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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올해 8월 드디어 모든 중국인이 그렇게 기다리던 올림픽이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13억이라는 엄청난 인구를 통해 생성된 중국의 무한한 인적자원은 이미 중국을 더 이상 국제사회의 주변인이 아닌 중심축의 하나로 자리잡게 했으며 더 나아가서 그들은 올림픽이라는 지상최고의 이벤트를 통해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려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은 냉담하기만 하다. 티벳사태로 촉발된 중국에 대한 반감은 실제로 이루어지긴 힘들겠지만 올림픽 보이콧이라는 말까지 심심찮게 들리면서 중국정부를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성화봉송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등 여러가지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강경한 그들의 입장은 변화가 없고 쏟아지는 비난속에도 그저 묵묵부답일 뿐이다.
이렇듯 겉으로 외쳐지는 화합과 내부적인 강경함이 극과 극으로 표출되며 보여지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중국의 모습이다. 만약 우리의 입장이라면 올림픽 때문에라도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계속해 나가기는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속내를 알 수 없는 중국인의 일상생활과 문화관습을 결코 무겁지 않게 재미있고 재치있게 풀어낸 책이 바로 이중톈 교수의 이 책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이다. 이미 <삼국지 강의>, <품인록>등을 통해 현대 중국인의 교양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CCTV의 '백가강단'을 통해 스타강사로도 자리매김한 이중톈 교수는 자신의 나라 중국을 내부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도를 이 책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 함께 식사하고 함께 먹는다
저자는 중국에서 먹고 마시는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가 그저 그렇게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들은 함께 먹는다는 것에 커다란 의미를 둔다. 음식은 생명의 근원이기에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들에게 같은 생명의 근원을 공유한다는 것이 된다. 즉, 형제, 동향, 인간관계, 인간과 신의 관계가 모두 먹는 것과 함께 먹는다는 것의 관계라는 의미가 된다. 함께 먹는 것을 통해 그들은 자기 사람이나 형제가 된다고 믿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떠한 청탁을 하려 할 때에도 돈봉투를 통해 전달되는 뇌물보다는 식사 초대를 통해 전달된 뇌물의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한다. 결국 그저 단순한 거래보다는 함께하는 식사를 통해 그들이 하나가 됨을 공고히 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 중국인의 단체의식
친하게 지내는 후배가 몇 년전 중국의 현지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의 얘기다. 중국의 값싼 인건비 때문에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겼고 현지에서 바로 조립공정이 이어졌는데 그들은 각자 개인에게 하루에 정해진 양만 조립하더라는 것이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작업속도가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지사이지만 먼저 끝낸 사람도 남들의 일이 끝날때까지 묵묵히 기다리기만 하더라는 것이었다. 보다 많은 생산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만약 오늘 자신의 분량을 초과하게 된다면 다른데 숨겨놓고 내일 쓰려고 할뿐 남의 일을 도와주지도 않더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것들이 저자가 말하는 중국인의 단체의식이 아닐까 싶다. 개인의 목표보다는 다수의 대중을 따르는 것이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고 단체에 파묻히려는 그들의 습성이기에 그렇다고 한다. 우리의 시각으로 본다면 절대 이해할 수 없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고 골머리를 썩을 필요도 없기에 그저 물결따라 흘러가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바로 단체가 최고인 문화에서 개인은 그저 미미한 존재이며 만일 잘못이 잇다면 그것은 단체가 잘못한 것이지 개인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중국인의 논리 이기도 하다.
이러한 음식이나 의복 이외에도 저자는 체면, 인정, 직장, 가정, 결혼, 연애, 우정, 한담이라는 9가지 테마를 통해 중국인을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테마마다 저자 특유의 해박한 지식을 통해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며 그들의 신화부터 풍습, 속담, 언어의 유래까지 많은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다. 그렇게 첨부된 요소들은 그저 그 테마들이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닌 학문적인 깊이가 있는 논리정연한 이야기로 들린다.
저자는 중국인이지만 한쪽에 치우치는 경향없이 보다 객관적인 정연함으로 중국문화의 본질에 대해 접근하려 한다. 그것이 '죽어도 체면'이니 '벌떼근성'이나 '획일화'니 하는 직접적이고 신랄한 비판일지라도 말이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아홉가지 주제하의 모든 문화현상들은 모두 공통적 특징이 드러나고 있으며 결국엔 한가지로 귀결된다고 말하고 있다. 늘상 그네들의 주변에서 일어나지만 늘 보아왔기에 익숙하고 하나도 이상하지 않으며 그것이 또한 무엇보다도 가장 정상적이며 보편하기에 인식하지 못할 뿐이라고...
결국 이야기는 하나로 귀결되는 것 같다. 개인도 국가도 아닌 수많은 울타리들, 그들이 어려울 때마다 찾게 되는 얽히고 설킨 울타리들이 바로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단어가 아닐까. 그래서 저자의 이 한마디에 힘이 실려 보이기만 한다.
"중국의 현대화는 개인과 단체 사이의 단절에서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