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 최인호 선답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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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산행을 하다 산중턱에 호젓이 자리잡은 산사를 보노라면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즈넉함과 함께 속세를 떠나 또다른 세계로 와있는 잠깐동안의 착각에 빠지게 된다. 나름대로의 세상살이가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공기 좋은 곳에 자리잡은 그 청명함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목탁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낭랑한 불경소리는 산사를 찾는 모든이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든 묘한 힘이 있는 것으로 느껴질 뿐이다. 이미 이순을 넘어버린 자신을 세상살이에 있어 여전히 모자르다고 말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최인호는 <산중일기>라는 산문집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산사의 이미지처럼 산사를 찾아 승려들과 교우하면서 느낀 불교의 가르침과 깨달음 그리고 저자 자신이 다른 어떤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잔잔히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깨깨 씻어라 인호야!'
우리들의 바쁘기만한 일상속에서 우리들은 가족이란 그들이 늘 곁에 있기에 그들의 소중함을 잠시 잠깐 잊어버리고 지내게하는지도 모른다. 저자 역시 책의 곳곳에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한다. 넉넉지 못했던 시절을 함께 지나와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는 아내에게 '늙어가는 아내가 마음 아프다'라고 연민을 보이며 자신은 아내를 존경하고 또한 아내 만한 친구도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두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감정적이었으며 그 때문에 일관성이 없었던 변덕쟁이 아버지였음을 고백하며 일찌기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려 보며 훌륭한 아버지란 무엇인지 생각에 잠겨 보기도 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구절은 '깨깨 씻어라 인호야!'라는 어머니의 외침이다. 6학년이 될때까지 그저 아홉살이기만 했던 저자는 어머니를 따라 여탕에 들어가면서 느꼈던 수많은 매서운 눈초리를 피해 처음으로 남탕에 들어 간다. 이제 제대로 된 나이대접을 받나 싶었던 그에게 칸막이 너머로 들리던 어머니의 연이은 '뜨거운 물에는 들어갔느냐?' '머리는 세 번 감았느냐?'는 잔소리는 머언 옛기억으로 그저 억척스럽기만 했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저자를 눈물짓게 만들 뿐이다. 어머니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저자의 목욕탕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 찡한 감동과 그리움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남자들에게 어머니와 함께 했던 여탕의 기억은 그때까지 아직은 자신이 어머니의 품속에 존재하는 유아임을 의미했지만 더이상 여탕을 가지 못하게 되는것은 이제 유아기에서 벗어나 평생 그 품을 그리워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집에서 가장 유치하고 정신연령이 낮은 저능아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와 아이들은 여전히 내 스승이자 부처님들이다. 어쩐지 나는 그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저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이야말로 하나의 엄격한 수도원'이라는 말을 통해 가족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언제나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나날임을 이야기 한다. 저자는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9개월 밖에되지 않은 손녀딸 정원이에게서도 또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고 말한다. 할머니에게 가기 위해 연신 턱방아를 찧어가며 혼신의 힘을 다해 기어 오는 손녀를 보면서 정원이가 자신에게 온 예수이자 문수보살이라고 말로 그때의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그러한 저자의 표현을 종합해 본다면 그가 가족안에서 풍요로웠고 가족안에서 스승과 부처를 만났다고 하는 것에 대해 저절로 동의하게 되어 버리는 것 같다. 

'나는 요즘 내 집을 산속에 틀어박힌 절처럼 이 사회의 망망대해에 고립된 섬으로 만들어 놓고 그곳에 칩거하며 느림과 무사(無事)의 철학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책의 제목이 <산중일기>인 만큼 책 속에는 많은 스님들과의 교우를 통한 가르침또한 눈에 많이 띤다. 욕망이라는 것만을 쫓는 현실의 우리들에게 저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조용히 전하고 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때 찾던 청계사 근처에서 수많은 행락객의 쾌락을 보면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가라고 푸념해 보기도 하지만 이내 한번도 본 적 없는 낯선 나그네에게 밥한끼 대접하는 절간의 인정을 느끼며 경허스님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그리고는 수덕사 방장이었던 원담 스님으로부터 받았다는 선필 '내가 머무는 곳이 청산(靑山)일 것, 하루하루의 생활이 산중(山中)일 것'이라는 생활철학을 실제생활에서 그대로 실천하려 노력하며 욕망과 해탈이라는 인간의 업보에 관한 선답을 얻어 내려 하나보다. 

사람들은 현실이 힘들게 느껴지거나 버거워질때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 안에는 그리움과 아름다움이라 표현할수 있는 우리들의 과거가 있다. 철부지 시절 어둠이 내려올 무렵까지 함께 뛰놀던 친구들과의 모습을 떠올려보거나 그런 나를 부르러 오는 젊은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저자 역시도 그러한 어린시절의 추억부터 가족, 산, 그리고 불가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네가 가끔은 잊고 있는듯한 소중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또한 일상속에서 느낄 수 있는 종교적 가르침과 깨달음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진리가 과연 무엇인지 저자를 통해 배워보고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느껴진다. 

산도 절도 푸르고 물도 절도 푸른데
맑은 바람 떨치니 흰 구름 돌아가네.
종일토록 바위 위에 앉아서 노나니
내 세상을 버렸거니 다시 무엇을 바라리오.
- 경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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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포노포노의 비밀 - 부와 건강, 평화를 부르는 하와이인들의 지혜
조 바이텔.이하레아카라 휴 렌 지음, 황소연 옮김, 박인재 감수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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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을 원망할때가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조금이라도 힘든 일에 부딪히거나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지 못했을때 그것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잘못했다기보다는 그저 사회를 탓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원망할 뿐이다. 어쩌면 그것은 계속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무조건 남을 이겨야만 하는 이기적으로만 변해가는 현대사회의 모습과 일맥상통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결과야 어찌됐든 모든 일은 분명 남의 탓이 아니라 전적으로 내탓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무조건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외칠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온라인 마케팅 회사의 대표이기도 하며, 펴내는 책마다 거의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리는 능력을 지닌 속칭 잘나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인터넷 마케팅 분야의 대부라 불리는 조 바이텔은 이 책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을 통해 자신이 경험했던 신비스러운 체험을 소개한다. 조는 학회에서 우연히 환자를 치료하지도 않고 고친다는 심리치료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단 한명의 환자도 진찰하지 않고 범죄자로 우글거리는 병원의 환자를 모두 치유했다는 이야기를 조는 믿을수가 없다. 하지만 그가 환자들의 치유법으로 쓰는 호오포노포노라는 이름의 독특한 하와이식 치유법은 그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만든다. 조는 휴 렌 박사라고 알려진 그와 E-메일을 통한 상담을 시작한다. 렌 박사의 답신은 이렇게 시작된다.


"평화는 내게서 시작됩니다... 기억들이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킬때 나에겐 선택권이 있습니다. 그것들에 얽매인 채로 지내거나, 그것들을 변화시키고 풀어내 달라고 신성에 호소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내마음을 최초의 제로상태, 즉 공(空)의 상태,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재충전할 수 있습니다. 내가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때 나는 신성이 나를 창조할 당시의 바로 그 상태, 신성한 자아가 됩니다."   

 

조는 여전히 렌 박사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와의 만남을 지속하며 서서히 호오포노포노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렌 박사의 말을 정리해보자면 '내 인생의 모든 것은 내 인생안에 있기 때문에 내 인생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란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 즉,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이 내 책임이기 때문에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이 모두 내 책임이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에게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나자신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호오포노포노란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를 위해 우리 자신이 할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을 정화하는 것이 전부일 뿐이라고 렌 박사는 이야기 한다. 또한 렌박사는 기억과 영감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들은 모두 의식속에 기억과 영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의해 움직인다. 여기서 렌 박사가 이야기하고 있는 기억은 사고(思考)이며 영감은 허용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기억에 의해 살아간다. 그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무의식안에 기록되어 있는 과거의 경험 즉, 기억에 의해 그것을 재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때문에 우리의 반응 역시 언제나 같은 기억만을 반복한다는 것이 된다. 하지만 영감은 다르다. 그것은 신이 주는 새로운 메시지 즉, 신성이 주는 새로운 주체성이며 그를 통해 기억을 공(空)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렌 박사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현실의 우리들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일지 모르지만 그 바탕에는 당면한 모든 문제가 좋게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호오포노포노는 신성이란 매개를 이용해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신성에게 나를 용서해달라고 빈다는 의미보다는 내가 나를 용서해달라고 신성에게 부탁하는 의미가 좀 더 가까워 보인다. 마음속의 혼란을 치유하고 순수한 마음상태로 돌아가는 것, 렌 박사가 제로(空)이라고 말하는 상태는 결국 상처를 치유하고 기적을 가져오는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중의 첫걸음 일 것 이다.    


 

"호오포노포노는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인류로서 우리의 삶의 목적에 대한 더 넓은 이해와 깊은 통찰의 문을 열어줍니다."
호오포노포노란 '바로잡다' 혹은 '오류를 수정하다'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고대 하와이인들에 의하면 오류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들로 얼룩진 생각들에서 비롯되기에 호오포노포노는 그러한 불균형과 고통스러운 생각들 즉, 오류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신성한 말과 효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결국 호오포노포노란 문제해결의 과정이며, 그 모든 과정은 우리의 내면 즉,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 호소하는 이 독특한 치료법 호오포노포노는 하와이의 주술사 모르나에 의해 창안되었고 이후 렌 박사에게 전수된다. 의사이자 지성인이었던 렌 박사는 이의 수련을 위해 결혼생활을 비롯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지만 그가 선택한 영적인 길로 들어선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고 .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나를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호오포노포노에서 논리적 설명을 찾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부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내내 호오포노포노를 처음 받아들이던 렌 박사나 조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들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호오포노포노는 쉽게 받아들이기도 쉽게 이해하기에도 어려운 개념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사고나 비난의 모든 것이 기억의 재생에서 오는 것이고보면 그 기억을 깨끗히 비운다는 것은 새로운 사고로 세상을 대할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기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 분명 우리 모두에겐 새로운 시작일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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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환 2008-10-29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살고 31살의 직장인 남자입니다.
이름은 우태환입니다.

'호오포노포노의 법칙'서평을 쓰려고 들어왔다가 다른 분들의 서평을
구경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시크릿과 관련된 책들을 즐겨 읽다가 '호오포노포노의 법칙'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호오포노포노의 법칙'과 'The key'를 너무 재밌게 읽어서
이 분의 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이 분의 제품들을 몇 개를 구입을 했습니다.

1 Zero limits seminar($97) (http://www.zerolimits.info/)
('호오포노포노의 법칙'의 두 저자인 조 바이텔과 휴 렌 박사님이 2007년 1월 19일부터
3일 간 연 'zero limits' 세미나 실황 녹음 제품.
책에는 없었던 휴 렌 박사님의 강의를 많이 들을 수 있더라고요.
휴 렌 박사님과 조 바이텔 박사님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느낌이 신기하더
라고요.
뭔가 좀 묘하던데요.
녹음 파일 7시간. 대본 461페이지.)

2 Attract a new car($97) (http://www.attractanewcar.com)
(끌어당김의 법칙에 관한 것.
오디오 파일 4시간. 대본.)

3 Money beyond belief($49)
(http://www.bradyates.net/MoneyBeyondBelief.html)
(EFT로 부에 관한 부정적인 믿음을 없애는 것에 관한 것.
EFT의 대가인 Brad Yats와 함께 진행한 텔레 세미나.
'호오포노포노의 법칙'에도 감정 해방 요법(EFT)이라는 말로 이 방법에
대해서 소개를 하더라고요.
오디오 파일 4시간. 대본)

4 clearing audio series ($79) (http://www.theclearingaudio.com/)
(조 바이텔이 호오포노포노에 영감을 얻어서 만든 정화시켜 주는 음악.
'호오포노포노의 법칙' 165, 166페이지에 이 제품에 관한 설명이 나옵니다.)

조 바이텔 박사 말처럼, EFT를 해 보면서 호오포노포노를 하니까, 이전에
가졌던 부정적인 믿음들이 거의 사라진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는 제가 이루길 원하는 것들을 떠올려보면 '내가 과연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내게 다가올까?' 하는 생각에 설렘을 느끼더라고요.
zero limits 세미나를 듣고 나서는, 호오포노포노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얼마나 강력한 지에 대해서 더 깊게
깨닫게 되었고요.

정화를 도와주는 오디오 테입은 듣고만 있어도 맘이 편해져요.
영감에 의한 행동이 떠오를 때도 있고요. 그래서 들으면서도 기대가
될 때가 많아요.

무엇보다도 저는 EFT를 강력 추천 합니다.


모두 영어 파일로 되어 있지만, 음성파일들에 대해서 완벽한 대본이 있기 때문에
보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품목들 다 구입한 금액이 47만원 좀 더 하더라고요.
환율이 너무 올라서 생각보다 금액이 많이 나왔네요.

혹시 원하시면 제가 구입한 이 제품들을 4만원에 모두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메일을 통해서 즉시 보내 드릴 수 있습니다.
문자 보내주세요.

010 8855 0839

우태환

wootehwan@naver.com
 
웰컴투 오로빌 - 살고 싶은 마을, 남인도 오로빌 이야기
오로빌 투데이 지음, 이균형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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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고 말할수 있듯 그간 인류는 끝없는 경쟁속에서 각자의 민족이나 문화의 우월성만을 전면에 내세운 투쟁만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그러한 경향은 지난 세기까지 이어져 두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양극화의 시대의 냉전을 우리 인류는 모두 지켜보았고 이어지는 아픔은 모든 인류에게 깊은 상흔으로 아직까지 남아있기도 하다. UN이라는 인류평화를 앞세운 단체가 출범하긴 했지만 인류에게 하나가 되는 것은 아직까지도 요원한 나날일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 첨예한 대립의 시대는 지나가고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 아래 전세계가 가까워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헤게모니 쟁탈전은 지금도 계속 이어져만 가고 있다. 미,소가 극한 대립으로만 치닫던 1968년 2월 인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이 시작된다. 그것은 인류가 스스로 쌓았던 각자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어보자는 작은 시작이기도 했다.

 

이 책 <웰컴투 오로빌>은 '새벽의 도시'라는 의미있는 이름을 가진, 인류의 일체성을 몸소 실현하고 있는 마을이자 도시 오로빌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오로빌은 그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며 선량한 의지와 진지한 열망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어느 특정국가의 국민이 아닌 세계의 시민으로서 스스로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곳을 꿈꾸는 의지에 따라 건설되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근대 인도의 영적 위인인 스리 오로빈도의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인류에게 다가온 많은 문제들 즉, 전쟁, 환경문제, 빈곤등의 해결은 결국 제도적이거나 기술적인 대응이 아니라 인류 스스로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여 일체성을 이룩하여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러한 그의 사상은 스리 오로빈도의 사후 그의 영적 동반자인 마더에 의해 더욱 발전된다. 현재의 오로빌을 탄생시키기는데 가장 커다란 힘으로 작용했던 마더는 진정한 공동체 속의 삶은 개인 지향적인 삶을 지배하는 법칙과는 다른 모두가 공감하는 공동의 어떠한 규율에 의해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다시말해 개개인의 성취가 중요할진 몰라도 규율이 불완전하기에 그 두가지 요소는 서로 상반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결국 모두가 하나되는 공동체의 삶 속에 개인이란 자신속에 전체의 모습까지도 투영시켜 그 관점을 바꿔나가면서 그 어떠한 것도 포기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오로빌에서 스리 오로빈도와 마더의 사상은 또하나의 종교집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마을주민 모두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울타리의 개념아며 그들 스스로도 종교로 바뀌기에는 어쩌면 보편적인 사상의 하나로 규정하기도 한다. 다만 누군가가 그것을 직접적으로 강요하기에 앞서 스스로 자신들의 열망을 한데 모으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로빌은 인류에게 여러가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실험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오로빌의 가장 정중앙에 자리한 황금원반으로 뒤덮힌 대형의 구체는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상징적인 건물이기도 하다. 오로빌의 영혼, 마을의 구심력으로도 불리는 마트리안디르는 20여년이 넘는 건설기간을 거치면서 현대 건축술의 백미로 자리하게 된다. 오로빌의 도시계획 자체가 인류가 앞으로 살아 나아가야할 미래의 도시를 꿈꾸고 있듯 도시 곳곳에는 미래를 이끌어갈 건축가들의 실험적이며 창의적인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현대 우리사회가 그러하듯 현재의 오로빌에서도 도시문제, 주택문제는 또 하나의 과제로 자리잡고 있기에 그들에게 주어진 실험정신은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오로빌이 미래 인류의 모습을 지향한다고 하는 점은 겉으로 보이는 도시계획이나 건축물 뿐만이 아니다. 미래의 희망의 모습을 키워나가는 교육에서부터 환경, 경제, 문화, 사회조직 등 인류가 그간 해보지 못한 많은 실험들이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실현되고 있기도 하다. 환경문제에 대처하여는 풍차와 태양열을 이용하고 디젤이 내뿜는 매연에서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며, 사업을 하더라도 전적으로 개인의 소유가 아닌 모두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배경을 지닌채 이루어진다. 오로빌리언들은 그들이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아직까지 그들이 꿈꾸던 자급자족의 이상을 실현해내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모든 사회가 개개인의 욕망과 요구를 채워줄 수 없듯 오로빌에서도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황량한 황무지에 이상의 세계를 실현하려했듯 오로빌의 주민들은 "온 세계의 남녀가 종교와 정치적 사상과 국적을 초월하여 진취적인 조화속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국제도시를 창조하는 일"에 투신해야 하는 과제를 언제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오로빌은 인류가 꿈꾸던 이상을 직접적으로 실현하는 실험이 계속 이어지는 곳이다. 현재 40여개국의 국민들이 입주해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여년전부터 시작해 20여명이 오로빌리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그곳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직접적인 경험담이 첨가되었더라면 좀 더 우리에게 오로빌을 보다 생생하게 전해주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의 장이 되기를 자처한 것 그리고 그러한 인류의 꿈을 한데 모아 그러한 이상에 다가서려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지구는 이러한 이상을 실현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인류는 이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지식도 갖추고 있지 않으며, 실행할 만한 의식의 힘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꿈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꿈은 실현되어가는 도정에 있습니다..."  
 - 마더의 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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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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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 우리네 소시민들의 삶이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해야하고 그렇게 힘겹게 살아나가는 바쁜 일상이 반복되고 게속 이어지면서 우리는 자기자신의 현실을 돌아볼 여유를 제대로 찾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인생의 쾌락을 오로지 '놀이'라는 하나의 게임으로 즐기는 사내가 있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는 대단히 성공한 변호사이며 거기에 따르는 부와 명예 그리고 사회적 지위까지 어쩌면 우리사회에서 모든 것을 이룩했고 또한 그것을 누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자신의 현실마저도 그저 자신의 놀이에 필요한 부수적인 요소로 삼을 뿐이다. 이제 그의 인생 그의 놀이속으로 들어가 보자.

독일의 작가 크리스토퍼 하인의 작품 <나폴레옹 놀이>는 이렇게 인생을 그저 즐기는 놀이로만 인식하고 있는 남자 뵈블레가 어느날 살인을 저질러 형무소에 갇혀 재판을 기다리면서 자신을 변호해 줄 변호사 피아르테스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 형식을 띠고 있다. 뵈블레는 자신과는 일면식도 없는 바크날이라는 남자를 지하철에서 잔인하게 살해했지만 그것이 불가피한 살해였고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살해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을 위해 최선의 변호를 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정당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낱낱히 고백하는 심경을 편지에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그의 편지에 따르면 그는 중소기업인 사탕공장을 경영하는 아버지와 사교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뽐내는 어머니 사이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공장의 후계자로 인식되면서 그에게는 비밀스런 놀이가 한가지 생기게 된다. 그것은 바로 여공들의 무릎위에 앉아 그들의 육체와 몸의 굴곡을 즐기는 비밀스런 놀이였다. 하지만 전쟁은 그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가게 된다. 아버지의 공장은 물론 어머니의 목숨, 그리고 그만이 즐기던 비밀스런 놀이마저도. 하지만 그는 열두살의 자극 즉, 강렬하고 흔쾌히 다가오던 여성적 자극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한 흥분된 자극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존재라고 믿게 된다. 패전 후 그의 아버지는 재혼하고 되고 그가 '후레자식'으로 부르는 의붓동생을 상대로 그의 놀이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대학생이 된 그는 공부라는 놀이에 집중하게 된다. 공부는 그에게 새로운 놀이였고 승리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기에 그는 공부라는 놀이에 마음을 한동안 빼앗기게 된다.

그는 그렇게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법정에서의 재판은 놀이가 인생의 전부인 그에게 더할나위없는 놀이가 된다. 그의 철저한 준비와 탁월한 역량은 그에게 재판이라는 놀이에서의 연이은 승리를 가져다 준다. 아무리 불리한 재판도 이겨내는 그였기에 이제 적어도 법정에서는 그를 당해낼 검사나 변호사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또한 그의 승리는 그에게 많은 재산과 명성을 함께 가져다 주기에 이른다. 재판이라는 놀이가 실증날 즈음 그는 그가 벌어들인 많은 돈으로 투자를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많은 돈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다시금 절망감에 빠진다. 그 놀이의 규칙을 완전히 터득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놀이가 보이지 않게 되자 그는 인생마저 끝났다는 우울증에 빠져버리고 그것을 극복해보고자 어느 외딴섬의 별장을 사들여 그곳에 당구대를 설치해 놓고 당구라는 놀이에 심취하게 된다.

그에게 당구는 결코 새로운 놀이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조용히 집중해서 숙고하기 위해 놀이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는 당구를 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다음 놀이로 정치를 선택한다. 당구와 같이 부단히 변하는 상황이나 한정 지을수 없는 가능성의 수를 내재한 놀이가 정치였기에 그는 그의 인생에서 비교적 긴 기간인 이십여년을 정치판에서 보내게 된다. 그는 정치를 하면서 자신의 놀이가 나폴레옹의 삶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나폴레옹 역시 연이은 승리로 대부분의 유럽이 자신의 수중에 들어오자 어쩔수 없이 놀이의 무대를 모스크바로 밖에 돌릴수 없었고 러시아 원정에서의 패배는 그를 세인트헬레나의 유배로 몰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것마저도 나폴레옹이 계산한 놀이였기에 자신도 나폴레옹의 길을 걷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게해서 그는 전혀 모르는 남자를 살해하는 놀이를 감행하고 체포된다. 그는 편지의 한 부분에서 이 모든 놀이가 자신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아직 놀이가 끝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앞으로도 두개의 놀이가 더 남았다고 이야기 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뵈블레란 인물은 어쩌면 무언가에게 집착하는 광기에 빠진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는듯 하다. 우리들 역시 어떤 하나의 일에 크게 집착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시종일관 책에서 눈을 뗄수 없게 만드는 이 소설의 매력 역시 그러한 우리들의 집착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게 되면서부터 놀이는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 같이 느껴진다. 결과론적으로 그것이 인간에게 자유를 가져다 주긴했지만 실제로는 외부에 의한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우리는 어쩌면 태초의 에덴동산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했고 그것이 정당하기에 자신은 풀려나야한다는 그의 주장마저도 게임의 일부라는 엄청난 반전은 작가가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를 게임의 상대로 대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의심해보고 싶은 여지를 남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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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속에서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 그의 직업은 대필작가이다. 마치 유령처럼 유명인의 배후에 철저히 숨겨져 대중에게 자신의 의뢰인이 일반인들과는 다른 그들이 동경해마지 않는 삶을 살았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모습들만이 부각될수 있도록 그들의 삶을 인위적으로 치장시킨 모습으로 보여지게끔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일이기도 하다. 단순히 이야기만 듣고도 타인의 삶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그러한 과정들이 어쩌면 지루하고도 답답할수도 있겠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일을 즐기려하고 있고, 일의 성공의 보이는 시점이 다가올때쯤이면 오히려 의뢰인보다도 더 그들처럼 변모해가며 마치 그들의 삶이 자신의 삶이었던 것처럼 동화되는 가벼운 흥분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그러한 전율을 느끼기 위해서는 의뢰인도 깨닫지못한 삶을 만들어내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폼페이>와 <아크엔젤>의 연이은 성공을 통해 이미 대중적이고도 인기있는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라선 영국의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최신작인 <고스트 라이터>는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지만 그 실체조차도 명확하지 않은 대필작가라는 숨겨진 이들을 통해 우리들에게 절대 알려질 수 없는 권력의 배후를 쫓는 작품이다. 해리스의 다른 작품들이 역사속에서 존재하는 인물들을 내세운 있을법한 팩션이었다면 이 작품은 분명 그로하지는 않다. 그것은 그 시대적 배경이 현재라는 점도 있겠지만 그가 고발하고 파헤치려는 대상이 권력의 심장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이름을 가진 등장인물이더라도 마치 실제 그러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마도 해리스의 작품에 발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긴박감일듯 하다.

 

돌풍이 세차게 불던 1월의 어느 겨울밤 미국 메사추세츠주 우즈홀에서 미사 바인야드라는 섬으로 가던 배안에서 한남자가 실종되고 그는 변사체로 해안가에서 발견된다. 사건은 단순한 실족사처럼 보였으나 사체의 신원을 확인하러 온 사람이 영국의 전수상 애덤 랭임이 확인되면서 그 남자의 신원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다. 그가 랭의 자서전을 대필하던 마이클 맥아라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랭의 자서전은 이제 주인공인 '나'에게 맡겨진다. 록스타와 축구선수 등 10여 명의 자서전을 대필하면서 이미 대필작가라는 그쪽업계에서는 어느정도 알려진 인물이었던 나는 그다지 랭에 대해 관심도 호감도 없었지만 1000만달러라는 엄청난 계약조건에 이끌려 맥아라의 후임이 되기로 결심한다. 작품의 집필을 위해 나는 자신의 소속사인 라인하트 출판사의 저택이 있는 마사 바인야드로 가는 배에 오른다. 맥아라가 걸었던 것과 똑같은 여정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랭과 만나고 인터뷰를 하면서 촉박한 마감일자를 맞추기 위해 작품집필에 매달리던 어느날 랭의 집권시절 외무상이었던 라이카트의 성명소식을 듣게 된다. 랭에 의해 해임된후 영국의 미국외교정책에 적대적이었던 그는 랭이 집권시절 이른바 '태풍작전'이라는 이름하에 불법적으로 파키스탄에 거주하던 영국시민들을 체포해 CIA에 인계하면서 그들이 고문을 받도록 조장했음을 고발한다. 랭은 라이카트에 의해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 정식으로 수사가 요청되어질 위기에 처하고 랭은 그것을 막기위해 미국 권력의 핵심부인 워싱턴으로 날아간다. 그러한 어수선한 과정속에서 나는 우연히 전임자였던 맥아라가 조사했던 알아서는 안될 비밀이 적힌 메모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맥아라가 추적했던 랭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맥아라가 느꼈던 인간적 번뇌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이제 나에게 남겨진 것은 선택의 길이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감추어진 진실을 밝혀내는 폭로자가 되어야 할 것인가.

 

철저하게 1인칭 시점인 이 작품은 그러한 소설의 묘미를 살리듯 쫓기는듯한 주인공의 심리적 내면묘사가 탁월하게 느껴진다. 랭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각하의 유령입니다.'라고 지칭했던 것처럼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현실의 일에 대해 누구보다도 빠른 파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 전체에서 흐르는 분위기처럼 그는 유령작가라는 자신의 처지를 끊임없이 고뇌하기도 한다.
 "고객의 의도대로 불일치를 그려주고, 판단 역시 그들에게 맡겨라. 유령 작가는 절대 진실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집필하는 게 아니라 집필을 도와주는 것이다. …성폭력, 빈곤, 사지마비 같은 불행의 에피소드야말로 매상의 첨병이다. …훌륭한 책은 모두 다르지만 형편없는 책은 모두 같다. 소설이든 회고록이든 나쁜 책들은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섬을 빠져 나오기 위해 탑승한 차량에서 맥아라가 네비게이션에 남긴 의문의 주소를 발견하고 또다른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소설은 점점 흥미를 더해 간다. 구글 검색을 통해 미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는 대목에서는 실제 구글에 그러한 것들이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로 긴박감은 작품내내 주인공의 주변을 감싸고 돈다.

 

지난해 10월 <고스트라이터>의 출간 당시 영국에서는 애덤 랭의 실제 모델이 토니 블레어 전 총리라는 뜨거운 논란에 휨싸이기도 했다고 한다. 테러와의 전쟁, 런던 지하철의 연쇄 폭발사건, 이라크 관련 자료 조작등의 사건들이 실제 블레어 총리가 집권하던 시기에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인 해리스마저도 부인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블레어 총리가 애덤 랭이 아니었을까라고 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어느 정도의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영국인인 래스가 자신의 나라 수상을 그렇게까지 비하하면서까지 작품을 썼다는 것은 우리의 정서로서는 약간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려 한 것은 권력이라는 것이 그렇게 달콤한 것만은 아닌 이기적이며 무상하며 그저 덧없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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