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 손원평

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프리즘

너무 날카롭고 아름다운 건 결국 속성을 뒤바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걸까.

효고동 길목, 회사에서 몇 블록 떨어진 빈 건물 앞에서 커피 마시기를 즐기는 예진과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도원은 조용히 커피를 마시던 그 공간에서 만나 가볍게 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다. 그런 도원을 좋아하기 시작한 예진, 적당한 거리두기를 좋아하는 도원, 제과점 사장 재인과 제과점 직원 호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에 실패하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예진이지만.. 도원을 알게 되고 좋아하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점점 커져가는 마음에 닿을 것 같았지만 결국 닿지 않았던 도원과의 관계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끝나버렸지만 도망치듯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는 예진이다.

아내의 암 투병으로 짧은 결혼 생활을 마쳐야 했던 도원은 재인과 어긋난 과거가 있었고, 다른 여자들과 만남이 있긴 했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다 다시 재회하게 된 재인과 남은 미래를 꿈꿨지만 이마저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 같다.

전 남편과의 관계를 잘라내지 못하고 지속적인 만남을 해 오는 재인이다. 과거 함께했던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며 전 남편의 가족별장 앞동산에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렀던 터라 쉽게 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도원을 다시 만나고, 호계의 말 한마디에 전 남편과 정리를 한 재인이지만 도원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나 보다.

누구도 마음에 들이지 못했던 호계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허락한 단 한 사람 예진. 그녀를 향한 마음을 깨닫고 난 순간에는 그녀가 곁에 없다. 나이답지 않게 듬직한 면이 있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통제불능의 이성 상태가 되니 마구 쏟아지는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들로 재인과도 어긋나고 결국 꿈을 찾아 떠난다.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마다 느끼는 사랑의 색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 아쉬운 이별을 한 연인이나 지독한 인연을 끊어 낸 이들.. 닿을 듯 닿지 않는 그리움에 가슴 아픈 이들 모두... 프리즘을 통과해 뿜어내는 다양한 빛의 색을 '마음'에 빗대어 표현한 작가의 담담한 필체가 네 사람이 그려내는 그들의 이야기마저 담담하게 파고들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00자평] 스노우 엔젤

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좀비, 약물, 천사.. 내용이 너무 궁금하네요.

[100자평] [세트] 소녀 화불기 1~2 - 전2권

[세트] 소녀 화불기 1~2 - 전2권
좡좡 지음, 문현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0월

가슴 떨리는 중국 로맨스의 세계에 다시 한 번 퐁당 빠져보고 싶네요~^^

[오늘의 한문장] 프리즘

그렇게 애정을 쏟았는데 돌아오는 건 도리어 상처와 아픔이라니. 그때 느낀 감정은 어른의 언어로는 배신감이었다. 너무 날카롭고 아름다운 건 결국 속성을 뒤바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걸까.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 남자 편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남자 편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0년 9월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나쁜 남자 편

최문정 작가의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 남자 편'을 만났다. 이 책은 오랫동안 <조선왕조실록>을 관심 있게 읽어오던 저자가 '성공한 자가 아닌 실패한 자의 시각에서, 강한 자가 아닌 약한 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에 관해 쓴 소설이다. 나쁜 남자에 이어 좋은 남자, 나쁜 여자, 좋은 여자 편도 쓸 계획이라는 저자다. 최문정 작가는 여성과 가족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는데 주요 작품으로 '바보 엄마', '아빠의 별', '허스토리'등이 있다고 한다. 아직 만나보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들이지만 이번 책의 제목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충분했다 하겠다.

왕위를 버린 양녕대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조선을 세우고 일등 공신으로 나섰던 이방원의 첫째 아들의 입장으로 쓰인 부분이다. 큰 틀에서 이성계와 이방원을 봤더랬는데.. 양녕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그동안 배워왔던 역사의 모습과는 달랐다. 큰 인물의 역사적 배경 아래 이랬구나.. 이런 업적을 쌓았구나.. 하며 공부에만 치중했던 터라 생각지 못했던 화자의 눈으로 본 이번 책의 내용이 더 신선하고 재밌었다는 느낌이 크게 들었다.

외척을 눌러야 왕권을 강화할 수 있다 생각했던 태종의 며느리 소헌왕후의 이야기, 왕위를 지키기 위해 세자 생산에 매진했던 문종, 장옥정전을 쓴 궁녀 김원미의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쳐났다. 우리가 알던 것은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토대로 한 이야기였는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본 위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살아남고, 강한 자의 입장에서 쓰인 역사가 많았던 터라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에 더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외울 것투성이라 여겨졌던 역사가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문학으로 선보여 흥미도 생기지만 역사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학창 시절 재미없다 생각했던 과목 중 하나였는데 점점 재미를 알아가는 분야로 자리 잡아 더 많이 알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