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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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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운 영혼을 구가하며 살고 싶은 바람에 끌려 국경을 넘어 곳곳을 누비고 살아가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뛸 때가 있다. 일상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며 오감을 동원해 인생의 일면을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속박되지 않는 이로 자리할 때 가능해진다. 일정한 궤도를 걸으며 규범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에 익숙하였던 생활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공공의 선을 지키기 위한 법규는 지켜져야 한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델리 공항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기존의 관행은 붕괴되어 무질서와 혼란의 세계로 몰아갔다. 기본적인 법규는 지켜지지 않았지만 종교적 의례는 놓치지 않는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신앙의 나라라는 말이 걸맞은 나라에 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2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의 이슬람 사원인 자마마스 지드를 방문했을 때 웅장한 규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유한한 인간의 내부에 깊숙이 자리하는 종교적 믿음은 맹목적인 숭배로 치달아 비판을 불허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금도 신을 앞세워 벌이는 종교전쟁이 끊이지 않고 정치적 · 경제적인 이익까지 결부되어 패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평탄한 삶에 위협이 올 수도 있는 상황에 신념대로 자신의 뜻을 용기 있게 행동하는 이의 비장한 표현에 숙연해진다. 인생의 전환점은 도처에 자리하여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 삶을 이뤄 존재감 있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다. 개인적으로 고락 속에 이어졌던 인도 여행 후 인생은 다채로운 무늬를 아로새기며 현재적 삶에 충실할 에너지를 얻어 열정적으로 살 수 있었다. 반면 인도출신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는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 소설을 발표하고 난 뒤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란에서 전하는 구절들이 알라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악마의 말이 전승된 것이라 말하며 왜곡된 이슬람 관을 비판하였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사형을 언도받고 시작된 감금 생활은 추방을 당하거나 은둔 생활자로 전락하게 했다. 살해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무장경찰에 에워싸여 살던 시절을 반추하며 지금까지의 일대기를 순차적인 구성에 담아 타협을 거부하며 살아온 작가의 지난한 역사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내가 원하는 자유는 무엇이든 아는 대로 말하고 양심에 따라 마음껏 주장하는 자유

    부조리한 구조에 맞서 타협을 거부한 작가의 자서전은 3인칭 서술자로 객관성을 확보하며 이슬람 세력의 무자비한 파행을 드러냄으로써 와하브파의 성장이 야기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전횡은 적나라해졌다. <<악마의 시>>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해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 발표로 루슈디는 기약 없는 도피생활에 들어가야 했다. 도피생활을 하면서 경찰의 권고로 지은 가명 조지프 앤턴의 파란한 생활은 이어졌다.

    인도 무슬림 문화는 인도 출신인 그의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하였고 이란인들 중에는 그의 암살을 기도하다 영국에서 추방당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압박의 강도는 커졌다. 무슬림 사회의 친절과 자비심, 아름다운 건축물, 철학과 과학 분야의 업적 등을 남긴 무슬림의 지혜가 변질되어 편협한 종교적 이념으로 평화를 위협하고 반 이슬람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지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작가로서 파트와 반대운동을 벌이는 창작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에 직면할 때면 알코올에 의존하며 자신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하였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갔다.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운명의 굴레 속에 허우적거리던 전처와의 이혼은 일상의 균형을 앗아가는 일이었지만 또 다른 여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숨 막히는 압박의 시간에도 루슈디는 엘리자베스와 만나 교감하며 소통하는 사랑을 쌓아가지만 그의 아기를 갖고 싶어 했던 그녀와 다른 생각으로 살아온 그가 오랫동안 함께 할 수는 없었다. 살해 위협으로 점철되는 상황에서도 아들 자파르는 파타와 이전의 작가 루슈디로서의 삶을 일깨워주었다. 짧은 시간이기에 작가가 아들 자파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련의 활동에 집중하며 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엮어내는 성과를 낳기도 하였다. 13년간의 투쟁 아래서도 쪼갤 수 없는 자유를 의식하며 살아가려던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주정뱅이 아버지와 결혼하여 수십 년을 견뎌 온 어머니의 비결인 망각력을 떠올리며 아들 루슈디는 내면의 균열을 다스리고 감내하며 시련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하는 생활로 무장해갔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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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5-04-2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살까말까 해요. 평가단도서군요. 루슈디 소설은 좀 어렵고 취향도 타는지 리뷰가 귀한데, 에세이식 자서전은 어떨까 하구요. 잘 읽었습니다, 자성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