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보통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다.
솔직히 ˝사랑˝에 대한 주제를 내세운 책, 영화 등은
나의 관심사에서 늘 뒤에 밀려나 있다.
여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다양한 성향을 가진 등장인물을 배치하여
사랑의 방정식을 풀어나가고 있지만
반짝~참신할 뿐
결국은 뻔한 해피엔딩 아니면 교훈을 강요하는 고귀한 비극으로 시시하게 끝나버린다는 나만의 편견 때문이다.
특히나 코믹을 곁들인 로맨스물은 거부감이 들 정도로
시답잖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욕망을 자극하고 빠르게 소비하는 대중문화 속성이 싫다.
그 이면에 나 자신의 문화적 수준을 고양코자 하는 다짐과
약간의 허세도 부인하지 않겠다.
한가지 더,
내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겠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미리 말해두지만
나에겐 이성에게 매력을 끌만한
보편타당한 항목이 몇가지 없다.
말하자면 `착각`이다.)
사랑따위 소설이나 영화에 심취하는 사람들은
현실속에서 이성간 충분한 매력을 끌지 못해
저러고 있지 않나 하는..비아냥을 가끔 한다
깔아내려야 우뚝 솟는다 했는가.
환상에 파묻혀 현실속의 사랑에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은 한심하단 이야기다.
끝으로 덧붙여 보자면,
`결혼한 유부남이니 이젠 끝장이다. `라는~
`흠..평생 죽을 때까지 남녀간의 사랑은 나에게 없다`는
명제가 대부분의 러브스토리에 무감각해지는 큰 이유일게다.
마치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지 않은..
욕망에서의 탈출이 `외면`만으로 해결될 듯 싶겠냐만은.
물론 도발적으로 사는 사람들에겐 해당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애인을 사귀고 싶어하거나 바람을 피워대는 위인은 못되니 안심하시라.
적어도 그 정도의 자존심은 있으니 말이다.(아내가 이 글을 읽었으면..한다.)
사설이 길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냐면
러브스토리(?)를 대하는 나의 이런 편협한 관점이나
열등감에서 발로된 영감재이 고집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사랑스럽다!!
깔쌈하다!!
지적쾌감을 마구마구 준다!!
연애소설이라는 접시에 심리학 한 스푼, 철학 한 스푼,
그 위에 문학가루 솔솔 뿌려 마구 비벼 놓았는데
절묘하게 잘 버무려져 입에 짝짝붙는다.
˝사장님 ~ 보통으로 한 그릇 더~.. ˝
책을 읽으며
쉴새없이 피식~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심리적 관계에 있어
앨리스는
내가 결혼하기전 만나왔던 여성들이고
에릭은 바로 나 자신이었으니까.
고백컨데,
부끄럽지만
내 청춘의 연애는 자존심을 다치기 싫어
내가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한 안전한 상대를 만나와서
더 이 책에 공감하고 있진 않을까.
이를테면
나의 연애상대는˝가성비˝에도 어느 정도 부합해야만 했다.
상대 매력에 대한 욕심과 상대가 나를 바라보는 호감도, 상대의 외모에 끌리지만 그에 맞춰 내 자신도 꿀리지 않는 균형점, 어느 정도 안전하고 편안한 심리적 우위감, 내 지갑속 형편 등이 교묘하게 만나는 지점 정도가 되겠다.
비유가 맞을런지, 비난을 감수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고급차가 맘에 들지만 유지비나 나의 사회적 위치, 보편적인 대중들의 상식을 감안하여 그저 그런 서민차를 구입하는 맥락(?)..
물론 이 이야기는 여성의 입장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단지 이해를 돕고자 함이니오해 없었으면 한다.
`다른 사람의 관심이 보통을 넘어선 정도여야 고독은 끝날 수 있었다`-12쪽
이야기는 에릭의 관심이 점점 밑바닥으로 내려가 커지는
불안과 무관심에 앨리스가
이별을 통보함으로써 끝이 난다.
(참 많이도 참아왔다.토닥~해주고 싶다)
여성들 입장의 많은 부분을 공감케 해준 고마운 책이다.
옮긴이가 마무리글에서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필립과의 또 다른 사랑을 선택함으로써 사랑에 대해 냉소적 태도를 견지하는 작가가 희망을 내비침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하는데
글쎄, 냉소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필립은 앨리스의 고독을 끝낼 수 있을까..하는
멜랑꼴리한 미소가 남는다.
고독의 본질에 대해 조금만 이해한다면.
저울위에서
공평한 사랑은 없고,
기운다는 것은 곧 ˝권력˝이고
`사랑에서의 권력은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능력`이란 말이
결코 냉소적인 표현만은 아닐테다.
덧.
`소설`을 읽고자 하는 분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에둘러 에둘러 판단을 유보하는
스토리 있는 `소설`은 아니고 부단히도 작가의 생각을
피력하고 일반화 시키려는 고집스런 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