섹스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들은
한가지 흥미롭고도 의문스러운 점은 시종일관 암, 수를 대립관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종을 퍼트리는 것은 암, 수가 서로 협력해야 이루어지는 일이며, 또한 실제로 유전자도 절반씩 공유한다. 그런데 저자는 교미를 암, 수의 치열한 생존게임의 결과로 묘사하고 있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면 상당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한 켠에서 비껴보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번식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저자 주장에는 은연중에 섹스는 수컷이 자신의 종족을 퍼트린다는 행위라는 생각이 배여있는 것 같은데, 이는 다분히 남성우월론적인 시각처럼 비춰질 수 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저자는 인간의 섹스행위와 동물의 다양한 교미행위를 유관해서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부일처, 일부다처와 같은 용어들은 다른 동물계에도 적용시키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일부일처나 일부다처제와 같은 것은 문화나 윤리적 개념으로 주로 사용하는 반면, 저자는 이것을 동물계와 유비해서 설명하려고 한다. 낙태와 영아 살해같은 현상들도 동물계에서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조금 지나치다는 느낌이 있다. 인류역사를 들여다보면 일부일처 혹은 다부다처와 같은 제도는 진화론적 선택의 결과라기보다는 한 문화권의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제도들은 일관성있는 방향으로 발전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대, 다양한 문화권에서 선택적으로 발견된다. 낙태와 영아 살해도, 실제로는 윤리적인 타락에서 찾는 것이 훨씬 쉽다. 언제나 도덕/윤리 의식이 현저히 부패한 사회일수록 영아살해와 낙태가 빈번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자가 이러한 논리를 펼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전혀 없다는 시각에서 바라 보았기 때문일 것인데 논리적 일관성의 측면에서는 설득력이 있을지라도, 인간의 특수성을 생각지 않는 것은 조금은 지나치지 않는가 생각된다.(저자도 물론 이러한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리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저자는 비록 자연계의 여러 생식형태를 설명하고 있지만 주된 관심사는 인간에게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섹스와 번식에 관련된 인간의 여러 행위들의 이유를 동물들의 습성에서 발견하려고 한다. 저자의 이러한 시도는 다소 무리하게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인간의 행위의 이유를 또 다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유익한 지식을 제공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