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는 시어머니와 한 집에 사는 며느리가 나오는 박완서 작가의 단편 '해산바가지'로부터 옮긴다.


[네이버 지식백과] 해산바가지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현대문학, 2013. 11., 김동현, 정선태)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411850&cid=41773&categoryId=50391




나는 내가 숨쉬기 위해 매일 밤 그분을 죽였다. 밝은 날엔 간밤의 내 잔인한 소망을 부끄러워했지만 내 잔인한 소망은 매일 밤 살쪄갔다. 그 기운을 조금이라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신경안정제밖에 없었다. 은밀히 먹던 그 약을 남편 앞에서 당당히 입에 털어넣었고 분량도 여봐란듯이 늘려갔다. 그가 약을 빼앗으려는 시늉을 하면 마귀처럼 무섭게 이를 갈며 덤볐다.

"괜히 이러지 말아요. 이 약 없으면 내가 당신 어머니를 죽일거예요. 그래도 좋아요? 그것보다는 당신 어머니가 나를 죽이는게 나을걸요. 그게 낫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약을 먹는단 말예요. 이래도 당신 말릴 수 있어요?"- 해산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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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봄날은 갔다, 고 과거형으로 적어야 했을지도. 그러나 아직 하지 전이니까 봄이 가는 중이라고 여기며 톰슨의 자연시 '사계'에 기반한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 중 봄을 더 늦기 전에 들어보자. 펭귄클래식판 '노생거 수도원'(제인 오스틴 / 임옥희)에 톰슨의 '봄'이 나온 부분을 옮긴다.

Woman Standing Behind the Sun - Frances Macdonald - WikiArt.org







톰슨의 시구로부터는 "풋풋한 생각이 싹트게 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즐거운 일"* 이라는 것을 배웠다.

*『계절』(1726~1730)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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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박완서의 단편 '창밖은 봄'을 읽어야겠다고 계획했었는데 5월이 다 가도록 까맣게 잊고 있다가 그래도 어떻게 기억이 나 찾아 읽었다. '엄마의 말뚝' 수록작. 다가올 겨울에 읽어도 좋았을 듯하다.

Girl Seated on a Pier - Philip Wilson Steer - WikiArt.org


'박완서의 말'에 나오기를 고 피천득 작가가 박완서 작가의 글이 좋다며 이 소설 '창밖은 봄' 여주인공 길례를 언급한다.






요컨대 그들은 서로 깊이 좋아하고 있었고, 좋아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약점으로 상대방을 욕 주거나 폐 끼치게 할 수 없다는 순정에 철저했다.

상대방의 약점으로 자기의 약점을 비기게 할 수 있을 만큼만 약았더라도 그들의 결합은 훨씬 수월했을 것을.

그러나 그런 어리석은 순정 때문에 누가 보아도 만만하고 구질구질한 그들이었지만, 저희들끼리의 눈엔 서로 상대가 귀한 보석처럼 소중하고 빛나 보였던 것이다.

바람이 났으면 국으로 바람난 행세를 할 것이지, 같잖은 것 같으니라구, 같잖은 것 같으니라고…….

자고 깨면 춥고, 자고 깨면 여전히 춥건만 설마 내일은 풀리겠지, 설마 겨울 다음엔 봄 안 올까, 하는 끈질긴 낙천성만이 그들의 것이었다.

밖에선 여전히 혹한이 계속됐다. 천심도 삼한사온이란 자비로운 질서를 망각하고 한 달이 넘게 영하 15도의 강추위를 고집하고 있었다. 거지 빨래한다고 예로부터 일컬어지는 눈 오는 날조차 없었다. - 창밖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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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볼라뇨의 장편소설 '부적'에 화가 레메디오스 바로가 등장한다.








그녀는 나에게 들어오라고 한다. 그녀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내가 앞서 걸어가고 그녀가 뒤따른다. 들어가요, 들어가세요. 그녀가 말한다. 나는 조명이 희미한 복도를 따라 두 개의 창문이 있는 널찍한 거실까지 걸어 들어간다. 창문은 안뜰을 향하고 있고 한 쌍의 무거운 연보랏빛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나는 창 쪽으로 다가가 커튼을 젖힌다. 검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 온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등 뒤에서 레메디오스 바로가 미소를 지으며 동시에 내가 누군지 궁금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창문은 작은 안뜰을 향해 있고 그곳에선 다른 대여섯 마리 고양이들이 낮잠을 자고 있다. 고양이가 참 많네요! 모두 당신 거예요? 대충 그래요. 레메디오스 바로가 대답한다. 나는 그녀를 쳐다본다. 검은 새끼 고양이가 그녀의 품에 안겨 있다. 레메디오스 바로가 고양이에게 카탈루냐어로 말한다.

얘야, 야옹아. 어디 있었어? 한참 찾았잖아, 야옹아 bonic, on eres?, bonic, feia hores que et buscava. - 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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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디너가 된 후 읽은 책 네 권을 골랐다. '제2의 성'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비교적 빨리 떠올랐고, 나머지 두 권은 고르기 다소 어려웠지만 '길고 긴 나무의 삶'과 '꿈에게 길을 묻다'로 정했다. '길고 긴 나무의 삶'과 짝을 이루는 '덧 없는 꽃의 삶' 도 옆에 둔다.

사진: Unsplash의Olga Prudnikova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소식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428051100109?input=1195m


cf. 헐, 갖고 있으나 읽지 않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세컨드핸드 타임'이 '붉은 인간의 최후'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다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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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4-30 2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세컨드 핸드 타임이 왜 절판일까 아쉬웠는데 다시 나오는군요!

서곡님의 네 권 중 두 권만 알고 읽었는데 다른 두 권이 궁금해집니다 :)

서곡 2024-04-30 20:42   좋아요 2 | URL
아 안 읽고 갖고만 있던 책의 개정신판이 나올 때는 참 허탈하지 않습니까 ㅎㅎㅎ 제2의성도 구판 두 권 짜리로 갖고 있었는데 상권 읽고 하권 읽어야지 하던 중에 새로 나왔었죠 ㄷㄷㄷ 자고로 얼른얼른 읽어야......

단발머리 2024-04-30 2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앗! <제2의 성> 역시 최고죠!! 읽고 또 읽어야 하는 책이 맞아요!!
<꿈에게 길을 묻다> 담아갑니다. 이 책의 존재를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서곡 2024-04-30 20:49   좋아요 2 | URL
넹 꿈 분석으로 광주학살생존자 집단상담하는 내용인데 감동적입니다!

- 2024-05-01 08:21   좋아요 3 | URL
이 책 읽은 사람 여기요😀

서곡 2024-05-01 11:29   좋아요 1 | URL
네 쟝쟝님 전에 댓글 다신 거 기억납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4-04-30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 아직 완독 못했어요.
<전쟁은~~>만 읽었는데 다른 책들도 흥미롭네요^^

서곡 2024-04-30 20:57   좋아요 1 | URL
‘길고 긴 나무의 삶‘과 ‘덧 없는 꽃의 삶‘은 영문학자가 쓴 식물 시리즈입니다 그러고 보니 꽃도 나무도 그저 책으로 읽고만 있네요 ㅋㅋㅋ

마루☆ 2024-04-30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꿈에게 길을 묻다가 집단상담하는 내용인지 몰랐네요. 읽어보고 싶군요. 서곡님께서 감동적이라니 더 믿음이 가요. 느낌표까지..

서곡 2024-04-30 21:49   좋아요 2 | URL
앗 갑자기 책임감이 생깁니다 혹시 읽고 안 감동적이시면 어쩌죠!!! (느낌표 셋) 무엇보다도 학살생존자들이 둘러 앉아 꿈 이야기를 하는 모임 자체가 저에겐 감동이었습니다

2024-04-30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30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30 22: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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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30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4-05-01 0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아… 서곡님의 인생 네권! ㅋㅋㅋㅋㅋ 길고 긴 나무의 삶이라니…!!!! 저도 세컨드 핸드타임을 담아둡니다!!!

서곡 2024-05-01 10:13   좋아요 2 | URL
이게 다 쟝쟝님 탓 아니 덕입니다 ㅋㅋㅋㅋ

서곡 2024-05-01 11:28   좋아요 2 | URL
해러웨이 선언문 넣고 싶었는데 길고긴나무의삶이 이겼습니다 ㅎㅎㅎ

서곡 2024-05-01 11:28   좋아요 2 | URL
알라디너 이후로 한정하니 그래도 상대적으로 쉬운 숙제가 되었습니다

- 2024-05-01 13:40   좋아요 2 | URL
길고 길게 나무의 삶이 이어지기를! ㅋㅋㅋ 멋진 목록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 2024-05-01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은..> 읽고 있는데 서곡님 인생네권이라니! 저에겐 여러 의미로 진도가 잘 안나가는 책이네요..

서곡 2024-05-01 14:27   좋아요 2 | URL
아 이 책 저도 잘 못 읽고 있다가 여성주의 책읽기 때 간신히 읽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