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조지 손더스)로부터 옮긴다. 

Portrait of Ivan Turgenev by Yakov Polonsky (1881)


cf. 올해 번역출간된 투르게네프의 작품이 보여서 담아둔다.







투르게네프에 관해 헨리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이야기의 씨앗은 절대 플롯이 아니었다. 그는 플롯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에게 씨앗은 어떤 인물의 재현이었다. 그에게 이야기가 나타나는 첫 번째 형식은 어떤 개인의 모습, 또는 개인들의 조합이었다…그들은 그의 앞에 분명하고 생생하게 서 있었으며, 그는 그들의 본성을 최대한 많이 알고 싶어 했고, 많이 보여주고 싶어 했다. 첫 번째 할 일은 자신이 아는 것을 우선 자신에게 분명히 해두는 것이었다. 이 목적을 위하여 그는 각각의 인물에 관한 일종의 전기,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그들이 한 모든 일과 그들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자세히 썼다. 프랑스 사람들 표현대로 그에게는 그들의 서류 일체dossier가 있었다…그는 이런 자료가 손에 있어야 전진할 수 있었다. 이제 이야기는 모두 한 가지 질문에 달려 있다. 내가 그들이 뭘 하게 만들 것인가?…

그러나 내가 말한 대로 그의 방법이 지닌 결함과 그가 받는 비난은 그에게 ‘건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말을 바꾸면 구성이 부족하다…투르게네프의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쓰였다는 것, 아니 생겨났다는 것을 알고 그의 작품을 읽으면 모든 행에서 그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더 심술궂게 표현했다. "[투르게네프의] 문학적 천재성은 문학적 상상력, 그러니까 그의 묘사적 예술의 독창성에 맞먹는 이야기 방법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상상력이라는 면에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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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조지 손더스가 쓴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에서 두번째로 읽는 작품은 '가수들'(투르게네프)이다.

Portrait of writer Ivan Sergeyevich Turgenev, 1874 - Ilya Repin - WikiArt.org






투르게네프는 귀족이었고, 서술자와 마찬가지로 사냥을 하러 시골로 도보 여행을 가곤 했다. 〈가수들〉이 처음 실린 책 《사냥꾼의 수기A Sportsman’s Sketches》는 문학 인류학에서 획기적인 작품으로 지식인에게 ‘이 사람들’, 즉 농민이 사는 방식을 바라본 결과물을 제공했다. 투르게네프는 당시 이 사람들의 초상을 그려내는 감수성과 동정심으로, 또 사실주의로 칭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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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채소롭게'(단단)로부터 옮긴다. 채소 수프를 끓이긴 귀찮지만 글로 읽으니 편해서 좋구나.

사진: UnsplashVictoria Shes







혼자인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 가고, 나는 조금씩 천천히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 해 보지 않았던 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고, 이 많은 일을 혼자 아무렇지 않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 이제서야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가끔 어떤 날들은 버겁기도 했는데, 그런 날에는 집에 돌아와 냄비 가득 수프를 끓였다. 수프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수프를 바라볼 때가 있다. 수프는 공기 방울을 보글보글 뿜어내며 끓고 있고, 나는 이 수프를 바라보고 있고, 지금 이 수프를 바라보는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이 평화를 즐긴다. 어쩌면 이런 것도 명상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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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버지니아 울프)로부터 옮긴다. 언니 바네사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로서 바네사가 그린 '제이콥의 방' 초판본 표지 사진을 보니 언니가 요구사항을 잘 반영한 것 같다.

'제이콥의 방'(버지니아 울프) 초판 표지(바네사 벨) 1922


『제이콥의 방』 https://blog.naver.com/sol_book/223733855750






우리는 언니가 한 《제이콥의 방》 표지 디자인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해. 다만 그게 실용적일지 의문이 들어. 레너드는 글자가 충분히 명료하지 않고 그 효과가 다소 지나치게 현란하다고 생각해. 방room의 ‘r’을 대문자로 바꿔 줄 수 있어? 그리고 글자를 더 선명한 색깔로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 줄 수 있어?

하지만 이런 요구 사항들이 디자인을 망칠 수도 있지. 혹시 언니가 변경할 수 있으면 이렇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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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영 작가의 신작 드라마 '모두 자신의 무가치와 싸우고 있다'를 보고 있다. 주인공 황동만(구교환)은 종종 '등신'이라고 불리는데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조지 손더스)에서 다루는 두번째 작품 '가수들'(투르게네프)에서 어떤 인물의 별명은 '얼간이'다.


Idiot Stick 22, 2006 - David Batchelor - WikiArt.org


* 이 포스트의 제목을 '등신과 얼간이'라고 적고 나니 '병신과 머저리'(이청준)가 떠오른다.





얼간이부터 시작해 보자. 그의 본명은 유그라프 이바노프지만 동네 사람 누구나 그를 오직 얼간이라고만 불렀고 그 자신도 그렇게 불렀다. 그만큼 그에게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늘 걱정에 사로잡혀 있고 볼품없는 이목구비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그는 미혼의 방종한 자가自家 농노로 그의 주인들은 오래전에 그를 구제 불능이라고 포기했으며 그 결과 그는 어떤 종류의 일자리도 없고 아무런 임금도 받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다른 사람 돈으로 어떻게든 즐겁게 지낼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술과 차를 사줄 지인이 아주 많았지만 그러는 사람들도 자신이 왜 그러는지 알지 못했다. 그와 함께 있을 때 재미있기는커녕 다들 그의 무의미한 수다, 견딜 수 없는 치근댐, 안달복달하는 행동, 쉼 없고 부자연스러운 너털웃음을 지긋지긋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노래도 못하고 춤도 추지 못했으며, 분별력 있는 말은커녕 알아들을 수 있는 말조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냥 웅얼웅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잔뜩 늘어놓을 뿐이었다. 진짜 얼간이였다! 그럼에도 그 근방에 그가 물렛가락 같은 다리로 걸어와 손님들 사이에 등장하지 않는 큰 술자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그의 존재를 필요악으로 견디었다. 물론 사람들은 그를 경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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