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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해? 말어?
이규진 외 지음 / 고려원북스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는 많은 직업들의 부침을 목격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경해왔
던 전문직들이 ‘고소득’과 ‘평생 직업’이라는 메리트를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을 겪
게 되었다.
‘변호사 해? 말어?’ 라는 책은 그 동안 우리가 최고의 특권 계층이라고 믿고 있었던 법률사
회와 법조인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우선 주목할 점은 이 책의 저자는 현직 변호사가 아닌 경제 신문의 기자라는 점이다.
경제지 기자들이 쓴 책인만큼 이 책은 ‘법률사회’에 관한 책이 아니라, ‘법률시장’에 관한
책이다. 철저하게 시장의 입장에서 법조인들의 향후 위치를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국가의 철저한 공급제한 덕택에 엄청난 특권을 누려왔다.
그 속에 전혀 경쟁이 없었다 하더라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였다.
반면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는 소비자들에게 그 문턱은 한없이 높기만 했다.
그렇게 불과 몇 년 전까지 한정된 공급량 속에서 엄청난 혜택을 봐왔던 것이다."
...추천사 中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법률 시장은 ‘변호사 공급확대’, ‘시장개방’, ‘로스쿨 도입’ 등 전대미문의 파격적인 변
화를 맞고 있다.
2008년 로스쿨(법과전문 대학원)도입이 확정 되었으며, 현재 치르고 있는 사법시험은 2013
년부터 완전히 폐지 된다고 한다. 또한 2011 년부터 로스쿨 배출자를 고려해 사법시함 합격
자 수를 대폭 줄이게 된다. 그만큼 사시합격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사법 시험 후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 우수한 성적을 올린 사람이 판검사로 직
행하는 관행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 ‘법조 일원화’가 되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변호사를 3000~4000명까지 늘이자고 주장하며, 대한변협(대한민국변호사협회)
측은 되도록 변호사 수를 늘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익단체들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써부터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02 년 5073명이던 변호사 수가 3년만인 올해 1.5배인 7623명으로 급증, 2005년 1월 18일
현재 34기 사법연수생 진로현황은, 15.9%인 152명이 로펌․ 법률사무소로, 20%인 191명이 법
원․경찰로, 15% 인 144명이 군공익․ 법무관으로, 12.3%인 117명이 개업, 결론적으로 33.4%
인 320명이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개업변호사는 잠정적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33.4%라는 수치는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치이다.
이러한 공급 과잉 현상은 변호사 스스로를 변화하게 만들었으며, 몸 값 파괴 현상과 부의 극대
화 현상을 불러왔다. 즉 같은 변호사라도 개개인의 경쟁력에 따라서 수입이 천차 만별로 달라지
게 된 것이다.
시민들의 과거에 비해 높아진 교육수준과 시민의식도 한 몫을 했다.
실제로 행정소송에서는 서울행정법원에 매일 제출된 소장의 80% 가까이가 ‘나홀로 소송’이다.
다소 질이 떨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법무사에게 맡기겠다는 고객이 많아지므로
변호사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느긋하게 앉아서 사건 수임을 기다릴 수도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들이 변호사의 앞 날을 한층 더 비관적으로 만든다.
자, 이제 현실을 직시하자. 법률 시장이 개방된다면 어떻게 될까?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의료계 발전 방향과 비슷한 형태로 법무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
고 전망'하며, 그는 '종합병원 형태의 몇몇 대형 로펌이 시장을 주도하고, 금융 등 특정분야에
특화된 클리닉 형태의 전문 로펌(부티크 로펌)이 허리를 받치고, 개인변호사들은 소기업과 개인
의 법률 주치의(향토 변호사) 역할을 하게 될 것' 으로 내다보고 있다."...본문 中
즉, 과도기를 거친 후의 최종 시스템은 세 부류로 나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자신의 일이 되어버린다면, 즉 생계와 직결이 되는 일이라면 최종
시스템에는 관심이 없어진다. 문제는 ‘과도기’이다.
‘과도기’를 거칠 때 내가 ‘희생양이 되느냐’, ‘이익을 추구 하느냐’가 보다 절실한 문제로 다가오
게 된다.
현직 변호사와 예비 법조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상당 부분에 이 ‘과도기’가 걸쳐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결론은 현재와 장래에 법과 연관될 사람들에게 희망적이다.
‘법률시장’의 현실을 객관적인 자료와 설득력있는 어조로 풀어나가며, ‘변호사 그래도 유망하
다’로 결론을 내린다.
모든 시장이 그렇듯 제로섬게임(시장 규모가 정해져 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잃어야 함)으
로 본다면 한없이 비관적이지만, 파지티브 게임(무한한 시장에서 가치가 무한정 창출됨)으로 본
다면 그 앞에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포진되어 있는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변호사의 현실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유망한 직업이라는 이유에 대해서 그보다 더 많은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그 게임의 룰에 정통한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며 살아가려면 통용되는 법을 알아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분명 변호사는 매력
적인 직업임이 틀림없다.
현재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과 장래 변호사를 꿈꾸는 예비 법조인들, 그리고 자신이
속한 분야만큼은 개방의 압력을 피해가겠지 라며 안심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
으며,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그 어떤 책보다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법과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서 살아갈 나조차도 이 책을 통해서 평소 알고 있던 지식에 또 한번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것은 시장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