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녕하세요? - 글래디 골드 시리즈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이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작품에 대한 흡인력이 여타 다른 종류의 소설보다 더 짙게 나타나고 있음에서 연유할 것이다. 즉추리소설은 대부분 불가사의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둘러싼 범죄에 관련된 난해한 비밀이 논리적으로 서서히 풀려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어떤 장르의 작품보다 치밀한 구성과 분석 그리고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추리력이 필요하다. 또한 독자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사건이 해결되어 가는 과정을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명탐정의 인도하에 따라가기에 독자들은 흔히 작품속에 자신이 들어있는 듯한 착각마저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러한 패턴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셜록홈즈나 포와르가 등장하는 작품을 통해 이미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타라킨의 소설 <오늘도 안녕하세요?>는 중절모와 파이프담배가 연상되는 전형적인 탐정의 모습이 아닌 70대 노구의 할머니가 탐정으로 등장한다. 그것도 이미 은퇴하고 여생을 즐기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이따금씩 변고가 일어난 것을 보면서 우리는 밤새 안녕이라는 표현을 쓴다. 더군다나 노인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이 소설 역시 '밤새 안녕'이라는 의미가 너무도 절실한 은퇴한 노인들이 모여사는 마이애미의 실버타운 라나이가든이라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마을주민의 한명인 셀마 벨러는 쓸쓸하게 자신의 80번째 생일을 맞기 전날 밀스 온 휠스의 배달원에게서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소고기구이를 비롯한 한가득의 음식을 받아들고 기뻐한다. 하지만 이내 쓰러져버리고 그녀는 변사체로 발견되고 만다. 마을의 주민중 최연소가 71세일 정도이기에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마을주민들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수명을 다하다 갔을 뿐이라고 짐작하기에 셀마의 죽음은 그대로 자연사로 처리디어 버린다.

 

우리의 주인공 글래디스 골드 할머니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글래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녀는 평생을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은퇴한후, 남편을 잃고 혼란스러워 하던 여동생 에비를 보살펴주기 위해 이곳 라나이가든으로 왔다가 그만 정착해버리고 만다. 75세의 나이에도 윤기흐르는 갈색머리와 매력적인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추리소설을 즐겨 읽으며 그녀의 친구들중 아직도 유일하게 운전을 할 줄 아는 총기있고 정정한 할머니이다. 하지만 언제나 낙천적이고 생기넘치는 그녀의 단짝 프랜시의 죽음으로 인해 글래디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셀마와 프랜시의 죽음에서 많은 공통점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둘 모두 생일전날에 죽음을 맞았다는 것, 또한 둘 모두 사인이 심장마비였지만 생전에 심장질환과는 전혀 무관하게 건강했다는 것, 그리고 혼자 있다가 죽어가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글래디는 경찰서에도 찾아가 보지만 이내 무시당하고 결국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건을 조사해 보기로 한다.

 

이름하여 '글래디와 글래디에이터'라는 할머니 탐정단이 조직된다. 신문에 영화평을 쓰는 글래디의 여동생 에비, 고집세고 언제나 불만이 많은 아이다, 건망증이 심하고 매사에 느리기만한 벨라, 팔십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늘 외모에 신경을 쓰는 소피 등 글래디를 비롯한 네명의 친구들이 이제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글래디를 제와한 네명의 할머니들은 너무나 엉뚱하기에 실제 사건 해결에는 그다지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글래디에게는 친구들이 있기에 용기를 얻고 위험한 추리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노인들만 살고 있는 이 곳 라나이가든에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남편이 죽은후 집안에 틀어박혀 절대 나오지 않는 대신 밤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미친 크롱크,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신세를 지고 있으면서도 그 고약한 성질을 버리지 못하는 에스더와 그런 엄마를 돌보기 위해 이곳에 와있는 딸 해리엇, 지능은 떨어지지만 못고치는 것이 없는 마을의 재주꾼이며 할머니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대니,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아직도 가끔 그 악몽에 시달리는 에냐, 재수없는 하이와 그의 아내 롤라,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언제나 남편 어빙을 고생시키는 밀리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인물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노인들의 외로운 삶보다는 그 생활 자체를 즐기는 노인들의 활력넘치는 이야기가 웃음이라는 코드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유쾌한 면을 보여준다. 좌충우돌 할머니들의 생활 그 자체가 코미디이니까. 굳이 이 작품을 통해 노인문제나 외로움이라는 다소 어두운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글래디의 계속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글래디 할머니의 눈부신 활약은 이제부터다. 경찰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기에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오로지 글래디의 번득이는 추리력 뿐이다. 소설끝에 덧붙여진 <글래디골드 시리즈2>의 예고가 무엇보다도 눈에 확 뜨이고 또한 기다려지기만 하다. 이 작품 <오늘도 안녕하세요?>를 통해 글래디의 팬이 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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