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오로빌 - 살고 싶은 마을, 남인도 오로빌 이야기
오로빌 투데이 지음, 이균형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고 말할수 있듯 그간 인류는 끝없는 경쟁속에서 각자의 민족이나 문화의 우월성만을 전면에 내세운 투쟁만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그러한 경향은 지난 세기까지 이어져 두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양극화의 시대의 냉전을 우리 인류는 모두 지켜보았고 이어지는 아픔은 모든 인류에게 깊은 상흔으로 아직까지 남아있기도 하다. UN이라는 인류평화를 앞세운 단체가 출범하긴 했지만 인류에게 하나가 되는 것은 아직까지도 요원한 나날일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 첨예한 대립의 시대는 지나가고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 아래 전세계가 가까워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헤게모니 쟁탈전은 지금도 계속 이어져만 가고 있다. 미,소가 극한 대립으로만 치닫던 1968년 2월 인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이 시작된다. 그것은 인류가 스스로 쌓았던 각자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어보자는 작은 시작이기도 했다.

 

이 책 <웰컴투 오로빌>은 '새벽의 도시'라는 의미있는 이름을 가진, 인류의 일체성을 몸소 실현하고 있는 마을이자 도시 오로빌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오로빌은 그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며 선량한 의지와 진지한 열망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어느 특정국가의 국민이 아닌 세계의 시민으로서 스스로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곳을 꿈꾸는 의지에 따라 건설되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근대 인도의 영적 위인인 스리 오로빈도의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인류에게 다가온 많은 문제들 즉, 전쟁, 환경문제, 빈곤등의 해결은 결국 제도적이거나 기술적인 대응이 아니라 인류 스스로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여 일체성을 이룩하여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러한 그의 사상은 스리 오로빈도의 사후 그의 영적 동반자인 마더에 의해 더욱 발전된다. 현재의 오로빌을 탄생시키기는데 가장 커다란 힘으로 작용했던 마더는 진정한 공동체 속의 삶은 개인 지향적인 삶을 지배하는 법칙과는 다른 모두가 공감하는 공동의 어떠한 규율에 의해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다시말해 개개인의 성취가 중요할진 몰라도 규율이 불완전하기에 그 두가지 요소는 서로 상반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결국 모두가 하나되는 공동체의 삶 속에 개인이란 자신속에 전체의 모습까지도 투영시켜 그 관점을 바꿔나가면서 그 어떠한 것도 포기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오로빌에서 스리 오로빈도와 마더의 사상은 또하나의 종교집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마을주민 모두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울타리의 개념아며 그들 스스로도 종교로 바뀌기에는 어쩌면 보편적인 사상의 하나로 규정하기도 한다. 다만 누군가가 그것을 직접적으로 강요하기에 앞서 스스로 자신들의 열망을 한데 모으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로빌은 인류에게 여러가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실험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오로빌의 가장 정중앙에 자리한 황금원반으로 뒤덮힌 대형의 구체는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상징적인 건물이기도 하다. 오로빌의 영혼, 마을의 구심력으로도 불리는 마트리안디르는 20여년이 넘는 건설기간을 거치면서 현대 건축술의 백미로 자리하게 된다. 오로빌의 도시계획 자체가 인류가 앞으로 살아 나아가야할 미래의 도시를 꿈꾸고 있듯 도시 곳곳에는 미래를 이끌어갈 건축가들의 실험적이며 창의적인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현대 우리사회가 그러하듯 현재의 오로빌에서도 도시문제, 주택문제는 또 하나의 과제로 자리잡고 있기에 그들에게 주어진 실험정신은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오로빌이 미래 인류의 모습을 지향한다고 하는 점은 겉으로 보이는 도시계획이나 건축물 뿐만이 아니다. 미래의 희망의 모습을 키워나가는 교육에서부터 환경, 경제, 문화, 사회조직 등 인류가 그간 해보지 못한 많은 실험들이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실현되고 있기도 하다. 환경문제에 대처하여는 풍차와 태양열을 이용하고 디젤이 내뿜는 매연에서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며, 사업을 하더라도 전적으로 개인의 소유가 아닌 모두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배경을 지닌채 이루어진다. 오로빌리언들은 그들이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아직까지 그들이 꿈꾸던 자급자족의 이상을 실현해내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모든 사회가 개개인의 욕망과 요구를 채워줄 수 없듯 오로빌에서도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황량한 황무지에 이상의 세계를 실현하려했듯 오로빌의 주민들은 "온 세계의 남녀가 종교와 정치적 사상과 국적을 초월하여 진취적인 조화속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국제도시를 창조하는 일"에 투신해야 하는 과제를 언제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오로빌은 인류가 꿈꾸던 이상을 직접적으로 실현하는 실험이 계속 이어지는 곳이다. 현재 40여개국의 국민들이 입주해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여년전부터 시작해 20여명이 오로빌리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그곳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직접적인 경험담이 첨가되었더라면 좀 더 우리에게 오로빌을 보다 생생하게 전해주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의 장이 되기를 자처한 것 그리고 그러한 인류의 꿈을 한데 모아 그러한 이상에 다가서려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지구는 이러한 이상을 실현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인류는 이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지식도 갖추고 있지 않으며, 실행할 만한 의식의 힘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꿈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꿈은 실현되어가는 도정에 있습니다..."  
 - 마더의 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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