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진을 정리하다가 8월 19일에 호텔에 가서 찍은 사진이 있어 올려본다. 남편 회사에서 공짜로 티켓이 나와 서울 중심가에 있는 호텔에 가서 그냥 하룻밤 자고 왔었는데 그 때 찍은 사진이다.


그 때쯤 워낙 일이 바빠 남편이 피곤해 했던지라 공짜로 나온 호텔 숙박기회를 날려버릴 참이었다. 하지만 호텔에서 한 번도 자 보지 못한 우리 아들애의 간절한 눈빛을 견디지 못한 남편은 할 수 없이 우리를 데리고 호텔로 향했다. 하룻밤 숙박에 40만원이 넘는 방이라기에 엄청 럭셔리하겠지 내심 기대를 하고 갔지만 쬐끔 실망을 하고 왔다는...



호텔이 이런 곳이다 애들에게 추억을 심어주기 위해 갔던 남편은 로비에 들어서서 고속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만 보고도 환호를 해대는 원재를 보고 "어휴... 아빠가 미안하다!!" 소리만 연신 해댔다. 어쩐지 내 마음도 뭉클해지고...


출입구에서 바라본 방의 전경. 창문 옆에 간이침대를 놔 두었다.

직원들이 자녀랑 같이 올것을 예상 한 듯 싶었다.

 

침대에서 바라본 TV와 화장대. 콘도보다 나을거 없어보이는 가구들^^;

 

간이 침대에 누워서 게임 삼매경에 빠진 혜지.

 

호텔에 와서 제일 좋아라 했던 원재. 표정관리 안됨^^;


호텔방에서 내려다 본 휴일 아침의 시청앞 광장. 

2002년 월드컵때 기자들에게 인기있었던 방중의 하나라고 했던 이유를 알겠다.


밤 12시에 허겁지겁 체크인 하고 들어가 남편이 애들 데리고 근처 편의점 가서 컵라면 사먹고 들어온게 추억의 전부다. 나는 잠자리가 바뀌어서 한 숨도 못자고 새벽에 책만 읽다가 나왔다. 이왕 재워주려면 조식도 좀 끼워넣어서 줄것이지 달랑 숙박료만 계산해서 방을 주다니.. 직원들 보고 와서 매상 올리라는 얘긴지.. 쩝~

 

아뭏든 책사는데 돈 십만원 쓰는건 확 내지르면서 아침먹으려고 돈 십만원 넘게 쓰는건 아무리 해도 안 되더라... 결국 우리집 근처로 와서 늦은 아침으로 얼큰~~한 순대국 사먹고 집에 와서 또 잤다는.... 허무한 호텔 투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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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0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8-3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에 남는 호텔 투숙기네요.

책향기 2007-08-30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기억에 남는건 잠 못잔거밖에는...^^

미즈행복 2007-08-31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무데서나 잠을 잘 자서 그런 기억은 없지요.
조식을 안준건 너무 야박하나, 그래도 공짜가 어딥니까?

책향기 2007-08-31 12:28   좋아요 0 | URL
하긴 그래요. 공짜기회를 그냥 버린다는건 아줌마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마노아 2007-09-0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직한 결말이에요. 아침상 십만원보다는 책으로 십만원이 낫지요^^ㅎㅎ

책향기 2007-09-03 08:47   좋아요 0 | URL
바람직하다는 마노아님의 결론에 다시 한 번 호텔에서 그냥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밤늦게 들어가서 잠만 자고 호텔방에 있는거 아무것도 안 쓰고 안 먹고 나오려니 직원들이 좀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까 약간 마음도 쓰이긴 했거든요^^;
 

갑자기 비가 내린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1층인데다 산을 끼고 있어 비가 오면 나뭇잎들의 떨림과 초록의 진동이 느껴진다. 이런 때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며 느긋하게 알라딘을 거닐 수 있다니, 참 괜찮은 날인 듯 싶다.

비가오면 대체적으로 컨디션이 다운되는 편이라 핑곗김에 운동도 안 가고 청소도 안 하고 알라딘을 배회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집을 보러 온다고... 에잇~ 하필 이렇게 게으름을 피울 때 또 집을 보러 온다고 할게 뭐람... 하지만 불평을 쏟아놓을 새도 없이 부리나케 의자에서 일어나 집안 정리를 시작했다. 장롱문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_-;

집을 내 놓은지 9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워낙 요즘 거래도 잘 안 되고 거기다 1층이라 좀체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보러 온다고 했다가 열심히 청소해 놓으면 약속을 뒤집는 일도 다반사! 허겁지겁 대충 치우고 다시 알라딘을 돌아다니며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없다. 또 펑크....? 비때문에 그런가 싶어 아까는 분위기 있어 좋아라 했던 비가 하필 이때 쏟아지는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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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7-08-2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가실 계획이신가 보죠? 아, 저도 9월 11일에 이사예요.
벌써부터, 아니 그전부터도 머리가 아파요.
우선 지금 집을 열나 깨끗하게 청소해 놓아야 하고 -곰팡이나 기타 연필자국, 카펫의 뭐 흘린 자국등. 다 사진찍어서 용역비와 함께 새 집으로 청구서 날라온다고 함- 짐도 다 직접 싸야해요. 여긴 시간당으로 돈을 줘서 돈을 절약하려면 제가 다 싸야해요. 그리고 물론 가서도 제가 다 풀어야죠. 흑흑... 꺼이꺼이. 박스도 얻으러 다녀야하고, 그릇은 깨지지 않게 버블랩으로 싸야해요. 멀리 가냐고요? 아뇨. 도보로 15분거리에. 허나 짐 싸고 푸는 것은 마찬가지잖아요. 여기 교육비가 비싸서 월세에서라도 아껴보려고 이사하는데 흑, 경제적 이유는 이유고 당장에 닥친 고생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는...

책향기 2007-08-29 15:27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정말 힘들겠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하세요. 지금 고생이 나중에 다 미즈행복님의 복으로 돌아올거라 믿어요^^ 아자아자 화이팅!!!

비로그인 2007-08-29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의 이야기까지 두 가지 사연을 들었네요.
저도 가을에 이사 계획있어요.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구요.
우리 잘해봅시다.

책향기 2007-08-29 15:29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이사 계획 잡고 계신분들이 꽤 있네요. 아영엄마님부터 민서님까지... 민서님 마음에 딱 드는 집으로 이사가길 빌께요*^^*

치유 2007-08-2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다들 이사계획을 갖고 계시군요..전 이사 열두번만에 이 집에 눌러 살아요 눌러 산지 그래봐야 이제 이년...이사는 정말 생각만으로도 머리아픔니다..

책향기님!저희도 일층인데 비오니 춥네요..
일층을 저도 살기 전에 싫어라했는데 지금은 너무 좋단 생각을 더 많이 하며 살아요..
좋은 사람이 보러 올겁니다..힘내세여..^^&

책향기 2007-08-2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배꽃님. 이사를 열두번이나 하셨다니...저는 아버님이랑 같이 살다가 나와서 이사는 두번밖에 안 해봤어요. 처음 이사할 땐 아무것도 못하고 헤매기만 했는데 두번째는 나름 요령이 생기더라구요. 아까 집보러 온다던 사람은 결국 안 왔어요. 흑흑~ 하지만 배꽃님이 좋은 사람이 보러올거라 덕담해 주시니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지는걸요!!*^^*

치유 2007-08-2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집이 열네번째 집이네요..
그럼요..좋은 사람들 만날거에요..

책향기 2007-08-29 15:52   좋아요 0 | URL
허걱~ 열 네번씩이나 이삿짐 풀고 정리하시기엔 너무 연약하고 우아해 보이시던데... 몸에 보이지 않는 근육들이라도....??^^

순오기 2007-08-30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향기님, 역시 사람의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지는 것 같죠? ㅎㅎ
뜻하신대로 집도 팔리고 좋은 곳으로 이사도 하길 바래요.
님의 댓글 따라 예까지 왔어요. 감사 ^*^

책향기 2007-08-30 13:31   좋아요 0 | URL
앗 순오기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말씀대로 힘든 일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고 있답니다. 그래도 지금껏 간절히 원했던 일은 모두 이루어진 편이니 난 운이 좋다고 되뇌이고 있지요! 덕담 고맙습니다^^

마노아 2007-08-3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집도 안 갔지만 이사 경력이 25번은 족히 되는 걸요. 지금 사는 집에 8년째인데 가장 오래 산 집이에요. 짐싸는 데는 이력이 붙었지만 너무 힘들어요ㅠ.ㅠ
아무튼. 그래서 결국 집 보러 왔나요? ^^;;;

책향기 2007-08-3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마노아님. 집 보러 결국 안 왔답니다! 저도 결혼 전 이사경력까지 붙이면 그정도 되는데...^^
 

그녀와 헤어지고 - 고흥준

 


어느 골목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네. 은새잎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그때가 유월이었는지, 칠월이었는지, 하루종일 비가 왔는지, 비가 오다 잠시 그쳤던 저녁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네. 내가 기억하는 건, 당신의 창가에서 흘러나오던 작은 라디오 소리. 초승달이 낡은 지붕 위로 살금살금 걷던 소리.





때로는 어느 골목이었는지 모두 기억할 수 있네. 당신이 잠시 걸음을 멈춰 처음으로 나를 돌아본 길이었는데 그날은 고양이들이 낮은 담장에 나란히 앉아 낯선 이를 구경하던 밤, 아직 밤이기엔 너무 일러 낮잠을 실컷 잔 늙은 호박잎들이 옹종옹종 수군거리던 저녁이었네. 그때 사랑은 참 다정도 하여 반짝거리는 심장을 내게 주었지.



그 밤을 지나는 동안 젊었던 몸뚱이는 참으로 쉬이 늙어 흐느끼던 울음으로도 추억은 남질 않았네. 고양이들의 밤도, 호박잎들의 밤도, 은새잎 가벼이 지던 밤도, 당신이 안녕하며 뛰어갔던 골목에는 무엇 하나 남질 않았네. 그 길에 이리 늙은 몸만 홀로 남아 옛 소리를 듣던 귀는 자꾸 닫혀가고, 당신의 이름 석 자를 담벼락에 쓰다가 주저앉았던 그 골목에, 스물 몇이었던 세월만 고스란히 남았네.

 

 

* 체셔님이 올려놓은 시인데 너무 좋아서 여기다 베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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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어요. :)
저도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시랍니다.
시인이 시작활동을 계속 하심 좋으련만....

책향기 2007-08-22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베껴왔을 뿐인데 뭐 그런 칭찬까지...^^; 근데 이 시 옮겨오고 나니 서재가 이상해졌어요. <시 읊조리기> 클릭하면 왜 "그녀와 헤어지고"만 뜨는걸까요? 저번에 올린 "주저흔"은 안 보여요. 근데 체셔님 댓글 클릭하면 "주저흔"이 뜨거든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비로그인 2007-08-2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말고 좋은게 또 있었단 말입니까?
 

              주저흔(躊躇痕)

                                             김 경주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다

그는 지층에 묻혀 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 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발굴한 화석의 연대기를 물었고 다투어서 생몰연대를 찾았다

그는 다시 몇 세기 전 돌 속으로 스민 빗방울을 조금씩 긁어내면서 자꾸만 캄캄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굴 밖에선 횃불이 마구 날아들었고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가진 돌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법인데 그것은 돌 속으로

들어간 몇 세기 전 바람과 빛덩이들이 곤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썩지 못하고 땅을 뒤집어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동일 시간에 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전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석의 내부에서 빗방울과 햇빛과 바람을 다 빼내면 이 화석은 죽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피를 나누어 가졌다기 보단 어쩐지 똑같은 울음소리를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 올해 미당 문학상 후보중 최연소인 김경주 시인의 작품이다. "주저흔(Hesitation Marks. 자살하기 직전 머뭇거린 흔적)"이란 이미지에서 언뜻 얼마전 읽은 소설의 주인공 주홍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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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저흔... 아름다운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

책향기 2007-08-1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교주께서 방문해 주시다니.. 영광인데요*^^*
 

 

오늘 민서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이 도착했답니다. 카드에 조근조근 인사까지 보내주신 민서님의 따뜻한 마음 오래오래 기억할께요*^^*  1권부터 3권까지 갖고 있었던 세계사 책은 민서님이 4권을 보내주신 덕에 책 네권을 다 갖추게 되었네요. 선물도 선물이지만 민서님 이벤트 덕에 알라디너 여러 님들과 조금씩 조금씩 교감을 나누기 시작한것 같아 그것이 더욱 마음을 뿌듯하게 합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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