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별과 바람과 시 - 조광호 신부 그림 에세이
조광호 지음 / 샘터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후덥지근하기만한 여름, 작은 일에도 짜증을 부리고 심통내는 이들에게 조용한 필치와 따뜻한 그림이 있는 조광호 신부의 "꽃과 별과 바람과 시"를 추천한다. 조광호 신부는 다른 신부들이 미사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데 비해, 자신은 그림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성직자임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그렇기때문에 그는 그 복음의 실천으로 수 많은 작품을 통해 우리들을 만나며 또한 아름다운 글을 기고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와 있는 보다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신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조광호 신부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작은 일들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하고, 유학시절이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또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에 다가서는 신부 자신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하기도 하며, 마지막 장에는 신부의 전공대로 국내외의 명화를 감상하면서 그가 느꼈던 그만의 감정과 생각들을 펼쳐낸다.

책을 펼치면 신부의 일상을 통해 우리들이 잊고 지내는지도 모르는 생활에의 여유와 따사롭고 정겨운 이웃들의 모습이 전해진다. 첫장을 여는 '어월리 바다이야기'에서 이제 겨우 가톨릭에 입문한지 1년 밖에 안되는 풋내기이던 신부 자신의 모습을 회상한다. 위험한 공사장을 두려워하던 신부에게 어느 중년의 노동자가 전하던 "여보게, 학생. 사람이 돌을 피할 수는 없어. 돌이 사람을 피해 간다네."라는 말을 회상하며 그 말이 자신의 인생에 잊을 수 없는 화두로 작용했음을 떠올리고 그때의 그 경험들은 세상과의 첫 만남이었으며 잊을 수 없는 기억임을 되새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바닷가에서 인간의 내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인간이란 가까운 곳에 행복을 두고도 그 행복이라는 보이지않는 실체를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일생을 바치기도 한다. 그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는 시기, 모략, 질투와 같은 치졸함이 있는가 하면, 사랑, 기도, 구원과 같은 따뜻함이 공존하기도 한다. 즉, 잘 모르는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하고,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남은 물론 자신까지도 파멸에 이르는 행위를 서슴치않고 저지르고 마는 그런 가벼운 존재가 인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순덩어리인 인간의 존재라는 실상을 찾기위해 시인들은 시적 사고를 통해 노래하지만, 신의 부름을 받은 성직자들은 나머지 인간에게 봉사하기도 하고 인도하기도하지만 그들 역시 절대자라는 그 신비로움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기도 한다고 신부는 이야기한다.

조광호 신부는 기도는 영혼의 호흡이라고 표현한다. 들숨과 날숨, 즉 들어마신 숨이 나오지 않으면 인간은 죽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일치하는
기도로 하느님 안에서 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한다.

"그가 누구인지는 우리는 알 수없다. 그러나 그의 걸음은 평화롭고 초가을에 피어나는 구름처럼 가볍다. '기도하는 사람'. 그가 바로 하느님의 사람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그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메마른 땅에 은혜로운 축복의 비를 뿌리고 생명의 빛으로 푸른 하늘에 빛나는 무지개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 성직자의 내면을 통해 우리는 아직도 가련하고 옹졸한 인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신부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의 벗이 되고 그들의 종이 되겠다는 결심이 오히려 그들에게 군림했던 것이 아닐까하고 소회한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아닌 우리들 사이에 숨겨지고 묻힌 작은 이들 가운데 작은 능력으로 하여금 그들을 인도하고 부축하며 걸어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붓을 든다.

우리들 역시 늘 바쁘다는 핑계만으로 주위를 소홀히 하며 자기중심적 사고로 이기적인 마음만이 팽배해져 있기만 하다. 또한 혹자는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약삭빠른 모습이라까지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내면속에는 아직도 따뜻한 순수가 남아 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희망이란 모습이고 불가능을 믿음으로 극복하게 하는 신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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