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행'이란 제목이 나에게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현재를 좀더 적극적으로 몰아부칠 필요가 있다고 긴장하케 하는 책이다. 이미 딴지일보에서 여행기사를 쓰던 기자였던 저자는 자신이 특별한 서른을 맞이하기 위해 스물아홉에 주위의 만류에도 불고하고 과감한 일탈(?)을 감행한다. 그것이 바로 250일 동안의 여행이었다. 오로지 기사마감이 자신이 해야할 마땅한 전부(일상)으로 여기던 그녀가 어느 봄날 듣게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로 인하여 말이다. 흠... 서른. 그러고보니 나 역시도 '나의 서른'을 위해 바짝 긴장하며 이유없는 의미를 부여하며 '특별한' 서른 맞이를 준비하던 과거가 있었다. 저자처럼 어느날 우연히그리고 깨달음처럼 '서른'을 생각한 것과 달리 이미 20대 중반을 넘어가니 머지않아 서른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나의 서른'을 위한 준비로 내가 한 것은 회사건물 아래층에 있던 서점에서 <삼십세>란 책을 떨리는 손끝으로 아주 신중하게 뽑아낸 것이었다. 지금도 책꽂이에 꽂혀있는 그 책의 책등에 찍혀있는 제목을 보면서도 내가 그 책을 읽었는지, 읽다 말았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 때 그 책은 내게 소중한 무엇이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서둘렀던 '나의 서른' 맞이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의 서른은 일상에 묻혀 그 전과 그 후와 마찬가지로 나이 한 살 더 먹은 것에 지나고 말았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그때 나는 나이 서른같은 것에 신경을 쓸만큼 한가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돌아보면 항상 안타까움이 먼저 밀려오는 나의 서른이다. 그러고보면, 이 책의 저자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현재를 과감히 벗어버린 그 용기와 결단에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마저 느낀다. 그녀가 특별한 서른 맞이를 하며 보았던 세상(물론 이미 업무상 가보았다는 곳도 있엇지만)은 내게 더 큰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게 하였다. 이미 여행기사를 쓰던 이여서 그런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왠지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직업적(?)인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 그녀가 걷고 머물렀던 그곳의 일상을 보여주는 사진은 왠지 갈증을 느끼게 한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바람(소망?)은 '여행'이다. 수식어를 달자면 '세상을 향한' 여행이라고나 할까... 아버지의 병환으로 갑작스레 나의 삶이 그전까지 내가 그려오던 방향과는 달라진 탓에, 그저 온전히 현재에만 살아야 했던 나에게 언젠가의 여행은 작지만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나의 가슴 한 켠에서 여태껏 남아있다. 서른여행을 통해 저자는 이미 스물아홉의 그녀가 아니었다. 여행기사를 쓰던 일상은 이제 과거가 되었고, 그녀에게는 '레인트리'가 새로운 현재이고 미래가 되었다. 여행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깨달음'을 얻는 그녀처럼 나 역시도 당장에라도 여행가방을 꾸리고 싶다. 아니 그전에 그녀의 서른여행이 곳곳에 담겨있을 카페 '레인트리'에 살짝 다녀오고 싶다. 나도 거기에서 그녀의 결단과 용기로 기를 얻고, 여행에 필요한 알짜팁도 얻어와서 아직은 가슴 속 불씨로만 머물고 있는 '나의 여행'을 현실로 끌어내고 싶다. 그녀처럼 나도 스스로 내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