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과 다윈의 시대 - 인간은 창조되었는가, 진화되었는가?
EBS 다큐프라임 <신과 다윈의 시대> 제작팀 지음 / 세계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2009년은 다윈의 탄생 200주년, 그의 대표저서 '종의 이론' 출간 15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였다. 그의 조국 영국뿐만 아니라 그가 미처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조차도 그를, 그의 위대한 주장을 담은 저서를 기억하며 '인간'에 대해 되돌아 보는 대대적인 행사가 있었다.
나 역시도 때마침 새롭게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던 <다윈>전에 두 번이나 방문했던 특별한 한 해였다.
그 후유증(?)인 것일까? 이후 다윈이나 그와 관련된 저서 혹은 이야기에 어느새 귀가 쫑끗해지고는 한다. 덕분에 초등생 딸아이에게도 반가운(?) 인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윈이 아닐까 짐작해 보고는 한다.
시대와 사상을 확실하게 거슬러 혹은 초월하듯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인간의 진화론은 다윈이란 평범한 과학자를 세기의 스타로 우뚝 세운 것만은 틀림없다. 어찌보면 다윈이란 개인을 한차원 높은 인간으로 격상한 인간의 진화론은 비단 그의 머릿속에서만 꿈틀대던 것은 아닐진대(다윈을 태양으로, 자신을 달로 표현하며 다윈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던 월리스가 있었다) 행운의 여신은 다윈의 손을 들어준듯 논문 발표의 기회(물론 는 다윈의 차지가 되고, 이후 진화론의 창시와 관련한 모든 영예 역시 그의 것이 된다. 월리스는 영원한 다윈의 달로 남고 만다. 아.. 역사란 이렇듯 '순간'에 의해 규정되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더불어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도 함께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다윈과 그의 진화론을 약간이나마 학창시절의 교과서에서 벗어나 새롭게 접한 후라 이 책이 참으로 친근하게(?) 다가왔다. '신과 다윈의 시대'..라는 제목이 어쩌면 영원히 끝낼 수 없는 논쟁거리의 우두머리로, 맞수로서의 신과 다윈을 느끼게 했다.
또한, 종교적으로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을, 종교적 과학적으로는 창조론과 진화론을 자연히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 아닌가.
이미 EBS 다큐프라임을 통해 방송했던 프로그램(교육방송에서 기획하고 취재한)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된 지적설계론은 '어떤 지적인 존재가 세상을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만들었다'이론이자 '그 존재가 신이든 신이 아니든 분명한 의지와 지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이며, 그 존재가 처음부터 생명을 디자인하고 계획적으로 만들었다(본문 37쪽)'는 이론이다.
물론, 지적설계론자들은 자신들은 창조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며, 종교가 아닌 과학적 이론이라며 진화론자들과 맞서고 있다고 한다.
흠... 섣부르게 아니 감히 진화론이 맞다 창조론이 맞다를 주장할 아무런 나름의 근거를 갖지 못한 나로서도 지적설계론자들의 주장은 무늬만 다를 뿐 창조론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지는 건 무엇때문인지??
어쩌면, 지적설계론을 주장하는 이들로서는 보다 포괄적이며 친근한(?) 느낌의 이름표를 새로 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진화론에 맞서는 창조론하면, 일단 종교적인 냄새가 찐~한 탓에 비종교적 혹은 비기독교적인 사람들은 '하나님이 창조했다'는 그 자체에 반감을 갖고는 한다. 그렇다고 반감 자체가 진화론에 전적으로 수긍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만, 창조론을 흔쾌히 받아들이지(인정하지) 못하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성경에서야 태초에 인간의 수명이 백 년을 훨씬 넘어 몇백 년을 살다갔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요즘에야 길어야 백 년을 조금 넘게 사는 것이 인간의 수명이다. 문득, 인간의 세상과 삶은 그칠줄 모르고 발전하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의 수명은 어쩌다 이렇게 어이없이 줄어들고 말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어떤 이들은 '신'이나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근원을 확신할 수 없어 자구책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인간은 어쨌거나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비상한 재주가 없지 않으니 말이다.
이른바 놀라운 두뇌의 힘!이 아닐까?
신과 다윈, 창조론과 진화론, 이제는 지적설계론의 등장으로 인간의 근원에 대한 인간 스스로의 궁금증은 더욱더 깊어가는 셈이랄까?
영원히 끝날 수 없는 논쟁이 분명한 신과 다윈, 그리고 지적인 존재의 인간에 대한 정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근원을 영원히 밝힐 수 없는 이 문제는 다름아닌 시지프스의 바위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