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 1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스스로 많은 것을 이룩해왔다. 전혀 불편함이 없는 오늘날의 문명, 빠른 정보력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속에서 현대인은 이제 아무것도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우리들에게 사후의 세계는 여전히 의문 투성일 뿐이다. 경험이 지배하고 검증된 확신이 진리로 통하는 현대에서 사후의 세계와 귀신이라는 소재는 어쩌면 진부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사후의 세계는 그 누구도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더더욱 우리에게 호기심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령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그 혼령은 육신에서 분리되어 이승에서의 삶을 끝내고 저승세계로 또다른 삶을 살기 위해 떠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승에서의 원한이 남겨진 혼령들은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인간들의 주위에 남아 악귀가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귀신이란 바로 그들을 이르는 것이며, 인간에게 그들은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귀신은 늘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우리는 그들을 두려워한다. 무당이나 주술사를 통해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보려 하기도 했고, 퇴마사를 동원해 그들에게서 벗어나려고도 했다. 퇴마사란 바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악귀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종호의 소설 <귀신전>은 그러한 퇴마사들의 이야기를 여러개의 에피소드로 엮은 소설이다.

 

카페 '레테'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하게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눌수 있는 전형적인 카페의 모습이다. 하지만 밤 11시가 되면 특별한 손님만을 받는 공간이 된다. 그 특별한 손님이란 바로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원혼들이다. '레테'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카페 레테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레테의 강'이 되는 것이다.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꼭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 원혼들은 그래서 이곳을 찾는다. 영(靈)은 조용히 선일, 수정, 찬수 등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영들의 안타까움은 이승에게 남겨진 가족들에게 전해지기도 하고, 칠성 장의사 박영감의 천도제를 통해 떠도는 혼령이 아닌 안식을 찾기도 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영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녔으며 장법사라 불리는 선일, 극중 <귀신전>의 작가이며 잔류사념이라는 능력을 읽을 줄 아는 수정, 자신에게 주어진 귀신을 보는 능력을 거부하지 못해 결국 그 서늘한 기운을 받아들여야 했던 찬수는 카페 레테를 통해 망자들을 대하고 있다.

 

칠성 장의사의 박두칠 영감과 제자 용만 역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겉으로 그들은 허름한 장의사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 그들은 이승의 해악을 끼치는 악귀를 퇴치하는 퇴마사이다. 이상한 기운이 펼쳐지고 이유없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엔 언제나 하늘의 양기가 담긴 사인검을 꺼내든 용만의 모습이 보인다. 생전의 기억이 전혀 없이 이승을 떠도는 혼령 묘화와 언제나 함께하는 고등학생 공표 역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기공수련을 통해 투시능력을 가지게 된 공표는 자신의 길이 퇴마사임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수정의 친구로 마지막으로 레테에 합류하게 되는 숙희 역시 많은 비밀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악령과 맞서고 이승을 떠도는 원혼을 구제하기도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귀신전>이다.          

 

귀신의 세계는 우리들에게 언제나 신비로운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또한 귀신의 존재유무를 떠나 항상 관심을 집중시키는 대상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 속엔 언제나 귀신이 빠지지 않았고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로 귀신은 우리와 함께 해 오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들의 정서에서 귀신이란 어쩌면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저 악귀를 물리치는 냉혈한 퇴마사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평범하고 인간적인 인물들이 펼치는 귀신과의 한판 대결은 그래서 더욱 흥미를 끈다. 또한 내부의 적일지도 모르는 숙희와 함께 얽혀있는 그들의 관계가 이어질 후속편이 그래서 더욱 기대 되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