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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한글 수호대 ㅣ 초록잎 시리즈 1
양호문 지음, 서선미 그림 / 해와나무 / 2010년 10월
평점 :
모처럼의 휴일, 아침부터 켜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서는 한글관련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다름아닌 한글이 전 세계 네티즌 사용 언어가운데 10위를 차지한 것. 1위 영어와 2위 중국어와 포르투갈어, 독일어, 아랍어, 프랑스어 등에 이어 10번 째로 세계 네티즌이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한글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한글의 위상이 하루하루 높아지는 것같아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러나, 며칠 전 읽은 이 책 <가나다라 한글 수호대>는 그런 뿌듯한 소식이 무색케 한다.
한글이 그 어떤 문자보다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라며 대외적(국제적)으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는 그렇게 위대하다는 한글을 어떻게 대접(취급?)하고 있는지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가나다라 한글 수호대>.
이야기 속에서 한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 아닌 촌스럽다고 뒷골목에 팽개쳐진 우리말 간판의 글자들이다. 외국어(영어)가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어 미치는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막강해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영어학원은 필수가 된지 오래고 유치원생들의 영어유치원이며 심지어 뱃속의 태아까지도 영어동요를 들으며 태교를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화, 국제화를 위한 기본 요건으로 영어의 위상을 간과할 수없지만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보자면 가히 가관이 아니라 할 수없다. 물론, 대학입학시험에서 영어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지만 영어를 못하면 대학에도 가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 되고있는 현실이 사실이다.
어쩌다가 영어가 이토록 우리의 삶을 온통 흔들어 놓고 있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언어란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데 쓰이는 음성 혹은 문자와 같은 수단'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우리에게 영어란 순수한 언어로서의 기능보다는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때문이 아닐까?
한마디로, 실제로 말하고 쓰는 언어로서보다는 학교시험, 대입시험, 입사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위한 시험과목으로서의 영어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순수한 우리말, 우리글보다 더 일상적으로 생활 곳곳에서 영어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어린 아이들조차도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무분별한 영어 사용으로 자칫 우리의 글, 한글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도 모르고 쏼라~쏼라~ 영어만 지껄여대는 현실이 우리의 정신(넋)까지도 위협하는 것같아 마음이 절로 초조해진다.
다행히 한글을 구하기 위해 앞장선 '아씨'자매와 '달래강'형제들이 정말 이땅 어딘가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었다. 더불어, 책 속 내용처럼 무분별한 영어를 사용하면 멈추지 않는 딸꾹질에 걸리는 벌(?)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말을 가장 잘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한 한글은 우리나라의 보물이자 세계의 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이제 우리만의 언어가 아니다. 세계인들과 함께 잘 보전해야할 소중한 언어인 것이다. 이제 한글을 제대로 잘 사용하여 지키는 것은 우리의 기본적이고도 막대한 임무이다.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로 백성을 가르치는 글, 훈민정음을 만들어 주신 세종대왕을 기리는 것은 광화문 한복판에 큼지막한 동상으로 세워놓는 것 따위가 아니라 그분의 깊은 뜻(위대한 정신)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백성의 눈을 뜨게 하여 오늘날 그 어떤 민족보다도 자랑스런 글자를 가진 민족으로 우뚝 서게 한 세종대왕과 한글.
그러한 한글을 지켜내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임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