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한번 읽어야지 했던 [모비딕],, 이 작품이 이리 오래된 건지도 이제사 알았음..

'리바이어던'은 구약 성경 '욥기'에 나오는 지상 최강의 괴이한 동물로, 신의 창조물 가운데 가장 크다 하겠다. 작가는 고래를 그 '리바이어던'에 견준다. 그러고 보니, 세상의 동물 중, 고래가 가장 큰 것도 같다.

육지에서는 코끼리 정도 되려나?

이 글의 화자이자 최후 생존자인 '이슈메일'은 '지갑이 바닥나고, 육지에 딱히 흥미를 끄는 것이 없을 때' 그리하여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혈액순환을 조절하기 위해 늘 쓰는 방법이 바다에 나가는 일'이라 한다. 한편으로는 '엄청난 자제심이 필요할 때, 권총과 총알 대신에 쓸 수 있는 것이 바다로 나가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명상과 물은 영원히 결합되어 있다고도 한다.

'눈언저리가 흐릿해지고 허파를 지나치게 의식하기 시작할 때 언제나 바다로 나가는 버릇이 있다'고도하는데,

그는 거대한 고래에 대한 저항할 수 없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한데, 경이롭고 신비한 괴물에 대한 호기심과, 섬처럼 거대한 덩치로 파도를 헤치며 나가는 거칠고 먼바다와 고래가 일으키는 형언할 수 없는 위험들과 수많은 목격담에 따르는 경이로움이 그것이다.

포경선의 일개 선원으로 먼 여정을 떠나기 위해 포경선 출항지로 가장 유망한 '낸티컷 항구'로 간다. 싸구려 여인숙에서 작살잡이와 한 침대를 쓰게 되는데, 그 작살잡이는 온몸이 문신으로 뒤덮인 야만인이며, 식인종인 '퀴퀘그'이다.

한 번 떠나면 삼 년의 여정을 바다와 고래와 상어와 악천후와 사투를 벌일 고래잡이들은, 많은 죽음의 교훈들을 묻어둔, 그들만의 예배당에서 출항 직전 예배를 드린다. 역시 고래잡이 출신인 목사는 '요나서'를 설교한다.(요나-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도망가다가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자, 큰 물고기의 뱃속에서 3일을 보내며 기도로 구원받은)

' 퀴퀘그'는 어느 섬 추장의 아들로 자라나서, 포경선을 보고는 기독교 세계를 더 많이 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기독교도에게 배워서 자신의 동족들을 계몽시키고 훨씬 행복하고 선량하게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지만, 쾌락을 추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독교도들도 비참하고 사악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친구가 된 그들은 곧 출항할 여러 척의 포경선 중, 매사추세츠의 유명한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딴, '피쿼드'호를 선택한다.

그 배의 선장은, 향유고래 '모비딕'에게 다리를 잃은 외다리, '에이 헤브'이다.

그리고 일등 항해사 '스타벅'과 이등 항해사 '스터브'와 삼등 항해사 '플래스크'가 있다. '퀴퀘그'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의 작살잡이가 된다.

고래잡이는 지구에서 가장 덜 알려진 외진 곳을 찾아내는 개척자이고

시도 때도 없이 명상에 잠기고 온갖 상념에 사로잡힌 플라톤주의자나, 낭만적이고 우울하며 넋 나간 젊은이들이 지상의 괴로운 걱정거리에 진저리 나 얼이 빠져있을 때 선택하는 피난처이기도 하다. '이슈메일' 역시 위에 열거한 낭만적인 이유보다는 고래잡이가 어떤 건지 알고 싶었고, 세상을 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포경선의 선원을 자처했던 것이다.

향유고래는 가장 사납지만 당당한 풍채를 지녀, 상업적인 가치가 있는 존재이다. 이들 무리를 떠나 혼자 다니는 하얀 고래 '모비딕'은 모든 사람의 영혼 속에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무섭기 짝이 없기로 유명하다. '에이 헤브' 선장은 일본 앞바다에서 이 '모비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었다. '모비딕'에 대한 편집광적인 복수심으로 가득 찬 그는 출항 이후 오랜만에 나타나 선원들에게 그 사실을 밝힌다.

일등 항해사 '스타벅'은

말 못 하는 짐승한테 복수라니! 그 고래는 단지 맹목적인 본능으로

공격했을 뿐이데, 이건 미친 짓이에요, 말 못 하는 짐승에게 원한을 품다니, 천벌을 받게 될 겁니다. p216-217

- 무서운 노인네! 내 위에 누가 있느냐고 그는 외친다. 그렇다. 그는 자기보다 위에 있는 자들에게는 민주주의 자이지만, 자기보다 밑에 있는 자들에게는 얼마나 위세를 부리며 떵떵거리는가. 오오! 나는 내 초라한 처지를 분명히 본다. 나는 반항하면서 복종하고, 동정하면서 증오한다. 그의 눈 속에서 지독한 비애를 읽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슬픔을 가지고 있다면 힘없이 쭈글쭈글 시들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세월은 한없이 흐르는 것이다. 작은 금붕어가 어항 속을 제 세상인 양 헤엄쳐 다니듯이, 미움받는 고래는 이 세계의 온 바다를 헤엄쳐 다닌다. 하늘을 모독하는 그의 목적을 하느님이 옆으로 밀쳐내주실지도 모른다. 내 심장이 납처럼 무겁지만 않다면 들어 올리고 싶다. 하지만 내 시계 전체가 태엽이 풀려서 멎어버렸고, 내 심장은 모든 것을 억누르는 무게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다시 심장을 들어 올릴 열쇠가 없다. 223-224

반대하고 말리는 '스타벅'과 다르게 모든 선원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이슈메일'은, '에이 헤브' 선장의 원한에 격렬하고 불가사의한 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망망대해를 떠다니면서, 작가의 고래와 고래잡이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지식들이 나열된다.

다른 포경선들을 만나면, 보트를 내려 방문하고 사교도 나누고, 편지도 전해주고 안부도 묻는데, '에이 헤브' 선장은 꼭 흰고래를 보았느냐고 묻는다. 참고래나 다른 향유고래들을 잡고, 경뇌유를 추출하면서 '모비딕'을 만났던 적도 부근으로 가는데 마침 '모비딕'에게 공격당해서, 아들이 탄 보트가 실종된 선장이 도움을 요청하지만, '에이 헤브'는 거절하고 '모비딕'을 만날 때가 왔음을 직감한다.

구멍 나서 물속으로 가라앉은 부표를 새로이 만들고

나침판도 새로 만들고

'에이 헤브'가 직접 '모비딕'을 공격할 작살도 새로 만들어 준비했지만

세 번의 추적 끝에 결국엔 '모비딕'에게 당하고, '에이 헤브'는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이어 그들의 배도 가라앉았으나 관으로 만든 부표에 의지해 '이슈메일'만 살아남는다.

한때 열병이 난 '퀴퀘그'를 위해 짜두었던 그 관이 더없이 훌륭한 부표가 되었다.

엄청난 여정, 엄청난 글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포경선을 그리며 며칠간 함께 여행을 한 기분이 든다.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나 독백 등이 연극적인 요소로 느껴져 한편의 희곡 같기도 하다.

한때 '에이 헤브' 선장과 만난 영국 포경선의 선장은 '모비딕'에게 팔을 잃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더 이상 잃고 싶지 않다고, 다른 고래를 찾아 여전히 포경선의 선장이 되어, 고래잡이를 하지만, 괴짜 선장 '에이 헤브'의 격렬한 복수심은 모든 것을 다 잃게 했다.

이미 이 끝을 불길하게 내다본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두고 온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떠올리며 역시 처자를 두고 온 '에이 헤브'선장의 마음을 돌이키려고 애쓰지만, 그는 끝내 그 광기를 거두지 않는다.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상호가 이 소설 속 일등항해사 '스타벅'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유럽 전역에서 약탈을 일삼던 바이킹족의 일부가 이국땅에 정착해 '스타벅'이라는 부족으로 불리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고래잡이를 하게 되자, 바이킹족의 후예답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들의 무용담에 사로잡힌 '하먼 멜빌'이 이 소설 속에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일등항해사의 이름을 '스타벅'이라고 지었다 한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공동 설립자인 '제럴드 볼드윈'이,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소설, [모비딕]의 일등항해사의 이름을 따 [스타벅스]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고래잡이배에 오르는 젊은이들의 일부가 저 위의 내용처럼 그렇게 낭만적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고래잡이 생활은 매우 열악했다고 한다.

본문의 내용에 잠깐 언급되지만, 미루어 추측하기를 흑인과 야만인, 식인종 나이 많은 대장장이, 목수, 급사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삼 년을 항해하게 되는데 철저히 계급적이며 선장의 위엄은 또 어마어마했을 거라고 추측이 된다.

실제로 포경선은 엄청 비위생적이었고, 고래잡이들이 매우 저질적이고 난폭했으며, 선장은 선원들을 학대하기도 했다고 한다.

거친 풍랑만큼이나 거친 인생들이 고래잡이로 나서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 포경선의 1회 여정이 3년이란 것도 매우 놀랄만한 일이다.

그런데 고래는,

동물원에서 말고

바다에서 배를 타고 다니다 만나는 고래는

어떨지를 상상하며 읽느라 한 번씩 격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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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3-24 20:28   좋아요 0 | URL
Call me Ishmael. 을 이제까지 번역과 다르게 번역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두도시 이야기와 함께 유명한 첫 문장!
몸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던 책입니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