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내 동생 우리또래 창작동화 61
강민숙 지음, 박지영 그림 / 삼성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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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번씩 딸아이와 충돌하는 요즘이다. 한창 사춘기로 접어든 딸아이는 그 시기의 증후인듯 같은 이야기를 몇번씩이나 해야 겨우 반응하고는 하니 엄마인 내 속은 애가 타다못해 폭발직전까지 가고는 한다. 

그래도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라는 생각에 도를 닦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잡고는 한다. 정말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면 소용없는 잔소리도 할 이유없고, 속을 애태울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저 안 보면 될테니 말이다. 

무시로 마음 속에 꿈틀대는 '가 낳은 식이기에, 혹은 내가 낳지 않았다면..' 하는 나의 전제(前提)를 무색하게 만드는 은총이와 은별이 그리고 은서의 이야기다.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난 후 하나도 둘도 아닌 셋이나 되는 아이들을 입양했다는 작가의 동생(그러니까 이야기 속의 은총이, 은별이, 은서의 엄마)이 얼마나 대단한지..게다가 둘째 별이는 뇌성마비 장애아라니.. 내게는 결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저자의 막내 동생의 입양아들, 은총이, 은별이, 은서의 이야기여서인지 일상 속에서 부딪치고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은별이로 인해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제일 큰 언니이기도 한 은총이가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그다지 꺼려하지 않고, 자신보다 늦게 입양되었지만 뇌성마비를 앓아 애초에 꿈꾸던 평범한 동생이 아님에 힘겨워 하면서도 적응해 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정상적인 아이를 입양해서 키운다는 것도 상상조차 못하는 나로서는 큰딸 은총이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은별이를 키우면서도 빈번한 경기로 입양가정에서 포기한 은서까지 입양하려는 아빠와 엄마가 분명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듯 생각되었다. 

목사라는 비교적 특별한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입양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쉬운 일이겠는가....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특별한 마음이 있으니 가능하기 않을까...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큰 사랑을 품은 마음말이다. 

사실 주변에 보면 입양을 해서 자식처럼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게 되고, 또 입양되기 전의 아이들을 일정 기간동안 돌봐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하게 된다. 내가 낳은 자식 하나조차도 버거운 나로서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결코 할 수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아이가 어릴때야 먹여주고 보호해주면 된다고는 하지만 점점 커가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도무지 상상조차도 어려운 나로서는 '입양'은 그야말로 단순한 마음으로서는 꿈도 못꿀 일이다. 특별한 각오도 각오겠지만 특별한 사랑을 품은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은총이, 은별이, 은서.. 세 자매를 사랑으로 우는 엄마와 아빠에게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보내고픈 이야기이다. 피로 맺어진 가족보다 더 진한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들의 이야기에 새삼 우리 가족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 가족도 좀더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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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첩보원 칸델라 - 비밀의 아이스바 레시피를 찾아라 슈퍼 첩보원 칸델라 1
모니카 로드리게스 지음, 모니카 카레테로 그림, 유혜경 옮김 / 아롬주니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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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짱다리에 젓가락처럼 비쩍 마른 몸매에 매사에 서투르기 짝이 없는데도 슈퍼 첩보원이라니... 살짝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가 돋는 슈퍼 첩보원 칸델라의 미션 수행기~ 

알 수 없는 천방지축 슈퍼 첩보원이어서인지 칸델라에게 주어지는 미션도 신선(?)하다. 그냥 위에서 내려온다니....그것도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로. 왠지 슈퍼 첩보원이라기보다는 엉터리 첩보원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지경이다. 
아무튼, 미심쩍은 슈퍼 첩보원 말라깽이 칸델라에서 떨어진 첫 번째 미션은 다름아닌 눈의 나라에서 사는 설인 예티가 굴에 숨겨 놓은 아이스바 레시피를 구해오는 것!

슈퍼 첩보원답게 주어진 미션을 향해 중무장을 한 채 눈의 나라로 향하는 칸델라~ 그 뒤를 음흉스럽게 따르는 심술보 말라트라파. 말라트라파가 칸델라의 미션 수행을 방해하게 된 이유는 아주 사소한 일때문인데 다름아닌 오래 전 간델라가 던지 미션 수행 쪽지가 그의 목덜미에 떨어져 심기를 건드린 것때문! 

심술보 말라트라파의 끈질긴 방해에도 불구하고 칸델라의 미션 수행은 착착 진행되는데... 그 중간중간 '스파이 신분증' 만들기, '변장을 위한 아이디어', 스파이나 기자들이 챙겨야할 필수품들도 알아보고, 아이스바를 만드는 방법도 배워보는 코너가 있어 단순한 스파이 동화책이 아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이름이 모니카로 같아 읽기 전부터 왠지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슈퍼 첩보원 칸델라의 이야기와 그림(삽화)가 잘 어우러진 이야기가 재미를 더해준다.
못말리는 칸델라의 미션 수행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상상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싸구려 풍선 열한 개를 매단 자전거 기구를 타고  눈의 나라를 향해 산을 넘어가는 칸델라의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니 말이다. 

말라트라파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미션을 성공하는 칸델라는 진짜 슈퍼 첩보원~ 

다음주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딸아이는 시험이 끝나면 칸델라가 알려준 레몬맛 아이스바를 만들어 먹겠다고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음.. 달콤한 레몬맛 아이스바를 맛보기 위해서는 아마도 기말고사 점수가 잘 나와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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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건강할 권리가 있다! - 약사 이모가 들려주는 몸.병.약에 관한 이야기
김선 지음, 김소희 그림, 우석균 감수 / 낮은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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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건강이란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을 말해. 신체적으로 질병이나 이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으로도 완전한 생할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거야. (본문 83쪽) 

우리가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고 할 때는 내 몸을 잘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포함한 자연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해. 특히 자연의 법칙을 인간 마음대로 바꾸고 파괴하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에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어. (본문 88쪽) 

'우리는 모두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책의 제목이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당연 그러함에도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우리를 일깨우는 듯....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건강'이란 이 책의 약사 이모가 여러 차례 상기시켜주듯 신체적으로 아프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면 대개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몸과 병, 약을 주제로 철수의 약사 이모는 진정한 건강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자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무조건 약국이나 병원부터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디 한 군데 깊은 상처가 나지 않는 한 무지할 정도로 참는 사람도 적지 않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도 있지만 과연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 적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깨닫게 된다. 

우리의 건강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병과 약에 관한 이모가 알려주는 정보들은 꼭 알아야 할 상식이다. 요즘처럼 흔히 걸리는 감기는 독감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병으로 그 증상도 감기가 콧물, 코막힘, 재채기같은 증상이라면 두통, 오한, 근육통같은 증상은 독감이기 쉽다는 것이다.  

또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과민한 증상이 있는 병의 경우 공통적으로 쓰이는 스테로이드제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닐뿐더러 부작용이 커 사용에 주의가 요구되는 약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와닿는 것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많아진다는 것으로 심지어는 약을 만드는 제약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 병이 아닌 증상도 마치 병인 것처럼 인식시키고, 또 몇몇 치료제의 경우는 막대한 비용때문에 환자들에게 새로운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것보다 존중되어야 할 인간의 목숨인데도 이익추구를 위해서는 일개 물건과 다름없이 취급되어진다는 것이 잔혹한 현실이기도 하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의 질병을 위한 약품을 만들기보다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약을 우선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이모의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진정한 건강은 나 혼자만의 신체적인 건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들, 환경적, 사회적, 국가적,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하고 건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이 책은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마땅히 알아야 할 상식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건강을 둘러싼 현실을 새롭게 깨우쳐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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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한글 수호대 초록잎 시리즈 1
양호문 지음, 서선미 그림 / 해와나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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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휴일, 아침부터 켜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서는 한글관련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다름아닌 한글이 전 세계 네티즌 사용 언어가운데 10위를 차지한 것. 1위 영어와 2위 중국어와 포르투갈어, 독일어, 아랍어, 프랑스어 등에 이어 10번 째로 세계 네티즌이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한글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한글의 위상이 하루하루 높아지는 것같아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러나, 며칠 전 읽은 이 책 <가나다라 한글 수호대>는 그런 뿌듯한 소식이 무색케 한다.  

한글이 그 어떤 문자보다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라며 대외적(국제적)으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는 그렇게 위대하다는 한글을 어떻게 대접(취급?)하고 있는지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가나다라 한글 수호대>. 

이야기 속에서 한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 아닌 촌스럽다고 뒷골목에 팽개쳐진 우리말 간판의 글자들이다. 외국어(영어)가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어 미치는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막강해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영어학원은 필수가 된지 오래고 유치원생들의 영어유치원이며 심지어 뱃속의 태아까지도 영어동요를 들으며 태교를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화, 국제화를 위한 기본 요건으로 영어의 위상을 간과할 수없지만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보자면 가히 가관이 아니라 할 수없다. 물론, 대학입학시험에서 영어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지만 영어를 못하면 대학에도 가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 되고있는 현실이 사실이다.
어쩌다가 영어가 이토록 우리의 삶을 온통 흔들어 놓고 있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언어란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데 쓰이는 음성 혹은 문자와 같은 수단'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우리에게 영어란 순수한 언어로서의 기능보다는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때문이 아닐까?
한마디로, 실제로 말하고 쓰는 언어로서보다는 학교시험, 대입시험, 입사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위한 시험과목으로서의 영어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순수한 우리말, 우리글보다 더 일상적으로 생활 곳곳에서 영어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어린 아이들조차도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무분별한 영어 사용으로 자칫 우리의 글, 한글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도 모르고 쏼라~쏼라~ 영어만 지껄여대는 현실이 우리의 정신(넋)까지도 위협하는 것같아 마음이 절로 초조해진다. 

다행히 한글을 구하기 위해 앞장선 '아씨'자매와 '달래강'형제들이 정말 이땅 어딘가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었다. 더불어, 책 속 내용처럼 무분별한 영어를 사용하면 멈추지 않는 딸꾹질에 걸리는 벌(?)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말을 가장 잘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한 한글은 우리나라의 보물이자 세계의 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이제 우리만의 언어가 아니다. 세계인들과 함께 잘 보전해야할 소중한 언어인 것이다. 이제 한글을 제대로 잘 사용하여 지키는 것은 우리의 기본적이고도 막대한 임무이다.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로 백성을 가르치는 글, 훈민정음을 만들어 주신 세종대왕을 기리는 것은 광화문 한복판에 큼지막한 동상으로 세워놓는 것 따위가 아니라 그분의 깊은 뜻(위대한 정신)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백성의 눈을 뜨게 하여 오늘날 그 어떤 민족보다도 자랑스런 글자를 가진 민족으로 우뚝 서게 한 세종대왕과 한글.
그러한 한글을 지켜내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임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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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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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기다리던 책을 정작 딸아이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어제 오후에 근처 시댁에 다녀오느라 늦게 왔더니 학교에서 돌아와있던 딸아이가 택배를 받고 열어보았나보다. 얼른 읽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딸아이의 손에 들어간 책이라 다 읽기 전에는 넘겨주지 않을 것같아 딸아이가 빨리 읽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드디어 딸아이가 방에서 나오는 걸보니 벌써 다 읽었나보다 생각하는데 대뜸 질문을 던진다. "엄마, 엄마가 아주 부잣집 딸이라면 어떨 것같아?" "글쎄, 좋을 것 같은데...." 나의 대답이 신통치 않았는지 딸아이는 별반응이 없었다.
순간 '소희의 방'의 내용때문일 것이란 생각에 "가끔 책을 읽다보면 나도 주인공처럼 되고픈 때가 있던데..."라고 말끝을 흐리니 딸아이가 "엄마도 그래?"하며 깜짝 놀란 표정인지 반가운 표정인지를 짓는다. 음.. 뭔가 있구나.. 

딸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소희의 방'이 더욱 궁금해졌다. 밤11시가 훌쩍 넘어 책을 들고 앉았다. 다음 날이 토요휴업일이라 딸아이도 등교하지 않으니 마음엔 여유가 넘쳤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에서 달밭을 떠나던 소희의 마지막 모습 이후 과연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소희가 등장할지 마음이 두근거렸다. 

어느새 1년 반이 훌쩍 지나 열다섯 살 중학생이 되어 나타난 소희는 흘러간 시간만큼 새로운 삶을 마주하고 있었다. 달밭에서 아빠이자 엄마였던 할머니와 함께 살며 꿋꿋하고 씩씩한 모습이었던 소희는 갑작스레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생활에 긴장이 된 탓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전무한 소희. 단지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가 그동안 만들고 가꾸어 온 가정 속으로 낯설게 들어가는 소희의 모습만큼이나 뒤늦게라도 자신의 딸을 찾으려는 엄마의 모습이 서먹서먹했다. 어쩔 수 없는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지 못하는 탓일지도...... 

엄마와 새아빠, 그리고 엄마의 두 아들 우혁과 우진. 그 속에서 자신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만드는 것은 온전히 소희의 몫이 아님에도 소희는 갑작스레 닥친 환경의 변화때문인지 아니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 속에 무조건적으로 그들과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바람(갈망)때문인지 잔뜩 긴장하고 주눅든 모습이다. 하긴 누구라도 그 상황이면 그렇지 않을까.... 비록 자신을 낳은 엄마가 함께 살자고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지겠지만, 그 옆에 이미 엄마의 또다른 가족들이 버젓이 있으니 말이다.  

열다섯이란 나이만으로도 사춘기입네 청소년기네 하며 자신의 내면 속 문제로도 벅찰 나이의 소희. 여태껏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여유보다는 현재를 꿋꿋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활자체로도 버거웠을 소희.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 소희는 그런 일로 가벼운 투정조차 하지 않는다. 달밭에서의 그 소희처럼. 다만  뒤늦게 만난 엄마와 새로운 가족과의 생활에 당황하고 긴장한 모습일 뿐. 

이제는 정말 엄마와 한집에서 살게 되고 더불어 여태껏 누려보지 못했던 행복을 한꺼번에 보상이라도 받듯 부자인 새아빠와 두 동생들까지 나타난 소희가 마치 신데렐라가 된 듯하다. 더구나, 새로 전학한 학교에서는 소희의 과거는 전혀 모른 채 그냥 부잣집 딸로만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멋진 남자 친구와 마음 잘 통하는 절친까지 있는 소희의 새로운 모습에 딸아이도 살짝 부럽지 않았을까.... 

언제나 그렇듯 한 고비를 넘겨 서로가 어쨌든 가족임을 확인하게 된 엄마와 소희. 그리고 새아빠와 엄마의 두 아들 우혁과 우진, 그리고 또 하나의 소희인듯 나타난 새아빠의 딸 리나.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가족 구성원이 참으로 공평하다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같은 입장인 엄마와 새아빠처럼 같은 입장인 소희와 리나, 그리고 그들 사이에 균형을 잡아주는듯 우혁과 우진이 있다.  

문득 새로운 가족이 되는 데는 어느 누구 할 것없이 모두에게 버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소희에게만 닥친 변화가 아니라 엄마, 새아빠, 우혁과 우진, 저멀리 미국에 있다는 리나에게도 어쩌면 똑같은 세기로 불어대는 바람처럼. 

어느덧 한창 이성에 두근거릴 열다섯 살의 나이로 나타난 소희는 새로운 가족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슴 설레게 하는 그 또래들의 이야기까지도 함께 들려주며, 마음 속에 진주를 키우고 싶어했던 달밭에서의 바람처럼 상처를 이겨내고 마침내 진주를 키워냈다. 
그러고보니 소희는 진짜 하늘말나리인가보다. '자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알차게 자기 자신을 꾸려 나'간다는 바우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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