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사는지 묻고 그 물음에 답하며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대중이 정해 둔 기준을 따르며 허둥대며 사느라 자아의 본질을 잊고 지내기 일쑤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많지만 왜 공부하는지 모른 채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압적 틀에 매어 사느라 고단한 나날을 보낸다. 한번 뛰기 시작한 수천 마리의 양 떼는 계속 뛰다 자기가 왜 뛰는지 모르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뛰다가 절벽을 만나면 속도를 줄이지 못해 속도에 밀려 그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만다는 스프링 벅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만났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동적으로 살아내느라 힘겨운 시간을 채워가는 이들이 즐비하다. 학업 위주의 성취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것들을 행하며 살아갈 자유보다는 하고 싶지 않아도 성취해야 할 것들을 향해 질주하라는 말이 횡행한다. 정원수처럼 부모가 틀어주는 방향대로 성장해온 성준 형이 수능 고득점으로 일류대학에 진학하였으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개인의 적성과 취미를 고려해 선택적으로 운영되는 특별활동 시간마저 학습에 도움 되는 부서로 편성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욕심에 학생들 마음은 멍들어간다. 학교축제의 꽃이라 불릴 연극 공연을 앞두고 연극반 학생들은 연습실에서 연습하느라 일정 시간을 보낸다. 이 사실을 안 창제 어머니는 연극부에서 아들을 빼달라고 한 일이 있던 날 창제는 가출했다 한 달이 넘어서야 학교로 돌아왔다. 봉사 나갔던 시설을 찾아 그곳에서 육체적인 노동을 주로 하며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방향을 정하고 돌아왔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않고 살아내는 게 최선이 아니라 여기면서도 틀을 깨는 일은 드문 일인데 나답게 살아갈 중심을 잡기 위해 길을 나선 창제의 용기가 돋보인다.

 

 

   형의 죽음으로 동준 네는 비통함에  괴괴한 집안 분위기로 전락하여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가족들 간의 대화마저 끊어져 무거운 침묵이 자리했다. 수시에 떨어진 형이 수능시험을 잘 봐서 남들이 가고 싶은 명문대학에 들어가 부모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는데 이제는 이승에서 만날 수도 없다니 동준의 의구심은 더했다. 형의 죽음 원인을 찾아 궁리하던 동준은 수학 과외 선생인 장근 형이 전한 수능 대리시험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이 모든 사실을 감내하며 대학생활을 지속하기 힘든 성준은 사는 게 부끄럽다는 말을 전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아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어머니 판단과 행동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처져 있는 어머니를 봐야 하는 아픔도 컸다.

 

    이승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형을 가슴에 묻고 춤을 추며 춤으로 열정을 표현하고 싶은 미키 역을 맡아 열연한 동준은 연습에 몰입할 때면 울적함을 떨칠 수 있었다. 놀이처럼 춤을 추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새로운 힘을 얻는 학생의 꿈을 막는 어른들과의 마찰을 주축으로 하는 연극은 성적 위주의 교육 풍토를 비판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기보다는 부모들 방식대로 자식들을 키워내려는 의도를 이식하려는 뜻을 강하게 드러낸다. 작가로 생활하기 위해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세우고 글쓰기에 두각을 드러내는 예슬이의 당당함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몰입하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한다. 아이들을 곁에 두고 뜻대로 안 된다고 푸념하며 훈육하기보다는 이들이 선택의 기회를 넓혀 경험 속에 중심을 바로 잡고 성장하는 사회인으로 자리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