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아버지 산소 다녀오는 길 매화 봉오리가 맺혔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물안개처럼 금세라도 꽃망울을 터뜰릴 기세더니

어느 새 꽃이 피었단다.

연일 황사와 미세 먼지로 마음까지 답답해져 외출할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지내다 새학기 맞이 목욕(?)을 다녀와 제자 결혼식에 다녀왔다.

배구로 맺은 인연이라 이색적인 이벤트로 배구공 스파이크로 맞혀서 나온

뽀뽀를 하객들 앞에서 능청스럽게 해내는 부부를 보면서 한바탕 웃어젖혔다.

3월 1일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던 선열들의 흉내를 내며 만세를 삼창하는

모습에 또 한 번 웃어야 했다.

 

바빠질 3월 미리 읽고 싶은 에세이를 선정해 본다.

한비야의 열정에 매료되어 그녀의 책을 찾아 읽었고

못할 것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뚝심에 나도 모르게

끌려들고 말았다.

여고 시절 만난 사서 선생님과의 인연을 통해 한 해에

책 100권 읽기 운동을 지속한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나역시 제자들에게 감화를 줄 수 있는 스승으로 자리해야겠다는

의지를 굳혔다.

이 글은 지금의 한비야를 존재케 한 원칙을 모아 놓은 글로

긴급 구호 활동을 펼칠 때에도 글쓰기를 놓치지 않은 그녀의

원칙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좋아하는 단어 둘이 모여 있다.

술과 책방이라니 묘한 조합이 어색하면서도 관심을 끈다.

치맥 대신 책맥을 떠올리게 하는 상암동 술 먹는 책방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며 책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이

연상된다.

술에 먹히거나 삼키면 자신을 잃을 수도 있으니

가볍게 한 잔 하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한겨레 신문 기자로 그녀가 쓴 글을 종종 읽었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논리적으로 풀어내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을진대 그녀의 필력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 표현으로 독자를 이끌었다.

오후 4시는 해가 지기 전 하루를 마감할 준비를 슬슬 하는 시간이다.

조금은 느긋하면서도 오늘 하루를 반추하는 시간 서촌 오후 4시는

어떤 시간의 씨줄과 날줄로 엮어져 있을지 궁금해진다.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간 송광사

관도 없이 승복 그대로 덮어 다비장으로 향하던

스님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무 아미타불을 독송하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였다.

생전 무소유를 철저히 지키며 자신에게는 너무나 혹독하였던

스님의 청정한 삶이 그리워지는 요즘

최인호 작가와 법정 스님의 한담이 궁금해진다.

올 봄에는 선암사 넘어 송광사로 내려와 스님이 계셨던

불임암에 들러 참배하고 와야겠다.

법정 스님 같은 선지식을 만나 청정한 도량에서 불법을 만난

인연에 늘 감사하다.

 

결혼은 늘 안고 풀어야 할 과제를 내게 많이 주었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었는데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늘 힘들어하는 결혼 생활 23년차 직장여성이다.

집에서는 소소한 갈등이 서로를 갉아먹고 이제는 서로에게 심드렁해져

지내는 게 편하다는 생각에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여 주는 생활로

타협점을 찾았다.

결혼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45년차 아내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앞으로 살아온 세월만큼 더 지내봐야 부부의 깊은 뜻을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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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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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을 때나 떠난 이들이 그리울 때든 배고플 때든 햇볕은 따사롭게 내리 쬐어 궁핍을 달래주었다. 서자로 태어난 이덕무는 가난을 대물림하여 굶주림을 다반사로 여기며 지냈던 시절에도 책을 내리 읽어갔다. 추울 때나 괴로울 때, 아플 때와 배고플 때도 책을 읽으며 견뎌냈던 이덕무를 보면서 독서의 이로움은 어디에서 연유하였는지 그토록 책에 빠져 지낸 것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굶주리는 식솔들을 위해 사색의 오랜 결과물을 내다 팔아야 했던 씁쓸함을 알아차린 유득공은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책을 팔아 술을 사오게 해 함께 나누는 자리는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나누고 술을 마시며 책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것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백탑 아래서 학문을 나누며 즐거움을 함께 했던 벗들과의 교류는 지치고 힘든 생활에 정신적 양분을 공급해 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서자(庶子) 신분으로 운명이 결정되어버린 부조리한 시대적 상황에 에 대한 울분과 고독으로 점철된 힘든 상황에서도 내밀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책을 함께 읽고 소통하였던 같은 처지의 벗들이 있었기에 사람으로서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백탑 그림자는 벗들에게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고, 불온한 세상에 자신을 곧추 세우고 살아갈 힘을 주었다. 백탑으로 불리는 원각사 십층 석탑은 막막한 삶에서 오는 고단함을 풀어주었고, 백탑 아래로 온 이덕무는 나이를 뛰어넘는 벗들과 사귀었다. 그의 처남으로 무예를 뜻을 둔 백동수, 백성들의 삶이 나아질 방법을 찾는 일에 골몰한 박제가, 사대부 집안의 자제로 신분의 사슬을 넘어 사람됨을 중시하는 연암,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유득공, 명문가의 자제로 나이와 신분에 거리낌 없이 어울린 이서구와 같은 벗이 있어 막막한 세월을 서로 의지하며 견뎌낼 수 있었다.

   벗들이 백탑 아래 마련해 준 청장서옥에서 백로처럼 욕심 없이 책 속에 빠져들어 지낼 수 있었다.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책 속 누군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마주치는 설렘에 전율하던 책 읽기는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 가운데 하나다. 이들과 함께 스승으로 받들던 담헌 홍대용선생과 연암 박지원 선생과의 학문적 교류는 세간의 벽을 허물고 깊이 있는 삶의 본질을 통찰하는 인생의 길동무로 자리하여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때를 기다리며 현실의 무게를 견뎌냈다. 서자로 태어났다는 이유가 삶의 족쇄로 걸림돌이 될 때에도 우리를 동여 맨 쇠사슬을 끊어내고야 말겠다는 박제가 같은 벗이 있어 이덕무는 찰나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감싸 주며 다독거리던 유득공의 어머니의 말을 전해들을 때마다 서늘한 가슴에 흘러들었던 따스한 피는 불합리한 세상에서 정을 나누며 살게 했다.

   이덕무의 처남이자 오랜 벗인 백동수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무예를 익히고 사람을 낫게 하는 의술도 함께 익히며 평화를 유지하며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생활 형편이 더 어려워져 백동수가 식솔들과 함께 기린협으로 들어갈 때도 벗들은 가난할 때의 사귐이 우정의 핵심이었다고 말하며 힘듦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전하였다. 명문가의 자제로 환한 처지에 놓인 이서구는 좋은 책들을 그와 함께 읽으며 책 속의 담론을 나누었고, 책 속의 내용을 읊조리며 지냈던 시절은 고달픔을 상쇄하는 즐거운 추억의 장면이었다.

   ‘조선 사람의 눈으로, 조선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야.’

   스승 연암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발로 알아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당부하였다. 스승 담헌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과학적인 시선으로 보게 하는 열린 사고를 열어주었고, 지금껏 어쩔 수 없다고 여겼던 굴레를 벗어나 새 희망을 품게 하였다.

   자신만의 비좁은 틀인 선입견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오류에 빠져서 그것이 편협한 시선임을 일깨우지 못한 채 지낼 때가 있다. 변화를 시도하여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생활을 끌어당기는 생활에 책은 껍질을 깨고 부화하는 병아리처럼 자신을 둘러싼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준다. 서자로 태어나 신분의 벽에 갇혀 지내던 시절 다양한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지낸 벗들과 함께 드넓은 땅을 밟고 관직에 나가 교류하며 살게 될 때는 그의 나이 마흔 살 때이었다. 박제가는 중국에서 보고 들으며 배운 내용을 토대로 북학의를 써서 변화를 두려워하여 안일한 생활을 지속하는 사대부들을 풍자하는 말로 끝맺어 굳어진 체제에 변화를 시도하였다. ()과 무()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조화를 이뤄야 함을 간파한 정조의 부름으로 백동수까지 대궐로 들어와 백탑 아래 모였던 벗들이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겨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지방의 고을 현감으로 일할 때, 고을 백성들의 생활을 면밀히 살펴 시정해야 할 부분을 찾아 갔다. 그리하여 힘없는 백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을 백성들의 살림을 살찌우며 권세를 부려 갖은 횡포를 일삼는 양반들을 엄격히 다스려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서로의 사간을 나누어 전한 이야기가 후손들의 마음에 따스한 바람을 일으키듯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간서치는 세월 속으로 사라져갔다. 백탑 아래에 모여 책이야기를 나누며 고달픈 삶을 달래며 집중하여 책을 읽으며 세상 보는 눈을 길러 혜안을 갖추었다. 조선 시대 지성인들이라 불릴 수 있는 백탑파의 움직임은 소박하면서도 담박한 성정에 묻어나 가시적인 성과에 매몰되어 살아온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책을 읽고 사유하는 가운데 우리는 균형감 있게 성장할 수 있는 질료(質料)를 축적할 수 있음을 새기며 오늘도 책을 읽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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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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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캄한 밤 빗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드는 순간 책상 위 푸른 불빛이 새어나오는 지구본을 돌리며 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 상상 속 길을 나선다. 언젠가는 동경하는 그곳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뛰는 찰나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지만 기상 이변의 영향을 받지 않아 오랫동안 푸른빛으로 조금씩 스며들어 푸른 설산을 이룬다는 아르헨티나 페리토 모리노 빙하를 보고 싶다고 갈망하며 체력이 소진되기 전에 그곳을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즐겨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여행자 밥장이 떠나는 이유를 길 위에서 펼쳐지는 축제의 향연으로 꼽았다. 저자는 그림 때문에 움직였고 움직임은 또 다른 일을 사랑하게 만들어 길 위에서 사색하고 음미하는 여행자로 살게 하였다.

    일상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길 위에 서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무미건조한 일상을 벗어나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할 때 망설임 없이 짐을 챙겨 떠날 때가 있다. 생생한 현장에서 호흡하고 자신을 재발견하여 팔딱거리는 가슴을 확인하는 시간자의 여행기는 일상에 매어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부러움과 동경으로 채워진다. 낯선 공간에서 기다림을 상쇄해 줄 음악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였던 의미로 다채로움을 더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과의 대화는 잊고 지낸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게 만든다. 배낭 여행자들에게 나침반으로 기능하는 론리 플래닛 시리즈는 세계의 여행자들의 애독서로 자리한다. 나 역시 오지 여행을 떠날 때 구비하여 가는 책이지만 때로는 책 속의 정보와 안내에 의존하지 않는 시행착오 속에 새로운 정보를 담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는 게 힘들다고 여겨질 때 준비 없이 시작하였던 여행지 추억의 조각들을 들춰보는 일은 현재적 삶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열심히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다. 여행의 흔적은 스치는 풍경 속 사진과 발품을 팔면서 마련한 기념품 등이다. 빛바랜 사진 속 인물이 말을 걸어올 때 상상 속 나래를 펴며 기념품을 들여다 볼 때면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추억 속 블랙홀은 아련한 향수 속 일상을 비추며 행복한 미소로 기억 속에 자리하는 인연들을 불러낸다. 나라마다 다른 캔 맥주를 하나씩 모아 저만의 여행 기념품으로 소장하여 각국의 풍경을 떠올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의미 있는 물건이라면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긴다.

    여행은 정착하며 살아갈 곳으로 돌아와 일상을 잇는 일까지 포함하여 갈무리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길을 떠날 때 불안 요소가 자리할 때도 있지만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을 누르며 공항에 들어선다. 여권을 확인한 뒤 짐을 부치고 탑승 수속을 밞으며 비로소 여행은 시작된다. 비위가 약한 이들에게 여행지에서의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여야 하는 부담감이 크겠지만 피하기보다는 받아들임으로써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맛보아야할 음식은 정해지는 편이라 인도네시아의 빈탕,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케냐의 터스커, 이탈리아의 파스타 등을 맛보며 현지의 낯선 문화를 이해하며 여행자로 현지인들에게 동화되어 생활하는 즐거움도 다양한 삶을 영위하는 방편으로 비춰진다.

   세계 테마 기행을 즐겨보면서 꿈꾸는 공간으로 여행지를 옮기는 시간 여행 큐레이터로 촬영에서 편집 과정을 거쳐 방영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하며 최근에 방영된 순다열도 편이 다소 기대에 부응했던 촬영이었다고 말하는 작가의 겸허함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소말리아 사람들의 주업은 어업이었지만 무정부 상태인 바다의 수산 자원을 유럽인들이 싹쓸이해가고 산업 폐기물까지 버려지는 악조건 속에 소말리아인들은 해적으로 자리하여 소탕의 대상이 되어 파행적인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니 세계인의 공조가 필요해 보였다. 생명의 위협이 큰 내전 국가를 찾았을 때의 상념을 기록으로 남겨 전쟁이 종식되길 바라며 경제적인 회복을 통해 기아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라며 오늘도 낯선 곳에서 접한 경험들을 기록하는 밥장의 여행은 지속되리라 믿는다. 재능은 모자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바람을 담고 있는 저자의 포부는 여행 큐레이터로 거듭 발전할 가능성을 실현하는 장으로 승화될 것이라 믿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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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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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고 교유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 친구들과의 모임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부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걸음을 재촉하였다. 아릿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그들이 진행하는 빨간 책방 방송을 들으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의 너울을 가라앉히며 안으로 천착하는 시간 속 내면을 응시하였다. 영화 평론가와 소설가가 진행하는 책 이야기는 일반적인 눈으로 읽어 내리느라 놓치고 말았던 행간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여 곱씹어 보게 하였다. 팔팔 끓는 물에 데쳐 낸 푸성귀를 찬물에 헹궈 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뒤 들깨가루를 넣어 고소함을 곁들인 나물의 별미에 처져 있던 미각은 살아나는 것처럼 흑임자와 적임자의 구성진 입담은 청중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빨간 책방 방송을 들으면서 그들의 말을 놓칠세라 메모하며 들을 때면 기억력의 한계에 스스로를 꾸짖을 때도 있었다. 애청자들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그동안 방송한 분량 중 감각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가장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만한 가치들을 제재로 삼아 한데 묶었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에 무게를 실어두는 창작자들이 추구하는 세계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우주와 일맥상통한다. 과거로 회귀하여 어떤 일을 상정하며 경우의 수를 던지는 작법을 즐겨 쓰는 하루키는 인생의 분기점마다 시간이라는 선을 바라보는 지점과 세상을 응시하는 다양한 시선으로 창작활동을 이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완벽한 공동체를 꿈꾸며 교유하던 이들과의 균열이 간극을 만들고 간극은 불화의 골을 깊게 만들어 인연의 매듭을 끊어버려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 시절 친구들을 찾아 이유를 듣기 위해 길을 나선 스쿠루의 행보가 담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소설 속 다양한 인물의 행동은 되풀이되는 우연으로 필연을 만들어내서는 서사적 흐름에 의미를 담는다. 통찰력 있는 시선을 견지하고 동일한 소설을 정밀하게 읽고 재해석하는 과정 속에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입장을 수용함으로써 감동의 깊이는 더하였다.

 

   점심을 먹고 나른해지기 십상인 5교시 수업 시작 전 한 녀석은 중학교 다닐 때 인상 깊게 읽은 소설<<호밀밭의 파수꾼>>을 소개하겠다고 나섰다. 예모를 갖추고 학생답게 행동하며 학업에 몰두하여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일을 최고로 여기며 강변하는 교사들을 향해 학생은 콜필드의 입장에서 힘든 점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성적 향상으로 안정적인 자리에 올라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을 육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교육 환경에 반기를 드는 그의 행동은 기성세대를 혐오하지만 순수함이 남아 있는 아이들을 이상적으로 여긴 데서 기인하였음을 관통하였다.

  ‘센트럴 파크에 연못이 있는데 겨울이 되면 거기에 있던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추위로 얼어붙은 연못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 오리에게 연못은 상시적인 삶의 공간이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콜필드의 상태와 비슷함을 밝히는 대목에서는 성인으로 자리하는 과정의 통과의례처럼 방황하는 청소년의 면모 속에 수용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인생의 조각 속에 끼어든 인간 군상의 모습은 유한한 삶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성찰하는 가운데 원하는 인생을 머릿속에 그리며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이론으로 습득하여 해결할 수 없는 돌연한 일들을 겪으며 문제를 해결하여 나갈 때도 소설 속 인물은 크고 작은 방향을 열어두고 생각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길러준다. 대비되는 삶의 무게를 나란히 놓고 네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영혼과 육체, 우연과 운명 등을 다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작가의 코멘트를 따라 읽으며 철학적 사유를 더하는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니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짚어준다. 본의 아니게 타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로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오해의 불씨는 누군가의 마음을 상상해보지 못한 데서 발화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브리오니의 상상력이 자아낸 오해로 수감 생활을 해야 했던 로비, 로비를 마음에 품고 사랑으로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은 세실리아의 운명은 부박한 인생의 단면으로 여겨진다. 죽음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로비와 세실리아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소설 쓰기로 부리오니는 속죄하려 했지만 제목에 붙여진 <<속죄>>가 어떤 윤리적 책임을 띠게 될는지는 모를 일이다

  ‘나는 내일 일어날 일을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도 묻지 않죠. 내게 중요한 일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내일을 걱정하며 오늘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며 살아왔던 시절을 떠올리며 회의에 젖게 하는 구절이다. 자신이 투자한 탄광이 무너져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도 춤을 추며 무아지경에 빠지는 조르바에게서는 인간의 욕망조차도 붙들고 살아야 할 이유가 조금도 없음을 드러냈다. 그는 빈털터리로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순간, 마음이 오히려 가벼워졌음을 산투르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육화된 언어로 물욕에 찌들어 지내는 이들을 각성시킨다. 성과를 내고 인정받기 위해 바동거리며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을 냉소하는 조르바의 호탕한 웃음은 하고 싶은 일을 유예하고 가슴속에 자리하는 잠재적 소망을 이성적으로 짓누르며 살아왔던 삶을 전환하는 동인으로 기능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공명함으로써 일상의 틀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일로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날 크레타 섬으로 향하는 길에 <<그리스인 조르바>>는 함께 할 것이다

   ‘상반되는 것 중 최악은 권태와 공포다. 우리 삶은 권태와 공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추다.’

  <<파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인상 깊게 본 구절에서는 밋밋한 생활에 권태를 느끼며 지내다가도 돌발적인 공포 앞에 평온한 일상을 그리워하며 사는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아버지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동물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가려다 난파당하여 태평양에서 227일을 표류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렸다. 죽음과 맞서 생존하기 위한 시간적 고립을 절절이 담은 소설에 반해 이안 감독이 연출한 영화에서는 생존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망망대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공간적인 고립감을 담아 매체가 갖는 본질을 살렸다. 혼란의 카오스에서 질서의 코스모스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종교적 특성을 저자의 소설쓰기와 상통하다고 본 진행자는 불가해한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게 해 생각의 지평을 넓혔다

   반평생을 살아온 지금 인생의 2막을 새롭게 구상하고 유의미한 일상을 위해 소소한 기쁨을 즐거움으로 치환하며 살아가기 위해 움직인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생각한 대로 실천하며 1인칭 화자로 내밀한 경험을 융해하여 자신과 친밀해지는 인생의 주연으로 통념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총체적인 무력감으로 귀결되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소설에서 넌지시 일깨워 준 한 가정의 범죄가 가족이 서로 방관하고 방조하는 가운데 40년 후까지 이어졌다니 가족 구성원들 간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의 의미는 자못 커 보인다. 두 진행자가 다룬 많은 작품 중 엄선하여 묶은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상상하지도 못하였던 작품 속의 세계로 이끌어 허무함으로 규정짓고 말았던 지난한 시간 속에 담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여 현재적 삶에 충실하여야 할 당위성을 묻고 또 다른 세계를 동경하게 만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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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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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2학년 생활 중 학생들이 고대하는 것 중 하나는 34일 수학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여행사를 선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14520일 녹동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하는 수학여행이 잡혀 있었지만 416일 진도 팽목항에서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여행이란 단어조차 내뱉지 못하게 되었다. 2학년인 반 아이들은 또래의 아이들이 익사자 명단에 오를 때마다 오열하며 무책임한 기성세대들을 탓하며 무엇을 믿고 살아가겠냐며 아우성이었다. 담임으로서 아이들 앞에서 뭐라고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봄날이었다. 그 후로 시한폭탄이 터지듯 일어나는 각종 재해를 포함한 참사들은 재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기 힘들 정도였고 길을 걷다가도 이대로 땅이 꺼지는 것은 아닌지 저어하며 조심스레 길을 걸어 다녀야 했다. 기우라고 여겼던 일들이 현실에서 속출되자 이제는 어느 곳 하나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2015126일 안산합동 분향소에서 시작된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실종자 수습 및 진실규명 촉구를 위한 세월호 가족 도보 행진은 214일까지 1920일 간 하루 평균 25Km를 걸어 진도 팽목항에 이를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목울대가 시큰해졌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00일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은커녕 생떼 같은 식구들을 가슴에 묻고 일상은 뿌리째 흔들려 균형 있게 살아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진상 규명을 바라는 마음을 저버리고 시간을 끌어 왔을 뿐이다. 수학여행 간다고 들떠서 짐을 꾸려 나갔던 아이들이 돌아오기로 한 금요일에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려 돌아오지 못하였고 빈자리를 확인하는 이들의 슬픔은 겹겹이 쌓여 화석처럼 굳어질 뿐이다.

   ‘엄마, 말 못할까 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

   세월호 선실에 흘러나온 방송을 따르던 아이는 상황이 급변하여 더 이상 자신의 뜻을 전하지 못하게 될 상황을 예감하고 마지막 문자를 보냈던 딸은 어느 하늘 끝에서 엄마를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 딸이 보낸 마지막 문자는 엄마의 또 다른 아픔으로 자리하여 가슴에 떼어내기 힘든 멍울로 남아 무거운 짐을 얹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 한마디를 믿고 질서 있게 있다가 보면 구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무색할 정도로 이제 꽃봉오리를 맺고 피어날 태세를 갖추던 아이들은 차가운 바다 속 선실에 갇혀 두 발로 걸어 나오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지켜 본 엄마들은 자식들 보고 모범생처럼 살지 말라고 해야겠다며 냉소를 퍼붓는다. 어른들 말만 믿고 있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각자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기민함을 기르도록 가르치는 게 더 낫다는 말도 덧붙였다. 구조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치고 숱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서야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말았다. 일본에서 18년이나 운항된 낡은 배를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수입하여 갖은 규제를 피하고 불법 운항으로 사리사욕을 채운 청해진 해운은 비리의 온상으로 정권과 결탁하여 지금껏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5년간 해양수산부에서는 물류 발전 대상까지 4차례나 상을 주었다니 눈 먼 행위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은 죄를 둘러싸고 세월호 침몰 사건 진상 규명을 통해 책임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미완의 가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을 뜬 시민들이 연대하여 풀어가야 할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말하던 이는 사건 진상을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지시를 받은 사람은 누구로부터 명을 받았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답하는 상황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은 생명이 꺼져 가는 자식들을 지켜보는 안타까움보다 더 답답하고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로 처리하고 싶은 이들은 세월호 사고라 부르겠지만 이 일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만한 뜻밖의 일이므로 사건이라 칭해야 한다는 소설가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무거워진 마음을 삭이며 줄글을 읽어나갔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청해진 해운 소유주를 드러내고는 그의 묘연한 행방을 찾아 수사망을 펴고 그의 주검을 언론에 부각시켜 관심을 돌리게 한 일은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과는 요원해져가는 것은 아닌 지 염려스럽다 

 

 

 

   자본주의의 자유 기업의 전통을 지키고 사회주의에 대항하려는 사상으로 공동체의식을 뒤흔들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이들의 편을 들어주는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는 자본가들의 야비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갖은 악행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 역병처럼 창궐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으로 치환되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민영화 사업을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미치자 주체적인 사고까지 사유화해 공정 능력까지 상실하게 만드는 약육강식의 냉혹한 먹이사슬 속에 인간적인 연대와 공동체적 삶은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어 보인다. 불량국가의 공권력 부재가 낳은 대참사로 진상 규명조차 제대로 하려들지 않는 제23의 재난은 이어졌다. 철저한 조사로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용서를 구할 일은 용서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투명한 법적 대응으로 바닥에 떨어진 공권력의 위상을 바로 세워 그래도 믿고 살아갈 희망이 보이는 나라라는 긍정적인 믿음과 낙관적인 자세를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2학년으로 진급하는 아이들은 또 다시 교실 밖으로 허가받은 수학여행을 떠날 것이다. 해마다 4월이면 교정에 자리하고 서 있는 벚나무에서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하늘로 밝은 분홍빛을 투사하여 세상을 환하게 물들인다. 하지만 오는 4월에는 벚꽃 아래에서 마음 놓고 웃어젖힐 수 없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미완의 해결 과제로 남은 4월 세월호 참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음울함을 더하니까……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언어로 전환하는 관계의 회복 속에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고 수긍하는 전시가치의 절대화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까지 파악하려는 총체적인 안목으로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 해운산업과 감독 당국의 유착관계 여부, 선원들의 노동조건 및 형사적 책임, 국가재난대응체계 등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풀어나갈 때 이 나라도 재난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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