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를 왜 해동성국이라고 했나요 / 핀란드 공부혁명>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핀란드 공부혁명 - 소설로 풀어쓴 핀란드식 5단계 공부개조 프로젝트 핀란드 교육 시리즈 2
박재원.임병희 지음 / 비아북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 오랜만에 딸아이 학교 친구의 엄마들과 만났었다. 이런저런 학년 학기 초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엄마가 문득 그러는 것이었다. '뉴스에선가 2035년 쯤 되면 대학이 남아돌아 거의 모든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다는 것이었다. 속으로 '오호~ 쾌재라!'를 불렀지만 사실 언제부터인가 대학 입학이 문제가 아니라 졸업 후의 진로며 인생이 더 문제가 되고 있지 아니한가. 

얼마전 모 대학의 '자진퇴교'를 선언한 여학생의 대자보 사건이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이미 우리나라 교육의 한계를 시사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렇듯 본인(제도의 운영자가 아닌 교육의 수혜자)이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날린 것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부정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지만, 이미 그 또래 자녀들 둔 부모들의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지경이다. 

나 역시 먼 나중의 일로만 여기고 강 건너 불구경할 입장이 아닌지라, 그 여학생의 양심선언과 같은 대학의 현실 비판, 우리나라 청년들의 솔직한 심정을 쏟아낸 대자보를 읽는 동안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아.. 어쩌다 우리의 교육 현실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하는 물음이 절로 쏟아졌다.
어쩌면 곪을대로 곪은 우리의 교육행정이며 모순된 교육제도가 드디어 터져버린 것은 아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는 새롭게 바뀐 고교입시제도에 조금이라도 빨리 준비하기 위해 다섯 살때부터 스펙(요구조건?)을 만드느라 난리도 아니라 한다니... 한마디로 세상은 요지경이란 유행가 가사가 어쩜 그리도 딱 맞는지.

이런저런 심란함(아이를 낳으면서 부터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교육에 대한 걱정으로 인한)이 더욱더 깊어지는 듯한 심정을 달래볼 양으로 읽게된 '핀란드 공부혁명'이란 제목이 왠지 비장함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의 교육 현실이 혁명과 같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요구하고 있는 듯한.. 

학교는 기본으로 취급(?)하지도 않고 오로지 학원이며 과외만이 성적을 올리고 시험을 잘 보게 할 확실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못해 '정상'처럼 여겨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학원이나 학습지와 친하지(안 하는) 않은 엄마들은 왠지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들처럼 취급받기도 한다.

나 역시 여전히 공부를 위한 학원이나 학습지는 되도록 멀리하는 사람중 하나이다. 벌써 6학년이 된 딸아이의 친구 엄마는 지나가는 말로 '그집 딸은 언제 학원 보내는지 한 번 볼거야'라며 영어만이라도 서둘러 학원에 보내라며 종용한다. 중학교에 가면 그 실력차가 엄청나다고 하면서......
그 말에 그저 웃음으로만 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한편으로는 이미 서로가 가는 길(자식을 키우는 생각 또는 방법?)이 다름을 더욱더 분명하게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딸아이를 키우는 내게 가장 큰 교육의 목적은 넓은 세상을 스스로 감지하고, 그 속에서 살아갈 자신의 길 또한 제 스스로 찾는 것이다. 비록 그 시간이 남보다 좀더 오래 걸릴지라도. 흔히 하는 말로 부모가 언제까지 자식 옆에서 함께 할 수 없기에 말이다. 

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평가(PISA) 및 학습효율 지수 1위를 차지한 핀란드의 교육제도(체계)는 최근 TV프로그램에서도 방영되어, 그야말로 이상적인 교육제도를 가진 학생들의 낙원, 행복한 공부가 현실화된 증거의 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핀란드처럼 못하는 것일까?
교육행정을 담당한 담당자들의 무능함때문이나 재정적 부족은 결코 아닐 것이다. 부모나 학생들의 참여율 저조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유 역시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과연 무엇때문일까? 

물론, 많은 이유와 원인이 있겠지만(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 교육이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갖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면 이유라 할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실, 정치로부터 교육이 독립성을 갖는다..라고 하면 의아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정치가 나라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스템에서는 다소 설득적이지 않을까...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느 당이 집권당이 되느냐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거의 대부분의 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바로 우리의 정치현실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고 당이 바뀌었으니 마땅하다는 것이 새롭게 정부의 운영을 맡은 이들의 최고 권리인 듯하다. 그러다보니, 대선을 치르고 나면 국민들은 불안하다. 선거를 하기 전에는 좋은 변화를 꿈꾸며 행복해 하던 국민들이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이나 당 때문에 불안해 하는 것이다. 이런 웃지못할 코미디같은 상황이라니....... 

하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집권당이 바뀌어도 결코 함부로 바꾸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교육! 십년지대계도 아니고 오십년지대계도 아닌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그냥 쓰였겠는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겨우 십 년도 맡지 못하는 대통령이나 집권당의 입김으로 임기기간내에도 수차례 바뀌는 현실..... 정말 암울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핀란드식의 공부방법(결코 시험이라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서 의당 깨우치고 터득해야 할 지식이고 지혜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들과 함께 우리의 암담한 교육현실도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공부를 못하는 (아니 시험을 못보는) 까닭과 극복하는 방법을 주인공 나래와 '소설'이라는 말랑말랑한 형식을 빌어 비법처럼 들려준다.

나래가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공부법이 어떻게 잘 못 되어 있고, 또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갖가지 공부방해바이러스와 두뇌의 성질(특성) 등으로 조근조근 풀어내는 이야기가 참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상당부분 '아~ 이러면 되겠구나'하는 공감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온전하게 마음이 시원하지 않은 것은 '아이들 스스로 학습법을 바꾸고, 공부에 대한 마음을 바꾸는 것!' 이라는 쉽지 않은 숙제가 여전히 아이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을 바꿀 수 없기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우리나라를 훌쩍 떠날 수도 없으니, 학생들이 교육환경에 맞춰 공부하라는  저자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학습법을 탓하며 마음을 바꾸며 도를 닦아야 할까? 

저자와 같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교육전문가들이나 교육계 지식인들이 마음과 뜻을 모아 나선다면 하루라도 마음 편할 날 없는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촛불이라도 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꿈틀댄다.  
솔직히, 교육 현실의 모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온갖 학습관련 도서(학습도움서?)만 쏟아내며 또 다른 숙제를 아이들에게 안겨주는 것이 과연 옳기만 한 것일까? 

아이들에게는 하루아침에 공부를 잘 할 수 없으니 차근차근 하나하나 산을 오르듯 정복해 나가라며, 마음을 강화하고 실천을 강화하고 집중력을 강화하고 기억력을 강화하고 득점력을 강화하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왜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려오고, 아이들의 미래가 더욱더 암울하게 느껴지는지..... 

문득, 교육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의 모순을 학부모와 아이들에게만 알려주고 있는 것인지, 왜 모순을 쉴새없이 제조해 내는 정부와 교육계에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다. 
지금 당장에 안 되더라고 하루이틀.... 그 모순을 부르짖고 깨닫게 한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들의 이론(꾸준히 하면 공부도 시험도 결국엔 정복된다는)처럼 말이다.

끝으로, 자칭 타칭 교육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넘쳐나는 공부도움서들 그만 쓰시고, 암울한 교육현실을 제대로 고쳐나갈 혜안이 담긴 교육당국을 위한 도움서나 지침서를 집필하시라 조심스레 권하고픈 마음이다. 아이들의 공부혁명보다는 정부의 교육혁명이 절실한 때이므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0-04-14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리뷰를 쓰고, 다른 분의 글이 궁금하여 들어 와 보았습니다. 짝짝짝~ 너무 훌륭한 글입니다. 대충 쓴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하네요. 책의 내용이 그대로 정리가 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