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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vol.1 - 모든 꿈이 조각난 여자
야마다 무네키 지음, 지문환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가족과의 관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관계 그리고 자신이 속해있는 각종 단체까지 우리는 그렇게 끈끈하게 얽혀진 사회속에서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또한 그것은 관심이라는 단어로 표현될수도 있을듯 하다. 누군가 나를 걱정해주고 아껴주며 나 역시 누군가에 대해 그러한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더할나위 없는 큰 힘이 될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러한 주위의 관심조차 없이 세상에 혼자라는 느낀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비록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무관심이라는 절망감에 빠진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린 야마다 무네키의 이 작품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대면하게 된다.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쇼는 그나마 고향의 아버지와는 제대로 연락조차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그저 생각없이 하루를 보내곤하는 쇼에게 그나마 여자친구 아스카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위안이 된다. 그렇게 쇼가 하릴없이 지내던 어느날 쇼의 아버지가 유골함을 들고 갑작스레 찾아오게 되면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골함을 통해 쇼는 그 존재조차도 몰랐던 아버지의 누나, 즉 쇼에게는 고모가 되는 마츠코라는 여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아버지는 쇼에게 그녀의 아파트를 정리해줄 것을 부탁하며 돌아간다. 쇼는 며칠전 신문에서 보았던 기사를 생각하며 갑자기 유골함의 소리를 떠올리고는 웬지 차가운 기분을 느낀다. 만난적도 없고 존재조차 몰랐기에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아스카는 마츠코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카와지리 마츠코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의 중학교에 국어교사로 부임한다. 시청에 근무하는 아버지와 전형적인 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두살차가 나는 남동생 노리오와 어릴적부터 몸이 아파 집안에 누워있기만 하는 여동생 쿠미가 그녀의 가족이다. 아버지의 사랑이 쿠미에게 쏠려있긴 하지만 마츠코는 자신이 노력하면 언제든 그것은 돌아올것이라고 믿으며 긍정적이고 즐겁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마츠코의 평화롭던 일상은 교장과의 수학여행 답사로 인해 깨지기 시작한다. 장및빛 미래만을 꿈꾸던 그녀에게 미리 계획된듯이 방이 없다는 핑계로 교장과 같은 방에 묵게 되고 거기서 겁탈을 당하지만 교장이라는 그의 권위에 눌려 하소연조차 하지 못하고 만다. 불편한 학교생활이 이어지고 계속되는 수학여행에서 여관의 금고에 돈이 없어지고, 모두는 마츠코가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의 불량학생인 류 요이치를 의심하지만 마츠코는 자신이 대신 절도죄를 뒤집어쓰면서까지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보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막아보자 노력했던 절도사건이 끝내 학교로 알려지면서 끝내 그녀는 학교에서 파면당하고 집에서까지 나오게 된다.
이렇게 소설은 전혀 다르지만 결코 뗄수 없는 두 개의 시선이 공존하면서 펼쳐진다. 지금 현재의 쇼가 남겨진 마츠코의 아파트를 정리하기 위해 방문하면서부터 그녀의 흔적을 따라가게 되고 그녀가 관계했던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녀의 삶에 대해 전해 듣게 된다. 다른 하나의 시각은 마츠코의 삶을 직접 따라가며 마치 그녀가 지금 현재에도 살아있는 듯이 이야기는 펼쳐진다. 그렇게 그녀가 살았던 모습과 쇼가 전해듣는 이야기들이 반복되고 절묘하게 오버랩되면서 두개의 이야기지만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연속성을 지닌채 전개되어 나간다.
집을 나간후 마츠코는 테츠야라고 하는 자신이 다자이 오사무의 환생이라고 믿는 작가지망생과 동거를 하게 되지만 어려운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동생인 노리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노리오는 그녀가 걸림돌이라는 차가운 말만을 남기고 돌아선다.
"우리집에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누나는 이미 우리집을 부숴버린 거야... 아버지도 그게 원인이 돼서 돌아가셨고, 나는 다시 한번 가족을 살려내야 해. 그러는데 누나는 걸림돌이야."
쓸쓸히 돌아가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테츠야의 죽음이었으며, 이어진 오카노와의 짧은 만남은 잠깐이나마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지만 결과는 더욱 깊은 절망감만을 그녀에게 안겨주고 만다. 가족도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남자들마저도 모두가 그녀를 버렸다. 이제 마츠코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이다. 그녀는 이제 '터키탕 백야'에서 유키노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태어난다.
쇼는 조금씩 마츠코의 삶에 접근해가면서 그녀가 강을 보고 울었다는 점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아마도 쇼 자신 역시도 강변에서 그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강변에서 경찰이 마츠코의 살인 용의자로 지목했던 남자가 바로 류 요이치였음을 알고 놀라워 하게 된다. 과연 류는 어떻게 다시금 마츠코의 인생에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
표지에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커다란 제목아래 '모든 꿈이 조각난 여자'라는 조그마한 부제가 붙어있다. 마츠코의 불행한 삶을 그토록 잘 표현하는 구절은 더이상 없을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새로운 남자 오노데라를 따라 마츠코는 새 삶을 열려 한다. 하지만 쇼가 쫓고 있는 그녀의 삶은 불행만이 가득해 보일뿐이다. 도대체 누가 그녀를 혐오스럽다고 할 것인가. 그저 그녀는 세상에서 혼자이고 싶지 않았던 모두의 사랑을 갈구했던 여린 여인이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