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적이야 그림책이 참 좋아 1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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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닮아보이는 엄마와 아들의 표지그림이 절로 미소가 번지게 한다.
'너는 기적이야'라는 제목에 어느덧 십삼 년째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어렵지 않게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흔히들 말하는 '초심'을 떠올리듯 말이다. 

성인이 되어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면 으레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자연스런 삶의 이치려니 했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이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여 열 달을 품어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은 결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경이로움이었다. 

눈 앞에 엄연한 현실이면서도 하루에도 몇번씩 신기로움을 느끼게 하던 가녀린 생명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어느 순간에서는 버거움을 느끼게도 하였다. 사소한 것 하나조차도 나를 통해 세상을 보던 아이가 자란다는 것은 어쩌면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이리라.  

어느새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가지려는 딸아이는 새삼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반면에 왠지모를 서운함도 함께 안겨주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왠지 '초심'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나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태어난 딸아이에게 나(엄마)란 존재는 세상 그 자체였던 때가 있었다. 나의 손짓, 나의 배려, 나의 관심만이 딸아이의 생명줄이었던 그 시절말이다. 아직 옹알거림은커녕 고사리같은 손마저도 온전히 자신의 것처럼 다루지 못하던 가냘픈 어린 생명을 보며 얼마나 놀라워했던지... 그때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약하디약한 아이의 눈빛을 들여다보노라면 절로 마음을 다잡게 되고,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딸아이를 지켜주리라는 다짐과 각오가 날마다 새로웠던 그시절이 결코 오래전 일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사춘기의 꽃을 피우며 투덜거리는 딸아이가 멀게만 느껴지는 요즘이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라면 누구나 겪었을 과정들..
이 세상 어느 꽃보다 눈부신 웃음을 터뜨리고,
비로소 나에게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던 그 순간,
헛발질을 하듯 불안한 걸음걸이로 내달리던 그 모습,
고열에 시달리며 밤새 가슴을 졸이게 하던 기억까지도
지나고나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추억들. 

'네가 내 아이라는 것, 그게 바로 기적이야'라는 그 말이 어느새 잊고 있었던 엄마로서의 초심을 떠올리게 한다. 
잠든 딸아이의 모습은 그 어떤 노여움도 눈녹듯 사라지게 하던 감동을 느끼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던 탓에 기적은커녕 골칫덩어리로만 여기지 않았던가. 

그러고보니 사춘기로 힘든 것은 다름아닌 딸아이 자신일텐데..하는 생각이 미친다. 요즘들어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게(날카로운 송곳처럼) 행동하며 나의 신경을 긁는 딸아이가 괘씸하기만 했는데....초심을 떠올리자니 안팎으로의 변화에 누구보다 당황스러울 딸아이가 더없이 안쓰럽기만 하다.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기적을 느끼는듯 두눈을 감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푸근하게 느껴지는 그림이 나의 기적을 새삼 상기시켜 준다.
네가 아무리 뾰족한 송곳처럼 나의 신경을 긁어대도 너는 변함없는 나의 기적이라고..... 

만족스런 표지그림과 달리 본문그림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낀다.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듯 등장하는 동물들과 배경에 비해 아이가 좀 작게 그려져, 표지그림에서 느끼는 인물의 표정을 풍부하게 느끼지 못하는 점과 (이건 정말 유치한 아쉬움일지도 모르겠지만...^^;) 앞에서의 동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처음 학교에 가던 날의 그림에 두더지와 새들이 빠져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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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9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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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이 심한 푸슈파의 아들, 데이비드 베컴 소년 하리슈가 가르쳐 준 첫 문장,
"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나는 네팔에서 왔습니다."
"나는 열세 살입니다."
를 배우며 소녀는 데이비드 베컴이 신의 이름같다고 했다. 

거울에 비친 송장같은 자신의 얼굴을 보며 소녀는 거울 속 늙은 여자에게 말을 건넸다.
"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나는 네팔에서 왔습니다. 나는 열세 살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이 끝나고 있었다.
"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나는 네팔에서 왔습니다. 나는 열네 살입니다."

그렇게 소녀는 자신의 이름과 국적(돌아갈 집이 있는 나라)과 나이를 절망적인 독백이 아니라 자유를,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 부르짖고 있었다. 그 외침 속에 소녀의 기나긴 절망의 냄새와 불안한 떨림이 함께 느껴지는 듯하다. 

그나마의 소박한 가정의 행복을 상징하는 듯한 '양철지붕'을 향한 소녀의 간절함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었다. 궁색한 살림에 보탬이 되고픈 소녀의 도시행을 딱 잘라 거절하는 아마가 그래도 믿음직스러웠다. 아마도 딸을 키우는 공감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새아버지를 향한 아마의 생각이나 초경이 시작된 라크슈미에게 운명이라며 일러주는 대목에서는 적지 않은 실망을 느꼈다. (물론, 아마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전통적인 관습을 따르는 것이겠지만) 

소녀의 꿈은 절친이었던 지타처럼 도시로 나가 부잣집 마님의 가정부가 되어, 있으나마나한 새아버지라도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아마의 고생을 덜어주고픈 것이 고작이었다.
소녀는 예사롭지 않게 자신이 기르는 오이들에게 재치있는 이름도 붙여주고, 자기가 사람인 줄 아는 아기 염소 탈리에게 공부도 가르쳐 준다. 

그래서였을까... 새아버지가 노름으로 끝없는 빚을 지고 마침내는 소녀를 도시의 가정부로 보내게 되었다는 아마의 이야기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소녀의 소박한 꿈을 이루는 따스한 이야기가 펼쳐지리라 기대했다. 간간이 눈물을 찍어내는 고생이 있겠지만 소녀가 가난한 아마와 어린 동생을 위해 '양철지붕'을 얹어주리라는.....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순진한 기대에 지나지 않았다. 바자이 시타의 가게에서 새아버지와 노란 드레스를 입은 낯선 여자와 '아이의 값'을 흥정하는 광경이 불길하게 다가왔다. 

'아직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엄청난 돈이 치러지는' 광경을 보며 이해할 수 없었지만, 소녀는 그때까지도(아니 결국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까지) 아마를 자랑스럽게 하고, 내년 축제 때는 돌아오리라는 순진한 기대를 품는다. 

낯선 여자를 따라 평소 꿈꾸던 도시로 향하던 소녀의 불안한 마음을 그나마 달래주던 '제비 꼬리 모양의 웅장한 산꼭대기'마저도 시야에서 사라지고 상상과는 전혀 다른 도시에 도착한 소녀, 라크슈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여태껏 한 번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끔찍한 악몽, 바로 그것이었다. 

열세 살 소녀, 라크슈미에게 도시는, 세상은 더이상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미래가 아니었다. 다만, 가난하고 힘없고 무지하다는(순박한 촌년) 이유로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최소한의 권리는커녕 짐승에게조차도 할 수없는 일을 버젓이 강요하는 뭄타즈가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저항을 해보지만 결국엔 뭄타즈의 간교한 계략으로 한낱 성 노예가 된 라크슈미가 마지막에 이방인의 도움의 손길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고 달려가는 라크슈미가 얼마나 다행인지..... 

철저한 이해(利害)가 세상의 이치인듯 살아가는 곳(도시?)과는 다른 세상(제비 꼬리 모양의 웅장한 산꼭대기가 있는)에서 단지 가난때문에 고통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어린 라크슈미처럼....
가난한 그들이 바란 것은 엄청난 돈도 아니고 그저 당장의 배고픔과 가난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약간의 물질이었을 것이다. 라큐슈미의 양철지붕처럼.... 

그럼에도 힘없고 순박한(무지한) 그들을 한낱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게다가 잔인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인간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치를 떨게 한다. 

단지 소박한 '양철지붕'을 위해 막연하게 도시를 꿈꾸다 짐승같은 인간들이 쳐놓은 덫에 걸려 신음하는 어린 생명들의 울부짖음이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니... 과연 그 죄값을 어떻게 치르려고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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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크 2 - 불만제로에 도전하다
메간 맥도날드 지음, 신은랑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예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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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책 가운데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일상에서 펼치는 엉뚱한 이야기도 많다. 그래서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비롯한 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을 무지무지 좋아라 한다. 

'찰리의 초콜릿 공장'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희한하고 요상하고 재미까지 느껴지는 이름들이 가득한 사탕들이 등장하는 이 책도 역시나 딸아이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고보면, 현재까지 딸아이가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고 있는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시리즈에도 이상한 이름의 과자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너나할 것없이 엉뚱하고 쌩뚱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표지에 얼핏보기엔 기운센 천하장사처럼 지구를 들어올린 듯한 그림이 책을 읽은 후에는 주인공 스팅크가 한껏 기대를 품고 산 세상에서 제일 큰 '턱뼈가 와자작 지구별 왕사탕'이란 것을 알게 된다. 더불어 입안에 들어가지도 않는 왕사탕을 핥고 핥고 또 핥았으나 아주 작은 콩알 크기로 줄어들어 결국에는 오도독!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때까지도 턱뼈가 부서지기는커녕 입도 찢어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스팅크. 

언제나 그렇듯 개구쟁이 주인공 스팅크 역시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불만 제로'도전에 나선다. 그것은 다름아닌 편지쓰기! 한마디로 턱뼈가 부서질거라는 광고는 과장 광고, 허위 광고가 아니냐는 불만을 담은 진지한 사용후기를 사탕회사에 보낸 것~ 오호.. 이렇게 기특할수가... 

사탕회사에서는 자사의 사탕을 구매하고 또 꼼꼼한 사용후기와 더불어 불만까지 담아 보낸 어린 소비자(고객?) 스팅크에게 온갖 사탕으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한다. 여기에서 나도 한 번 이런 편지를 써서 저런 선물을 받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사탕회사로부터의 기대하지 않았던 사탕선물을 받은 스팅크가 이번에는 또다른 사탕 회사와 장난감 회사에도 편지를 쓴다. 저런저런....
이번에도 '설마...'하던 예상은 적중하여 미니로봇이 가득한 상자와 사탕이 가득한 선물을 받게 된 것. 그 옆에서 누나 주디는 울상이다. 오래 전에 자신이 인형회사에 보낸 편지에는 달랑 엽서 한 장이 돌아왔다며. 

학교에서 배운 편지쓰기를 반복해서 연습한 것이 이렇게 놀라운 결과(공짜 물건이 엄청나게 생기는)가 되었다며 좋아하는 스팅크는 그러나 엄마 아빠로부터 편지쓰기 금지!를 당한다.  

엉뚱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현실이 되었으면...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된 스팅크를 통해 약간의 의도적인 냄새(수업시간에 배운 편지쓰기를 반복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가 나기도 하지만 건강한 개구쟁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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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꿈꾸는 곳 유엔으로 가자 - 국제기구 편 열두 살 직업체험 시리즈
유엔과 국제활동 정보센터 지음, 김효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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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United Nations, 국제연합)은 '전쟁을 방지하여 평화를 유지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증진'을 위하여 1945년 10월 24일에 설립 된 국제기구로 벌써 65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기구와 보조기구를 두고 각 분야에 걸쳐 세계의 발전을 위해 국가간의 협력을 꾀하고 있는 유엔은 세계국가들의 정부인 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2007년 1월에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반기문 총장은 세계의 지도자라 하겠다.  

그래서인지 반기문 총장이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된 이후 유엔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보다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자 하는 바람에서라도 유엔과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해 알려주고자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 역시도 초등생 딸아이를 둔 엄마로서 반기문 총장에 관한 책이나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를 다룬 책을 진작부터 딸아이에게 내밀고 있는 터라 더욱 반가운 책이다.

주로 교훈적인 이야기나 딱딱한 정보만을 가득담아 내고 있는 책들과 달리 평범한 주인공 대로에게 우연히 주어진 유엔 체험단의 기회를 통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대해 엿볼 수 있어 부담이 적다고나 할까...... 

아무튼, 평소 공부와는 그리 친하지(?) 않은 나대로(이름부터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가 심오한 뜻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삼촌이 준 유엔 체험단 지원서를 별기대없이 작성하고 제출한 것이 뽑혔다는 설정부터가 독자인 아이들에게는 '오호~ 그래?'하는 여유를 갖게 하는 설정이다. 

언제나 그렇듯 엉뚱한 주인공 곁에는 온갖 지식과 정보를 두루 갖춘 조연(빛나는 조연임에 틀림없다)이 한두 명쯤 등장하게 마련인데, 역시나 얼빵(?)한 나대로와 함께 유엔을 체험하게 될 유미와 연구 그리고 이들의 체험을 도와줄 하니 누나가 등장한다. 주인공 대로는 이들과 함께 유엔 본부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유넵)이 있는 아프리카,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네스코)가 있는 파리를 거쳐 유엔 체험단이 모이는 예멘에서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유니세프)의 정신을 생생하게 체험하며, 자신의 꿈에 한발짝 다가서게 된다. 

'항상 제멋대로였던 나, 나대로를 꿈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 준 유엔 체험이 고맙고 또 고맙다. 나는 계속 행복하고 멋진 꿈을 꿀 것이다. 그 꿈을 이룰 때까지 말이다.'(본문 151쪽)
유엔 체험 이후 나대로의 결심으로 끝을 맺고 있는 결말에 이 책을 읽는 딸아이도 간접적으로나마 대로와 비슷한 느낌과 결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게 한다. 

무엇보다,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 총장을 비롯하여 유엔의 산하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4명의 인터뷰를 담은 <다짜고짜 인터뷰>는 유엔에 대한 관심은 물론 세계인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한 번쯤 고민하게 하지 않을까.. 

세계인으로서 가슴이 벅차오르게 하는 나대로의 유엔 체험은 과거 어느 경제인이 했던 말처럼 '세상은 넓고 할 일을 많다'는 의미도 더불어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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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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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역사와 관련하여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계신 이규희 작가의 글이어서 참 반가웠다. 몇 해전 모출판사에서 있었던 작가와의 만남에서 뵌 이규희 작가는 고운 미소와 활달한 모습으로 우리 역사에 특별한 관심(애정?)을 가진 듯했었다. 이미 여러 편의 역사관련 동화를 쓰신 터라 작품을 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몇 가지도 들려주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단종의 이야기를 담은 <어린 임금의 눈물>이나 종군위안부를 소재로 한 <두 할머니의 비밀>과 같은 작품은 여러 차례 영월과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을 수차례 방문하고 또 답사하면서 쓰느라 여러모로 힘도 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역시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올해는 일제의 침략으로 국권을 빼앗긴지 꼭 100년이 되는 해여서 일제로 인해 우리 민족이 당한 고통은 해방을 맞이한 1945년까지의 35년 동안뿐만 아니라 그 이후 우리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와 정치, 사상 등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폐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든 일제의 통치에서 벗어나 독립 국가를 이루긴 했지만 자주적이고 능동적인 근대화의 기회를 영원히 상실한 우리에겐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피해를 당한 셈이다.
명확한 증거로, 이후 정치적, 이념적 갈등으로 민족이 갈라서는 전쟁의 아픔이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더욱더 큰 민족의 아픔은 일제의 통치기간 동안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이 당해야 했던 온갖 시련이 아니었을까...... 말과 글은 물론 이름마저도 빼앗기고 자유는커녕 온갖 차별과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도 또 해서도 안되는 일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일본.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침탈의 야욕에 강제 동원되어 전쟁터로 나가야 했던 힘없는 우리 민족. 그 속에는 채 피어나지도 못한 꽃봉오리같은 어린 소녀들이 목적지도 모른 채 끌려가야 했었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주인공 은비를 통해, 충남 서천군 판교면 만덕리 선풍 58번지가 고향이라는 황금주 할머니의 이야기는 바로 치욕과 아픔이 점철된 우리의 역사였다. 나라를 잃고 막무가내로 당해야 했던 치욕스러운 상처는 나라를 되찾은 이후에도 치유받지 못한 채 고스란히 개개인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이야기 속의 황금주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할머니들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도 대다수의 위안부들이 부모형제를 찾아가지도 못한 채 그리운 고향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다는 뉴스가 간간이 들려오기도 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일본에 항의하는 집회도 열린다고......
그러나, 정작 일본이나 우리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모양새가 아니다. 그저 한 번씩 관심을 보이는 정도라고나 할까.... 

'일제에 강제 징용되어 일본군의 성욕 해결의 대상이 된 한국, 대만 및 일본 여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정의된 (일본군)위안부는 어쩌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여 적극적으로 치유(보상, 사과)받아야 할 역사가 아니까 싶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위안부였던 소녀들이 호호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으니 말이다. 

작은 아파트 베란다 한 켠에서 자식들을 돌보듯 꽃을 키우며, 꽃을 보면 자신이 다시 꽃다운 처녀가 된 것 같다던 황금주 할머니가 같은 처지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그 충격탓인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엔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아, 그렇게 허망하게 가시면 안되는데, 이대로는 안되는데....'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일본은 아직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합당한 보상은커녕 제대로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는 개인의 억울한 이야기가 아니라 힘없던 나라로 인해 어쩔 수없이 당해야 했던 가슴아픈 우리 역사의 상처라는 생각에 이제는 온국민이 함께 치유에 나서야 함을 생각해 본다. 

한 가지, 어린 독자들에게 당시 위안부 소녀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이해시키기 위해 은비에게 닥친 일(검은 그림자 사건, 31쪽)을 그리고 있지만, 그다지 설득적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할까... 요즘 한창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어린이성폭력(성추행)이 그 자체로 너무 큰 문제여서 일까?
아무튼, 은비가 겪은 성추행(?)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것과는 간극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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