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 곡으로 지은 밥을 주식으로 삼았던 때와는 달리 손쉽게 휴대하며 먹을 수 있는 빵은 또 다른 먹거리로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 시장이 확대되어 왔다. 제조업자나 판매업자가 소매점과 계약을 통해 상표의 사용권, 제품의 판매권, 기술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시스템인 프랜차이즈 빵집에 동네 빵집은 대형화된 프랜차이즈 빵집의 규모에 영세한 자본력으로 동네 빵집을 운영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빵 기술을 익히고 빵의 진원지를 찾아 제빵 교육을 포함한 연수를 통해 자신만의 빵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찾는 안전한 먹거리인 빵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살아온 이들의 사례는 새로운 빵집을 구상하는 이들에게 표본으로 자리할 것이다.

 

   착한 식당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서울의 빵집 취재 편을 보면서 건강에 이로운 빵을 맛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까지의 과정에 깃든 제빵사의 정성과 노력에 숙연해졌다. 첨가물을 넣지 않은 반죽으로 빵을 만들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나와 반죽을 하고 발효가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과정은 착한 빵으로 고객들의 한 끼 식사대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식품으로 변신하였다. 국산 밀 재배농가와 협약하여 신선한 통밀을 공수해 제분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이름을 건 빵으로 프랜차이즈 빵집과는 차별화된 빵 만들기에 주력해 온 여정은 쉽지 않았을 테지만 여전히 명성 있는 빵집으로 유명세를 타며 빵 만들기에 정성을 모으는 이들이 있다.

   빵의 주재료인 밀가루의 원료가 되는 밀의 종류가 100가지 정도라니 그 숫자에 놀라웠다. 그 중에서도 빵 만들기에 적합한 강력분인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국산 밀은 중력분으로 글루텐 함량이 적어 수입 밀가루를 사용한다니 아쉬움이 더했다. 자연계에 살고 있는 효모를 모아 배양한 천연 효모를 이용해 맛에 변화를 주어 다양한 빵을 맛볼 수 있게 된다. 반죽할 때 다양한 재료를 넣어 새로운 맛을 선보이며 반죽에 혼합하면 좋을 식품을 선택하는 일도 제빵사의 역할에서 나온다. 보리밥을 넣어 만든 통밀 빵을 즐겨 먹는데 그리 달지 않으면서도 담박한 맛을 주어 간식 대용으로 주문해서 먹을 때가 있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 갈 때면 맛을 보는 화덕 피자는 큰 옹기를 엎어 놓은 것 같은 화덕 깊숙이 두고 그 앞에서 장작불을 피워 열기로 구워내는 방식을 이용해 풍미가 더하였다. 빵집에서도 돌 오븐을 이용해 빵을 구워내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게 하여 구미를 당긴다. 장작을 태워 오븐을 충분히 덥힌 뒤 타고 남은 재를 꺼내어 두고 문을 닫아 복사열로 조리하는 방식을 취하여 맛있는 빵을 선보인다. 기온습도기압 등의 미묘한 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미생물을 연구하며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를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가운데 자신의 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빵의 고유한 맛과 향을 지켜내려는 마음으로 빵을 만들어갈 때 프랜차이즈의 빵에 밀리지 않는 식품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동네 빵집으로 성공한 사례를 먼저 실어 구체화하는 가운데 세부적인 사항까지 고려하여 기술한 빵집의 위력은 막연히 먹어 왔던 빵도 하나의 주된 음식으로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요소들을 낱낱이 분석하여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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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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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운 영혼을 구가하며 살고 싶은 바람에 끌려 국경을 넘어 곳곳을 누비고 살아가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뛸 때가 있다. 일상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며 오감을 동원해 인생의 일면을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속박되지 않는 이로 자리할 때 가능해진다. 일정한 궤도를 걸으며 규범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에 익숙하였던 생활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공공의 선을 지키기 위한 법규는 지켜져야 한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델리 공항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기존의 관행은 붕괴되어 무질서와 혼란의 세계로 몰아갔다. 기본적인 법규는 지켜지지 않았지만 종교적 의례는 놓치지 않는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신앙의 나라라는 말이 걸맞은 나라에 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2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의 이슬람 사원인 자마마스 지드를 방문했을 때 웅장한 규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유한한 인간의 내부에 깊숙이 자리하는 종교적 믿음은 맹목적인 숭배로 치달아 비판을 불허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금도 신을 앞세워 벌이는 종교전쟁이 끊이지 않고 정치적 · 경제적인 이익까지 결부되어 패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평탄한 삶에 위협이 올 수도 있는 상황에 신념대로 자신의 뜻을 용기 있게 행동하는 이의 비장한 표현에 숙연해진다. 인생의 전환점은 도처에 자리하여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 삶을 이뤄 존재감 있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다. 개인적으로 고락 속에 이어졌던 인도 여행 후 인생은 다채로운 무늬를 아로새기며 현재적 삶에 충실할 에너지를 얻어 열정적으로 살 수 있었다. 반면 인도출신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는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 소설을 발표하고 난 뒤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란에서 전하는 구절들이 알라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악마의 말이 전승된 것이라 말하며 왜곡된 이슬람 관을 비판하였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사형을 언도받고 시작된 감금 생활은 추방을 당하거나 은둔 생활자로 전락하게 했다. 살해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무장경찰에 에워싸여 살던 시절을 반추하며 지금까지의 일대기를 순차적인 구성에 담아 타협을 거부하며 살아온 작가의 지난한 역사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내가 원하는 자유는 무엇이든 아는 대로 말하고 양심에 따라 마음껏 주장하는 자유

    부조리한 구조에 맞서 타협을 거부한 작가의 자서전은 3인칭 서술자로 객관성을 확보하며 이슬람 세력의 무자비한 파행을 드러냄으로써 와하브파의 성장이 야기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전횡은 적나라해졌다. <<악마의 시>>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해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 발표로 루슈디는 기약 없는 도피생활에 들어가야 했다. 도피생활을 하면서 경찰의 권고로 지은 가명 조지프 앤턴의 파란한 생활은 이어졌다.

    인도 무슬림 문화는 인도 출신인 그의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하였고 이란인들 중에는 그의 암살을 기도하다 영국에서 추방당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압박의 강도는 커졌다. 무슬림 사회의 친절과 자비심, 아름다운 건축물, 철학과 과학 분야의 업적 등을 남긴 무슬림의 지혜가 변질되어 편협한 종교적 이념으로 평화를 위협하고 반 이슬람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지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작가로서 파트와 반대운동을 벌이는 창작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에 직면할 때면 알코올에 의존하며 자신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하였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갔다.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운명의 굴레 속에 허우적거리던 전처와의 이혼은 일상의 균형을 앗아가는 일이었지만 또 다른 여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숨 막히는 압박의 시간에도 루슈디는 엘리자베스와 만나 교감하며 소통하는 사랑을 쌓아가지만 그의 아기를 갖고 싶어 했던 그녀와 다른 생각으로 살아온 그가 오랫동안 함께 할 수는 없었다. 살해 위협으로 점철되는 상황에서도 아들 자파르는 파타와 이전의 작가 루슈디로서의 삶을 일깨워주었다. 짧은 시간이기에 작가가 아들 자파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련의 활동에 집중하며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엮어내는 성과를 낳기도 하였다. 13년간의 투쟁 아래서도 쪼갤 수 없는 자유를 의식하며 살아가려던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주정뱅이 아버지와 결혼하여 수십 년을 견뎌 온 어머니의 비결인 망각력을 떠올리며 아들 루슈디는 내면의 균열을 다스리고 감내하며 시련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하는 생활로 무장해갔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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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5-04-2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살까말까 해요. 평가단도서군요. 루슈디 소설은 좀 어렵고 취향도 타는지 리뷰가 귀한데, 에세이식 자서전은 어떨까 하구요. 잘 읽었습니다, 자성지님.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4
예병일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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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사경을 헤맨 적이 있어서인지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큰 편이다.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처럼 누워있기만 하던 아들의 병상을 지키며 이대로 시간은 멈춰져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극도의 불안감을 낳았다. 다행히도 아들은 1년 남짓 통원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였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또 다른 병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중이라 마음을 놓지 못한 채로 지내고 있다. 건강한 육신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지속할 때는 몰랐던 일들이 예측불허한 일로 투병하는 생활이 이어지자 정성을 다하지 못한 일만 떠올라 음울해졌다.

   건강 생활을 위한 섭생이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바이러스 침투로 몹쓸 병을 앓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여 건강하다고 자만하며 살아갈 일만은 아니다. 한 가정에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그동안 지속되었던 가정의 평안은 깨지고 환자의 건강 회복을 위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서울 소재의 큰 병원을 찾기 위해 왕복 9시간을 소모하며 교수와 만나 2분 남짓 형식적인 말을 주고받은 뒤 약을 처방받고 오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의 보호자와 환자를 배려하며 눈을 맞추고 진료하는 의사는 많지 않아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을 찾아야 하니 감내할 수밖에 없다. 기계적인 치료를 넘어 심리적인 안정까지 돌보는 치유의 일환으로 의학계에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인문학적 요소를 접목해 펴낸 책이 위로를 건넨다.

    베르나르는 모든 질병에 고유한 원인이 있으며 질병에 걸렸을 때의 증상은 특정한 장기나 체내 화학 반응 변화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파스퇴르는 단세포 미생물이 인체에 침입하여 병을 일으키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몸을 이루는 세포와 조직이 주고받는 화학적 신호를 포함한 생명현상을 과학적 용어로 기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공헌했다.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에 참전하여 병사들을 돌봤고, 병사들의 위생 개선에 힘썼으며 전쟁터에서 돌아온 그녀는 근대 간호학을 정립하여 간호사라는 전문 직업 확립의 기틀을 마련했다.

   의사들이 보여주는 태도가 그림에 투영되어 있는 장면을 접할 때 환자는 의사의 관심과 공감을 화가들은 감정이입하여 의사와 환자를 화폭에 담았다. 히포크라테스는 인체에 존재하는 혈액점액황담즙흑담즙의 4체액설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했으며, 갈레노스는 4체액설 사본을 통해 사혈 치료법을 드러냈다. 콜레라가 극심하였던 19세기 수많은 미술 작품에서는 콜레라가 공포의 대상으로 형상화했다. 법의학과 법과학으로 사망을 둘러싼 원인 규명에 나선 이들은 기술을 습득하고 새 이론을 공부함으로써 유용한 방법을 찾아 사망 원인을 밝히고 있다. 피 한 방울 머리카락 한 오리로 신원을 알아낼 수 있는 종합효소연쇄반응의 가치는 크고 DNARNA 양이 적어도 이용 가능하다니 활용 범위는 확대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망 원인 중 우위를 차지하는 암이 발병되었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는 말처럼 암은 필요하지 않은 세포가 늘어나 덩어리를 이루는 종양 중 악성 종양은 경계가 일정치 않은 상태로 주변 장기를 침범하거나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다닌다. 수술약물방사선 치료로 암을 치료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병 중인 암 환자가 많아 암 해결을 위한 면역요법 등의 치료 효용성이 커지면 좋을 것이다. 1차 세계 대전 말미 신종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만큼 독감 같은 새로운 감염병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21세기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의 생활방식이 중요하여졌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며 시의 적절히 수정하여 의료 사고를 위시한 생명체의 안전을 위해하는 요소를 제거하여 갈 필요가 있다. 의사는 환자의 자율의사를 존중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악행을 금지해야 하며 환자의 질병뿐 아니라 타인의 건강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덧붙여 의사는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 출신에 구애됨 없이 의료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해야 함을 견지하여 의술을 펴나가야 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연명치료보다는 환자의 통증과 증상을 완화하는 활동을 포함한 완화 의료를 확대해가는 일 역시 환자의 자율 의사 표시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은 마음은 보편적인 생각이지만 나이 듦은 퇴행성 질환을 초래하여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며 살아갈 자유를 앗아간다. 건강 수명 연장은 개개인의 생활방식과 관련이 깊은 만큼 행복의 요소를 발견하며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여 영양 상태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규칙적인 운동은 발전하는 과학과 의학의 혜택을 누리며 건강하게 살아갈 힘을 실어준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철학적 바탕을 토대로 의학 기술이 발전해왔다는 점을 떠올리며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와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가 마음이 통하고 따듯한 공감이 있어 감정 교류가 잘되는 라포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맞춤형 의학으로까지 이어져 인간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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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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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이 없던 시절 불가항력적인 일들을 겪으며 평상심을 잃고 방황할 때면 주관적인 슬픔과 아픔에 매몰되어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초월적인 존재를 원망하곤 했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 그 누가 겪은 일보다 몸서리칠만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연민에 빠지다가도 화를 내 질책하는 말을 던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보잘것없는 그릇에 지나지 않는 자신과 맞닥뜨리게 된다. 귀가 큰 토끼 베니를 캐릭터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구 작가의 현실 이면에 자리한 숙명적인 시련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어떤 만남이건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고 일깨워 준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선생님의 한마디는 크고 작은 영향 아래 우리는 성장해 가는 것임을 직감하게 만든다. 구 작가가 두 살 때 열병을 앓아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을 때 딸의 혀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입가에 설탕을 묻히고 혀로 입술 주변을 핥게 한 어머니의 지혜로운 노력은 딸에게 전해졌다. 어렵게 들어간 고등학교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학교 문을 나왔을 때도 그 시절 만난 선생님은 작가의 내면에 자리한 장점을 발견하여 지지해주었고 그녀만의 개성을 잃지 말고 살아가기를 당부하였다.

  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귀가 큰 토끼 그림을 꾸준히 그리며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 싸이 월드 스킨 작가로 활동하며 용돈을 벌었지만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싸이 월드가 사양길로 치달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희망을 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작가는 블로그에 베니 그림을 꾸준히 그리며 개인전을 열기도 하면서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아 몰입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에 이상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을 때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오래지 않아 시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였다.

   잘 안 들리는데다 눈까지 멀게 된 상황이 분노를 유발하였지만 그녀는 좌절하며 낙심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법을 실현하며 지냈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처럼 보내자고 다짐하며 힘을 내었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다. 소망 상자 안에 담아두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나서는 길만이 지금을 잘 사는 방편이라고 그녀는 여겼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창조성을 부과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인 작은 작업실을 마련하고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길가에 탐스럽게 피어난 벚꽃은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잎은 떨구고 외로이 서 있다. 포장도로를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짧아진 봄은 이내 흔적을 감추고 연초록 세상으로 물들어가는 때 청춘 시절에 못다 한 이야기들이 고개를 내민다. 마음에 들었던 남자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지 못한 것,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el 못한 것 등이 회한으로 남는다. 안 하고 후회하기보다는 저질러 보고 후회하자는 쪽을 택하기를 바라며 구 작가의 버킷리스트를 따라 마음을 달래 본다. 눈이 멀어지면 타인이 입혀주는 대로 입고 살아야 하니 몸매 관리를 잘해 어느 옷이나 잘 맞도록 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코끝이 시큰해진다.

  비가 내려 감성을 돋우는 날이면 소통하며 지내던 제자들에게 연락이 온다. 취직한 지 1년이 지났으니 저녁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소식이 반가운 것은 자기 역할에 걸맞은 활동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데서 뿌듯함을 느껴서이다. 봄꽃 아래에서 예쁘게 단장하고 사진 찍기,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연락처 묻기 등의 소박한 바람에서부터 파리의 가장 큰 미술관인 오르세 미술관에 가서 전시된 작품들을 직접 보면서 느끼기 등이 이뤄지길 바란다. 청각과 시작을 잃더라도 생생히 남아 있는 촉각을 떠올리며 그 감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구 작가를 보면서 치기어린 불평을 토로하며 한탄하였던 미욱함이 괴란쩍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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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미세먼지가 걷힌 하늘이 막역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담임을 맡아 여유가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돌려 생각하면 10대의 튀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생기를 회복하는 듯하다.

교육 경력이 늘어난 만큼 학부모들 연령이 별 차이 나지 않더니 어느 새 동년배이거나

담임보다 나이가 적은 이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니 세월이 무심히도 흘렀음을 절감한다.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 없다는 점은 불변의 진리처럼 다가온다.

   점심을 먹고 도서실에 들렀다가 자리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려는데 170센티미터가 넘는

반장이 허리를 굽히고 조심스레 다가와서는,

   "선생님, 벚꽃이 떨어지기 전에 반 친구들과 함께 사진 찍어요."

 한 학생이 외조모 상으로 학교에 오지 않고 있는데 한 녀석은 월요일에 다시 찍어야 한다며

우정을 드러냈다.

   제자들 중에는 고등학교 교정의 벚나무 아래서 교감하던 순간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침 맞고 오는 길 벚꽃이 가득한 교정을 피사체에 담아 보냈더니 고맙다는 말을 전하였는데

금요일에는 우리 반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내린 비로 벚꽃은 지고 그 자리를 희롱하며 날아디니던 벌들은 다른 꽃을 찾아 떠났을 것이지만

피사체 속에 남은 벚꽃은 우리들 마음 속에서 분분이 날리고 있을 터이다.

꽃 다운 나이에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스러져 간 세월호 희생자들의 어린 넋들을

위로하며 돈으로 아이들 목숨을 흥정하는 어른들의 잘못을 참회하며 4월에 읽고 싶은 에세이를

모아 본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사회적 약자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이들을 찾아 그들의 아픔을 나누는 일에 적극적이던 그녀가 15년 째 파킨스 병을 앓고 있었다니 그저 놀라웠다.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여러 일을 병행하며 소임을 다하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이 밀려든다. 오늘 하루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며 살아야 할 이유에 답을 준다.

 " 잘 살고 있는 거냐?"

 

 

 

 

 

 

  실의 고통을 다 짐지우지 못한 채 숨구멍을 틔워주기 위해 떠난 인도여행의 추억이 떠오른다. 빠하르간지에서의 충격적인 현상들 앞에 공포와 설렘이교차하던 시간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되던 인도 여행의 아련한 향수는 언젠가는 그곳을 다시 밝으려는 갈망으로 가득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길 위의 철학자들과 수행자들을 목격할 수 있는 곳 인도의 진풍경을 새롭게 보고 싶다.

신기한 나라 인도로 불리는 그곳으로 떠날 힘을 비축하며 오늘도 지낸다.

 

 

 

  어느 순간 운명을 믿는 이로 변해 있었다. 삶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며 팔자 도망은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때면 가능하다고 여기며 지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불가항력적인 뭔가가 있어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있다고 여길 때가 속출한다. 부부의 연을 맺고 사는 이들도 전생에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데 남은 날들을 좀 더 신중하게 살아가기 위해 전생이 궁금해졌다.

 

 

 

 

 

 

 

 소설가 김영하 작품을 즐겨 읽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하는 기득권들의 무책임한 말들보다는 자신의 이력을 진솔하게 드러내며 전업작가로 표현하는 일을 즐기는 삶을 살고 있는 작가의 솔직함이 때로는 위로가 된다. 스물 세 살의 딸이 중국에서 공부를 하다 두 달 남짓이면 고국으로 돌아온다. 취준생으로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은 나이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자신이 즐기며 행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골몰할 수 잇었으면 한다. 작가의 <<보다>>에 이어 <<말하다>>를 구매해 두고 아직 읽기 전이지만 많은 독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은 에세이라 권한다.

 

 

 

 

 

 문학 평론가 정여울의 글을 좋아한다. 수식어가 난무하는 글보다는 간명하면서도 고갱이를 짚어내는 명쾌함에 끌려 많이도 추천하는 작가의 글이다. 그녀가 낸 여행서가 인기를 끌면서 또 다른 여행서를 출간하였는데 이번에도 주관성이 객관성을 확보하는 글로 가득하길 바라며 읽고 싶은 책으로 넣었다.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면 여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올 여름 라다크 여행이 계획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오늘도 먼 공간을 찾아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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