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
구드룬 슈리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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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이 이 땅의 주인이 되어 역사시대를 맞이한 이래 인류는 실로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위대한 발견과 발명이 항상 동반되기도 했다. 그러한 발견들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의 공도 물론 크긴 했지만 그와 아울러 우연에서 발견되는 요소들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그러한 발견들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할 수 만은 없는 것은 그러한 위대한 성과를 이루어낸 사람들의 노력이 계속되었기에 그들은 우연이라는 요소를 필연으로 바꾸어낸 결과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이 책 <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은 독일 밤베르크 대학의 구르툰 슈리 교수가 인간이 살아오면서 카다란 전환점을 맞을만큼 중요한 발견들을 한데모아 16가지 소재로 엮어낸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열린 눈으로 세상을 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에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혜와 통찰력을 보다 창조적으로 해석해내야 한다고 저자는 또한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한 마음가짐을 바탕에 둔 세심한 관찰과 과정이 이어지면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얻어내기도 하며 또한 그러한 시도끝에 우연은 과학적으로 재해석되어 우리 인류에게 커다란 선물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다양한 분야의 발견들을 소개한다. 인간의 문화와 역사, 과학 뿐만 아니라 보다 세세한 고고학, 건축학 등의 분야까지 세심한 자료를 열거하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로마의 포도밭 아래에서 평범한 농부 프레디스에 우연하게 발견된 라오콘 군상은 당시의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논쟁을 낳기도 했다. 그러한 논쟁들은 예술연구라는 분야의 많은 발전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휴가차 등산을 하던 부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아이스맨이라 불리우는 외치는 고고학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가장 오래된 인류의 조상을 만날수 있다는 작은 흥분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그저 눈속에 파묻힌 시체라고만 생각되었던 외치는 얼음속에 숨겨진 세계유일의 신석기 시대 미이라였던 것이다. 그러한 발견은 당시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게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포유류라고 알려진 오카피는 문명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엄연히 존재하고 있던 동물이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루는 마다가스카르의 실러캔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오카피와 실러캔스는 그를 추적하는 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그들의 그러한 성과에 의해 우리는 그들을 만날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현대과학의 혜택중의 하나인 X-선은 뢴트겐이 그저 우연하게 발견했다고 단정지을수만은 없다. 또한 전쟁의 상흔에서 고통받고 있던 인류를 구원하게 해준 페니실린 역시 플레밍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지만 그 역시 우연이라고 할 수 만은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그들이 그러한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뢴트겐은 연구자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광선연구에만 초점을 맞춰 끝내 인류사의 커다란 성과를 남긴 것이다. 플레밍 역시 군복무시절 즐겨했던 폴로경기에 호감을 느끼고 찾아간 병원이 마침 세균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던 곳이었기에 그러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 누구나가 하찮게만 여기던 곰팡이에서 인류를 구원한 커다란 발견을 이뤄낸 플레밍의 업적은 우리들의 삶에 커다란 진보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인류에게 커다란 혜택을 주었으며 우리가 평소에 알고 싶어했던 것들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각각의 장에서 보다 깊이있게 다루어지지는 못한채 끝을 맺는다. 물론 이 책이 대중적인 교양 역사서를 지향하고 있기에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요구할 순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사실들 보다는 흥미로운 몇가지에 집중하여 탐구했었더라면 좀 더 내실있고 풍성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아무리 독일인이 저자라고는 하지만 제목을 세계사를 뒤흔든 발견이라고 지은 만큼 보다 넓게 시각을 돌려보았으면 어떠했을까란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만약 저자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세계사는 일방적으로 서양중심으로만 흘러왔다는 결론밖에는 유추할수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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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잡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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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에게는 그저 낯선 미국의 작가이지만 이 책 <더티 잡>의 작가 크리스토퍼 무어는 늘 엉뚱한 상상과 기발한 설정을 엮어 웃음과 해학으로 작품을 그려내며, 이미 많은 작품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을 만큼 자신의 작품들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나 이 작품은 그동안 저자가 일관되게 추구했던 작품경향인 인간이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여러가지 부조리와 그러한데서 연유하는 한계를 통해 절망하지만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의지를 그려내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주인공 찰리를 베타남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하며 소설의 시작을 연다. 그가 말하는 베타남성이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잘난 외모는 기본으로 능력과 재력까지 갖춰 미녀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알파남성을 제외한 나머지 부류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찰리는 그러한 알파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심하고 자신감마저 없어 그저 그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우울한 남성상의 전형인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중고품 가게를 운영하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 찰리는 우연히 만난 미인과 결혼하는 행운을 얻었지만 그 행복은 아내 레이철이 딸 소피를 출산한 후 숨을 거두게 되면서 산산조각 난다. 그리고 찰리가 그 슬픔을 제대로 받아들이기도 전 병실에 박하색 옷을 입은 키 큰 흑인이 나타나 레이철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유품인 CD를 가져가 버리고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아무도 박하색 옷의 남자를 보지 못했고 병원의 CCTV에 조차 흔적이 없다. 과연 그는 누구인가?

 

찰리의 그 기억이 잊혀질 무렵 우연히 빛이나는 우산을 든 남자가 그의 앞에서 죽어 버린다. 그런데 놀랍게도 찰리는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 며칠전 자신의 수첩에서 보았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형적인 베타남성 찰리는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직감하게 된다. 베타남성의 특징이 강하거나 빠르지는 않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했기 때문에 알파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요리조리 빠져나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수첩에 나타난 이름을 추적하면서 찰리는 자신이 죽음의 상인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죽음의 상인은 수첩에 이름이 나타나면 그들의 영혼의 그릇을 가져와야 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영혼의 그릇이란 망자의 유품중의 하나인데 그들 죽음의 상인들의 눈에만 보이는 빨간 빛을 낸다고 하며 찰리가 처음 보았던 우산을 든 남자에겐 우산이 바로 그것이었다. 수거한 영혼의 그릇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와 접촉하게 되면 그 빛을 잃고 영혼이 그 사람에게 옮겨간다고 한다. 결국 그것은 영혼들이 재탄생되어 다음 생을 사는 길이기도 하며, 찰리는 그러한 과정을 이끄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죽음의 상인은 찰리 하나만이 아니다. 그가 사는 샌프란시스코에만 해도 십여명이나 되는 죽음의 상인이 있으며 아내의 CD를 가져간 박하색 옷의 남자 역시 그들중의 하나였다. 그것은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기에 반드시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지극히 평범한 남자 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 운명은 죽음의 상인이라는 더러운 직업과 그가 지켜내야 할 사랑하는 딸 소피다.

 

어딜가나 반대세력은 존재한다. 죽음의 상인을 영혼절도범이라 지칭하는 어둠의 세력은 늘 그들의 가까이 위치한다. 그들은 영혼을 손에 넣으면 강력한 힘을 얻으며 예언에 의하면 그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등장하게 되면서 어둠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고 한다. 실제 그들은 공격적인 모습으로 찰리를 포함한 죽음의 상인들에게 위협을 주기도 한다. 찰리가 그들을 하수구 히피라 부르는 것처럼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에 더욱 위협적이기만 하다. 방법은 오직 하나 루미나투스의 부활이다. 예언은 루미나투스가 부활하게 되면 어둠의 세력인 히피들에게서 세상을 지켜낼 수 있다고 했다. 찰리는 자신이 루미나투스라는 확신이 들진 않았지만 사랑하는 딸 소피를 지켜내기 위해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지하세계로 향한다.

 

죽음이란 무거운 소재를 다루었지만 작품 곳곳에선 유머가 넘쳐나기만 한다. 어디선가 나타나 소피를 지키는 이른바 지옥의 개 앨빈과 모하메드, 레즈비언임을 당당히 내세우는 찰리의 누나 제인, 그저 아무 생각없는 듯 보여지는 소녀이지만 누구보다도 찰리에게 도움을 주는 가게점원 릴리 등은 이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웃음거리를 주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또한 누구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드리이다. 작가는 오드리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는 티베트 불교 최고의 경전인 <티베트 사자의 서>를 직접 인용하면서 동양적 윤회사상에 심취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그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죽음일 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이르게 되는 마지막 순간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순간이기에 우리는 늘 그것을 두려워할 수 밖엔 없는 것 같다. 또한 그것은 모든 것과의 결별이라는 상징적인 것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절망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러한 죽음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순화시키고 현실의 우리에게서 위안을 찾고자 사후 세계를 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누구나 천국이라는 곳엘 갈 수 있길 기원하기도 한다. 이 작품 역시 인간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죽음에 대해 그것 역시도 우리들 운명중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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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 - 이야기 동물원
심우장, 김경희, 정숙영, 이홍우, 조선영 지음, 문찬 그림 / 책과함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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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잠이 오지않는 밤에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꿈결속으로 빠져들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다채롭고 끝이 없었으며 우리는 그속에서 수많은 사람과 또한 친근한 동물친구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곶감, 소가 된 게으름뱅이, 새신랑으로 변신한 쥐 등 어느 얘기에서나 동물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이기도 했던 것 같다. 아마도 그 이야기들에서 동물들이 빠지지 않았던 것은 오랜동안 인간과 함께 그들이 생활해 왔으며 그들의 삶 자체가 우리 인간들의 삶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서 기인하지는 않을까.

이 책 <설화속 동물인간들을 말하다>는 그렇게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에 등장하며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했던 수많은 설화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서울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구비문학을 전공한 다섯명의 저자들이 공동집필한 책이다. 어릴적 우리가 가장 쉽게 동물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마도 이솝우화나 안데르센의 동화를 통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들에게 일정한 교훈을 위해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 주요 소재가 동물들이었기에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좀 더 다정한 시각으로 대할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책은 우리들의 옛이야기속에도 수많은 가르침과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이 존재함을 소개하며 또한 옛 이야기 속의 동물들이 어떻게 비쳐졌는가를 설명한다. 그것은 아마도 메세지의 전달 측면에서 인간의 이야기보다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기억에 오래남고 보다 강렬한 인상으로 남기에 그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그러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가득 남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친절한 가이드 '비루'가 등장해 이야기 동물원이라는 이 책의 구성에 맞게 이리저리 둘러볼수 있게 만드는 형식을 갖고 있다. '비루'는 피부가 헐어서 털이 빠지고 그런 현상이 온몸에 번지는 병에 걸린 동물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쓸모없지만 우리의 엣속담에나 이야기들중에는 가끔 비루먹은 동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비루먹은 개가 호랑이와 대적하기도 하고 비루먹은 볼품없는 말이 명마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어찌됐든 비루가 이끄는 여섯가지의 동물관을 따라가다보면 동물 유래담, 야한 동물, 변신 동물, 신성 동물, 동물 대결, 숨은 동물 등을 다채롭게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말미에는 '자투리 우수리' 혹은 'ZOO Cafe'란 이름으로 본문에서 다루지 못했던 속담이나 한자등에 숨어 있는 동물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은 실로 다양하다. 지금은 우리들의 곁에서 가족같이 지내기도 하는 인간의 오랜 친구인 개나 고양이 뿐만아니라 소, 돼지는 물론이고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호랑이, 사슴, 여우, 족제비 등도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게나 광어 장어등 바다 동물과 꿩, 까마귀 등의 날짐승은 물론 거미, 벼룩, 이 등 곤충까지도 등장한다. 실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이 그간 우리들과 함께 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하지만 이 책에서 우리들이 주목하여야 할 것은 동물이라는 소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 동물들에게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수많은 설화에서 다루었던 동물들이 단순한 동물이라기보다는 그속에 인간의 삶과 욕망을 투영시킨 존재였으며 그들이 이야기속에서 존재하는 방식과 의미는 결국 우리들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까.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이 '설화속 동물인간'이라는 것 역시 그러한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자신들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재미있다. 그 존재가치 조차도 없는 이와 벼룩 모기가 앙반입네 하며 한시를 읊어대는 것이나 멸치에게 맞아 눈이 돌아간 광어와 그걸 보며 웃다가 허리가 휜 새우 이야기, 잘난척 하다가 이마가 벗겨진 메뚜기의 이야기 등 넘치는 해학과 위트는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또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2관인 야한 동물관에 소개되는 이야기들은 은근히 노골적이면서 은근함으로 우리 선조들의 넘치는 유머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속에 담고 있는 의미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릇된 욕망과 욕심으로 오히려 화를 자초하기도 하는 동물들의 모습에서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인간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음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저자들은 머리말 끝에 이러한 이야기를 남긴다. 아마도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느껴야 할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는 말로 느껴진다.
"옛 이야기 속 동물들은 동물원 철창에 가둬 놓은 관람용도 아니고 쏟을 데 없는 애정을 대신 받아주는 애완용도 아니다. 굳이 이야기하면 더불어 살아가며 때론 웃음을 주고, 때론 질책을 하며, 때론 삶의 진리마저 슬쩍 일러주는 '벗'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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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저
김소연 지음 / 삼양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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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의 문화활동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의 발로를 넘어서 삶에 대한 지혜와 내일을 바라보는 식견을 함양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학을 소중히 여기고 가까이 접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저라 할 수 있는 고전을 비롯한 문학작품들은 흔히 전집류에 묶여져 학창시절때나 읽어야 하는 작품들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그것은 또한 어렵고 따분하고 때로는 고리타분한 교과서와도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에 어른이 되고 난 후에는 쉽게 손이 가질 않는 측면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요즘과 같은 정보화사회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이버 상의 감각적인 글들이 너무나 많기에 세계의 지성을 대표한다는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저>에 수록되어 있는 문학작품들은 그저 전집속에서만 숨을 쉬고 있진 않은가란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된다.

물론 우리집에도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다. 중학교에 다니던 형과 누나를 위해 구입한 것이었지만 내겐 너무나도 좋은 장난감의 하나이기도 했다. 정확히 몇 권이었는지 기억할순 없지만 번호 순서대로 가지런히 꽂혀있던 그 책들을 방바닥에 퍼트려놓고 제목 순서대로 혹은 작가 순서대로 그것도 아니면 두꺼운 순서대로 나열했던 것이 나의 놀이였다. 얼마 지나지않아 싫증을 내긴 했지만 전집에 수록된 동서고금 명작들의 이름과 작가는 그렇게 그대로 나의 기억속에 남아 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문학전집보다는 좀더 두꺼운 백과사전을 가지고 놀다가 맨 뒷부분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던 세계명작소개라는 텍스트를 발견하게 되면서 제목과 작가로만 알고 있던 세계문학의 줄거리까지도 알 수 있게 되는 우연한 기회를 맞게 된다. 그 두툼한 책을 읽지 않고도 그 작품의 모든 것을 알고 이미 읽은 듯한 기분에 휩싸여 버린 것이다. 그러한 기억들은 오랫동안 나를 지배하고 있었기에 끝내 중고등학교시절 그 전집들을 전부 읽어내진 못했던 것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저>에는 모두 45개의 주옥같은 명작들이 그 줄거리 뿐만아니라 작품의 탄생 배경 그리고 해당작가의 삶을 통해 보다 그 작품에 대해 보다 폭 넓게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어쩌면 나와 같은 수박겉핥기 식으로 이 작품들을 대했던 많은 독자들에게는 그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품을 읽는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대를 대표했던 작가들이 치열한 고뇌와 인내의 산물인 그들의 작품을 통해 알리려했던 그들만의 무언의 메세지를 파악해 내는 것이 아닐까. 이제 우리는 작품들을 읽으며 우리가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던 것을 깨닫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쳤던 것들이나 잘못된 것인지 알면서도 그대로 묵과할 수 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해 좀더 비판적인 사고를 가져보는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소설문학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유에는 소설이 인생을 표현하는 창작문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문학 양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소설양식은 인간의 구체적인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비록 그것이 허구로 꾸며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그럴 수 있다는 동의를 얻었기에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문학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문학은 단순한 재미나 흥미위주에서 벗어나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했고 체제 혹은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격정적인 몸짓이기도 했다. 또한 인간의 부끄러운 탐욕을 낱낱이 고발하기도 했으며 그 끝에서 허무라는 절망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문학이 담아내고 있는 의지에는 내일을 향한 기대와 희망의 모습들도 펼쳐지기에 우리는 그 속에서 작은 기쁨을 만나기도 한다.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 본다면 인간적인 삶의 유대와 행복이 보다 보편화되는 계기에는 늘 타성적이고 감각적인 안일함보다는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지성이 있었음을 우리는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지성에는 문학이라는 인간적 삶의 가치와 의미를 풍요롭게 해주는 보석같은 존재가 있었기에 또한 그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바로 그러한 점이 이 책을 통해 만나는 주옥같은 문학작품들을 조금은 힘들고 어려워 보일지는 몰라도 우리가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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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녕하세요? - 글래디 골드 시리즈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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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작품에 대한 흡인력이 여타 다른 종류의 소설보다 더 짙게 나타나고 있음에서 연유할 것이다. 즉추리소설은 대부분 불가사의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둘러싼 범죄에 관련된 난해한 비밀이 논리적으로 서서히 풀려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어떤 장르의 작품보다 치밀한 구성과 분석 그리고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추리력이 필요하다. 또한 독자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사건이 해결되어 가는 과정을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명탐정의 인도하에 따라가기에 독자들은 흔히 작품속에 자신이 들어있는 듯한 착각마저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러한 패턴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셜록홈즈나 포와르가 등장하는 작품을 통해 이미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타라킨의 소설 <오늘도 안녕하세요?>는 중절모와 파이프담배가 연상되는 전형적인 탐정의 모습이 아닌 70대 노구의 할머니가 탐정으로 등장한다. 그것도 이미 은퇴하고 여생을 즐기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이따금씩 변고가 일어난 것을 보면서 우리는 밤새 안녕이라는 표현을 쓴다. 더군다나 노인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이 소설 역시 '밤새 안녕'이라는 의미가 너무도 절실한 은퇴한 노인들이 모여사는 마이애미의 실버타운 라나이가든이라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마을주민의 한명인 셀마 벨러는 쓸쓸하게 자신의 80번째 생일을 맞기 전날 밀스 온 휠스의 배달원에게서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소고기구이를 비롯한 한가득의 음식을 받아들고 기뻐한다. 하지만 이내 쓰러져버리고 그녀는 변사체로 발견되고 만다. 마을의 주민중 최연소가 71세일 정도이기에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마을주민들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수명을 다하다 갔을 뿐이라고 짐작하기에 셀마의 죽음은 그대로 자연사로 처리디어 버린다.

 

우리의 주인공 글래디스 골드 할머니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글래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녀는 평생을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은퇴한후, 남편을 잃고 혼란스러워 하던 여동생 에비를 보살펴주기 위해 이곳 라나이가든으로 왔다가 그만 정착해버리고 만다. 75세의 나이에도 윤기흐르는 갈색머리와 매력적인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추리소설을 즐겨 읽으며 그녀의 친구들중 아직도 유일하게 운전을 할 줄 아는 총기있고 정정한 할머니이다. 하지만 언제나 낙천적이고 생기넘치는 그녀의 단짝 프랜시의 죽음으로 인해 글래디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셀마와 프랜시의 죽음에서 많은 공통점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둘 모두 생일전날에 죽음을 맞았다는 것, 또한 둘 모두 사인이 심장마비였지만 생전에 심장질환과는 전혀 무관하게 건강했다는 것, 그리고 혼자 있다가 죽어가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글래디는 경찰서에도 찾아가 보지만 이내 무시당하고 결국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건을 조사해 보기로 한다.

 

이름하여 '글래디와 글래디에이터'라는 할머니 탐정단이 조직된다. 신문에 영화평을 쓰는 글래디의 여동생 에비, 고집세고 언제나 불만이 많은 아이다, 건망증이 심하고 매사에 느리기만한 벨라, 팔십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늘 외모에 신경을 쓰는 소피 등 글래디를 비롯한 네명의 친구들이 이제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글래디를 제와한 네명의 할머니들은 너무나 엉뚱하기에 실제 사건 해결에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글래디에게는 친구들이 있기에 용기를 얻고 위험한 추리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노인들만 살고 있는 이 곳 라나이가든에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남편이 죽은후 집안에 틀어박혀 절대 나오지 않는 대신 밤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미친 크롱크,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신세를 지고 있으면서도 그 고약한 성질을 버리지 못하는 에스더와 그런 엄마를 돌보기 위해 이곳에 와있는 딸 해리엇, 지능은 떨어지지만 못고치는 것이 없는 마을의 재주꾼이며 할머니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대니,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아직도 가끔 그 악몽에 시달리는 에냐, 재수없는 하이와 그의 아내 롤라,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언제나 남편 어빙을 고생시키는 밀리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인물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노인들의 외로운 삶보다는 그 생활 자체를 즐기는 노인들의 활력넘치는 이야기가 웃음이라는 코드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유쾌한 면을 보여준다. 좌충우돌 할머니들의 생활 그 자체가 코미디이니까. 굳이 이 작품을 통해 노인문제나 외로움이라는 다소 어두운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글래디의 계속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글래디 할머니의 눈부신 활약은 이제부터다. 경찰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기에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오로지 글래디의 번득이는 추리력 뿐이다. 소설끝에 덧붙여진 <글래디골드 시리즈2>의 예고가 무엇보다도 눈에 확 뜨이고 또한 기다려지기만 하다. 이 작품 <오늘도 안녕하세요?>를 통해 글래디의 팬이 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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