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 001 / 죽은 자로 하여금 / 편혜영

죽은 자로 하여금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PIN 시리즈 소설선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첫 번째로 출간된 편혜영 작가의 <죽은 자로 하여금>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내용으로, 때론 알게 모르게 내 주변에서도 크고 작은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지요. '비리'자체를 저지르지 않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만 걸리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리 사실이 드러나도 뻔뻔하게 나오는 사람도 있지요. <죽은 자로 하여금>에 등장하는 이석과 무주는 '비리' 앞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일까요?

조선업으로 인해 많은 근로자들이 밀집해 있던 이인시. 조선업이 망하고 발전하던 산업도시 이인시는 순식간에 침체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선도병원에서 근무하는 이석은 공고를 졸업하고 의무병으로 제대해 간호조무사 수업을 이수했다. 이후 간호조무사로 근무했던 이석은 결원이 생긴 원무과 업무를 맡게 되고 착실하게 관리 부서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종합병원 규모의 의료기관은 이인시에서 두 곳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석이 근무하는 선도병원이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환자들도 돌아보고 외근이 잦은 이석에겐 교통사고 후 의식 불명인, 로봇이 되는 것이 꿈인 아들이 있다. 

무주는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비리에 연루되어 모든 책임을 떠안고 선도병원으로 오게 되었다.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자신과는 다르게 선량하고 착실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석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의 비리를 고발하기로 했다. 익명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비리에 대한 보고도 했다. 그리고 이석은 병원을 떠났다. 비리가 밝혀져서 잘렸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다시 돌아온 이석을 보고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헤파린을 잘못 주사해 큰 소동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일어나고 간호사의 실수로 끝내려는 원장, 근무 부서가 바뀌고 야간 근무 담당이 되는 무주, 야간 근무를 하며 알게 된 야간 보안 담당자 효, 유산 후 무주와 멀어지며 서울로 직장을 찾아 떠나버린 아내... 과묵해 보이던 효가 무주와 가까워지며 헤파린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약품 보관소에 들어간 사무장과 이석이 찍혀 있는 CCTV를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할 때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게 다 무주를 향한 덫이었다니!

역시 '비리'는 언젠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영원한 비밀은 없듯이...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던 비리의 온상이었던 이석은 무한한 성장이 있을 것 같았던 이인시의 쇠락과 닮아 있었다. 이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바르게 살고 싶었던 무주, 갈 곳을 잃고 아내마저 떠난 무주가 왠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던 <죽은 자로 하여금>이었다.

도서관 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