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뼈 -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가 펼치는 고도의 두뇌추리
레오나르도 고리 지음, 이현경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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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세를 암흑으로 몰아넣었던 봉건제가 서서히 무너지면서 12세기의 이탈리아에는 새롭고도 이질적인 정치단위와 정치체제가 생겨난다. 주변의 작은 도시들을 통합하면서 생겨난 '도시국가'라 불리우는 새로운 형태는 끝없는 그들간의 경쟁과 세력다툼으로 인해 계속되는 전쟁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 격렬한 분쟁속에서 거대한 금융자본을 토대로 피렌체의 전제정권이었던 메디치가가 결국 15세기말 민중들의 봉기에 의해 추방당하고 공화정이 복구된다. 반란 지도자 피에로 소데리니는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를 최고 서기장에 임명한다. 르네상스의 돌풍이 휘몰아치는 혼란의 시기 그 가장 중심에 서있던 마키아벨리를 주인공으로 레오나르도 고리의 팩션 <신의 뼈>는 시작된다.

 

르네상스를 이야기할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대표되는 르네상스 3대 화가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다 빈치는 조각, 건축, 토목, 수학, 과학,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 그 재능과 업적을 남기면서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적인 화가이자 과학자 그리고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그는 대중들에게 그리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았을 정도로 신비로운 삶을 살아간 인물이기도 하다. 많은 팩션에서 그를 다루는 것은 중세의 이탈리아를 이야기할때 그를 빼고는 이야기할수 없을 정도로 그가 흥미로운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신의 뼈>는 다빈치가 만년에 이르러 인체에 관한 관심을 기울였던 점에 착안하여 이야기를 풀어 낸다.

 

1504년 피렌체 공화국의 작은 항구도시 리보르노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정도로 많은 원숭이떼가 나타나고 도시는 공포에 휩싸인다. 그 혼란을 비집고 겨드랑이에 큰 책을 끼고 달리는 한 남자와 그를 쫓는 자들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그는 어딘가에 그 커다란 책을 넘겨주었지만 이내 추격자들에게 살해되고 만다. 같은 때 피렌체 공화국 최고 서기장 마키아벨리는 이웃 도시 피사를 압박하기 위해 건설중이던 아르노 강의 운하현장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하얗게 석회를 바른 나무에 메세지가 남겨졌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동행했던 젊은 귀족 두란테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지네브라와 함께 지켜보고 있다.
'악마의 비밀 무기는 마키아벨로의 엉덩이에나 꽂혀라.'
발견된 시체는 아프리카 흑인 4구와 거대한 고릴라의 시체 하나이다. 이미 부패가 시작된 시신들은 누군가 해부한 흔적이 보안다. 마키아벨리는 그것이 운하 건설의 총책임자이며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직감한다. 현장감독은 그에게 다빈치가 이미 가지고 있던 모든 책을 갖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피사인들이 이야기하는 비밀무기와 공사장에 던져진 고릴라와 흑인의 시체 그리고 사라져버린 다 빈치까지 이제 모든 사건의 해결은 마키아벨리에게 있는듯 보여 진다.

 

두란테는 해부에 관한한 자신이 다 빈치의 거의 유일한 제자임을 밝히고 발견된 시체들을 다시 해부하고 무언가 메세지를 발견다. 스승의 흔적을 쫓아 찾아간 철학교수 펠리포 델 사르트의 집에서는 수많은 뼈와 함께 대들보에 목을 매단 그의 시체만이 발견된다. 그리고 두번째 메세지가 이어진다.
'지옥에서 온 끔찍한 메세지'
두란테는 스승이 곤경에 빠졌음을 직감하고 몰래 현장을 빠져 나간다. 마키아벨리와 지네브라는 두란테의 뒤를 쫓지만 그 역시 차가운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역시 해부한 흔적이 있는 그의 몸엔 또다른 메세지가 있다.
'구하면 찾을 것이다."

 

알 수 없는 메세지를 쫓아 마키아벨리와 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지네브라의 여정은 계속된다. 그 과정속에서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두란테가 가지고 다니던 작고 오래된 기도서에 그가 남긴 메세지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고 무엇때문에 다 빈치는 쫓기고 있는 것일까.
'레오나르도에게, 철학은 실증의 이름으로 진실에 반대할때만 무기의 힘을 갖는다. 철학은 씨앗의 변화를 따른다.'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인물인 마키아벨리와 다빈치를 연결했을 만큼 소설은 커다란 비밀을 지니고 있는듯 보여진다. 교황과 술탄을 비롯한 많은 통치자들이 다 빈치를 쫓고 있기에. 하지만 의외로 소설의 서술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힌트가 남발되기에 이미 그 비밀에 대해 추론이 가능해 보인다. 물론 당대에는 그 모든 사람이 지켜내야 할 만큼의 엄청난 비밀이었을런지는 모르나 소설을 읽고 있는 현재의 독자들에게 그 비밀은 그다지 그리 크게 와닿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숨겨진 다 빈치의 비밀보다는 그를 쫓는 과정이 더욱 흥미진진해 보인다. 또한 소설에 또하나의 중요한 인물이기도 한 지네브라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당시의 복잡했던 이탈리아의 정치구조에 관한 이해가 필요할듯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속도감은 물론이며, 신비로운 인물 다 빈치 뿐만 아니라 강력한 군주 밑에서 이탈리아가 통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마키아벨리의 젊은 시절 흔적 역시도 우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이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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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랜덤 - 마법에 걸린 떠돌이 개 이야기
J.R.R 톨킨 지음, 크리스티나 스컬 & 웨인 G. 해몬드 엮음, 박주영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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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시절 들었던 동화를 잊지못하는 것은 순수하기만했던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고픈 작은 바램일 것이다. 동화속에서 우리는 달나라로 토끼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바다속 용궁으로 용왕을 만나러 가기도 했다. 우리들의 상상속에서는 모든 것이 이루어졌고 그 속에서 우리들은 살아있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커져 버렸고 그와 동시에 그러한 꿈이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게 된다. 우리들의 앞에 놓인 치열하기만한 현실의 일상속에서 동화속 꿈을 이야기하기란 이젠 바보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을까?  

 

이 책 <로버랜덤>은 그렇게 현실속에서 동화속 꿈을 잃어버린 우리들을 모험과 순수를 통한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책이다. <반지의 제왕>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J.R.R 톨킨은 이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지어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번의 각색과 삽화 그리고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이제 이 이야기는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가 아닌 어른과 아이 모두가 좋아할수 있는 그리움의 세계로 우리들을 이끌어 내고 있다.

 

대학교수로 임용된 것을 기념해 톨킨은 세 아이와 함께 영국의 요크셔 해안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때 돌킨의 둘째 아들 마이클은 작은 납 강아지 인형에 푹 빠져 지냈다고 한다. 식사를 할때나 잠을 잘 때에도 그 인형을 떼어 놓지 않았을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였으나 산책하러 나간 해변에서 그만 그 강아지 인형을 잃어 버리게 된다. 슬퍼하는 마이클을 달래기 위해 돌킨은 즉흥적으로 그 강아지가 원래는 진짜 강아지였으나 마법에 걸려 장난감으로 변해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로버'라는 이름의 그 강아지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되어 모험을 떠났다고 마이클에게 이야기 해준다.

 

소설속 이야기 역시 실제 돌킨이 겪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돌킨은 마이클에게 좀 더 완성되어진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해변에서 강아지 인형을 잃어버리게 전의 상황을 만들어 낸다. 로버는 원래 정원 잔디에 노란 공이 있는 집에 살고 있었지만 마법사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짖을수도 물어 뜯을수도 없이 그저 앞발 두개를 들고 간청하는 자세로 굳어버린 작은 강아지 인형이 되고 만다. 그렇개 인형이 되어 장난감 가게의 진열장에 놓인 로버를 마이클의 엄마가 사게 된다. 이후 해안으로 놀러갔던 아이의 주머니에서 떨어져버린 로버는 마침내 요정만한 크기의 강아지가 된다. 로버의 소망은 단지 예전의 몸 크기가 되어 잔디에 노란 공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픈 생각 뿐이었지만 해안가의 모래요정 프사마토스는 그것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그렇게해서 로버는 프사마토스가 시킨대로 갈매기 뮤의 등에 타고 달사나이를 만나러 달로 향한다. 달사나이라 불리우는 마법사에게는 이미 로버라는 이름의 날개달린 강아지가 있었기 때문에 로버는 로버랜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기 시작한다.

 

달에서 화이트 드래곤에게 쫓기기도 하고, 꿈을 만드는 달사나이에 의해 로버를 잃어버린 소년의 꿈속에서 소년과 재회하기도 한다. 달에서의 모험은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로버는 소년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달사나이에게 이야기한다.
"난 마음이 아파요. 그 소년에게 돌아가고 싶어요. 그래서 그 아이의 꿈이 이루어지게요."
로버는 이제 로버에게 마법을 건 마법사 아르타제르젝스를 만나기 위해 인어와 결혼해 인어왕의 궁전에 있는 그를 만나러 고래의 뱃속에 들어가 바다속으로 다시 한번 모험의 여정을 떠난다.        

 

로버랜덤(rover random)이란 아무데나 닥치는데로 떠돌아다니는 개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연하게도 달에서나 바다속 모두 로버라는 이름의 개가 있었고 단순히 구별짓기 위해 그 로버들이 랜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로버는 그 나름대로 그 이름에 만족한다. 이 이야기속 로버의 여정은 정말 로버랜덤이란 이름처럼 하늘로 바다로 끊임없이 이어지기에...

 

작품은 본문 만큼이나 많은 양의 서문과 주석, 그리고 돌킨이 직접 그렸다고 하는 삽화가 들어있다. 원래 서문이란 작품을 쓰게 된 배경과 집필당시의 환경등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크리스티나 스컬과 웨인 G.해몬드 부부가 쓴 이 작품의 서문의 경우 묻혀 버릴뻔한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과 작품의 이해를 위해 반드시 읽어두는 것이 좋을듯 보인다. 또한 펜과 잉크 또는 색연필 등으로 그린 5장의 삽화는 상상만 하던 이야기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형체를 띤 이야기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해 보일 정도로 묘사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따뜻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이 꿈같은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부성애(父性愛)때문일 것이다. 역자 역시도 그러한 돌킨의 부성애에 감탄하며 이 작품을 번역했다고 역자후기에서 밝히기도 하는 것처럼 사랑이란 어쩌면 이 이야기의 바탕에 흐르는 가장 커다란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돌킨은 이야기를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그리고 로버마저도 어렵다고 생각했던 모두의 꿈을 이루어주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돌킨이 인도하는 꿈의 세계는 어쩌면 잃어버린 우리들의 꿈의 기억이라는 생각이 든다. 떠돌이 개 로버랜덤과 하는 이 모험이 그래서 더욱 즐거운 순간이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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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그녀의 에로틱한 글쓰기
이요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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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의 노처녀 오자인. 어쩌다 쓰게된 에로소설이 독자들의 인기를 끌게 되면서 그녀는 졸지에 인기작가 수준을 넘어선 확고부동한 에로계의 거성으로 자리잡게 된다. 쏠쏠한 수입은 그녀로 하여금 계속해서 에로 소설을 쓰게 했고 어쩌다 보니 이제 에로소설 집필은 그녀의 생계가 되어 버렸다. 지긋지긋하게 쓰기 싫은 순간에도 지독한 슬럼프 기간에도 담당기자는 그녀에게 연재를 재촉하며 원고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한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전경험 전혀 없는 그녀이기에 모든 소설속의 상황은 그녀의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다. 그렇게 짜증나는 밤 언제나 그랬듯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을 끝으로 이 생활 쫑내기로 그녀는 다짐해 본다.
"오늘도 밤은 길고, 일은 많고, 남자는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을 것 같은 불길한 에감 때문에 더욱 우울해지는 밤이다." 
그렇게 헤매고 있는 그녀의 옆방에서 어느날 예술을 한답시고 들려오는 남녀의 소리는 그녀로 하여금 벽을 걷어차게 만든다. 

 

제1회 네티즌 작가 서바이벌 공모전에서 출판상으로 선정되었으며, 이 요의 첫 장편소설이기도 한 <로맨틱한 그녀의 에로틱한 글쓰기>는 경쾌하고 즐거운 연애소설이다. 연애에 대해 전혀 무지하며 그 감정조차도 잊어버린 서른 두살의 노처녀가 사랑을 배워가고 갈등하며 마침내 사랑을 쟁취하게 되는 달콤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언제나 지독한 외로움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의 옆방에 스물여덟의 단역 영화배우 정호수가 이사오게 된다. 처음부터 자인은 호수가 맘에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에로 영화배우라니 자인은 상대하기조차 싫어질 지경이다. 하지만 호수가 키우는 고양이 장미가 베란다의 난간을 통해 자인의 방을 드나들게 되면서 자인과 호수는 좋든 싫든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다. 호수는 자인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물심양면으로 그녀의 집필을 돕는다. 호수는 평소 그녀의 성격대로 벽을 한 번 걷어차면 급하게 자신을 찾는 신호라 생각하겠으며, 두 번 차면 배고프다는 신호이기에 짠 하거 먹을 걸 들고 나타나겠다 이야기 한다. 한번도 자상한 관심을 받아본 적 없는 자인은 그런 호수가 한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한다. 하지만 그즈음 그녀의 모든 관심은 수현에게 쏠려 있다. 고양이 장미 때문에 찾게 됐던 동물병원에서 중학교 때 짝이었던 수현을 만난 이후 그녀는 세상이 달라 보임을 느낀다. 그녀에게 이제 수현과 함께 하는 미래는 그저 장밋빛 찬란한 색깔일 뿐이다. 다만 그녀가 에로소설 작가라는 비밀만 뺀다면...

 

호수는 자인에게 사랑을 쟁취하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호수는 자신이 작가 오인의 단순한 팬이 아닌 그녀 자인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음악을 들어도 다른 일에 몰두해도 그저 온통 자인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할 뿐이다. 하지만 자인은 호수에게서 얻은 용기로 결심을 하고 자신의 비밀을 수현에게 털어놓는다. 모든 현실에서의 상황이 그렇듯 수현에게도 자인이 에로계의 거성 '오인'이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자인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호수와의 첫데이트에 나서는 순간 포기했던 수현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자인은 냉정히 호수의 손을 뿌리쳐 버린다.
"이런 말, 나 이런 말할 자격 없는 거 아는데... 지금 가면 다신 나, 누나 안 볼 건데..."

 

툭하면 화내고 금방 삐쳐 버리며, 급하기만 한 성격에 그저 벽이나 걷어찰 줄 밖에 모르고, 솔직하지도 못하며, 특징없는 외모와 자신보다 네 살이나 많은 연상이지만, 아픈 자신에게 초콜릿이 들어간 돼지죽을 끓여주는 자인이 호수는 너무나 사랑스러울 뿐이다. 모든 것이 종료된 듯한 상황 자인 역시 비지땀을 흘리며 베란다를 넘어 호수의 빈 방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체취를 느낀다. 하지만 호수는 웬 여자와 함께 나타나고 쫓기듯 자인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이제 그녀는 정말 모든 것이 끝났다 생각한다. 간신히 눈물을 참으며 그녀는 벽을 쾅쾅쾅 세번 두드려 본다.

 

자인과 호수의 밀고 당기는 경쾌한 사랑 이야기는 소설속 자인이 써내려간 <Ready for Love>를 통해 더욱 그 생명력을 얻는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만 같았던 절망속의 혜리와 바다가 맞는 해피엔딩처럼 자인과 호수는 현실에서도 사랑을 이루어낸다. 두가지 사랑이 공존하는 <로맨틱한 그녀의 에로틱한 글쓰기>는 자인과 호수의 이야기만큼이나 소설속의 또다른 소설 <Ready for Love>를 맞이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다. 둘 사이의 긴장과 갈등의 모습이 혜리와 바다에게서 그대로 보여지기에 서로 다른 두개의 색깔처럼 우리들의 가슴에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또한 두 개의 에필로그를 통해 우리는 <Ready for Love>에 대한 작가의 배려를 보게 되기도 한다. 열려진 결말은 작가의 말대로 또다른 이야기의 시작임을 알리는듯 하게 보여진다. 사랑의 패배자가 되어버린 수현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것처럼 모는 결말은 또다른 시작을 알리는 희망으로 우리들에게도 다가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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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국 - 소설로 읽는 아메리카의 초상
김욱동 지음 / 소나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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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그 어느 분야를 막론하건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는 유일한 강대국으로 그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그러한 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된데에는 강력한 군사력이라는 요소가 있긴 했지만 그들은 한번 차지한 그들의 자리를 쉽게 놓아버리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기에 그러한 그들의 팽창주의를 일컬어 이전의 시대와는 또다른 신제국주의의 출현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300년도 되지않는 일천한 역사를 딛고 그들이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기까지는 겉으로 드러난 경제력과 군사력만큼이나 문화적, 정신적 요인 또한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에는 분명할 것이다.
 
김욱동 교수는 <소설로 읽는 아메리카의 초상 -소설의 제국>을 통해 지금까지 그들을 지배했고 그들이 지나왔던 시대를 상징하는 문학작품을 통해 미국이 지향했던 정서에 접근해보려 시도한다. 이미 문화적으로도 그들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그것은 소설이라는 문학적 텍스트를 통해서도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소설을 통해 지나간 미국과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려는 것은 그들이 가졌던 이상과 꿈 그리고 시대상에 접근해 보는 좋은 방법으로 보여진다.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메세지를 풀어놓는다. 그것은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모습 이외에도 어떤 식으로든 거스를수 없는 확고한 틀이기도 하다. 아무리 시대와 동떨어진 전혀 다른 삶을 다룬다 하더라도 소설속에 나타나는 텍스트들은 대부분 그러한 당대의 갈등과 시대상, 그리고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기에...

 

저자가 책에서 다루고 있는 11개의 작품은 소설이 씌여지던 당대 미국의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로 선별되었으며 하나하나 미국문학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사에 일정부분 커다란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희망을 안고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땅에 닿은 그들에게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는 하나님이라는 구심점아래 그들을 지탱해주는 강력한 사회적질서 이기도 했다. 하지만 너새니엘 호든의 <주홍글자>는 그러한 준엄한 청교도 사회에 비판의 메세지를 던진다. 작가 호든은 소설속 헤스터 프린의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자가 더이상 사회적 구속의 상징이 아니라 참다운 개인의 자유 의지의 표현임을 강조하려 했음을 이야기 한다. <주홍글자>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당시의 미국은 그러한 청교도적 사회의 틀이 굳건한 사회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어린이들은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만든 질서와 규범에 순응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당시의 아동문학역시 그러한 수준일 뿐이었지만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등을 통해 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은 당시의 미국이 가지고 있던 가장 커다란 갈등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마크 트웨인은 신생국가 미국이 안고 있던 그러한 내부적인 모순의 모습들을 고발하기도 했지만 자유와 평등이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이상을 형상화하려 노력하기도 했다. 그가 톰 소여와 헉을 통해 미래로 가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줬다면 <왕자와 거지>는 그들의 모태이기도 한 영국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이기도 하다. 이디스 워튼의 두 작품 <이선 프롬>과 <여름>은 개인과 사회의 갈등이라는 지속적인 미국문학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제도, 규범, 인습은 개인으로서는 거역하기 힘든 속박이기도 했다. 또한 남북전쟁이 끝난 비참한 미국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새로운 무엇 - 색다르고 아름답고 단순한 것 말고도 정교하게 고안된 그 무엇을 쓰고 싶습니다."
20세기가 되면서 미국의 소설도 희망찬 그들의 모습과 미래를 상징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작품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이다. 소설속의 개츠비의 꿈과 환상은 당시 미국 전체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였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개츠비가 온갖 희생과 고난을 이겨내기에 당시 미국의 모습과 유사해 보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츠비가 이룩한 물질적 성공은 겉으로 드러난 작은 한조각이었으며 또한 그것은 변질된 미국의 꿈이기도 했다. 도전적이었던 그들의 관심은 J.D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통해 다시 내부의 갈등으로 돌아온다. 고립과 소외라는 어쩌면 지금도 이어지는 정체성의 혼란은 개인과 사회의 갈등이라는 전형적인 주제에 대해 다시한번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들의 내부적 상처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통해 근본적인 삶의 문제로 다가선다. 흑백갈등이라는 인종적인 문제만큼이나 사회집단간 계층간의 골은 깊어져가기만 한다. 마여 엔젤루의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내>는 그러한 뿌리깊은 갈등에 도전하는 새로운 의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통과 절망은 창조의 노래가 된다.

 

책은 미국의 역사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듯이 보여진다. 갈등과 차별은 어쩌면 오래도록 미국을 상징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많은 문학작품이 그러한 주제를 담고 당대를 통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미국이 그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마지막에 오 헨리를 다루면서 그러한 갈등이 조금은 희석되어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 잎새>나 <크리스마스 선물>등 오 헨리가 그의 작품을 보여주었던 따뜻한 인간애는 어쩌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전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민중적이고 낙관적인 가장 이상적인 그들의 모습이기에...      

 

법 앞에 평등한 만인의 모습을 실현하려 했던 겉으로 나타난 미국의 모습과 흑인노예를 노동력의 근간으로 삼아 오늘의 번영을 이루어 냈다는 또다른 미국의 모습은 전형적이고 양면적인 오늘날 그들의 모습과 유사게 보이기까지 하다. 감추고 싶었던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써내려간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 있고 그렇게 그들의 치부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들은 언제나 시대의 벽에 대해 항거했고 거스를수 없는 변화에 대한 욕망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문학을 그렇게 언제나 시대의 모습을 대변해 왔다. 그러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미국의 두가지 모습이 문학에서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의 미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지 이 책은 그 또다른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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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전 1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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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스스로 많은 것을 이룩해왔다. 전혀 불편함이 없는 오늘날의 문명, 빠른 정보력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속에서 현대인은 이제 아무것도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우리들에게 사후의 세계는 여전히 의문 투성일 뿐이다. 경험이 지배하고 검증된 확신이 진리로 통하는 현대에서 사후의 세계와 귀신이라는 소재는 어쩌면 진부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사후의 세계는 그 누구도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더더욱 우리에게 호기심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령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그 혼령은 육신에서 분리되어 이승에서의 삶을 끝내고 저승세계로 또다른 삶을 살기 위해 떠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승에서의 원한이 남겨진 혼령들은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인간들의 주위에 남아 악귀가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귀신이란 바로 그들을 이르는 것이며, 인간에게 그들은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귀신은 늘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우리는 그들을 두려워한다. 무당이나 주술사를 통해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보려 하기도 했고, 퇴마사를 동원해 그들에게서 벗어나려고도 했다. 퇴마사란 바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악귀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종호의 소설 <귀신전>은 그러한 퇴마사들의 이야기를 여러개의 에피소드로 엮은 소설이다.

 

카페 '레테'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하게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눌수 있는 전형적인 카페의 모습이다. 하지만 밤 11시가 되면 특별한 손님만을 받는 공간이 된다. 그 특별한 손님이란 바로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원혼들이다. '레테'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카페 레테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레테의 강'이 되는 것이다.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꼭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 원혼들은 그래서 이곳을 찾는다. 영(靈)은 조용히 선일, 수정, 찬수 등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영들의 안타까움은 이승에게 남겨진 가족들에게 전해지기도 하고, 칠성 장의사 박영감의 천도제를 통해 떠도는 혼령이 아닌 안식을 찾기도 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영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녔으며 장법사라 불리는 선일, 극중 <귀신전>의 작가이며 잔류사념이라는 능력을 읽을 줄 아는 수정, 자신에게 주어진 귀신을 보는 능력을 거부하지 못해 결국 그 서늘한 기운을 받아들여야 했던 찬수는 카페 레테를 통해 망자들을 대하고 있다.

 

칠성 장의사의 박두칠 영감과 제자 용만 역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겉으로 그들은 허름한 장의사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 그들은 이승의 해악을 끼치는 악귀를 퇴치하는 퇴마사이다. 이상한 기운이 펼쳐지고 이유없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엔 언제나 하늘의 양기가 담긴 사인검을 꺼내든 용만의 모습이 보인다. 생전의 기억이 전혀 없이 이승을 떠도는 혼령 묘화와 언제나 함께하는 고등학생 공표 역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기공수련을 통해 투시능력을 가지게 된 공표는 자신의 길이 퇴마사임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수정의 친구로 마지막으로 레테에 합류하게 되는 숙희 역시 많은 비밀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악령과 맞서고 이승을 떠도는 원혼을 구제하기도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귀신전>이다.          

 

귀신의 세계는 우리들에게 언제나 신비로운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또한 귀신의 존재유무를 떠나 항상 관심을 집중시키는 대상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 속엔 언제나 귀신이 빠지지 않았고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로 귀신은 우리와 함께 해 오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들의 정서에서 귀신이란 어쩌면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저 악귀를 물리치는 냉혈한 퇴마사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평범하고 인간적인 인물들이 펼치는 귀신과의 한판 대결은 그래서 더욱 흥미를 끈다. 또한 내부의 적일지도 모르는 숙희와 함께 얽혀있는 그들의 관계가 이어질 후속편이 그래서 더욱 기대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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