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6
헤르만 헤세 지음, 임홍배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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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 헤세'는 선교사였던 아버지와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인도 학자이기도 한 외조부를 둔, 독실한 신앙의 가정에서 태어난다. '헤세' 역시 성직자로 키우고자 해서, 신학교에 입학도 시켰으나 10대에 시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으로 사춘기 방황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그의 사춘기와 성장, 종교적인 사유, 내적인 성찰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의 사춘기는 '헤세'의 책들로 풍요로웠으며, 금욕과 경건한 것에 대한 동경과 지적인 삶과 감각적인 삶에 대해 타고난 치우침, 노력하는 균형과 조화에 대한 화두를 던져 주었다.

이 책을 다시 읽고자 「지와 사랑」을 열심히 검색해 보았으나, '나르치스와 골트문트'라는 두 대조를 이루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전면으로 한 제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라 쓰고 '지와 사랑'으로 읽는다. 내게 있어 '지와 사랑'의 대비와 비교와 균형에의 노력은 나의 십 대 후반과 이십 대 초반을 움직이는 축이었으니깐..

는 독일이라는 나라를 히틀러도 나치도 전범국가도 아닌, '헤세'의 끊임없는 내적 질문과 경건한 색채가 담긴 「지와 사랑」, 「데미안」, 그리고 「독일인의 사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의 절대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사는 배경이 되는 공간으로만 받아들였다.

이 네 권의 책을 통해 나는 사랑을 배웠고, 책을 배웠고, 삶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위스와 독일의 접경 지역에서 태어난 '헤세'는

20대 초반에 [수레바퀴 밑에서]와 [크놀프]

스위스로 이사 후 1차 세계대전 전후로 전환점을 찍어 [데미안]과 [지와 사랑]을..

후기에 [유리알 유희], [싯다르타]를 발표하고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9살 연상의 여인과 결혼해서 아이를 셋이나 두고, 비교적 그의 정신적인 방황과 다른 예술가들의 사랑 편력에 비하면 무난한 결혼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85세까지 살았고, '전혜린'이 독일 유학 중에 스위스에 살고 있는 노년의 그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로부터 책과 편지를 받는 내용이 그녀의 책에 씌여있는데, 그 에피소드는 시간과 공간상으로 너무 먼, 구원자 같기도 한 그를 그나마 실감할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하다.

리아 브로 수도원 입구에 튼실한 너도밤나무 한 그루로부터 묘사가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 이국적인 나무 아래를 지나쳐간 수많은 생도들 가운데, '나르치스'라는, 생도이지만 뛰어난 재능을 지녀 조교의 대열에 있기도 한 사람과 '다니엘'이라는 소박하고 겸손한 원장 신부가 있다.

생도 '나르치스'는 희랍어 신동으로 고결하고도 섬세한 성품을 지녀, 사람들의 이목과 호기심을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다니엘' 수도원장은 그에 대한 신망이 두터우면서도 지나치게 차분하고 자제심이 강한 '나르치스'의 정중한 태도로 인해 고립 되어있고, 그의 숭배자는 많을지언정 친구가 없음에, 그의 유일한 결점이 오만함이라고 평가하며 또래들처럼 철이 없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갖는다.

'나르치스'는 교사들과 학문적 대립을 하기도 하는데 그의 우월함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에는 냉기가 감돈다.

곳에 아버지만을 가족으로 둔 '골드문트'라는 생도가 입학한다. 귀엽고 순한 이 소년은 부친의 뜻에 따라 수도사의 삶이 운명으로 정해진사람으로 온전히 수도원에 몸을 담아 인생을 보내고자 하는데, 속죄와 희생의 길을 가야만 하는 어떤 운명의 짐이 있다.

밤나무와 문지기와 말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골드문트'는 마음씨 좋고 겸손한 수도 원장과 지나치게 명석하고 학구적이며 날카로운 지성의 소유자인 '나르치스'에게 진심으로 끌린다.

'나르치스' 역시 귀엽고 밝고 사랑스러운 소년 '골드문트'에 뜨겁게 빠져드는데, 자신과 극단적드로 상반된 성격의 '골드문트'가 자신을 보완해줄 수 있다고 여겨져 그를 이끌어 주고, 깨우쳐 주어 활짝 꽃 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곧잘 번민에 빠지던 '골드문트'는 수도원 생활의 권태감에 두통을 느끼다가 어느 날 생도들의 꾐에 빠져 세상 속 소풍이라는, 마실 다녀오기를 실행한다. 그곳에서 어린 소녀의 순진무구한 입맞춤을 받고는 수도원에 돌아와서 앓게 된다. 이때 '나르치스'의 보살핌으로 둘 사이에 우정이 싹튼다.

'나르치스'는 '골드문트'가 금욕의 길을 가야 할 운명이라고 믿지 않는다. '골드문트'의 본성이 바로 자신이 잃어버린 또 다른 반쪽이라 여기고 본인의 천성을 되돌려 주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여기는 '나르치스'는 '골드문트'의 베일을 벗겨내고 껍질을 벗게 해주고자 한다.

'나르치스'는 "우리의 우정은 네가 얼마나 완벽하게 나와 다른 존재인가를 너한테 보여주는 것만이 목표이다."라하는데 그말을 들은 '골드문트'에게 새로운 혼란과 슬픔이 시작된다.

 

-중간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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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에는 자네처럼 지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네. 그런데 내 소명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자네가 깨우쳐주었지. 그러고는 삶의 다른 쪽에, 감각의 세계에 투신하기 시작했네. 여자들 덕분에 관능의 세계에서 쉽게 쾌락을 얻을 수 있었지. 여자들은 호의와 욕망이 넘쳐흘렀지. 그렇지만 여자들에 대해 경멸 조로 말하거나 관능적인 쾌락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네. 나는 곧잘 대단한 행복감을 맛보았네. 그리고 감각의 세계에도 영혼이 깃들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행운도 누렸네. 바로 거기서 예술이 탄생하지. 47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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