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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ㅣ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2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슈테판 츠바이크'는 1920-1930년대 전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오스트리아의 전기작가이다. 그는 부유한 유대인 면직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나, 철학을 전공했고, 1차 대전 당시에는 국방부에서 근무했다는데, 종전 이후 언론인 겸 작가로 활동했으나 1933년 히틀러의 독일 집권 이후, 나치즘이라는 폭풍에 휘말려, 1934년 런던으로 망명했고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다시 미국으로 망명을 떠났고, 곧 남미의 브라질로 옮겨갔다. 전쟁이 독일에 유리하게 전개되자, '츠바이크'의 절망감은 점점 깊어졌고, 1942년 2월, '자유의지와 맑은 정신으로'라는 유서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프로이트'의 영향으로 인간 내면을 깊이 탐색하고 인간관계에 작용하는 심리적 측면을 예리하게 묘사하기로 유명을 떨친 그는 자신의 정신적 고향 유럽의 자멸을 보면서 우울했고, 특히나 이 책의 배경이 1차 대전 직후인 1926년인데,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의 분노, 그의 죽음에 대한 자세, 그의 정부나 정치에 대한 생각들을 여실히 드러내주어서, 유의미한 독서가 되었다.
전쟁소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던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한 책들을 읽게 되면서, 전쟁의 상흔과 함께 살아갔던 상처 입은 사람들의 삶 이야기를 좋아해 일부러 찾아보곤 해왔다.
[바다 사이 등대]라던가, [개선문] 같은 책들이 그래서 내게는 의미 깊은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은, 1차 대전을 소재로 삼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차로 두 시간 거리인 시골의 우체국, 경직되고 인색한 관료주의 분위기와 고리타분한 관청 냄새로 가득한 곳, 우체국 소인을 찍고 전화를 바꿔주고 전보를 회신하는 지루한 일에 지쳐있는 스물여덟 살의 '크리스티네'..
그녀 나이 열여섯이던 때, 전쟁은 그녀의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고, 오빠는 전사했다. 물가는 살인적으로 치솟고 그들은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괴로움은 부모를 늙게 만들었고, 아버지가 죽자, 가족들은 전부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삼촌의 중개로 우체국 임시직을 거쳐 정규직원이 되었지만, 병든 어머니와의 생활비는 늘 빠듯했다. 뭐든지 너무 비쌌다.
어느덧 그녀의 나이가 이십 대 후반이 되었지만, 고된 노동으로 젊음을 소진해 버렸다.
전쟁은 젊음을 앗아갔고, 모든 감각을 망쳐놓았다. 이미 오래전에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춰버렸던 그녀에게는 연애도 쉽지 않았다.
그녀보다 젊은 처녀들은 성에 대해 개방적인 전후세대였지만, 그 대열에 끼지도 못한 그녀이다.
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행복했던 적이 언제였는지도 모르던 그녀에게 스위스에서 전보 한 통이 날아온다.
-중간생략-
슈테판 츠바이크'는 '페르디난트'를 통해 유럽에 대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크리스티네의' 변신이, 또 다른 신데렐라의 탄생쯤으로 알고, 낭만적으로 접근했다가, 바로 내가 찾던 소설이야 하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작가가 끝까지 내보이지 않았던 미완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 완성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망설였지만, 여기까지의 결말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여겨진다.
그가 사망 후, 유고 더미에서 발견되었던 이 책은, 40년 동안 잠자고 있다가 1982년 독일에서 출판되었다.
1930년경에 쓰였으며, 작가는 제목을 [우체국 아가씨 이야기]라 했고, 출판 당시에는 [변신의 도취]라는 제목을 썼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한다.
'츠바이크'의 책은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항상 기대 이상이라 읽을 때마다 놀란다. [초조한 마음]이 그랬고 [베르사유의 장미]가 그랬고, 그 책들과는 결이 다르지만, 그만의 심리 묘사는 압권이다.. 내가 좋아하는 '에밀 졸라'의 묘사와는 또 다른, 그런 그만의 색깔이 있다.
철학과 심리학에 심취한 그답게..
철학과 심리학에 심취할뻔했던 나답게 그의 작품들을 읽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