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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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가장 인상 적였던 책이라, 단숨에 구입해두었다.

4개의 중단편이 실려있는 이 책의 표제작이 [환상의 빛]이다. 그밖에 [밤 벚꽃], [박쥐], [침대차]가 있다.

[환상의 빛]은 영화로도 꽤 좋은 평을 받았다고 한다. 책 읽는 도중에 보고 싶었는데 동계 올림픽을 열 내며 시청 중이기도 했지만 소설의 분량이 너무 짧아 금세 읽어버린 탓이기도 하다.

'슬픔이 맑게 가라앉아 있어 그것을 가벼운 힐난에 실어 말할 수도 있게 된 사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슬픔이 그러하다.

죽음이라는 강을 건너 버린 사람을 안고 가면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 그래서 가라앉혔다. 슬픔을,, 말갛게..

그러므로 '신형철'님 말대로, 이 작품들은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을 품고 있는 소설이 된다.

그리고 단지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들 중 하나를 고요하게 보여주는 소설들이 된다.


-중간생략-


[설국] 만큼의 병맛은 아니지만, [설국]의 서정을 닮아있다 했더니, 이미 [설국]의 서정을 잇는 작품이라는 평들이 있다.

[환상의 빛]에는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억척스러운 한국 여인을 만나는 장면과 [밤 벚꽃]에는 그녀의 시아버지가 한국 전쟁 당시 선박 운송으로 돈을 쓸어 담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밤 벚꽃]이란 작품이 가장 좋았는데, '봄바람의 희롱을 받으며 터벅터벅 오르고 있었다'는 표현에서 한방에 훅~ 날아갔다.

피면서 져버리는 벚꽃을 보면 그녀의 정원이 떠오를 듯도 하다. ' 아야코'는 밤 벚꽃에 몸을 담그고 밤을 지새운다한다.

그리고 소소기라는 마을 이름이 너무 예뻐서 실제 있는 지명인가 하고 검색을 해보니 자꾸만 소고기로 나온다. 소소기항, 소소기 마을, 그 험상궂은 바닷가 마을 이름치고는 너무 아름답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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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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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체질로 태어난, '가와 바타 야스나리'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조부의 손에서 자랐으나 그들마저 유년 시절에 잃고 평생을 허무와 고독 죽음에 대한 집착을 작품에 드리웠다고 한다. 동양적 니힐리즘의 완성자라는 평가도 있는 그는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인도의 '타고르'에 이어 동양인 중 두 번째 노벨 문학 수상자이기도 하다. 제자였던 '미시마 유키오'의 자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 [설국]은, 1937년 발표하여 12년간 여러 번의 수정 끝에 1948년에 완결판으로 출간한 작품으로 그의 미의식의 절정을 보여준다 한다.

우리나라 '앙드레 김'의 흰옷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바로 이 작품 [설국]에 감명받아서라고 알려져 있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 극도의 탐미적인 묘사와 서정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이 작품을 꽤 오래전 도전했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있어, [이즈의 무희]를 먼저 만나고 이 계절에야 만났다. 읽는 내내 눈을 기대했지만, 맹추위에 눈은 뿌리지 않더라..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7


이렇게 시작되는 첫 문장이 강렬하기는 하지만, 왜 명문장인지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역시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어가 지닌 독특한 운율이 제대로 살아 있다고 하는데..


부모가 물려준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며 도쿄에 살고 있는 '시마무라'는 눈 지방의 온천여관으로 여행을 가고 있다. 한 줄 앞 맞은편 좌석에 병색이 짙은 남자와 동행하여 앳된 모성애로 그를 돌보는 처녀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역에서 역장과의 대화를 듣고 그녀의 이름이 '요코'이며 그녀의 동생이 이 역에서 근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병자와의 케미가 어쩐지 부부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창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서늘하게 찌르는 듯한 처녀의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훔쳐보던 그녀 일행이 그와 같은 역에서 내린다.

눈 지방답게 그곳의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옷차림이다. 마중 온 여관 안내인에게 그는 선생님댁의 그 아가씨가 여태 있느냐고 묻는다. 그가 지금 만나러 가는 그 아가씨는 그의 왼손, 검지손가락이 기억하는 여자이다. 이곳 눈지방 출신의 그녀는 도쿄에서 동기( 정식 게이샤가 되기 이전의 상태로 화대를 반만 받는 -향교쿠)로 있다가 몸값을 치르고 나와 무용선생이 되려 하였으나, 1년여 만에 남편이 사망하여 이곳으로 선생님댁의 여관으로 왔다.


-중간 생략-


이 책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 은근 많던데, 나 역시 그랬고, 그래도 짧은 분량이라 시집 읽듯이 읽겠노라 했는데, 벌써부터 다시 도전해야 할 책인듯싶다.

그냥 아직도 내게 [설국]은 병맛이다. 온천여관에 왜 게이샤가 있는지, 일단 그 문화 자체가 거북살스러워 그런가 싶기도 하고,, 오로라의 이미지, 지짐이 속옷의 이미지도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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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 - 대학교수, 작가, 예술인 50인이 선정한 최고의 소설
장성수.문순태.김춘섭.송하춘.함한희.이남호.정도상 외 43명 지음 / 소라주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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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공자들 대학교수, 작가, 예술인 50인이 각자에게 유의미한 소설을 한 작품씩 선정하여 나열한 작품들이다. 좀 더 전문적인 사람들이 선택한 그들의 인생 책이랄지 최고의 작품이 어떤 건지 궁금했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나, '이동진'. '김중혁'의 [질문하는 책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기대하면서 이 책을 읽고자 했지만

착각이었던 것이

이들 50인은 최소한 문학 전공자이거나 현직 작가이거나, 평론가이거나 교수이거나 하는 분들로 앞에 나열한 책들과는 질적으로 다름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기에,

개인차는 있지만, 일부는 너무 교과서적이어서 감상평 일수 없는.. 논문을 읽는 듯하고, 작품의 해설을 읽는 듯해서, 말하자면 평론을 쓰셨나 해서 아쉬워해야 했다.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특유의 그런 거, 이를테면 현학적인...

그냥 인간적이고 소시민적인 그냥 독자로서의 감상평을 원했던 것이었다. 난 그냥 위대한 작가, 위대한 소설을 대하는 평범한 독자의 관점을 원했나보다.

그래도 워낙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까닭에 유의미한 독서가 되기는 했다. 내가 읽은 책이 나오면 반갑고 전혀 생소한 작가나 작품이 나오면 또 호기심이 가득 일고..

서양의 고전이나 유럽 소설들보다 거의 우리나라 작가와 작품 소개가 대부분인 건, 역시 저들의 직업 다운 처사라고 한편으론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가장 관심이 가는 책은 '현기영' 작가의 [변방에 우는 새]이다. 그리고 역시 '박경리' 작가의 [토지]이다.

대하소설은 안 읽는다고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우기고 다녔는데, 설득 당한 것 같다. [설국]과 [고요한 돈강], [그리스인 조르바]도 다시 읽어야겠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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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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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밤의 피크닉]으로 만난 '온다 리쿠'의 데뷔작이다. 그냥 학원물 만화 같은 내용이다.

그녀여서, 그리고 그녀의 데뷔작이라서 챙겨봤지만, 추리소설이나, 학원물이나 내가 좋아할 분야는 역시 아니다.

표지가 너무 강렬하고 그 강렬함이 기괴스럽기조차 해서, 과연 읽을 수 있을까 하기도 했으나 또 기우였고

개연성은 많이 떨어지지만 이미 앞선 두 작품으로 좋은 인연이 되었기에 읽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다작을 하는 추리작가로 알려져 있는 '온다 리쿠'는 화려한 문체와 묘사로 표현이 풍부하다고 하며 탐미적이고 섬세한 작가 특유의 분위기에 호불호가 갈리니, 많이 알려진 작품 위주로 읽기를 권한다고도 한다.

그 탐미적이고 섬세한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꿀벌과 천둥]으로 처음 접하고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다. 내게 있어 그녀 작품의 원픽은 아무래도 [꿀벌과 천둥]이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한다.


전통 있는 명문 고등학교에 3년에 한 번씩 15년간 이어져오는 행사가 있다. 그 학교에서는 일종의 관습이 되어버리기도 한 일이지만, 어찌 보면 아무 의미도 없다 여겨지는 게임 같은 것..

졸업을 하는 '사요코'가 새로운 '사요코'를 지명한다.

주인공들이 졸업하는 그해가 그렇게 이어져 내려오는 '여섯 번째의 사요코'를 지명하는 해였던 것이다.

과거 15년간의 '사요코'들은 모두 다섯이었는데, 그중 세명이 실패하였고 그중 한 명은 공포에 짓눌려 스스로 폭로해버리기도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그 행사가 잘 시행된 해에는 대학입시 성과가 매우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패했을 경우, '사요코'의 징크스도 있다.

행운의 편지같이 찝찝하고 피하고 싶지만, 막상 오면 그런 미신적인 믿음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그런 일이 바로 이 행사인 것이다.

게임의 시작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날 아침, 자기 교실에 빨간 꽃을 꽂아서 그 방에 '사요코'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야 한다.

올해의 '사요코'로 지명받은 그녀는 빨간 튤립을 들고 아침 일찍 나타났다.

이런 일을 왜 해야 하는 건지, 이런 관습은 왜 반복되는 건지 의아한 마음과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긴장에 불안과 공포까지 합세를 하는데 사람이 없는 복도와 계단은 쥐 죽은 듯 조용하고 차갑기까지 하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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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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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영혼이, 묘지가 없어서 구천을 떠도는 이야기이다. 여기까지만 생각해 보면,, 왠지 어두울 것 같아서, 혹은 전설의 고향일까 봐 기피하고 있던 차, 어느 이웃님의 격려로 용기 내어 읽었는데, 역시나 잘 읽은 책, 고마운 이웃님이었다.

'위화' 특유의 꾹꾹 눌러 담은 무언가는 참 웃기면서 슬프고, 참 말도 안 되면서 거룩하기까지 하다.

어처구니없는 중국의 이야기, 중국의 현실이 고대로 반영되어 있어 지금의 중국을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나, '양페이'는 죽은 사람이다. 자신이 왜 죽었는지도,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떠돌고 있다.

그는 자신의 화장 예약시간에 맞춰 빈의관(화장터)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씻지도 않았고 수의도 없이 평상복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난한 셋집으로 돌아가 씻고는, 수의 대신 짧은 결혼 생활 동안 아내였던 '리칭'이 그녀의 이름을 수로 새겨 놓았던 하얀색 잠옷을 입고 빈의관으로 향한다.

빈의관에서도 가난한 자와 부자인 자는 차별을 받는다.

소파에 따로 앉아 있는 '귀빈 대기 구역'의 사람들은 수입 가마를 타고 묘지로 간다.

'일반 대기 구역' 사람들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기다리다가 국산 가마를 타고 묘지로 간다.

'귀빈 구역'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유골함과 수의가 얼마나 높은 가격인가를 자랑하고

'일반구역'의 사람들은 누구 것이 싸고 좋은지를 비교하고 앉아있다.

그 대기가 자꾸 미뤄지는 이유는 시장의 고별식 때문이다. 항간에는 시정 운영으로 인한 과로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호텔에서 모델과의 애정행각 중, 복상사였다 한다.

묘지는 서양식 별장의 축소판으로, 바다가 보이는 곳을 최고로 쳐준다. 유기농 묘지도 있다한다.

하지만 '양페이'에게는 유골함도 묘지도 없다.

그래서 저쪽 세계의 마지막, 아직 숨결과 체온이 있던 삶의 마지막 광경을 찾고자 길을 나선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강제 철거 시위가 한창이었다.

'양페이'는 그 시기, 인생의 가장 밑바닥을 살고 있었다. 아내는 진즉에 떠났고, 1년 전, 자신을 키워준 양아버지는 불치병을 얻어, 그 병구완 차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집도 팔았는데, 아버지는 아들에게 누가 될까 사라져 버렸고, '양페이'는 가게까지 팔아서,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양페이'는 식당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다.

그때 신문에 '리칭'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여성 부호의 자살'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리칭'은 그에게 아름답고 가슴 아픈 기억 자체였다. 그 기사에 몰두하고 있을 때, 주방에서 불이 났고,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이것이 그가 기억하는 저세상 기억의 끝이자 마지막 순간이었다.

'양페이'의 사랑, '리칭'의 이야기도 가슴 아프지만

그의 양아버지, '양진바오'의 이야기는 가슴이 시리다.

가난한 '슈메이' 커플 이야기와

아버지와 양페이가 살던 동네의 이웃 '하오샤'부부와의 우정 이야기가

그때 중국에서 일어나는, 아니 중국이어서 일어날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맞물린다.

가난한 소시민들이 사는 고통스러운 삶은, 차라리 죽어서나마 평온을 찾는 것이 나을 듯도 싶은데, 죽어서도 차별이 있다는 설정은 좀 불만이지만,

그래서 재미나기도 하다.

어쨌든 '양페이'는 자신의 출생비밀을 만나고 양아버지의 헌신과 사랑, 그리고 아내이자 유일한 여자였던 '리칭'과의 재회를 통해,

그리고 희생된, 인재의 주인공들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과하지 않게 서술되지만,

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게감이 있다.

외톨이였던 '양페이'가 죽어서 떠도는 7일 동안, 그의 말도 안 되는 출생부터, 어린 시절, 그의 지나온 삶의 종적에 빠져 읽게 된다.

무덤이 없는 사람들은 따로 모여서 지내는데

가난해서, 혹은 마련해 줄 사람이 없어서, 묘지의 안락함으로 향하지 못하는 무리들 속에는 좋은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남아있는 영혼들도 있다.

무덤으로 가지 않은 오래된 영혼은 해골뼈로만 남아있다.

맨날 바둑을 두면서 싸워대는 두 해골은, 경찰과 매춘 여성을 가장한 남자였다.

그들의 이야기도 웃픈데,, 맨날 말다툼을 하면서 다시는 바둑을 두지 않겠다 선언하다가도 다시 어울리며 또 싸운다.

서로의 관계는 끔찍한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는데, 눈물겨운 우정이 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이 생의 너머..

완전한 소멸인, 그 영역과의 경계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곳을 책에서는 가난도, 부유함도 없고, 슬픔도 고통도, 원수와 원망도 없는 평등한 곳이라고 하지만..

그냥 뭔가를 정리할 수 있다는 설정, 그렇게 딱 삼일 만이라도 시간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아니 부질없을 거야. 이 강을 건너면 그냥 끝, 클리어 인걸로~~

하여 오늘을, 지금을 잘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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