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조 누르하치 비사
후장칭 지음, 이정문 옮김 / 글로연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청나라는 우리의 조선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존재했던 군주국가였다. 비록 외세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결국 망국의 길을 걷긴했지만 건국이후 중원으로 진출하며 많은 부분에서 동양문화권을 대표하는 국가로 그 입지를 다져왔다. 사실 청은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치욕적이고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아픔을 우리에게 안겨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의 선진문화를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창구역할을 해내기도 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한 청의 태동을 알리며 일개 이민족이었던 그들을 통합하여 명에 맞설수 있는 강력한 국가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창업자 누르하치였다.  

 

청은 중국역사에서 원, 금과 함께 이민족이 중원으로 진출한 몇안되는 나라이다. 역사가 그리 길진 않지만 소수의 여진족이 많은 한족들을 지배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이 책<청태조 누르하치 비사>는 중국의 소설가 후장칭이 그러한 위업을 달성한 청을 창업했던 청태조 누르하치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누르하치는 중국의 변방에 흩어져있는 많은 여진부락중의 하나인 건주여진 추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대부분의 여진족이 그랬던 것처럼 일가를 세운 그의 할아버지 각창안과 아버지 탑극세도 명에 충성을 다하며 복종했지만 일순간 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때부터 누르하치는 명에 깊은 원한을 가지게 된다. 그때문에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죽인 명의 장군 이성량을 암살하려고도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곧바로 누르하치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판단한다. 그것은 일단 명에 충성스런 신하가 되는 것이었고 그것은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아 힘을 기르는 것이었다. 누르하치는 황제에게 바칠 공물을 가지고 황제를 알현하지만 그가 만난 명의 황제는 영명한 군주가 아니라 단지 어린 소년으로 보일뿐이었고 누르하치는 어쩐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고향 협도아락으로 돌아온 누르하치는 본격적으로 힘을 기르기 시작한다. 당시 여진족은 여타 다른 종족들에게도 능욕을 받을 만큼 자체적으로도 안정이 되어있질 못했다. 그는 노비와도 같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우선 흩어져 있는 여진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야심을 숨긴 채 조용히 실력을 키워가기 위해 명의 황실에 계속해서 공물을 보냄으로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누르하치는 조용히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작품속 대부분의 내용이 누르하치가 여진을 통일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누구와도 나눌수 없는 것이 권력이라 했던 것처럼 누르하치의 건주여진 자체에서도 누르하치의 권력에 도전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당숙은 물론 친동생까지도 처형한다. 그것은 자신의 자식들에게도 예외가 될수 없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보좌했던 장남 저영이나 차남 대선 모두 일순간의 잘못을 누르하치는 그대로 묵과하지 않고 끝내 처형한다. 어찌보면 비정한 아비일수도 있겠지만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을 버릴줄 아는 그의 결단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버지가 물려준 열 세벌의 갑옷으로 시작해 여진의 대부분을 통일하며 그전까지 패륵이라 불리우던 누르하치는 마침내 58세가 되어서야 마침내 후금의 칸인 황제로 등극한다. 등극 이후에도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명으로 진격한다. 일평생을 전장에서 싸웠고, 단한번도 패하지 않은 그였지만 영원성 전투에서 패해 부상을 입은 채로 후퇴하고 그곳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비록 그 자신은 중원 진출의 꿈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그가 확립한 단단한 기반이 후대에 이루어진 중원 진출의 기초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수 많은 여인네의 치마폭에서 안주할 수도 있었고, 그때까지 이루어낸 자신의 과업에 만족할 수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그는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렸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비록 비정한 애비가 되기도 하고, 일체의 용서가 없는 냉혹한 사람으로 비춰질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난관을 이겨내는 누르하치의 생애는 진정 비범한 영웅의 생애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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