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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군데다뒤져, X를 막아라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24
허은순 지음, 박정섭 그림 / 사계절 / 2012년 5월
평점 :
전 TV프로그램에서 방영한 '바베큐 돼지의 진실'에 관한 내용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다름아닌 즐거운 야유회나 흥겨운 야시장 등에 빠질 수없는 먹거리이지 흥을 돋우는 것중 하나가 바로 통돼지 바베큐인데, 생각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고 흥겨운 광경이 떠오르게 하는 통돼지에 감춰진 진실은 역겹다 못해 구토를 일으키게 할 지경이었다.
업자들사이에서는 멀쩡한(정상적인?) 돼지는 결코 통돼지바베큐 따위(?)로 쓸 수 없음은 물론이요, 암을 비롯한 온갖 병으로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돼지들만이 바베큐용 통돼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결코 정상적으로는 거래될 수없는 돼지들을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또 야유회의 흥겨운 분위기로 인해 통돼지에 감춰진 진실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업자들의 비양심적인 행태에 분노가 느껴졌다. 그나마 돌이켜보면 그동안 통돼지 바베큐를 먹은 적이 있었던가 싶게 가물가물한 기억이 나를 위안삼게 하였다.
끔찍하다 못해 몸서리가 쳐지고 구토가 느껴지는 추악한 진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자 깜짝 놀라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요즘 먹을거리가 다 그렇지 뭐~ 하면서 하나하나 다 따지면 먹을 게 뭐있냐는 이들이 있었다. 방송을 보며 금방이라도 속이 뒤집어질 것같은 거북함과 양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업자들의 행태에 분노하던 나로서는 구태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다 그렇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지.......
아무튼, 아무리 요즘 세상이 못 믿을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먹을 것 가지고 양심을 파는 X들은 따끔하게 처벌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과 함께 불현듯 생각난 이 책!
무엇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이 그야말로 섬뜩하다.
주인공인 '나'가 아버지인 최박사네 집쥐 '오만군데다뒤져'를 대신해 내려간 만화방 지하실에는
깜깜한 방에서 거대한 야광등같이 푸른빛을 내는 돼지 '푸르딩딩형광등',
하얀 쥐의 등에 사람 귀와 코가 커다랗게 붙어 있는 '등때기에달린귀'와 '등짝에붙은코',
둘 사이에 마치 거울이 놓여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똑같이 생겨 티격태격 싸우는 원숭이 '내가넌지네가난지아무도모르지'와 '내가널까네가날까그누가알까',
자신의 딸보다 어려보이는 '내유전자돌리도'양과 엄마양보다 쭈글쭈글한 딸 '나자마자여섯살',
게다가 섬뜩하기조차 한 '등골빼묵고죽고잡소'란 이름의 소까지......이름도 생김새도 끔찍한 동물들이 비밀회의라도 하려는듯 모여있었다.
제각각 이해할 수 없는 모습과 끔찍한 이름을 갖게된 사연을 구구절절 풀어놓는 동물들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인간만을 소중하게 여기고, 동물들은 한낱 인간을 위한 실험도구로 생각하며 자신의 업적과 명성만을 좇는 최박사. 그 배후에 숨어 있는 'X'야 말로 진짜 악당으로 최박사를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 실험으로 이끈 장본인인 셈.
물론, 새로운 장기를 만들어 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온갖 실험에 희생되는 동물들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변종들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다.
종종 광고 캠페인에도 등장하지만 결코 이 세상은 우리 인류의 것만은 아니다. 인류와 더불어 다양한 동물과 생물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가끔은 인류가 세상의 주인인듯, 세상을 지배하는듯 착각하지만 인류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끊임없는 과학의 발전으로 빠르게 세상이 변하는 동안 어쩌면 인간의 생각이 더 크게 변한 건지도 모른다.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자리한 최종소비자로서 어느새 힘의 우위만을 최고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동안에는 발전만 거듭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왔다면, 이제는 양심과 윤리를 바탕으로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조금은 발전의 속도를 늦추어도 좋지 않을까......
과연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이 행복하기만 한 것일까.... 인류의 생명연장을 위해 무조건 연구하기에 앞서 이에 대해 제대로 심사숙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는 먼미래의 공상과학을 다루는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했던 상상이 어느덧 우리의 현실로 다가온 끔찍한 진실. 제대로 보고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