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는 이 책을 길고 긴 연서를 쓰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힌다. 그리고 아마도 못생긴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다룬, 최초의 소설이 될 것이라고..

눈을 맞으며 서 있는 그녀를 만나던 그곳, '의정부' 어디쯤..

그와 그녀 모두 스무 살이 되던 해, 그해 첫눈이 내리던 날, 그의 생일인 날

1986년의 12월이다.

그녀와 들른 카페에서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음반을 생일 선물로 받고

카페에 걸려 있는 그림과 사진 액자들 중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시녀들)] 그림을 본다.

그녀가 가장 좋아한 작곡가가 '모리스 라벨'이고

그 '라벨'이 바로 이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곡했다는 곡이 바로 이곡 파반느(무곡)이다.

'벨라스케스'는 이 그림을 가운데 귀엽고 아름다운 네 살짜리의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훗날 21세에 요절하는 그녀를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지만, 그는 오늘 쪽 강아지 뒤의 검은 드레스를 입은 난쟁이 추녀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실제로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보았던 저 그림, 그 당시 왕궁에서는 난쟁이나 기이한 모습을 한 사람들을 수집하기도 했었다고, 왕족들 가까이 두고, 신기한 장난감 수집하듯 하기도 했지만, 일종의 나쁜 기운이나 병마를 막는 액막이 같은 역할도 주어졌다고 하는 가이드 설명을 들은 바가 있다.

못생긴 추녀를 대하는 자세는 그래왔던 거다.

 

우 서정적이고 편지글 같은 대화체로 가독성도 좋은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류인 남성 작가의 서정성이 잘 드러난다.

블로그 이웃 '영*'님의 리뷰를 보다가 단숨에 읽겠다했고,

연말, 12월, 첫눈 내린 언저리쯤 읽게 되어서 정말 다행인 책..

그의 곁에 있는 그녀가, 그가 사랑한 그녀의 모습이 저 추녀만큼이나 못생긴 여인이다.

길 가던 사람들이 놀라서 돌아볼 만큼, 재수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남자들 무리 중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것이 끔찍한 벌칙인 만큼,

간에겐 늘 열광할 만큼의 아름다움이 필요했고

인간에겐 늘 멸시할 만큼이 추함이 필요했다면, 바로 그녀..

하지만 그에게는 저 추한 난쟁이가 왕녀이다.

1985년 재수를 하던 그와 식당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꾸리던 못생긴 엄마, 그리고 무명의 무술배우인 미남 아버지의 배신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버지는 운동으로 다져진, 작고 날렵한 체구, 어머니는 크고 펑퍼짐한 박색으로

그들의 결혼은 어머니 입장에서 아버지는, 그녀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남이었고, 아버지 입장에서 어머니는, 희망 없는 삼류배우의 숙주 같은..

그런 이상한 삶이었다.

영화사 앞 식당에서 일하던 그녀에게 삼류 배우는 소주잔을 내려놓는 모습도,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도 늘 새것처럼 빛나던 구두도 설레었던 존재..

명이던 아버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집을 나가고 10년 연하의 사업가와 결혼한다는 보도가 뜨고

아버지의 외모를 빼닮은 그는 어머니가 삶을 놓아버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겨우 추스른 엄마는 이모가 있는 그녀의 고향 강릉에서 식당 일을 하며 자리를 잡아간다.

울로 돌아온 그는 그해 여름 소설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짧은 소설들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백화점 주차장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그녀, 세기를 대표하는 추녀를 만난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의 머릿속에선 요들 송이 들려온다. 특별하다 싶을 정도로 못생긴 그녀를 보며 가슴이 답답해지고, 슬퍼지기도 한다.

녀는 늘 혼자 일한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구분이 모호하고, 노동자의 권리나 개념 자체도 불투명하던 시절

그리고 뭔가 매우 능숙하지만 매우 특이한 존재 '요한'도 만난다.

'요한'과 가까워진 그는 '캔터키 치킨'이라는 맥줏집에서

함께 빈번히 퇴근 후의 시간을 보내는데

그곳은 beer를 bear로, hof를 hope로 표기해놓은..

그래서 곰을 생각하고 희망을 생각한다.

'요한'의 엄마는 '올리비아 핫세' 같은 미모의, 한때 배우였지만, 이 백화점 회장의 첩이 되어 숨어 있어야 하는 여자였고

결국 회장의 변심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고,

'요한'은 백화점 측의 배려로 그곳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그의 기질상 박차고 나와 주차장 일을 하게 된, 조증과 울증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

'요한'의 도움으로 그의 마음이 그녀에게 전달되고

상처투성이 청춘 셋은 그렇게 '캔터키 치킨'집에 모여들고

사람들 많은 곳을 피하던 그녀와 유원지 데이트를 나서는데

그녀는 묻는다.

나와 함께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냐? 고

-중간 생략-

 

가는 고백한다.

자신 역시 세상 모든 남자와 마찬가지로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고..

사랑을 역설하면서 사랑하기를 바란다면서,

그리고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는 자신의 얼굴을 갖기 바란다고..

모에 대해 추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박색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나 시선이 이렇게 잔인할 수도 있구나, 이런 상처도 있구나~~

완전 반대 선상에 있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떠오르고..

모든 사랑은 오해다.

하지만 오해를 믿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이 부분과 아래 페이지가 가장 강렬하다.

그래도 결국 이 소설의 주제는 사랑이다.

그리고 스무 살이란 그런 것..

 '인간의 내면은 코끼리 보다 훨씬 큰 것이고, 인간의 외면은 손바닥만큼 작은 것인데, 왜 모든 인간은 코끼리를 마주한 듯 그 부분을 더듬고 또 더듬는 걸까? 코끼리를 마주한 듯 그 앞에서 압도되고, 코끼리에 짓밟힌 듯 평생을 사는 걸까? '

내면을 볼 수 없음이, 일부라도 보여지는 것이 외모일 뿐임이 몹시 안타깝지만, 이 글을 읽고도 늘 그래왔듯이 외모로, 첫인상으로, 보여지는 손바닥만큼의 것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해버릴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지 않았을 때와는 좀 더 다른 생각도 하기는 할 텐가? 나는..과연 그들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6
헤르만 헤세 지음, 임홍배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르만 헤세'는 선교사였던 아버지와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인도 학자이기도 한 외조부를 둔, 독실한 신앙의 가정에서 태어난다. '헤세' 역시 성직자로 키우고자 해서, 신학교에 입학도 시켰으나 10대에 시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으로 사춘기 방황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그의 사춘기와 성장, 종교적인 사유, 내적인 성찰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의 사춘기는 '헤세'의 책들로 풍요로웠으며, 금욕과 경건한 것에 대한 동경과 지적인 삶과 감각적인 삶에 대해 타고난 치우침, 노력하는 균형과 조화에 대한 화두를 던져 주었다.

이 책을 다시 읽고자 「지와 사랑」을 열심히 검색해 보았으나, '나르치스와 골트문트'라는 두 대조를 이루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전면으로 한 제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라 쓰고 '지와 사랑'으로 읽는다. 내게 있어 '지와 사랑'의 대비와 비교와 균형에의 노력은 나의 십 대 후반과 이십 대 초반을 움직이는 축이었으니깐..

는 독일이라는 나라를 히틀러도 나치도 전범국가도 아닌, '헤세'의 끊임없는 내적 질문과 경건한 색채가 담긴 「지와 사랑」, 「데미안」, 그리고 「독일인의 사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의 절대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사는 배경이 되는 공간으로만 받아들였다.

이 네 권의 책을 통해 나는 사랑을 배웠고, 책을 배웠고, 삶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위스와 독일의 접경 지역에서 태어난 '헤세'는

20대 초반에 [수레바퀴 밑에서]와 [크놀프]

스위스로 이사 후 1차 세계대전 전후로 전환점을 찍어 [데미안]과 [지와 사랑]을..

후기에 [유리알 유희], [싯다르타]를 발표하고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9살 연상의 여인과 결혼해서 아이를 셋이나 두고, 비교적 그의 정신적인 방황과 다른 예술가들의 사랑 편력에 비하면 무난한 결혼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85세까지 살았고, '전혜린'이 독일 유학 중에 스위스에 살고 있는 노년의 그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로부터 책과 편지를 받는 내용이 그녀의 책에 씌여있는데, 그 에피소드는 시간과 공간상으로 너무 먼, 구원자 같기도 한 그를 그나마 실감할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하다.

리아 브로 수도원 입구에 튼실한 너도밤나무 한 그루로부터 묘사가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 이국적인 나무 아래를 지나쳐간 수많은 생도들 가운데, '나르치스'라는, 생도이지만 뛰어난 재능을 지녀 조교의 대열에 있기도 한 사람과 '다니엘'이라는 소박하고 겸손한 원장 신부가 있다.

생도 '나르치스'는 희랍어 신동으로 고결하고도 섬세한 성품을 지녀, 사람들의 이목과 호기심을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다니엘' 수도원장은 그에 대한 신망이 두터우면서도 지나치게 차분하고 자제심이 강한 '나르치스'의 정중한 태도로 인해 고립 되어있고, 그의 숭배자는 많을지언정 친구가 없음에, 그의 유일한 결점이 오만함이라고 평가하며 또래들처럼 철이 없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갖는다.

'나르치스'는 교사들과 학문적 대립을 하기도 하는데 그의 우월함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에는 냉기가 감돈다.

곳에 아버지만을 가족으로 둔 '골드문트'라는 생도가 입학한다. 귀엽고 순한 이 소년은 부친의 뜻에 따라 수도사의 삶이 운명으로 정해진사람으로 온전히 수도원에 몸을 담아 인생을 보내고자 하는데, 속죄와 희생의 길을 가야만 하는 어떤 운명의 짐이 있다.

밤나무와 문지기와 말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골드문트'는 마음씨 좋고 겸손한 수도 원장과 지나치게 명석하고 학구적이며 날카로운 지성의 소유자인 '나르치스'에게 진심으로 끌린다.

'나르치스' 역시 귀엽고 밝고 사랑스러운 소년 '골드문트'에 뜨겁게 빠져드는데, 자신과 극단적드로 상반된 성격의 '골드문트'가 자신을 보완해줄 수 있다고 여겨져 그를 이끌어 주고, 깨우쳐 주어 활짝 꽃 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곧잘 번민에 빠지던 '골드문트'는 수도원 생활의 권태감에 두통을 느끼다가 어느 날 생도들의 꾐에 빠져 세상 속 소풍이라는, 마실 다녀오기를 실행한다. 그곳에서 어린 소녀의 순진무구한 입맞춤을 받고는 수도원에 돌아와서 앓게 된다. 이때 '나르치스'의 보살핌으로 둘 사이에 우정이 싹튼다.

'나르치스'는 '골드문트'가 금욕의 길을 가야 할 운명이라고 믿지 않는다. '골드문트'의 본성이 바로 자신이 잃어버린 또 다른 반쪽이라 여기고 본인의 천성을 되돌려 주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여기는 '나르치스'는 '골드문트'의 베일을 벗겨내고 껍질을 벗게 해주고자 한다.

'나르치스'는 "우리의 우정은 네가 얼마나 완벽하게 나와 다른 존재인가를 너한테 보여주는 것만이 목표이다."라하는데 그말을 들은 '골드문트'에게 새로운 혼란과 슬픔이 시작된다.

 

-중간생략-

,

학생 시절에는 자네처럼 지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네. 그런데 내 소명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자네가 깨우쳐주었지. 그러고는 삶의 다른 쪽에, 감각의 세계에 투신하기 시작했네. 여자들 덕분에 관능의 세계에서 쉽게 쾌락을 얻을 수 있었지. 여자들은 호의와 욕망이 넘쳐흘렀지. 그렇지만 여자들에 대해 경멸 조로 말하거나 관능적인 쾌락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네. 나는 곧잘 대단한 행복감을 맛보았네. 그리고 감각의 세계에도 영혼이 깃들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행운도 누렸네. 바로 거기서 예술이 탄생하지. 471-4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 훈' 작가의 책을 [흑산]→ [남한산성]→ [칼의 노래], 이 순서로 읽었다.

심미주의적인 문장을 좋아하는 취향에는, 비로소 이 책을 읽은 후에야 그의 문체가 다가온다.

그 작가, 초창기의 소설인데 세 책 중 이 책이 백미라 여겨진다.

간결한 문체에 가독성 갑인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순신' 방식의, 아니 '김 훈'방식의 서정이 좋아서

끝내기가 아까워, 부러 책을 덮고 박차고 일어나 버리기도 했다.

[칼의 노래]를 '이외수'의 [칼]과 헷갈렸고

[칼의 노래]가 '이순신' 이야기임을 알았을 땐,

[난중일기]를 너무도 지루하게 읽었던 초딩의 악몽이 떠올라 그런 연장선쯤으로 여겼던 무지를 반성한다.

설 속 화자인 나, '이순신'을 자꾸만 명량 영화의 '최민식'으로 오버랩하면서 읽게 되는 책.

영화 명량도 다시 보아야겠다고..

정유년 4월 초하루 의금부에서 풀려난 그(이순신)는, 출옥 후 남대문 여염집에서 머물다 한 달 만에 순천에 도착한다.

그 해 봄 한산 통제영에서 체포된 그는 삼도(전라, 충청, 경상)의 수군통제사였는데 조정을 능멸, 임금을 기만, 조정의 기동 출격 명령에 불복한 죄목이었다.

(이순신)의 후임자 '원 균'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고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무서운 적의를 지닌 사내로 모든 전투가 자기 자신을 위한 전투이기를 바란다.ᆢ 이런 김 훈방식의 인물묘사 스타일이, 이제사 보이고, 매력있음을 비로소ᆢ

그랬던 그가, 갑옷마저 잃어버리고 거제도 산속에서 적의 칼을 받았고, 조선 수군 함대는 칠천량에서 전멸했고, 한산 통제영은 으깨져 있었다.

그리고 전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리고 도원수 '권 율', 육군인 그는 무섭게 집중된 위엄을 가진 사내로 임진강, 용인, 수원, 이천, 행주산성에서의 승리를 거두었으나, 정치권력의 힘으로 전쟁을 수행해 나간다. 그(이순신)의 신고를 받고도 임지와 보직을 주지 않은 채 그에게 묻는다. "방책이 있는가?"..

무기한 대기 상태의 그는 백의종군( 흰옷을 입고 군대를 따라간다. 아무런 직책 없이 열심히 일하다.)일뿐이다.

관기 '여진'을 품어도 보지만 그는 그냥 물 위에 뜬 수군일 뿐이다.

그는 적의 창검에 죽는 것이 '자연사'라고 정의한다.

임금의 칼에 죽기는 싫었고, 수긍할 수 있는 죽음의 방식으로 죽기를 원해본다.

마 후 그를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는 임금의 교서가 도착하지만 그는 자신의 싸움과 임금의 싸움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는다.

명량 바다 '울돌목'은 물이 운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이곳이 적과 그의 사지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울돌목'은 보름에 바다가 사납다. 적의 선두를 부수면서 물살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장군들이 겁을 먹는다.

해남 백성 '오극신'이 아들들과 어선을 타고 와서 적병들을 돌로 찍어낸다.

장흥 백성 '정명설'과 아들들 또한 적들을 공격한다.

그제야 비로소 물살이 일어서기 시작한다.

적선들이 역류에 휩쓸리면서 서로 부딪히고 노가 부서져나가면서 화염에 휩싸인다. 자기들끼리 뒤엉켜 부서지며 밀리다 적장 '구루시마'가 사망한다.

과 백성들 시체들이 부패하면서 역질이 돌고, 임금이 항복하고 서울이 접수됐다는 헛소문도 돈다.

임금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하고 걸핏하면 운다. 백성들도 늙으나 어리나, 운다.

그리고 예상대로 적들은 그의 고향 아산을 찾는다.

그를 가장 많이 닮은 셋째 '면'은 그들과 싸우다가 죽는다.

전쟁은 지지부진해졌다. 소규모의 충돌은 계속 일고있다.

 

-중간생략-

 

이 책으로 김 훈 작가를 비로소 알게된다고..

이순신장군을 다시 한번 새기게된다고..

재미없는 소풍지였던 추억 현충사를 다시 가보리라고..

그리고 그의 검명, 제대로 보련다고..

一揮 掃蕩, 血染山河 (일휘 소탕, 혈염산하-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결국 칼로베어지지 않는것들ᆢ적, 허깨비, 허상, 의심, 불안, 모함ᆢ

그때, 베어야 할 것들 앞에서 종팔품 젊은 권관의 칼은 날래고 순결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칼로써 지켜내야 하고 칼로써 막아내야 할 세상의 의미를 돌이켜 볼 수 없었고, 그 하찮음 들은 끝끝내 베어지지 않는다는 운명을 알지 못했다. 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가 한강은,  흰 것에 대해서 쓰겠다고 별렀다 한다.

흰 것, 그것을 쓰는 과정이 무엇인가를 변화시켜 줄 것 같다고 느껴졌고, 환부에 바른 흰 연고나 환부를 덮을 흰 거즈 같은 무엇..

지구 반대편의 어떤 도시에 겨울부터 머물기로 했던 그녀는, 오염된, 한때 희었을 철문과, 깨끗했을 벽을 흰 페인트로 칠한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나치에 저항하여 봉기를 일으켰던 그 도시는, 전쟁으로 도시의 95%가 파괴되었던 역사를 간직한, 일 년의 절반 동안 눈이 내린다는 곳이다. 그녀는 겨울이 유난히 혹독한 이 도시로 도망치듯 찾아들었지만, 결국 그녀 내부 한가운데였을지도 모르는 곳이었다고 한다.

리고 그녀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따라 내려간 시골의 사택에서 홀로 조산했던 달떡같이 희었다는 그녀의 언니가 두 시간 만에 죽고, 또 칠삭둥이의 남자아이도 조산으로 잃었다 한다.

태어나자마자 하얀 강보에 동여매놓은 채 그대로 다시 한번 흰 천으로 겹겹이 쌓여 산에 묻힌, 배내옷이 수의가 되고, 강보가 관이 되어야 했던 그녀의 형제들..

 

그리하여 평생 병약하고 예민하지만, 그 덕에 빛을 본 그녀와 남동생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머니는 임종 직전까지 그 아이들에 대한, 부스러진 기억들을 꺼내보았고,

남동생 결혼 전에 운명한 어머니를 위해 예단으로 산사람에게 선물하는 비단 옷 대신, 무명 옷을 지어 태워야 했던 이야기..

머니는 하얀 재로 남고

흰 눈은 내리고

파도는 하얗게 부서지고,

달은 하얗고..

각설탕

안개

흰 개

입김

눈보라

백목련

소화제 당의정

백열전구

엑스레이 사진

고요함

쌀, 밥

백지

작별

렇게 하얀 것들이 소재가 된다.

차분하게 읽고 있으려니,

고즈넉하고 침잠해 있는 그녀 '한 강'의 눈빛과

그녀의 내면이 전해져 온다.

읽고 나서 생각해본다.

곧 닥쳐올 겨울은

희다.

눈이 아니어도 겨울은 희다.

흰 것이 차갑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게도 한다.

아니, 눈 때문이려나?

눈이 아니어도 겨울은 희다.

희다는 것은 차갑다.

악, 호빵은 흰 것이 오리지널이고

흰 호빵은 따스함의 대명사인데..ㅎㅎ

달도 희다. 달도 차다

- 아무도 밟지 않은 첫서리는 고운 소금 같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할 무렵부터 태양의 빛은 조금 더 창백해진다. 사람들의 입에서 흰 입김이 흘러나온다.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리며 차츰 가벼워진다. 돌이나 건물 같은 단단한 사물들은 미묘하게 더 무거워 보인다. 외투를 꺼내 입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뒷모습에, 무엇인가 견디기 시작한 사람들의 묵묵한 예감이 배어 있다. 48



자신을 버린 적 있는 사람을 무람없이 다시 사랑할 수 없는 것처럼, 그녀가 삶을 다시 사랑하는 일은 그때마다 길고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했다.

왜냐하면 당신은 언젠가 반드시 나를 버릴 테니까

내가 가장 약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돌이킬 수없이 서늘하게 등을 돌릴 테니까.

그걸 나는 투명하게 알고 있으니까.

그걸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 98-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공지영'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읽다보면 뜻하지 않게 그 작가와 나의 감성이 접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이 소설도 눈물 죽죽 흘리며 읽었던, 그녀의 고백이자, 변명이자 그런류의 소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성장 소설이렸다. 실제로 세 번의 이혼을 하고, 아버지가 다 다른 세 명의 아이를 키우는 그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즐거운 나의 집], 9세의 '위녕'이 아빠의 결혼식 날 피아노로 연주했던 곡, 그렇게 새로운 가족, 새엄마를 환영했지만, 새엄마와의 불화 속에서 수없이 아빠를 떠나는 연습을 했어야 했고,

 

국 그녀 '위녕'은 엄마와 서로 성이 다른 두 남동생(둥빈, 제제)이 사는 집으로 들어간다.

엄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세 번의 이혼을 한 사람이다.

아빠와 새엄마를 원망하고 증오했지만, 결정적으로 모성의 결핍이 있었던 '위녕'은 그곳에서 낯선 남동생들과 외할머니 외 할아버지와 첫인사를 나누고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 사랑받지만, 부대끼면서 스며든다.

그리고 '위녕'이 많이도 닮아 있는 그녀의 엄마는 멋진 작가 같았다가, 속물 아줌마 같은 구석을 왔다 갔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엉성하고 미숙한,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춘기 딸인 위녕'과 엄마가 나누는 대화들이, 그리고 어른이지만 아직도 미숙한 엄마를 비롯한 아빠, 가사를 돌보아주시는 아주머니와 엄마의 선배, 그리고 서점 아저씨를 통해 깨달아가는 그녀의 독백이 너무도 좋아서, 엄청 밑줄을 그어야 했다

 

특히 엄마인 그녀는 감정적이고, 천방지축이고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날것 그대로의, 작가 그대로의 '공지영' 모습인 것 같은데, 암튼 그녀가 딸에게 해주는 말들이 특히나 금과 옥인듯.

그 가족들에게 힘든 일들이 생기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면서 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신께 매달리기도 하는 엄마의 자책과 눈물과 위로와 위안 속에서 '위녕'은 성장해 간다.

사실은 엄마가 성장해간다

 

 

거운 곳에서 나를 오라 하여도 내쉴 곳은 작은 내 집뿐이다.라는

이 책에서의 집이라는 것은.

-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야. 집이 없어진다고 해도 가족은 남는다. 집이 우리 가족인 것은 아니야 32

-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와 쉴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 270-271

 

족이라는 것과 페미니즘과 사랑이란 것에 대해, 그리고 사회적인 통념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그녀 '공지영과 그녀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택이야 어찌 되었던 그녀의 치열했던 사랑은 세 명의 성씨 다른 아이들을 남겼고, 그녀가 키워내야 했고 책임져야 했다.

어떻게 이런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유명인이란 타이틀 대신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그녀의 사생활, 악플들조차 즐기는 듯한 그녀를 보며, 내가 이 책을 읽으려 함 역시 그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그런 속물적인 심리는 아닌 건지 하는 미안함까지 들었다.

런데 너무도 많은 울림을 주고, 많이 공감하며 눈물 찔찔흘리며 재미나게 읽게 된 책이었다.

결국 이 성장소설은 그녀의 딸 '위녕'의 성장이야기 라기 보다 그녀 '공지영'의 성장 이야기.. 죽을때까지 성장하는게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내는 그녀에게 응원을 보낸다.

실 인터넷에서 가끔 예민한 이슈들에 목소리를 내는 그녀를 보면 아슬아슬하고 걱정이 된다. 그럴때 마다 안티가 수천명 씩은 늘어나는듯 ㅜㅜ, 쎈 척 해봤자, 인간이 쎄봤자..쎈언니 무서운데ᆢ 암튼 더는 상처 받지 않기를.. 그리고 또 여러 것들을 녹여내어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있기를 ..

 

 

- 사람이 사는 데 유머라는 것이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어. 그건 머리와 마음과 삶 전부를 아우르는 총체적 의미의 여유 같은 걸 테니까. 177



-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위녕,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 질러야지, 목이 쉬어터질 때까지 소리 질러야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없을 때까지 실컷 그러고 나서.....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 자, 이제 네 차례야, 하고."1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