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에서 지나간 아름답고 보석같았던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마도 그 시절 이루기위한 목표와 꿈이 있었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이 있었기에 그 시절이 더욱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그러한 꿈을 갖고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가 일본에서 최근에 촉망받는 작가 미우라 시온에 의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이름으로 그려졌다.

도쿄외곽 저마다의 꿈을 안고 모여든 학생들이 모여사는 다 쓰러져 가는 2층짜리 목조 연립주택 지쿠세이소가 바로 이 이야기의 중심무대이다. 간세대학 4학년인 기요세 하이지는 고교시절의 잃어버린 자신만의 꿈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기요세는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날려나오던 구라하라 가케루를 보곤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확신에 찬 기요세가 가케루에게 던진 한마디...
"달리는 걸 좋아 하나?"
가케루는 간세대학의 신입생이었지만 부모가 보내준 돈을 마작으로 모두 잃고 오갈 곳도 없는채 노숙을 하던 처지였기에 지쿠세이소로 이끄는 기요세의 손길을 거절할 순 없었다. 이제 가케루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지쿠세이소의 10번째 주민이 된 것이다. 지쿠세이소의 주민들은 모두 간세대학의 학생들이며 각자 나름대로의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요세는 고교시절 무릎부상으로 인해 달리기를 포기해야 했으며, 일본 전체에서도 촉망받던 장거리 선수였던 가케루역시 고교시절 답답한 숙소생활등에서 염증을 일으켜 왕성한 혈기를 누르지 못하고 코치를 폭행해 이미 달리기를 포기한 상태였다. 기요세와 가케루를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은 모두 제이름 보다는 각자의 독특한 별명으로 불리운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는 검도로 단련되었고, 워낙 많은 담배를 피워대 붙여진 니코짱은 고교시절 육상선수의 경험이 있다. 깊은 산골에서 도쿄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 붙여진 신동은 매일 걸어서 학교를 다녔던 체력이 있으며, 퀴즈가 인생의 전부인 킹과 쌍둥이 조지와 조타는 고교시절 축구선수였던 경험이 있다. 성실하고 자기주관이 뚜렷한 흑인 유학생인 무사와 늘 만화책만 보는 왕자, 이렇게 각자의 생활습관이 다르고 공통화제 또한 없는 그들에게 기요세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여할 것을 선언한다.

1년 방세 3만엔에 식사까지 제공되는 지쿠세이소는 바로 간세대학 육상선수 단련소의 또 다른 이름이었고 또한 기요세의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결국 기요세의 반협박 반공갈에 의해 지쿠세이소 주민들은 참여를 결심하게 되고 이제 연습이 시작된다. 1920년 부터 시작된 하코네 역전경주는 80년의 전통만큼이나 매해 TV중계를 할 만큼 관심을 끌고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그것은 아마도 젊은이들의 꿈과 용기가 묻어나는 이틀동안 200Km가 넘는 대장정을 달려야 하는 그들에겐 모두 자신 나름대로의 절박한 이유가 있다.

기록만을 강요하던 고교시절 기요세의 코치는 바로 기요세의 아버지였다. 그 압박감속에서 무릎부상이 악화되고 기요세는 결국 선수의 꿈을 접게된다. 하지만 기요세는 달리고 싶었다. 순수하게 그저 바람을 가르고 달리고 싶었던 기요세에 의해 모두는 잊혀진 자신의 꿈을 기억하게 된다. 가케루 역시 이 아마추어 수준의 팀원들과 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요세의 열정에 반하고 모두의 마음이 하나됨을 느끼면서 진정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10명이 모두 각자 맡은 구간을 나눠서 뛰어야 하기에 어느 한 개인이 포기한다면 그들의 도전은 거기서 그만 멈추게 된다. 간세대학 육상부는 단 10명이며 단한명의 교체선수 또한 없다. 개인기량 만큼이나 팀웍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이제 그들에겐 오직 달려야하는 일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들이 이뤄낼수 있는 것은 우승이 아닌 내년대회의 시드권을 확보하는 10위 이내에 드는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요세와 가케루만으로 그 꿈을 이뤄내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그것은 모두에게 주어진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한편의 청춘만화이며, 우리의 70년대 하이틴물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청춘이란 꿈을 찾아 모든 것을 내던질수 있는 기회와 도전의 시기이다. 기요세에 의해 완성되는 이 꿈의 드라마를 보며 문득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남자들만의 강한 우정 뿐만 아니라 그 준비과정과 레이스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도전은 독자들을 이 작품에 빠져들게만 한다.  

가케루는 자신이 달리기 직전 기요세와 통화를 한다. 기요세에게서 '널 믿는다'는 '가케루는 누구보다도 강하고 빠른 달리기 선수'라는 말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요세는 "널 믿는다고 한 말은 거짓이었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불안해 하는 가케루에게 
"너에 대한 내 마음은 '믿는다'같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믿고 안믿고가 아니다. 그저너는 너일 뿐이다. 가케루, 내게 있어 최고의 달리기 선수는 너밖에 없다."
아마도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진한 대목이다.
  
달린다는 것에 젊음을 거는 청춘들에게서 지쳐있는 내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모두가 강한 유대감으로 서로를 믿고 끝까지 서로를 의지하는 이 소설에서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이 바로 그것인가 보다. 개인주의에 젖어 앞만 바라보게 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작가의 메세지 또한 불신감을 걷어내고 세상을 만나야한다는 것인가 보다. 사람을 믿고, 또한 그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일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드립의 기술
신상훈 지음 / 도서출판 해바라기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말이란 현대와 같은 경쟁적인 사회를 살아나가는데 있어 가장 자신을 잘 나타내는 모습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말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인 동시에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사람과 사람사이의 오해와 반목이 생기기도 하고 또한 어려웠던 사이를 해결해주는 아름다운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그것을 우리는 또 다른 단어로 대화, 또는 의사소통 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대화를 자유자재로 엮어 나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달변가라고 하며 모두 부러워하기도 그들을 본받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들이 엮어내는 맛깔스런 말에는 애드립 이라는 중요한 열쇠가 들어있다.

본래 애드립이란 '임의로'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제는 배우가 분위기나 흥에 겨워 본래 대본에 없던 대사를 즉흥적으로 내뱉는 행위를 일컫는 자리로 잡아 버렸다. 물론 이 단어가 대중적으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방송의 영향이 크다. 녹화 도중 NG가 일어나는 장면들을 모아 보여주던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애드립이라는 단어를 확실히 기억하게 되었고 이후 애드립은 그 배우의 능력의 척도로 까지 발전되기도 한다. 배우 임현식의 예가 아마도 그러할 것이다. 애드립 연기의 달인으로 꼽히는 그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애드립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애드립이란 선천적으로 타고 나야만 가능한 것일까?
도대체 어떡하면 애드립을 잘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책 <애드립의 기술>을 통해 우리는 그 해답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애드립의 기술 뿐만 아니라 그 테크닉, 연습법, 소재, 애드립의 달인들과 그들의 생활 그리고 애드립 사전까지 정리되어 있는 애드립에 관한 백과사전이다. 여러 방송프로그램의 작가로 활발히 활동했던 신상훈 작가는 애드립의 달인들에게 자다가도 떡이 생기고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단언해 버린다. 긴장감이 팽팽한 국제회의장이든 국가원수간의 회담이든 이 촌철살인의 애드립은 경직되어있던 분위기를 일시에 녹여버리는 마법같은 힘을 지닌 것이다.

애드립은 기술이고 힘이다.
또한 부단한 연습의 결과로 나오는 산물이며 꾸준히 준비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결실인 것이다. 애드립으로 익히 알려진 MC 김제동이나 개그맨 신동엽 등은 하루에 7개의 종이 신문을 읽으며 항상 준비된 자세로 성공을 위해 달려온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이러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들의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는 회사나 단체에서도 늘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물론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집단적으로 나름대로의 목표를 지닌 채 활동하다 보면 여러가지 형태의 불편한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된 애드립이 있다면 그것은 내게 있어 커다란 경쟁력이 되어 나를 받쳐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이제라도 시작하고 준비해야 한다. 뻔한 것, 남들 다하는 것 이런 것만 뺀다면 우리 주위에 우리의 말에 색깔을 입혀주고 부드럽게 해주는 재료들은 얼마든지 있다. 무조건 연습하고 반복 또 반복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들이 모여 아마도 더 나은 우리들의 모습이 이루어 질 것이다. 결국 그 모든 것은 관심과 애정이며 그것이 바로 애드립의 달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의 지도를 넓혀라 - 광개토 태왕 코드 27
윤명철 지음 / 마젤란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최근 몇 년전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분노한적이 있다. 각종 매스컴에서 앞다퉈 떠들어 대던 시기가 지나면서 자연히 잊혀져 버린 또하나의 묻혀버린 기억으로 남고 말았다. 그러나 그 이후 잇다른 고구려 소재의 드라마들이 계속되면서 다시금 그때의 관심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듯 하다. '주몽'이 그랬고, '연개소문'과 '대조영'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만큼 이제 고구려는 세간의 중심으로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고구려를 막연하게 우리역사중 가장 광대한 영토를 지닌 국가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오랜 역사동안 수 없는 중국과의 전쟁에서 그들이 승리를 거둘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구려는 그 광대한 영토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천하관과 문명, 그에 따른 경제력과 함께 국제적인 힘을 지도력을 지닌 대제국이었던 것이다. 그 막강한 군사력의 원천이 바로 뛰어난 고구려의 제철 문화를 앞세운 기술이었다. 아마도 당시 주변의 정세가 대단한 격변기였으며 중국의 수많은 왕조와 대립하던 고구려의 상황이었기에 선진적인 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면 국가의 운명을 한치앞도 장담할 수 없는 시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광개토태왕이 있었다.

광개토태왕은 우리가 익히 아는대로 우리의 국토가 가장 광활했고, 가장 강성했던 국력을 가졌던 시기의 군주였다. 불과 18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그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그러한 위대한 제국을 건설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그에게 주어진 그 짧은 생애동안 어떠한 업적을 후세에 남겼느지 알아보고 오늘을 사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세지가 바로 윤명철 교수의 이 책 <생각의 지도를 넓혀라>이다.

광개토태왕은 그의 재위기간동안 거의 쉬지않고 북벌과 남벌을 통해 영토확장에 전력한 정복군주이다. 그러나 그가 즉위할 당시 고구려의 상황은 그리 강성한 국가의 이미지가 아니기만 했다. 실제로 할아바지였던 고국원왕이 백제와의 전투에서 전사하고 그의 아버지마저도 그리 길지않은 생을 마감하면서 이 어린군주에게 남겨진 것은 허약한 국력과 패배의식에 빠져있는 백성들을 추스려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여기서 태왕이 선택한 것이 바로 고구려의 시조 고주몽이 건국이념과 연호로 내걸었던 다물, 즉 고토의 회복이었다. 이후 그 하나의 목표를 갖고 시작한 정복전쟁은 고구려에게 정치적, 외교적으로 커다란 성장이라는 결과로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강력한 군사력과 함께 뛰어난 전략과 전술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전략이 아닌 정치적으로 중요한 거점을 확보하는 전략이었고 당시의 요충지였던 요동, 두만강 하구, 압록강 하구등을 확보하면서 그 결실을 맺게 된다.

그렇다면 그는 영토확장에만 전력하는 다소 포악한 군주였을까?
태왕의 꿈과 이상은 단순한 영토확장을 넘어 경제와 문화의 발달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여러 민족의 문화가 부딪히는 다민족국가체제를 표방한 고구려와 태왕에게는 필수불가결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도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이민족들과의 관계를 향상시키며 그들을 융화시킨 것은 현대에 있어서도 서로가 살 수 있는 상생모델의 전형이 되고 있다. 이렇게 태왕은 군사적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또한 내치에도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책은 광개토태왕의 일대기와 당시의 사건들을 조망하면서 지도자와 리더란 어떠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열거하고 있다. 역사는 늘 변하며 기록에서 보는것 처럼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그것은 다시말해 강자와 약자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당시에 주어진 상황과 목표에 따라 그 강약이 결정됨을 우리는 보아왔다.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어느 재벌회장이 했던 말로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된 말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처지를 보자면 대륙으로는 막혀있고 주변에 강국들이 많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실정에 처해 있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하지만 방법은 아직도 많고 그 가능성도 무한하다. 광개토태왕이 그러했던 것처럼 작은 힘을 모아 그 에너지를 폭발시킴으로서 그 힘은 더더욱 커다란 위력을 떨친다. 광개토태왕이 이뤄낸 그 힘으로 인해 고구려가 존재하는 한 중국의 천하통일은 꿈에 불과했고 그들의 영토와 경제, 문화까지도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이후 수, 당에 이르기 까지 중국의 통일왕조가 도전했고 , 그 도전을 그때마다 물리친 고구려의 힘을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했던 시대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과 별과 바람과 시 - 조광호 신부 그림 에세이
조광호 지음 / 샘터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후덥지근하기만한 여름, 작은 일에도 짜증을 부리고 심통내는 이들에게 조용한 필치와 따뜻한 그림이 있는 조광호 신부의 "꽃과 별과 바람과 시"를 추천한다. 조광호 신부는 다른 신부들이 미사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데 비해, 자신은 그림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성직자임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그렇기때문에 그는 그 복음의 실천으로 수 많은 작품을 통해 우리들을 만나며 또한 아름다운 글을 기고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와 있는 보다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신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조광호 신부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작은 일들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하고, 유학시절이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또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에 다가서는 신부 자신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하기도 하며, 마지막 장에는 신부의 전공대로 국내외의 명화를 감상하면서 그가 느꼈던 그만의 감정과 생각들을 펼쳐낸다.

책을 펼치면 신부의 일상을 통해 우리들이 잊고 지내는지도 모르는 생활에의 여유와 따사롭고 정겨운 이웃들의 모습이 전해진다. 첫장을 여는 '어월리 바다이야기'에서 이제 겨우 가톨릭에 입문한지 1년 밖에 안되는 풋내기이던 신부 자신의 모습을 회상한다. 위험한 공사장을 두려워하던 신부에게 어느 중년의 노동자가 전하던 "여보게, 학생. 사람이 돌을 피할 수는 없어. 돌이 사람을 피해 간다네."라는 말을 회상하며 그 말이 자신의 인생에 잊을 수 없는 화두로 작용했음을 떠올리고 그때의 그 경험들은 세상과의 첫 만남이었으며 잊을 수 없는 기억임을 되새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바닷가에서 인간의 내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인간이란 가까운 곳에 행복을 두고도 그 행복이라는 보이지않는 실체를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일생을 바치기도 한다. 그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는 시기, 모략, 질투와 같은 치졸함이 있는가 하면, 사랑, 기도, 구원과 같은 따뜻함이 공존하기도 한다. 즉, 잘 모르는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하고,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남은 물론 자신까지도 파멸에 이르는 행위를 서슴치않고 저지르고 마는 그런 가벼운 존재가 인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순덩어리인 인간의 존재라는 실상을 찾기위해 시인들은 시적 사고를 통해 노래하지만, 신의 부름을 받은 성직자들은 나머지 인간에게 봉사하기도 하고 인도하기도하지만 그들 역시 절대자라는 그 신비로움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기도 한다고 신부는 이야기한다.

조광호 신부는 기도는 영혼의 호흡이라고 표현한다. 들숨과 날숨, 즉 들어마신 숨이 나오지 않으면 인간은 죽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일치하는
기도로 하느님 안에서 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한다.

"그가 누구인지는 우리는 알 수없다. 그러나 그의 걸음은 평화롭고 초가을에 피어나는 구름처럼 가볍다. '기도하는 사람'. 그가 바로 하느님의 사람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그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메마른 땅에 은혜로운 축복의 비를 뿌리고 생명의 빛으로 푸른 하늘에 빛나는 무지개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 성직자의 내면을 통해 우리는 아직도 가련하고 옹졸한 인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신부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의 벗이 되고 그들의 종이 되겠다는 결심이 오히려 그들에게 군림했던 것이 아닐까하고 소회한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아닌 우리들 사이에 숨겨지고 묻힌 작은 이들 가운데 작은 능력으로 하여금 그들을 인도하고 부축하며 걸어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붓을 든다.

우리들 역시 늘 바쁘다는 핑계만으로 주위를 소홀히 하며 자기중심적 사고로 이기적인 마음만이 팽배해져 있기만 하다. 또한 혹자는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약삭빠른 모습이라까지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내면속에는 아직도 따뜻한 순수가 남아 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희망이란 모습이고 불가능을 믿음으로 극복하게 하는 신비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도 바로보기 - 인도 권위자 두 교수의 생생한 현지 리포트
고홍근.최종찬 지음 / 네모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가 흔히 느끼는 인도에 대한 이미지는 무엇이 있을까.
힌두교로 대표되는 세계2위의 인구대국, 카스트, 타지마할, 갠지스, 인더스, 간디, 타고르...
인도는 우리에게 먼 기도와 명상의 나라로 인식되어 있다. 이전에 인도를 소개하는 대부분의 서적들의 방향이 그래서 였을까 인도는 늘 구도자를 기다리는 영혼의 안식처이며, 구도와 명상의 땅이며 그들의 갠지스에는 항상 그들의 영혼이 떠다니고 있는 그런 차분한 나라라는것이 내가 느끼는 인도의 이미지였다. 

이 책 <인도바로보기>는 그러한 모호한 인도의 이미지를 보다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인도에 대해 모든것을 알려줄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다. 막연한 동경보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그들을 이해하고 거대한 대륙으로까지 불리는 그들의 모습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인도는 알려진대로 11억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으며, 국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언어가 워낙 많다 보니 공용어와 지정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것은 다시 말해 인도라는 나라안에 살고 있지만 각자 다른 모습의 문화와 관습이 존재하며 그것이 공통적인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 된다. 그렇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이질적인 문화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그것이 뿌리를 내왔으며, 그 모든것을 통합하여 하나의 나라로 독립한 것이 오늘날의 거대한 인도의 모습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인도를 이해하기 힘들게 하는것이 바로 힌두교와 카스트, 그리고 소 이다. 힌두라는 의미는 초기에는 인더스강 유역을 이르는 말이었으나 점차 그것은 인도 전역을 일컫는 나라의 의미로 확장되어졌으며 이후에는 인도에 거주하는 자신들을 구별하는 용어로 쓰여지게 되었다. 힌두교는 '모호하고 정형성이 없으며 다방면적이고 모든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표현대로 일정한 신앙조차 없으며 종교적 행위와 사회적 행위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인도라는 나라의 사회적 제도와 관습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우리식의 기준인 '인도에서 발생한 베다를 기본 성전으로하는 인도의 지배적 종교'라고 힌두교를 평가하기엔 그들에게 힌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가벼워보이기까지 한다.

카스트란 인도 발전의 저해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그 뿌리깊은 연원 때문에 아직도 인도사회를 지배하는 여러가지 사회적 성격중의 하나로 남아있다. 이미 겉으로는 많이 사라졌고 인도헌법에서 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제도이지만 그들의 생활내부에 이미 자리잡은 이 독특한 그들만의 신분제도는 정치세력으로도 또는 사회의 압력단체로 남아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하층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이 제도를 이용 여러가지 혜택을 받으려 하는 등의 모습이 계속해서 이어지기에 아마도 인도사회에서 카스트가 없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도에는 소가 많다. 전세계 소의 1/4인 자그만치 3억3천만 마리가 있으며 그중 1억2천만마리가 길거리를 떠도는 부랑우라고 한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 수치는 놀랍기만 하다. 인도의 거리 곳곳에 지금도 이 소들이 활보를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인도를 지배하는 힌두교에서 암소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 이기에 이 소들은 인도내에서 천사와 같은 신성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성우숭배를 바탕으로 소에 대한 도살금지가 선포되었으며 소를 도살하는 행위는 인도사회에서 아직도 가장 금기시 되는 최대의 죄악으로 규정되어 있다. 늘상 쇠고기를 먹어대는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책을 보면서 그들의 소에 대한 사랑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일 것이다.

인도는 이제 그 엄청난 잠재력을 세상바깥으로 표출해 내고 있다. IT분야로 시작된 인도의 과학기술은 이미 후진국의 그것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강국들은 저마다 앞다퉈 인도로 달려가고 있다. 그것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긴 하지만 주도적인 세계경제의 패권을 쥐기위해 인도의 협력을 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의 견제를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지역 옛소련 연방국가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와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이야기할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인도의 지성 타고르이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언제 들어도 행복하기만한 구절들이다. 이제 인도에서 한국의 투자는 외국 투자국들 중 4~5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져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인도를 꼽고 있으며, 인도인들 역시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우리는 이미 '잘사는 나라'로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과 우리의 문화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지저분하건 손으로 밥을 먹건 그것은 그들의 문화이다. 그러한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인도를 바로 볼 수 있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의 말미에는 인도의 명상에 대해 조언해 주기도 한다. 인도가 결코 낭만적이기만 한곳은 아니며 엄연히 사람들이 살아가며 부딪히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우리와 똑같은 곳이기에 어떤 철학적 계시를 위해 인도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꼭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다분히 매력적인 인도를 방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인도여행에 대한 사전지식을 담고 있는 "인도에 간다!"는 인도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살아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무분별한 돈과 시간의 낭비를 막는 인도에 대한 좋은 여행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인도에 대한 모든것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인도의 문화, 경제, 사회, 그리고 인도인의 생활방식까지도. 그러나 무엇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것이 그들의 문화이고 힌두로 대표되는 그들의 정서도 쉽게 이해 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머언 미지의 대륙 인도에 대한 것을 이해하고 다가서는 그 시작으로 이책은 다시 없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막연한 동경을 이제 현실의 눈을 뜨고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