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에서 지나간 아름답고 보석같았던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마도 그 시절 이루기위한 목표와 꿈이 있었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이 있었기에 그 시절이 더욱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그러한 꿈을 갖고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가 일본에서 최근에 촉망받는 작가 미우라 시온에 의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이름으로 그려졌다.

도쿄외곽 저마다의 꿈을 안고 모여든 학생들이 모여사는 다 쓰러져 가는 2층짜리 목조 연립주택 지쿠세이소가 바로 이 이야기의 중심무대이다. 간세대학 4학년인 기요세 하이지는 고교시절의 잃어버린 자신만의 꿈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기요세는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날려나오던 구라하라 가케루를 보곤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확신에 찬 기요세가 가케루에게 던진 한마디...
"달리는 걸 좋아 하나?"
가케루는 간세대학의 신입생이었지만 부모가 보내준 돈을 마작으로 모두 잃고 오갈 곳도 없는채 노숙을 하던 처지였기에 지쿠세이소로 이끄는 기요세의 손길을 거절할 순 없었다. 이제 가케루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지쿠세이소의 10번째 주민이 된 것이다. 지쿠세이소의 주민들은 모두 간세대학의 학생들이며 각자 나름대로의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요세는 고교시절 무릎부상으로 인해 달리기를 포기해야 했으며, 일본 전체에서도 촉망받던 장거리 선수였던 가케루역시 고교시절 답답한 숙소생활등에서 염증을 일으켜 왕성한 혈기를 누르지 못하고 코치를 폭행해 이미 달리기를 포기한 상태였다. 기요세와 가케루를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은 모두 제이름 보다는 각자의 독특한 별명으로 불리운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는 검도로 단련되었고, 워낙 많은 담배를 피워대 붙여진 니코짱은 고교시절 육상선수의 경험이 있다. 깊은 산골에서 도쿄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 붙여진 신동은 매일 걸어서 학교를 다녔던 체력이 있으며, 퀴즈가 인생의 전부인 킹과 쌍둥이 조지와 조타는 고교시절 축구선수였던 경험이 있다. 성실하고 자기주관이 뚜렷한 흑인 유학생인 무사와 늘 만화책만 보는 왕자, 이렇게 각자의 생활습관이 다르고 공통화제 또한 없는 그들에게 기요세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여할 것을 선언한다.

1년 방세 3만엔에 식사까지 제공되는 지쿠세이소는 바로 간세대학 육상선수 단련소의 또 다른 이름이었고 또한 기요세의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결국 기요세의 반협박 반공갈에 의해 지쿠세이소 주민들은 참여를 결심하게 되고 이제 연습이 시작된다. 1920년 부터 시작된 하코네 역전경주는 80년의 전통만큼이나 매해 TV중계를 할 만큼 관심을 끌고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그것은 아마도 젊은이들의 꿈과 용기가 묻어나는 이틀동안 200Km가 넘는 대장정을 달려야 하는 그들에겐 모두 자신 나름대로의 절박한 이유가 있다.

기록만을 강요하던 고교시절 기요세의 코치는 바로 기요세의 아버지였다. 그 압박감속에서 무릎부상이 악화되고 기요세는 결국 선수의 꿈을 접게된다. 하지만 기요세는 달리고 싶었다. 순수하게 그저 바람을 가르고 달리고 싶었던 기요세에 의해 모두는 잊혀진 자신의 꿈을 기억하게 된다. 가케루 역시 이 아마추어 수준의 팀원들과 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요세의 열정에 반하고 모두의 마음이 하나됨을 느끼면서 진정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10명이 모두 각자 맡은 구간을 나눠서 뛰어야 하기에 어느 한 개인이 포기한다면 그들의 도전은 거기서 그만 멈추게 된다. 간세대학 육상부는 단 10명이며 단한명의 교체선수 또한 없다. 개인기량 만큼이나 팀웍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이제 그들에겐 오직 달려야하는 일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들이 이뤄낼수 있는 것은 우승이 아닌 내년대회의 시드권을 확보하는 10위 이내에 드는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요세와 가케루만으로 그 꿈을 이뤄내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그것은 모두에게 주어진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한편의 청춘만화이며, 우리의 70년대 하이틴물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청춘이란 꿈을 찾아 모든 것을 내던질수 있는 기회와 도전의 시기이다. 기요세에 의해 완성되는 이 꿈의 드라마를 보며 문득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남자들만의 강한 우정 뿐만 아니라 그 준비과정과 레이스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도전은 독자들을 이 작품에 빠져들게만 한다.  

가케루는 자신이 달리기 직전 기요세와 통화를 한다. 기요세에게서 '널 믿는다'는 '가케루는 누구보다도 강하고 빠른 달리기 선수'라는 말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요세는 "널 믿는다고 한 말은 거짓이었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불안해 하는 가케루에게 
"너에 대한 내 마음은 '믿는다'같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믿고 안믿고가 아니다. 그저너는 너일 뿐이다. 가케루, 내게 있어 최고의 달리기 선수는 너밖에 없다."
아마도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진한 대목이다.
  
달린다는 것에 젊음을 거는 청춘들에게서 지쳐있는 내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모두가 강한 유대감으로 서로를 믿고 끝까지 서로를 의지하는 이 소설에서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이 바로 그것인가 보다. 개인주의에 젖어 앞만 바라보게 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작가의 메세지 또한 불신감을 걷어내고 세상을 만나야한다는 것인가 보다. 사람을 믿고, 또한 그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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