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조 누르하치 비사
후장칭 지음, 이정문 옮김 / 글로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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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는 우리의 조선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존재했던 군주국가였다. 비록 외세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결국 망국의 길을 걷긴했지만 건국이후 중원으로 진출하며 많은 부분에서 동양문화권을 대표하는 국가로 그 입지를 다져왔다. 사실 청은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치욕적이고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아픔을 우리에게 안겨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의 선진문화를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창구역할을 해내기도 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한 청의 태동을 알리며 일개 이민족이었던 그들을 통합하여 명에 맞설수 있는 강력한 국가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창업자 누르하치였다.  

 

청은 중국역사에서 원, 금과 함께 이민족이 중원으로 진출한 몇안되는 나라이다. 역사가 그리 길진 않지만 소수의 여진족이 많은 한족들을 지배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이 책<청태조 누르하치 비사>는 중국의 소설가 후장칭이 그러한 위업을 달성한 청을 창업했던 청태조 누르하치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누르하치는 중국의 변방에 흩어져있는 많은 여진부락중의 하나인 건주여진 추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대부분의 여진족이 그랬던 것처럼 일가를 세운 그의 할아버지 각창안과 아버지 탑극세도 명에 충성을 다하며 복종했지만 일순간 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때부터 누르하치는 명에 깊은 원한을 가지게 된다. 그때문에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죽인 명의 장군 이성량을 암살하려고도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곧바로 누르하치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판단한다. 그것은 일단 명에 충성스런 신하가 되는 것이었고 그것은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아 힘을 기르는 것이었다. 누르하치는 황제에게 바칠 공물을 가지고 황제를 알현하지만 그가 만난 명의 황제는 영명한 군주가 아니라 단지 어린 소년으로 보일뿐이었고 누르하치는 어쩐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고향 협도아락으로 돌아온 누르하치는 본격적으로 힘을 기르기 시작한다. 당시 여진족은 여타 다른 종족들에게도 능욕을 받을 만큼 자체적으로도 안정이 되어있질 못했다. 그는 노비와도 같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우선 흩어져 있는 여진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야심을 숨긴 채 조용히 실력을 키워가기 위해 명의 황실에 계속해서 공물을 보냄으로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누르하치는 조용히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작품속 대부분의 내용이 누르하치가 여진을 통일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누구와도 나눌수 없는 것이 권력이라 했던 것처럼 누르하치의 건주여진 자체에서도 누르하치의 권력에 도전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당숙은 물론 친동생까지도 처형한다. 그것은 자신의 자식들에게도 예외가 될수 없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보좌했던 장남 저영이나 차남 대선 모두 일순간의 잘못을 누르하치는 그대로 묵과하지 않고 끝내 처형한다. 어찌보면 비정한 아비일수도 있겠지만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을 버릴줄 아는 그의 결단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버지가 물려준 열 세벌의 갑옷으로 시작해 여진의 대부분을 통일하며 그전까지 패륵이라 불리우던 누르하치는 마침내 58세가 되어서야 마침내 후금의 칸인 황제로 등극한다. 등극 이후에도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명으로 진격한다. 일평생을 전장에서 싸웠고, 단한번도 패하지 않은 그였지만 영원성 전투에서 패해 부상을 입은 채로 후퇴하고 그곳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비록 그 자신은 중원 진출의 꿈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그가 확립한 단단한 기반이 후대에 이루어진 중원 진출의 기초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수 많은 여인네의 치마폭에서 안주할 수도 있었고, 그때까지 이루어낸 자신의 과업에 만족할 수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그는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렸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비록 비정한 애비가 되기도 하고, 일체의 용서가 없는 냉혹한 사람으로 비춰질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난관을 이겨내는 누르하치의 생애는 진정 비범한 영웅의 생애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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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 - 비즈니스 창의성을 깨우는 부와 성공의 수수께끼
앤드류 라제기 지음, 신정길.이선혜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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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기업은 기업대로, 직장인들 역시도 그들 나름대로의 고통스러운 나날을 어어가고 있다. 오직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지금의 세상이기에 개개인이 살아남을 방법은 결국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밖엔 없다. 그리고 그 능력이란 궁극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의 양산이며 또한 창의성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개개인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개인과 기업이 그렇게 절실히 원하는 것이 창의력임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늘 그 창의성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디어라는 것이 어느때 갑자기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지만 정작 필요할때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봐도 머리속이 텅빈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많은 기업을 상대로 창의성과 혁신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는 앤드류 라제기는 이 책 <The Riddle - 리들>을 통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든지 선택과 조절이 가능한 일이며 그를 통해 개개인은 얼마든지 경쟁력을 키울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흔히 창의적 사고를 하려면 사회의 통념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정적이고 판에 박힌 생각들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는 우리들의 근거없는 통념이 창의성이 갖고 있는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결국 저자 라제기는 수수께끼라는 뜻을 가진 리들이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창의력에 숨겨진 근본적인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고안적 창의성은 '개를 헤엄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창의성은 피카소 같은 예술가의 '예술적 창의성'도, 퀴리부인과 같은 과학자가 가진 '과학적 창의성'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고안적 창의성'이다. 예를 들어 개가 만일 물에 빠진다면 그 개는 짖는 것 보다는 헤엄쳐 우선 물에서 빠져 나오려 발버둥 친다. 그것은 문제가 직면했을때 그 해결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저자는 물에 빠진 개의 예를 들어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문제를 찾아내 그 성격을 철저히 밝히는 것이며 그것은 또한 표면적으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정보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아나가는 것부터 시작됨을 이야기한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자동차를 생산하려는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과장에서 그 해답을 찾아낸 헨리 포드의 사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반드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것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할 필요는 없다."
번득이는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다. 우리는 그것이 절대 예측불가하다 생각하지만 그것은 단지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순간 우리의 두뇌속에서 일어났고 우리는 그 순간을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2장과 3장에서 제시된 다양한 실험은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의 뇌와 수면이 창의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것을 통해 저자는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의 기원을 찾으려면 그 순간의 사건과 경험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그러한 창의적 통찰력의 순간 일어났던 사건과 경험을 통해 그것이 왜 생겨나고 어떻게 생겨나는지 알 수 있다면 인위적으로 그러한 순간이 생겨나도록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 한다. 위대한 아이디어의 도출에는 물론 여러가지 많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저자는 그것을 호기심, 제약, 관습, 연관성, 코드 라는 다섯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어쩌면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 바로 그 다섯가지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수수께끼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머리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창의적인 통찰력이 그저 아무렇게나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저자가 말하는 위대한 혁신가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제약을 확인하고, 인습에서 벗어난 연관성을 찾아내고, 지배적인 관습에서 벗어난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고, 주어진 영역에서 수년간 성공과 실패를 겪으면서 일한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창의성 코드를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 창조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나긴 여행을 통해 우리에게 자신에게 맞는 창의적 코드를 개발해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를 위해 필요없는 것을 버릴줄도 아는 마음가짐과 함께 호기심, 제약, 관습, 연관성, 코드라는 다섯가지 요소를 통해 우리 스스로 창의성을 조절할 수 있는 관리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독창적인 무언가를 창조하려 하기보다는 우리앞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게 남는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자기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국 그것이 그동안 늘 상자속으로 기어들어갔던 우리를 상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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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한국사 - 동아시아의 참역사를 바로 잡아주는
박선식 지음 / 베이직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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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TV 역사드라마의 패턴이 임금을 중심으로한 여인네들의 궁중암투에서 탈피하여 고구려나 발해등 동북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강력한 세력으로 존재했던 국가들의 이야기로 확대대고 있다. 물론 고구려나 발해 마저도 자신들의 지방 정권중의 하나였다며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대륙을 지배했던 호방한 우리역사의 새로운 재발견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역사가 단순히 먼저 살아갔던 선인들의 삶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이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또한 그 역사가 주는 교훈은 현재와 미래를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발전적인 제안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위풍당당 한국사>는 그 제목처럼 위풍당당하고 호방했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책이다. 우리 민족의 대외출병이라는 동일한 주제하에 상고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과 이민족과의 투쟁의 역사를 한권에 담아내고 있다. 하나의 정치체제가 타국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정을 떠나는 것은 자국에게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조가 바뀌면서도 그러한 시도가 계속된 데에는 '고토회복'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책은 <환단고기>에 등장하는 치우의 이야기로 그 오랜 역사의 시작을 알린다. 물론 <환단고기>가 지금까지도 위서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우리민족의 공식적인 역사로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그 참과 거짓보다는 중원으로 진출하려 했던 그 개척 의지가 보다 중요한 논점이 아닐까라 이야기 한다. 검증된 사료의 부족으로 인해 고조선 역시도 그 강역을 제대로 증명할 수는 없다. 고조선이 광대한 영토를 가진 동북아의 강자였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통해 보여지는 고조선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결국 그러한 논점들이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방향을 함축적으로 의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땅따먹기식으로 어디만큼 나갔고 어떠한 상황속에서 전개되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했으며 그러한 역사안에 담겨있는 시대적 의미가 무엇인지 먼저 인식하는 것이 올바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라 저자는 주장하고 있는듯 하다. 

 

삼국시대는 어쩌면 우리민족의 역사중 가장 활발했던 대외활동이 전개되었던 시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구려의 건국이념이기도 한 '다물'은 그들의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한 이념은 고구려가 활발한 해외원정을 통해 광대한 영토를 지닌 국가로 성장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고구려가 독자적인 천하관과 문명 그리고 그에 따른 경제력과 함께 국제적인 힘과 지도력을 지닌 대제국으로 성장하여 수, 당과 같은 중국의 통일왕조와 맞서게 되는 강력한 기반이 되어 주기도 했다. 책은 가장 치열하게 국가의 명운을 걸고 싸웠던 수와의 격돌이 흥미진진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이 단순한 국가간의 충돌이 아닌 동북아의 패권을 다툰 역사적 의미가 지니고 있음을 우리에게 인식시켜 준다. 책은 고구려 뿐만 아니라 강력한 해군력을 통해 해외로 진출했던 백제의 대외활동과 적극적인 신라의 대외활동에 대해 전하기도 한다. 거듭되는 왜구의 노략질로 인해 본토정벌을 계획했으나 여러가지 여건으로 실현되지 못한 신라 유례왕 때의 일화와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신라의 일본 명석포 정벌작전을 다루며 단호했던 당시 우리민족의 국방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적어도 삼국시대와 발해 그리고 이어진 고려까지 우리민족의 대외적 군사활동은 적극적인 양상으로 전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몽고 간섭기 여원연합군의 일본공략은 막대한 국고낭비와 함께 민생을 도탄으로 내모는 결과를 남겼고 고려와 원 모두 몰락의 결과를 초래하고야 만다. 고려말과 조선초 두 차례의 대마도 정벌 그리고 4군 6진의 개척은 남방과 북방 모두에 걸쳐 자주국임을 선언하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었지만 이후 더 이상 우리민족의 강역이 확대되지는 않게 되었다. 효종의 북벌의지와 나선정벌은 어쩌면 마지막 북벌에의 의지를 보닌 움직임으로 기록된다.

 

어릴적 학교에서 선생님은 우리민족은 백의민족이라 하면서 그동안 수 만번의 외침을 받으면서 단 한번도 남의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는 민족이라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우리 민족이 평화를 사랑했던 유순한 민족이란 설명을 하기 위함이었겠지만 바꿔말하면 언제나 자기를 지켜낼 힘조차 없이 그저 이리저리 휘둘려 왔던 민족이라는 부끄러운 과거의 모습을 나타내는 표현은 아니었을까. 비관적이고 수세적인 역사관보다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역사관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인식의 방향일 것이다. 전쟁은 힘을 가진 집단이 자신의 의지를 내세우는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떠한 상황에서도 군사력을 앞세운 전쟁이 합리화될 수는 없겠지만 오늘날의 치열한 국제정세는 과거의 역사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을 앞세운 총칼없는 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저자가 우리 민족의 군사적 행동이 거친 무력의 표현이 아니라 오늘날 다국적 기업의 현지화를 일컫는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과 비교한 저자의 현대적 해석이 명쾌해 보이기까지 하다. 일반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라 적극적인 방향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해주는 이 책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보다 긍정적인 역사인식을 갖게 해주는 기회가  되어 줄 수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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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미국여행지34
권기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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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강대국 미국의 영토는 광활한 대지위에 펼쳐진 꿈의 땅이며 또한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전세계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꿈을 안고 모여든 그곳은 때로는 동경의 대상으로 때로는 상반된 거부감이 공존하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대립과 아픔 그리고 새로운 출발이라는 역사를 20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모두 겪어내며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구상에서 유례없는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낸 합리적인 나라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세계의 모든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와 문화, 예술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 그 중심 역할을 하는 나라가 또한 오늘날 미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본토에만 4개의 표준시를 채택할 만큼 넓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들의 영토가 있다.

 

여행작가이며 사진작가인 권기왕의 책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미국 여행지34>는 그러한 광활한 영토를 지닌 미국의 모습을 다섯 개의 테마로 묶어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구성을 잠깐 살펴보면 1장과 2장인 미국을 만든 도시와 테마가 있는 도시를 통해서는 과거와 현재 를 대표하는 도시 그리고 당당하고 거리낄 것 없는 미국의 모습을 전하며, 장대하고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다룬 3장을 통해서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비로운 미국의 대자연을 소개한다. 도저히 존재하기 힘든 자연현상을 체험할 수 있는 4장과 디즈니와 케네디 우주센터로 대표되는 미국의 꿈과 미래를 상징하는 흥미로운 주제들을 5장에서 담아내고 있다. 드넓은 미국의 영토만큼이나 묵직한 책에는 이렇게 미국의 구석구석을 전하려 애쓰는 작가의 노고가 엿보인다. 많은 여행서적들이 저자 개인의 감상을 우선하지만 이 책은 그럴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사진가라는 작가의 직업답게 그 보다는 세세하게 하나라도 더 담아내려 독자들에게 사진을 찍어야 할 뷰 포인트부터 카메라의 각도와 밸런스 조절, 그리고 빛의 각도까지도 전하며 여행지를 마음속에 담아올 수 있게 배려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작가 역시도 보다 많은 사진을 통해 현재의 살아있는 미국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 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볼 것 많고, 즐길 것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작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정말 볼 것이 많은 나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미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뉴욕부터 현대 건축물의 전시장 시카고 까지 오늘날의 미국은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산타페이, 서배나 그리고 내슈빌 등의 도시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미국을 가 본 많은 사람들에게 조차도 그리 친숙한 이름의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기대가 되고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도시가 시애틀이었다. 오래전이지만 한달 가량이나 머물렀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영화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은 이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가 되어 버린듯 하다. 이 책에서 시에틀을 소개할때도 역시 그 영화와 함께 하는 것을 보면. 사진속의 스페이스 니들과 스타벅스 1호점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책을 통해 잠깐이나마 옛 기억을 되살려 볼 수 있게 되어 흐뭇해진다. 다만 시애틀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지하도시와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버스의 소개가 빠져 조금은 아쉬운듯 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그 큰 땅덩어리를 자동차로 비행기로 다닌 작가의 열정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순 없을 것이다.

 

책 한권을 통해 숨가쁘게 동부의 대도시에서 중부의 산악지대로 다시 서부의 해안으로 미대륙을 몇번이나 횡단한 기분이다. 어쩌면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이 아니라 한권으로 보는 미국여행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작가는 미국을 여행하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을 만나보는 것이라 이야기 한다. 또한 이념이나 체제 그리고 사상을 뛰어넘어 그저 보여지는 미국의 생생한 모습을 바라볼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거대한 대륙안에 모든 자연의 신비를 품고 있는 나라,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프롤로그의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는 미국이란 나라에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 계기를 전한다. 나 역시도 아는 사이건 모르는 사이건 눈만 마주치면 인사하는 그들의 습관 때문에 연신 손을 흔들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흐뭇한 기억과 함께 다양한 모습이 살아있는 미국의 모습을 만나는 내내 즐거움이 가득했던 책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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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질주하는 법
가스 스타인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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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알려지지 않은 신예 작가 가스 스타인의 <빗속을 질주하는 법>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가족의 사랑을 전하는 따뜻한 감성이 묻어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애완견 엔조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며 또한 화자이기도 하다. 인간이 아닌 개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듯 하다. 어쩌면 그것은 엔조가 처음 가졌던 인간에 대한 불신이기도 했다. 생후 2개월도 되지 않았을때 엔조가 태어났던 농장의 주인은 엔조의 며느리발톱을 그냥 가위로 잘라냈다. 온통 피투성이가 된 엔조가 느끼는 아픔과 통증 보다는 마취제 비용을 아끼려 했기 때문이다. 못된 주인은 늘 하던데로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며 데니에게 엔조를 팔아 버린다.

 

"난 늘 인간과 비슷하다고 느끼며 살았다. 내게는 다른 개와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개의 몸을 입고 있지만 그건 껍데기일 뿐이다. 몸 안에 뭐가 들어있느냐가 중요하다. 영혼, 내 영혼은 인간인 것을."
엔조는 자신이 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건 껍데기일뿐 자신의 영혼은 인간이며 또한 가족의 구성원 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엔조의 주인 데니 때문일 것이다. 가족과의 인연을 스스로 끊어버리고 집을 나왔기에 데니는 누구하나 믿을 사람없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야 한다. 외로움은 엔조와 데니를 하나로 묶어주는 강인한 끈이었고 그때부터 둘은 서로 믿고 의지하는 가족이 된다. 그것은 어느날 집에 데니의 여자친구 이브가 처음 왔을때도 데니와 이브의 딸 조위가 태어나 가족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었을때도 언제나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은 모두가 엔조를 신뢰했고, 엔조 역시도 언제나 최선을 다해 가족을 사랑으로 대한다.

 

엔조에게 공부를 시킨적은 없지만 엔조는 TV를 통해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중에서도 데니의 직업이기도한 카레이싱은 최고의 프로그램이자 그때까지 인간의 삶에 대해 모호하게만 생각했던 개 엔조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정리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엔조는 스스로를 인간 만큼의 생각과 감성을 지녔으며 원초적 본능을 극복할 만한 강한 의지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작가는 소설의 중간중간에서 개로서의 본능과 엔조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지못하는 야성을 통해 엔조가 사람이 아닌 애완견임을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인간은 맡을 수 없는 이브의 냄새를 통해 누구보다도 먼저 이브의 병을 알지만 엔조는 아무에게도 그것을 알릴수가 없다. 조위가 먹지 않으려던 너겟이 상한 음식임을 알았기에 조위를 야단치는 이브에게 그것을 알려 서로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지만 겐조는 개이기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작가는 그저 개라는 엔조의 위치를 은연중에 드러내면서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속의 애완견 엔조의 위치를 적절히 지켜내려 하고 있다.

 

평화롭기만 했던 가족의 불행은 예고한대로 이브의 병이 심각해지면서 찾아온다. 그리고 조위의 양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브의 부모와 데니간의 법정투쟁을 바라보면서 엔조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이며, 자신이 지닌 욕망과는 동떨어진 채 주어진 현실속에서 고민해야 하는 삶을 과연 자신이 견뎌낼 능력있는가에 대한 의문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데니와 이브 그리고 조위는 따뜻한 사랑으로 엔조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 이브가 고통에 떨때 밤새 눈을 부릅뜨고 그 곁을 지켜내는 장면은 무한한 감동을 주기도 하며, 조위가 외로울 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는 장면에서는 가끔 엔조가 삶이 아닐까라는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 무한한 사랑은 그들에게 다가온 시련과 고난에 맞서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엔조와 데니가 언제나 함께 찾아 내는 힘의 바탕이 되어 준다.

 

"내가 증명할 것은 앞에 있다. 운명을 만드는 건 우리 자신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알든 모르든 결국 우리의 성공과 실패는 바로 우리 자신이 가져온다는 것이지,"
데니는 처음 레이싱을 배우게 된 드라이빙 스쿨에서 빗속에서 운전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차를 제어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먼저 선수를 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은 또한 차가 어떻게 되기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데니는 너무나 힘든 상황에 몰리면서 빗속에서 질주하는 법을 잊어 버린다. 하지만 엔조는 데니에게 장기 레이스에서 마지막 깃발이 휘날릴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려 한다. 엔조는 데니의 옆에 타고 트랙을 달리면서 느꼈던 새로운 경험속에서 함께 했었고 행복했었던 환희와 생에 대한 강렬한 사랑을 기억해 낸다. 그것을 작가는 엔조가 얼룩말이라는 악마를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듯 하다. 어릴적 우연히 갇히게 된 집안에서 엔조는 변기물을 조금씩 마셔가며 3일간을 초인적인 힘으로 버텨내지만 조위가 좋아했던 얼룩말 인형을 통해 환영에 사로잡히고 결국 그것을 물어 뜯으면서 자신속의 악마를 이겨내지 못하다. 엔조의 시선으로 봤을때 똑같은 상황은 데니가 서명만 하면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장면에서 발생한다. 서명을 하려 들고 있던 펜의 꼭대기에 얼룩말이 달려 있었던 것이다. 엔조는 서류를 뺏어 발로 짓밟고 오줌을 갈겨 버리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를 통해 엔조는 얼룩말은 우리의 외부에 있는게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있는 두려움과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결정을 내리게 하는 우리의 마음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개인주의적 사고가 만연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점점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 그것은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시각을 돌려 애완견 엔조의 시선을 통해 카레이싱과 우리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듯 하다. 작은 소쳅터의 제목들에게서 우리는 그러한 레이싱의 법칙을 배우는듯 하다. 우리의 삶 역시 레이싱 도중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 모르는 경우와 같을 것이다. 고난과 시련의 순간은 그렇게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다가올 것이며, 우리는 그러한 상황에서 예외없이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어쩌면 모든 것을 극복해내는 힘은 데니와 엔조가 함께 빗속을 달려나가는 것처럼 세상은 자신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을까. 그리고 또한 잊지 말아야 할것은 빗속을 잘 달리는 것은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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