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4
예병일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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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사경을 헤맨 적이 있어서인지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큰 편이다.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처럼 누워있기만 하던 아들의 병상을 지키며 이대로 시간은 멈춰져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극도의 불안감을 낳았다. 다행히도 아들은 1년 남짓 통원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였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또 다른 병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중이라 마음을 놓지 못한 채로 지내고 있다. 건강한 육신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지속할 때는 몰랐던 일들이 예측불허한 일로 투병하는 생활이 이어지자 정성을 다하지 못한 일만 떠올라 음울해졌다.

   건강 생활을 위한 섭생이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바이러스 침투로 몹쓸 병을 앓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여 건강하다고 자만하며 살아갈 일만은 아니다. 한 가정에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그동안 지속되었던 가정의 평안은 깨지고 환자의 건강 회복을 위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서울 소재의 큰 병원을 찾기 위해 왕복 9시간을 소모하며 교수와 만나 2분 남짓 형식적인 말을 주고받은 뒤 약을 처방받고 오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의 보호자와 환자를 배려하며 눈을 맞추고 진료하는 의사는 많지 않아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을 찾아야 하니 감내할 수밖에 없다. 기계적인 치료를 넘어 심리적인 안정까지 돌보는 치유의 일환으로 의학계에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인문학적 요소를 접목해 펴낸 책이 위로를 건넨다.

    베르나르는 모든 질병에 고유한 원인이 있으며 질병에 걸렸을 때의 증상은 특정한 장기나 체내 화학 반응 변화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파스퇴르는 단세포 미생물이 인체에 침입하여 병을 일으키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몸을 이루는 세포와 조직이 주고받는 화학적 신호를 포함한 생명현상을 과학적 용어로 기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공헌했다.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에 참전하여 병사들을 돌봤고, 병사들의 위생 개선에 힘썼으며 전쟁터에서 돌아온 그녀는 근대 간호학을 정립하여 간호사라는 전문 직업 확립의 기틀을 마련했다.

   의사들이 보여주는 태도가 그림에 투영되어 있는 장면을 접할 때 환자는 의사의 관심과 공감을 화가들은 감정이입하여 의사와 환자를 화폭에 담았다. 히포크라테스는 인체에 존재하는 혈액점액황담즙흑담즙의 4체액설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했으며, 갈레노스는 4체액설 사본을 통해 사혈 치료법을 드러냈다. 콜레라가 극심하였던 19세기 수많은 미술 작품에서는 콜레라가 공포의 대상으로 형상화했다. 법의학과 법과학으로 사망을 둘러싼 원인 규명에 나선 이들은 기술을 습득하고 새 이론을 공부함으로써 유용한 방법을 찾아 사망 원인을 밝히고 있다. 피 한 방울 머리카락 한 오리로 신원을 알아낼 수 있는 종합효소연쇄반응의 가치는 크고 DNARNA 양이 적어도 이용 가능하다니 활용 범위는 확대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망 원인 중 우위를 차지하는 암이 발병되었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는 말처럼 암은 필요하지 않은 세포가 늘어나 덩어리를 이루는 종양 중 악성 종양은 경계가 일정치 않은 상태로 주변 장기를 침범하거나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다닌다. 수술약물방사선 치료로 암을 치료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병 중인 암 환자가 많아 암 해결을 위한 면역요법 등의 치료 효용성이 커지면 좋을 것이다. 1차 세계 대전 말미 신종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만큼 독감 같은 새로운 감염병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21세기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의 생활방식이 중요하여졌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며 시의 적절히 수정하여 의료 사고를 위시한 생명체의 안전을 위해하는 요소를 제거하여 갈 필요가 있다. 의사는 환자의 자율의사를 존중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악행을 금지해야 하며 환자의 질병뿐 아니라 타인의 건강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덧붙여 의사는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 출신에 구애됨 없이 의료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해야 함을 견지하여 의술을 펴나가야 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연명치료보다는 환자의 통증과 증상을 완화하는 활동을 포함한 완화 의료를 확대해가는 일 역시 환자의 자율 의사 표시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은 마음은 보편적인 생각이지만 나이 듦은 퇴행성 질환을 초래하여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며 살아갈 자유를 앗아간다. 건강 수명 연장은 개개인의 생활방식과 관련이 깊은 만큼 행복의 요소를 발견하며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여 영양 상태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규칙적인 운동은 발전하는 과학과 의학의 혜택을 누리며 건강하게 살아갈 힘을 실어준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철학적 바탕을 토대로 의학 기술이 발전해왔다는 점을 떠올리며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와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가 마음이 통하고 따듯한 공감이 있어 감정 교류가 잘되는 라포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맞춤형 의학으로까지 이어져 인간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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