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늘 '터프 이너프' 독서를 시작했다. 그때 완독 목표는 아니었지만 어찌어찌 다 읽었다. 아래 옮긴 글을 다시 읽어보니, 한강 작가가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인터뷰 동영상에서 자신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라고 했던 말이 또 떠오른다.

사진: UnsplashDominika Walczak


'터프 이너프' 역자 김선형 번역가가 초상화를 그려 올해 전시를 했었네. 대단! 제인 오스틴 전작을 번역 중이라고 한다. [번역가 생활 30년간 마음으로 그려본 작가들, 초상화로 그려내] https://v.daum.net/v/20240619113802960  토니 모리슨, 마거릿 애트우드, '터프 이너프'에도 등장하는 조앤 디디온 등 여성작가들을 그린 작품 사진들을 이 기사에서 볼 수 있다. 기사에 언급된 김선형 역자의 역서 '테일러 스위프트', 올해 새로 출간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찾아둔다.





이 여성 작가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포용했다고 해서 비관주의자였던 건 아니다. 이들의 전언은 종종 스산하고 황량하지만, 대부분 낙관주의도 비관주의도 품지 않았다. 그보다 그들은 현실주의자라고 자처했다. 직접 겪은 유토피아적 낙관주의에는 깊은 환멸을 느끼고 싸늘하게 반응했다. 그러니 오히려 열렬한 반유토피아주의자였다. -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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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유진 오닐이 쓴 '밤으로의 긴 여로' 열린책들 판으로부터 옮긴다.

First edition 1956


'밤으로의 긴 여로'에 등장한 스윈번의 시 '작별' 원문이다.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45296/a-leave-taking



By SetteTreSette - Own work, CC BY-SA 4.0


한강 작가가 쓴 '밤으로의 긴 여로' 독후감인데 스윈번의 시 '작별' 재인용으로 끝난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0325&cid=58814&categoryId=58831 (세계문학의 고전)


cf.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에 작가인 화자가 쓴 '작별'이란 작품의 존재가 언급된다. 실제 한강이 발표한 '작별'(문학과사회 2017 겨울호)은 2018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이다. 


 



제이미  (얼굴에서 손을 떼고 탁자 위를 응시하고 있다. 그 역시 술이 확 깨어 있다. 멍하니) 소용없어요, 아버지. (스윈번의 「작별」을 인용하는데, 담담하면서도 비통한 슬픔을 담아 멋지게 낭송한다)

이제 일어나 떠나자. 그녀는 알지 못하니.
큰 바람처럼 바다를 향해 가자,
모래와 포말이 날리는 곳으로. 여기 있는 게 무슨 소용인가?
아무 소용 없으니, 여기 모든 것들이 그러하고
모든 세상이 눈물처럼 쓰디쓰네.
아무리 그렇게 보여 주려 해도
그녀는 알지 못하니.

메리  (주변을 돌아보며) 꼭 찾아야 되는 건데. 완전히 잃어버릴 수는 없어. (제이미의 의자 뒤편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제이미  (메리의 얼굴을 돌아보며 애원한다) 어머니! (메리가 듣는 것 같지 않자 절망적으로 몸을 돌린다) 젠장! 무슨 소용이람? 쓸데없는 짓이야. (더욱 고조된 비통함으로 다시 「작별」을 낭송한다)

그러니 가자, 내 노래들아. 그녀는 듣지 못하니.
두려움 없이 함께 가자.
노래의 시간은 끝났으니 침묵을 지키자.
옛것들도, 소중한 것들도 모두 끝났으니.
우리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는 당신도 나도 사랑하지 않으니.
그래, 우리가 아무리 귀에 대고 천사의 노래를 부른다 해도,
그녀는 듣지 못하니.

- 4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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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후 공개하는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에 우리 나라의 한강이 아시아 첫 작가로 뽑혀 '흰' 작가답게 흰 천으로 싼 원고를 전달했다(2019년 5월). 지금 이 시대의 독자들은 읽을 수 없는 미래의 글이다.


Future Library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 https://www.futurelibrary.no/#/news-and-media


가문비나무(노르웨이) 사진: UnsplashArvid Høidahl


미래도서관 한강 작가 인터뷰 Vimeo An interview with Han Kang: The fifth author for 'Future Library' https://vimeo.com/336320261 자신이 낙관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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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소설 ‘흰’…고독과 고요·용기 불어넣어줘”]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1804251141001


2022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아니 에르노의 '다른 딸'을 읽으며 한강의 '흰'이 생각났었다. '흰'과 '다른 딸'은 각자의 목소리로 언니를 애도한다. 아래 옮긴 글의 출처는 '다른 딸'이다.

Two Blue Tomties - Two Sisters Walk on the Grass, 1982 - Maria Primachenko - WikiArt.org


'흰' 외국어역본들이 다양하구나. 카탈루냐어판도 발견.




두 딸 중 한 명은 죽었고, 다른 한 명은 죽을 뻔했지요. 사는 동안 활기차게 지냈던 어머니지만 내 눈에는 죽음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죽음에 매혹되어, 그리고 죽음을 끌어당기면서. 열네 살 혹은 열다섯 살 때까지 나는 어머니가 나도 당신처럼 죽게 내버려 둘 거라고. 아니면 나뿐만이 아니라 아버지도 함께 벌을 주기 위해 일부러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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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4-10-11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권 모두 읽어봐야겠어요. 글 감사합니다.

서곡 2024-10-11 18:00   좋아요 0 | URL
네 두 여성 작가가 비슷한 경험을 했더라고요...

공쟝쟝 2024-10-11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카탈류냐어라니

서곡 2024-10-11 18:46   좋아요 1 | URL
노벨상 수상 전부터 이미 월드클래스 케이팝 아니 문학스타셨더라고요 ㄷㄷㄷ

렛잇고 2024-10-11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같이 다뤄주시니 도움이 되어 좋네요!!! 저도 두 권 읽어보고 싶습니다!!

서곡 2024-10-11 20:33   좋아요 1 | URL
네 저는 ‘흰‘을 먼저 읽고 그 후에 ‘다른 딸‘을 읽었답니다 최근 노벨문학상을 받은 두 여성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어도 좋을 듯합니다

은하수 2024-10-20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흰》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정말 두 작가의 경험이 비슷해서 같은 생각을 했어요. 처음 읽었을 땐 아니 에르노 작품은 안읽었을 때고.. 아니 에르노 읽을 땐 《흰》에 대해선 까맣게 잊었을 때고...
서곡님 덕분에 다시 깨우쳤네요~~^^

서곡 2024-10-20 16:41   좋아요 1 | URL
네 저는 두 작품 사이 간격이 그리 멀지는 않았어요 ㅋ 아니 에르노 노벨상 수상 후 ‘다른 딸‘을 읽었고 ‘흰‘은 그 전에 읽었었죠 감사합니다 남은 시월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한강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54620 국문학 전공에 심지어 이름은 한강, 이른바 국민작가(란 단어를 작가 본인은 그닥 안 좋아할지 몰라도)로 손색 없지 않은가. 사기캐......최초로 내가 읽은 한강의 작품은 '검은 사슴'이다.



Deer Shelter, 2006 - James Turrell - WikiArt.org


[젊은작가 한 강씨, 첫 장편소설 내] https://v.daum.net/v/19980814134600975?f=o '검은 사슴' 출간 당시 기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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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0-11 1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검은 사슴,을 알아본 안목을 칭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아주 한참 뒤에...

서곡 2024-10-11 16:06   좋아요 2 | URL
제목에 끌린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솔직히 재미는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ㅋㅋㅋ 지금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