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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제국 -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이 숨긴 역사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0년 2월
평점 :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이 숨긴 역사'를 알고프다는 순진한 마음에 선뜻 읽겠다 덤벼든(?) 책. 솔직히 앞부분의 몇 장을 넘길 때까지 만해도 '겁 없이 덤볐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짐작조차 못하였다.
그러나, 채1장을 다 읽기도 전에 '이거야 말로 난공불락의 내용이 아닐 수 없다'는 막연함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도무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연하게 읽는다고 이해가 될 것도 아니고...하지만, 어디 역사라는 것이 이해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은 얼토당토 않는 것 같은 낯선 우리 역사에의 접근(해석?)을 저자가 들려주는 대로 따라가보기로 하였다.
우선, 반만년 유구한 역사가 존재하였음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나라 구석구석 그 흔적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발견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다름아닌 이집트, 크레타, 소아시아를 비롯하여 인도, 중앙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나 중국의 남북조시대 물건들로 이것들을 모아놓고 고대 문명 박람회를 열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말?
발굴 상황으로 미루어 대략 5세기 경에 이 땅에 묻힌 그 흔적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것이란 점 외에도 신성한 제기나 의례기구라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며, 5세기경 어떤 종교 세력이 우리 땅 한반도로 밀려왔다고 한다. 그 종교의 실체는 다름아닌 샤머니즘!
오래 전 샤머니즘은 원시적인 형태의 무속신앙같은 것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저자는 19세기 초 서구 학자들이 발견한 샤머니즘이 미개 종교가 아니라 깨달음을 유도하는 방법의 종교였다는 사실이 정설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태양신을 숭배하는 샤머니즘은 천문박사와 음양박사를 거느리는데 그 박사들이 바로 샤먼이며, 샤먼은 태양신인 사제와 함께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
게다가 일종의 사원국가 형태로 구현되며, 인종을 초월하는 특수한 이념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샤머니즘이 어떻게 한반도로 왔는지 해답을 찾기 위해 기록과 유물을 추적하며, 결국엔 지중해의 어디쯤에서 동진하여 한반도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17쪽) 것이 바로 이 책의 요지일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전개는 그의 요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료와 유물, 지명 등에서 나타나는 증거다름없는 흔적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는데 가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우리가 역사교과서를 통해 보았던 익숙한 유물들과 기록은 물론 지명과 왕의 칭호며 또 낯선 자료들이 어쩜 그렇게도 아귀를 맞추듯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지........저자에게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물론 관심도 관심이겠지만 그 많은 자료를 하나하나 연관을 짓는 것하며, 여러개의 언어인 셈인 지명에 대한 연관성을 제시하는 것하며.. 도무지 감탄이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과연 한 사람의 연구과 관심으로 쓴 책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독자도 있겠지만, 나처럼 단순한 사람의 경우에는 정말 부러움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이 숨긴 역사'란 다름아닌 한반도가 샤머니즘 시대에 샤먼 수도자들의 고향이었으며, 특히, 가야와 신라는 샤먼 세력의 중심지였다는 것. 게다가 당시 우리의 역사는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한반도라는 좁은 영토에 갇혀있었던 것이 아니라 중국을 지나 소아시아를 거쳐 방대한 지역에까지 이르렀었다는 가히 꿈같은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앞서 저자가 지적했듯 우리의 유구한 역사에도불구하고 변변찮은 유물 하나 없음에도 누구하나 의심의 여지없이 그대로 믿고 있는 것처럼 이 역시도 오랜 세월 세습된 우물 안 개구리를 자처하는 한심한 모습일지도...우리는 그저 극동아시아의 작은 땅덩어리에 만족하는)
한편으로는 허무맹랑할 것도 같은 샤먼제국의 우리 역사는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증거들이 역사에 문외한인 내게는 명명백백하게 다가오지만..) 가능한 것은 '3세기 말 진나라 이전의 지도가 중국에는 없다'는 사실때문이라는 것과 그 수수께끼를 푸는 여정이 바로 이 책의 핵심 내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136쪽)
그러고보면, 저자의 샤먼제국이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이해되지 않는 세계 각국의 유물들과 중국 역사의 의문스러운 점(3세기 이전의 지도가 없다는)에서 비롯된 셈이다.
자료 해석의 방대함과 치밀함에도 짓눌려 결코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책이지만, 내용만큼은 신선하다. 샤먼제국의 우리 역사는 오늘의 중원이나 중앙아시아에 있었다는 가정(사실?)만으로도 한편으로 갑갑했던 우리 역사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부는듯하다.
다만 시시때때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한단고기>의 내용을 상당히 빌어오고 있는 부분이 어쩌면 저자의 탄탄한 주장을 다소 허무맹랑한 것으로 몰아갈 여지가 있는 점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