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 가짜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행복한 진짜 관계를 맺는 법
전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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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순이 가까운 나이 지난시간을 돌아보며 인간관계를 선택하는 시간이 늘었다. 선택에 집중하기 위하여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하나씩 정리해 간다. 앞으로 전화할 일이 없는데다 만날 이유가 없는 이들을 추려내는 일이 잦아졌다. 고향 친구들 모임에서 만나 뜻 없는 인사를 나누고 행사 끝나고 나면 전혀 생각나지 않는 이름부터 삭제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워 전화해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집요하게 전화해 괴롭히는 동기가 있어 관계를 정리한 적이 있다. 굳이 이 사람을 만나 소통하며 살 필요가 있냐는 회의가 들어 전화번호부에서 이름을 지웠다. 가짜 관계인 사람부터 정리한 뒤 진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바람이 바람 넣은 풍선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고독을 즐기면서도 늙어 감을 수용하고 서로의 불편함을 채우며 두터운 정을 쌓아갈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대면하는 시간 속에 서로를 비추며 의미 지향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는 것은 그동안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피로다가 커졌기 때문이리라........진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자리에 없는 제삼자에 대한 이야깃거리보다는 우리에 관한 실질적인 대화를 나눈다. 남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느끼고 있는 정서를 공유하며 어떤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지 의견을 나누며 공감을 확장한다. 상대가 말하지 않은 부분을 가늠하고는 지금 마음 상태가 안 좋다면 어떤 상황에서 연유한 것인지 물으며 공감을 키우는 대화로 서로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상대를 배려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도 잘 지내려 애쓰다 보니 자신의 마음 한 구석은 너덜너덜해졌고, 적을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싫어도 내색하지 않고 지내느라 고단한 시간이었다. 지금 여기를 살지 못한 채 지난 일에 발목이 잡혀 이 시간에 충실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경험에 학습의 힘이 더해지면서 자신을 관리하며 살아갈 에너지를 비축하기에 이르렀다. 뭔가 잘못되었을 때 이를 진단하여 바로 잡을 역량이 늘어나 자신 관련 콘텐츠를 가꾸며 살기 위하여 자기 비하의 늪에서 헤어 나올 배짱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의 외상을 경험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외상을 겪고 이를 치유하며 살아갈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사회생활을 끝내는 날까지 인간관계의 갈등은 도처에 복병처럼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빚을 갚느라 지친 연예인의 빚투 사연이 공개될 때마다 부모 봉양이라는 명목으로 자식을 볼모로 삼는 가정의 엇갈린 자식 사랑의 단면을 읽게 된다. 부모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식을 돌보는 일은 당연하지만 성인인 자식의 경제적 능력에 기대어 부모의 욕망을 실현하는 일은 잘못된 관념에 기인한다. 마음에는 없어도 측은한 마음에 부모의 빚을 갚다보면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 때 서운함을 크게 토로하게 되므로 잘못된 방법의 봉양은 거둬들여야 한다. 기브 앤 테이크가 존재하지 않는 인간관계는 주기만 하는 이를 지치게 만든다.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타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 조정은 절실하다.

 

   의미 있는 타인은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사랑을 할 때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같으면 좋으련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엇갈린 철길을 평행하게 달리게 될 때가 더 많다. 갖은 시행착오를 겪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면서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임을 서서히 알아차린다. 작위적으로 엮을 수 있는 인간관계는 어떤 일이 끝나고 나면 뿔뿔이 흩어져 헛헛함을 주는 가짜 관계에 속한다. 오롯한 정신으로 진짜 관계에 정성을 쏟으며 두터운 정을 회복하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 나에게 편안함과 안식을 주는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과 교류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그리 길지 않음을 적시한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신 지적인 사유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에 인생은 풍성해질 수 있음을 기억하며 오늘도 진짜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너와 내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우리 관계는 성장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 서로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개인의 감정적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관계를 지향하며 살아갈 때 진짜 관계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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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adult 2024-05-03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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