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vol. 2 - 세상 모두를 사랑한 여자
야마다 무네키 지음, 지문환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홀로 버려진다는 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끊임없이 사랑할 누군가를 찾는다. 테츠야도 오카노도 그리고 아무런 사랑없이 무작정 따라나선 오오데라 까지도... 하지만 마츠코에게 세상은 계속해서 절망만을 안겨줄 뿐이다. 그녀가 힘들게 번돈을 오노데라는 모두 탕진해버렸고 그로 인한 말다툼끝에 마츠코는 그를 살해하게 된다. 그녀는 터키탕의 여자에 마약중독자에 살인자까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이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리곤 테츠야를 떠올리며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한 타마강 상수에서 테츠야를 따라 자살할 것을 결심한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소설의 1부 뒷표지 안에 새겨진 구절이다. 이 구절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적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마츠코와 또한 그녀가 사랑했던 테츠야의 삶 까지도 집약해 표현해보려는 의지를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 자신이 다자이 오사무의 환생이라 믿었던 테츠야였고 마츠코는 그의 연인이었기에 다자이 오사무와 함께 자살했던 그의 연인처럼 마츠코도 테츠야를 따라가려 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타마강 상류역시 자살하는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막기위해 물을 막아놓았고 마츠코도 결국 자살할 수가 없게 된다. 마츠코는 그곳에서 만난 이발사 시마즈와 잠깐이나마 행복에 젖어들지만 그녀가 저지른 살인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되고 만다. 교도서의 마츠코는 즐겁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시마즈를 생각하며 미용기술을 배우고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이어나가지만 정작 마츠코에게 돌아온 것은 시마즈는 물론 동생인 노리오마저도 자신을 거부했다는 것 뿐이다. 그렇게해서 마츠코는 또다시 세상에서 버려졌다.
쇼는 생각한다. 마츠코 고모의 인생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세상에 흔하디흔한 비극이나 불행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곤 지금까지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곤 혼란스러워 하게 된다.
"마츠코 고모, 미안해요. 지금의 나에게는 이게 전부입니다. 조금 더 어른이 된다면 더 많이 이해해드릴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마츠코의 흔적을 따라가는 쇼에게나 여자친구 아스카에게 마츠코의 삶은 가슴시린 성장통으로 다가선다. 그저 순리대로 혹은 정해진대로의 의미없는 생활을 이어가는 그들에게 마츠코는 새로운 의미를 지닌채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버렸다. 어쩌면 마츠코가 세상에 버려진 원인을 제공했던 류 마저도 받아들일만큼 그녀는 사랑과 관심을 갈구했다, 하지만 류는 그러한 마츠코의 헌신을 오히려 두려워한다. 중학교때 짝사랑했던 선생님이며 천사라고 생각했던 마츠코가 그저 야쿠자의 일개 조직원인 자신에게 주는 사랑이 너무나 눈부셔서 아팠기에 또한 마츠코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었기에 그녀를 뿌리치고 돌아선다.
마츠코는 세상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녀는 가끔 아버지와의 어린시절 추억이 묻어있는 이와이야 백화점의 옥상을 떠올린다. 그곳은 자신을 보고 마지막으로 웃었던 아버지의 기억이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아버지는 병약한 동생 쿠미만을 생각했다고 마츠코는 기억할 뿐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남긴 대학노트의 '오늘도 마츠코에게서 연락없음'이란 메모나 마츠코가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하는 쿠미의 '언니, 잘 돌아왔어'라는 유언은 그녀에게는 가족의 사랑이 남아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다녀왔습니다'
1편에서 처럼 작가는 마츠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표지속에 절묘하게 감춰놓는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려준다는 것, 그것만큼의 행복이 세상에 또 있을까. 마츠코는 혼자 지낼때에도 가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집에 들어오면서 '다녀왔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게해서라도 그녀는 외로움과 맞서려 했는지도 모른다. 소설에 직접 표현되진 않았지만 유골이 된채로 노리오의 품에 안겨 고향집으로 돌아갔을 마츠코의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이 그래서 여운이 더욱 진하게 남을 것 같다.
그저 사랑만을 바랬던 여자 마츠코, 또한 사랑을 베풀기만 했던 여자 마츠코 과연 누가 그녀를 누가 혐오스럽다고 할 것인지 또한 그녀가 정말 혐오스런 일생을 보냈는지 그것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남겨진 여전한 의문일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