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들이 떴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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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 감동적이고 유쾌한 성장소설
 
책을 읽으면서 맨 처음 느꼈던 점은 참 실감나게 잘 썼다 라는 것이다. 공고생들 그 중에서도 공부하고는 담을 쌓은,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싹이 노래보이는 아이들의 심리를 너무나 잘 꿰뚫고 있다. 게다가 공고생들을 착취하는 일부 기업들의 생태는 어떻게 알았을까? (비록 수십년 전이기는 하지만 내 친구들 중에 이런 류의 악덕 기업에 실습간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 설정이 단지 소설속의 가상이 아니라 실제로 그럴 수 있겠다라는 점에서 무척 사실감있게 다가왔다) 소설가는 그래서 두루 두루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해야하는가 보다. 직업 중에 소설가가 가장 박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어찌되었던 재미가 아닐까? 재미가 없는 소설은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책 중에서도 최악이다. 다른 책들은 정보라도 얻을 수 있지만 지루한 소설은 그나마 얻을 정보도 없으니 말이다. “꼴찌들이 떴다”는 재미와 감동 교훈과 사실적인 묘사에 이르기까지 어디하나 빠질 것이 없는 아주 괜찮은 소설이다.
 
성장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에는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들이 함께 녹아져 있다. 부도덕한 기업가와 힘없는 농민, 조폭과 결탁한 공권력, 주먹 앞에서 무기력한 현실의 법, 어려울 때 별 도움이 안되면서 오히려 삶에 걸림돌이 되는 경찰들, 위선자들, 그리고 아들을 무조건 믿어버린 순박한 아버지와 간악한 아들, 우리 사회에 뒤범벅이 된 온갖 모순들이 함께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이 모든 것을 온 몸으로 경험하면서 한편으로 어른들의 세계가 그리 만만치 않음을 조금씩 이해해간다. 그리고 그 모순을 안고서도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모순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이 남아 있음을 발견한다.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해피엔딩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쁘고 가볍게 책을 놓을 수 있었다. . 이 세상은 실제로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에 소설으로나마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교육의 일선에 있는 분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학생들을 사람답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려고하는 사람들이 보고 각성했으면 좋겠다. 하기사 그 사람들이 이 책 한 권으로 각성하겠는가? 학생들을 성적으로 밖에 평가할 줄 모르는 이 사회가 한심하고, 그것에 대해 아무런 각성도 없고 도리어 부추기는 소위 ‘고위층’인사 들에 대해 분노가 인다. 머리에 든 것이라고는 교과서적 지식 밖에 없으면서 ‘가방 끈’ 하나로 사회의 지도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좌우하는 것에 절망감이 든다. 

 교육정책이 바꼈으면 좋곘다. 꼴찌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고 모두들 생각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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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신 2009-02-0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존 성장소설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의 글이었어요. 문제투성이 우리 사회에 대한 꼴찌들의 유쾌한 비평으로 읽혀지더군요. 저도 참 재밌고 감명있게 읽었어요. 여운을 남긴 결말처리도 인상적이었고요. ...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님의 의견에 100% 동감하고 추천드립니다.

여고생 2009-02-06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막노동판과 농촌의 삶의 현장을 그대로 담은 강하고 힘찬 문체

소설에서는 도시인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외딴 산골 마을의 송전탑 건설현장과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 노인네들만 남은 적막한 마을의 정황이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실제 경험을 한 듯한 생생함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강하고 거침없는 필체와 생생한 현실 묘사로 현장의 리얼리티를 살려 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거친 표현이 오가는 땀과 노동의 현장뿐만이 아니라, 폭력과 말싸움이 난무한 물난리 이후 마을 주민들의 시위 장면에서도, 소가 송아지를 낳는 장면에서도, 재웅이가 짝사랑하는 은향이에게 고백하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장면에서도, 또 마지막으로 하나의 화합의 장이 마련되는 장례식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강하고 힘찬 남성적인 필체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도 가끔씩 섬세하고 부드러운 문장으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아이들의 고민과 사랑을 잘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전통 장례를 치르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음을 하나의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고유의 전통을 꼼꼼한 묘사와 리얼리티로 멋들어지게 표현해 낸 부분에서는 진한 향토색이 느껴진다.

* 위 전문가의 평에 동감해요.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