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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평점 :
'투명 인간'을 읽을 당시 그 특유의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유머 코드와 귀한 남성 작가의 서정성에 놀라고 감동하며 각인시켰던 작가 '성석제'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그를 소개하는 바로는 '해학과 풍자 혹은 과장과 익살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국면을 그려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하고, 단편 소설로는 꽤 많은 작품을 발표해 왔다.
중장편 소설을 선호한다는 핑계로 등한시했던 그를 다시 찾으며, 다시 한번 그에게 놀라고, 이 작가를 감히 애정 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첫사랑'이란 제목으로 총 8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역시 그 특유의 쓸쓸함과 또 해학, 페이소스는 블랙코미디 작품 중 으뜸이 아닐런지, '투명 인간'의 강렬함이 다시 밀려와, 그의 다른 작품들도 기웃거려 본다.
이 작가는 어찌 이리도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인칭과, 다양한 화법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가? 가독성은 또 ..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1995년 발표
'천 길 낭떠러지에 선 소나무 가지에 한 손으로 대롱대롱 매달렸을 때 사내대장부라면 마땅히 그 손을 놓아야 한다'.고 평생 떠들고 다녔던 그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그 지역의 능력자 깡패 '마사오'를 영웅시하고 동경한다. 그리고 걸출한 싸움꾼이 되어간다.
그는 지금 분노와 과속으로 커브길의 속도제한을 무시하고 난간과 충돌한 이후 추락 직전에 있는 값비싼 차 안에 '청바지'라는 여인과 놓여있는 상황이다. 그때 자신의 결혼식에서조차 역설했던 바로 그 슬로건을 떠올리고, 추락하기까지의 4.5초 동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마사오'를 능가하는 독자적인 깡패가 되겠다고 결심을 한 이후,. 주먹세계에 발을 들인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가장 큰 조직의 행동 대원이 된다. 세를 확장해 나가던 그가 큰 술집을 차리게 되었는데, 자신의 술집에 와서 공짜 술을 얻어먹던 '청카바'에게 자신이 넘어야 할 산 '마사오'를 유인해오라는 부탁을 한다. '청카바'는 그와 함께 새벽기차를 타고 고향에서 떠나간 후 다른 조직에 몸담은 역시 깡패이다. '청바지'는 '청카바'와 또 그렇고 그런 사이이고,
자신의 술집에 와서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던'마사오'의 오른팔을 등산용 손도끼로 잔인하게 부숴버린 후, 경찰의 비호 아래 도박장도 운영하게 되었고, 인력 관리에 자금 관리 등 바쁜 와중에 자신이 '마사오'를 비겁하게 떼로 덤벼서 해치웠다는 불명예스러운 소문이 번졌다. 그 소문의 진원이 '청카바'인것을 직감한 그는 '청바지'를 데리고 '청카바'를 찾으러 나선 길, '청카바'로 착각하고 부른 사내가 한 팔이 없는 '마사오'였음에 기겁을 해서 ...
과속으로 미끄러지고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사나이의 죽음에 대한 자세를 논하던 그가 마지막 순간 물에 빠져 죽기 전 내뱉은 말은 "엄마, 무서워"..
[조동관 약전] - 1997 년 발표
천하의 무법자, 그 지역 역사상 길이 남을 깡패 '똥깐'이라고 불리는 '조동관'의 일대기이다. 그의 난동과 행패는 경찰조차도 알아서 피해 주는 정도이다. '똥깐'에게는 '은관'이란 쌍둥이 형이 있기도 하다. 그 역시 양아치쯤 된다. 그런 그에게도 숙명적인 여인, 결코 만만치 않은 임자가 나타난다. 자신의 어머니와 언쟁을 벌인 후 가출해 버린 그녀를 찾아 전국을 떠돌지만, 결국엔 찾지 못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와 행패를 일삼으며 지내는 중, 형과 술을 마신 어느 날, 새로 부임하는 마을의 경찰서장 행렬을 보게 된다. 평소 파출소에서는 익히 '똥깐'이를 아는지라, 서장의 초행길을 망칠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는데, 재미 삼아 개기고 있다가 서장과 대면하게 되고, 충돌은 결국 서장의 봉변으로 끝난다.
형 '은관'이 체포되자, 대치 끝 경찰 몇 명을 떼려 눕히고 동굴로 피신한 '똥깐'은 회유와 협박에도 아랑곳 않고 웅장하고도 다양한 욕설을 내뱉으며 대치하다가 얼어 죽게 되는데,
그가 은신하던 그 동굴은 훌륭한 깡패가 되려는 소년들의 필수 순례지가 되었고, 그 마을 '은척'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모범 경찰의 치안을 갖춘 곳이 된다.
[경두]-
그의 소설 전부가 다 이색적이지만, 특히나 이색적인 소설이다. '경두'라는 소년의 이름이 계속 후렴구처럼 붙는다. ~~~. '경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열다섯 살 소년 '경두'
술 취한 아줌마의 무보험 차에 받쳐 병원으로 실려온 '경두'
병실의 다른 환자들을 돌보아주는 오래 입원한 환자가 된 '경두.'
사고의 현장을 목격하고 신고한 택시 기사도, 병원의 사무장도 부모 없는 '경두'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가고 그 아줌마의 진술도 바뀌어가서 보상금은커녕 치료비나 겨우 받을까 말까 한 '경두'
밤마다 환자복을 갈아입고, 외출해서 전자오락과 비디오방의 액션 영화를 즐기는 '경두'
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가 도래해서 쇼바를 만땅 올리고, 불바퀴를 달고, 안테나를 단 진짜 오토바이를 타고 싶은 '경두'
아르바이트를 해서 오토바이를 사고 싶었던 '경두'
행여 보상금을 받으면 오토바이를 살수 있었다 싶은 '경두'
단지 멋있으니까,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니까 기분이 좋아서 쭉쭉 빵빵한 계집애들의 태워달라는 애원을 꿈꿨던 '경두'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자유롭다는 '경두'
친구의 꼬임에 오토바이를 얻어타고 그 꼬임에 다른 아이의 돈을 빼앗었다가 부자인 그 친구는 돈으로 풀려나고, 그 친구를 꾀어서 불량한 짓을 하게 한 천하의 몹쓸 놈으로 낙인찍혀 학교까지 쫓겨났던 '경두'
경두'를 앵벌이 취급하는 삼촌이란 존재의 등장과 사고를 낸 당사자가 돼버린 '경두'더러 부모님을 모셔와야 한다고,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그 아줌마
두려움 속에서 잔뜩 웅크리던 너, '경두'
너는 돌아오지 않았다. '경두', 너는 오토바이가 됐다. 우주를 넘어 날아가 버렸다. '경두','경두'....
안쓰러운 경두~~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1997년 발표
아들과 아버지..
아들은 아버지를 깨부수고 나와야 결국 남자가 되는 건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그러므로 이해할 수도 있고, 전혀 이해할 수도 없는, 그래서 가장 먼 사이..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서 가장 노릇을 했던 상사 출신의 아빠는
엄마와 아들들의 성장과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엇박자만 낸다.
아들은 성장해서 좋은 차를 몰고 아버지가 일하는 공사판에 도시락을 나르고,
삐쳐 있던 아버지는 그가 내민 도시락(그전에 엄마가 정성껏 싸던 도시락이 아닌, 일식집에 특별 주문한)을 던져 놓는다.
아들의 값비싼 차에 관심을 보이던 공사판의 친구들에게 보란 듯이 뻐기며 아들과의 대화를 유도하는 어쩔 수 없는 아빠를 깨닫는 중년의 아들..
[이인실]
꼰대 아저씨의 암수술을 받기전 도뇨관으로 인한 실갱이 끝, 재미난 에피소드..
결국 아들도, 본인도 몰랐던 암.. 사람의 목숨을 쥐고 있는 병원의 권력과 시스템에대응해 보려는 나를 비롯한, 그 꼰대의 두려움과 무지가 주는 생애의 한 지점..
[유랑]
'취생옹 첩실 하세가와 도미코의 봉별서'란 부제가 붙어있다.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조선에서 퇴거를 하던 일본인의 부모로부터 버림받게 된 여인 '도미코'가 대 종손가의 첩실이 되어 남은 인생을 살지만, 창녀로 전락할뻔했던 그녀를 구해주고 그녀의 남자가 되어준, 대종손에게 반하고 평생을 사랑하며 받들던 매력적인 일본 여인의 기구한 삶..기구한 떠돎.. 조선말을 겨우 하는 그녀가 작가를 통해 평생 그녀의 남자였던 병중에 있는 대종손에게 보내는 공손한 편지글.
[새가 되었네]-1996년 발표
'투명 인간'이 생각나는 부도를 맞은 어느 사업가의 이야기,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기둥으로서의 삶이,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한 일이 없고, 정직했던 그가 겪어야 할 부조리함에 대한..
하여 그는 마지막 '새가 되었다'.
[첫사랑]
중학생 미소년들의 첫사랑 이야기.
동성에 대한 동경..
한때의 미망에 들뜬 사랑에 대한 취향이란 것이, 만들어져 가는 혼돈의 시대 사춘기, 그들은 그렇게 남자가 되었을까?
- 이 세계를 끌고 나가는 힘의 반은 소문이다. 소문이 무슨 상관인가. 증거와 사실이 중요하지 않는 냐고 묻는 사람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다. 그건 다른 세상, 좋은 세상 사람들 이야기다. 청카바는 소문의 진원지다.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도 그의 입에서는 그럴듯한 전설과 신화로 탈바꿈한다. 전설과 신화로 무장하면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 32
- 그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그때 아빠가 과거의 위엄과 당대의 소중함을 믿고 지키려는 문지기들인 아버지들의 대표격인 수구파 대왕이었다면 나를 비롯한 우리 여남은 명의 일당은 막 뿔이 돋아난 도깨비들이었다. 우리의 최대의 적이 바로 내 아빠라는 사실 때문에 나는 일당들에게 늘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만큼 더 용감히 사고를 치고 다녀야 했다. 113
네 손길에는 소름이 끼치도록 부드럽고도 질기고 단호한 힘이 들어 있었다. 그건 사랑에 빠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230
-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서 도는 행성과 같았다. 너는 슬픔에 잠겨 네 마음대로 했고 나는 시름에 겨워 내 마음대로 했다.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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