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장르는 좋아하지만, 공포 소설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니다.

애드거 앨런 포의 단편들을 좋아한 적은 있지만. '황금벌레' 같은.

미쓰다 신조는 미스터리에 호러가 결합된 스타일이서 읽을 때 늘 으스스함을 느끼게 만든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도 그렇고.

이번에 읽은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은 소설가가 주인공인 '작가' 시리즈의 첫 편이자, 데뷔작이다.

어떤 소설가가 영국에서 이축해온 사연 있는 집에 이끌려 들어가 살게 되고, 거기서 여러가지 일을 겪는다는 내용.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는 무척 흡입력 강한 소설이었다.

소설가가 현재 집필 중인 공포소설의 원고가 중간중간 이어 나오는데, 원래 스토리와의 연결 지점이 놀라울 정도로 매끄럽다.

'인형의 집'이라도 설정도 으스스하고, 작가가 목표로 한 '분위기로 승부하는 괴기 환상 소설'이라는 지점에 놀랍도록 부합한다.

책 속에 현존하는 미스터리 작가들(스티븐 킹, 에도가와 란포, 렌조 미키히코 등)에 대한 평도 나오고 영국 괴기소설들에 대한 방대한 지식도 슬쩍 보여주는 통에, 미스터리 마니아로서 푹 빠져들어 읽었다.

국내 발간 제목이 좀 아쉽고, 그래서인지 큰 인기를 못 끈 것 같다. 재정가되어 5천원이다.

 

책 정리는 즐거운 반면, 중노동일 뿐 아니라 조심하지 않으면 시간을 상당히 빼앗긴다. 고향 집에 있던 수천 권과 도쿄에서 사모은 수백 권이 다이기에 개인 장서로서는 극히 보잘것없었지만, 그저 책장에 꽂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출판사, 판형을 생각하면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제법 어렵다. 게다가 자료로 자주 사용하는 책은 꺼내기 쉬운 곳에 꽂아두고 싶고, 에도가와 란포, 존 딕슨 카, 스티븐 킹, 아와사카 쓰마오, 렌조 미키히코 같은 작가의 책은 역시나 특별한 취급을 하고 싶다. 결국 책을 꽂는 순서와 넣는 장소가 결정될 때까지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120p

(괴기 환상 소설은) 이야기를 꺼낸 김에 말하자면 단편이 좋다. 이건 유령의 집을 주제로 한 소설 운운하기 이전에 모든 괴기 환상 소설은 단편이 최고라는 뜻이다. 미스터리와 달리 괴기 환상 계열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분위기가 중요하다. 플롯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장편이라고 해도 축적되는 분위기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호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작품은 세부적인 요소가 단단하기 때문에 괴이한 현상이나 공포의 대상이 출현하기까지 굳건히 뿌리를 내린 내용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기는 하지만, 괴기나 환상을 즐길 수 있을 법한 짜임새는 아니다. 엔터테인먼트로서 걸출하기는 하지만 장대한 만큼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순수한 형태의 공포를 즐길 수 없다.
125p

괴기소설을 쓰는 작가 스스로 공포를 느끼는 소설.
그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상황이다. 작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작가가 어떤 의미에서 무섭다고 느끼지 않는 소설은, 좀 거칠게 말해 괴기소설로서는 실패작이리라. (중략)
하지만 쓰고 싶다. <모두 꺼리는 집>의 다음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이야기를 자아내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이다음 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바람과도 같은 감정이 들끓었다. 지금 내 몸속에는 작가로서의 나, 독자로서의 나, 그리고 뭔가를 두려워하는 나, 이렇게 세 사람의 내가 있다.
1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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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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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장편소설 <여름을 지나가다>는 섬세한 문체로 젊은이들의 지난한 삶을 그려낸다.
어떤 박탈과 결핍들, 대부분 스스로 자초하지 않은 환경과 주위 조건들. 연애와 결혼을 꿈꾸지만 감히 그럴 수 없는 젊음.
노동 문제부터 신용불량자, 비정규직, 노인의 빈곤과 죽음까지 여러 사회문제를 건드리지만
그 외연은 스쳐가는 사랑 이야기처럼 다뤄진다.   
권여선작가님의 추천글을 보고 구입했는데, 마음을 울리는 부분도 있고 전반적으로는 재미있게 읽혔다.
톤이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흐를 때가 있어서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자못 간절했고 민은 그렇게 하겠다고, 비가 오는 날 꼭 와 보겠다고 대답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리란 걸 잘 알고 있었다. 301호 윗집은 비어 있었고 건물주는 따로 없었다. 그렇다고 민이 사비를 털어 공사를 해줄 수는 없었다. 일산의 아파트 융자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중개사무소 보조원의 급여는 형편없었다. 아니, 그 모든 걸 떠나서 민은 그런 식으로 은희 할머니의 삶에 연루되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없는 선의는 결국 모두에게 고통이 될 뿐이었다.
민은, 이제 그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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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휴유미, 십이국기 0~3 : 한번 달리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아 이번 연휴에 앞권이라도 읽어야지 하며.
사키 류조, 복수는 나의 것 : 1963년 실제 연쇄살인범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쓴 논픽션. 모비딕에서 출간, 미스테리아에서 추천.
마쓰다 신조,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 호러는 잘 안 읽지만 마쓰다 신조는 교고쿠 나츠히코 같이, 기담을  지적으로 풀어내서 좋아한다. 소설가가 주인공인 '작가'  시리즈. 재정가 5천원.
마쓰다 신조, 작자 미상 상/하 : 위와 같은 주인공이 나오는 속편 격.
세라 워터스, 핑거스미스 : 영화 '아가씨'의 원작으로 유명한 레즈비언 역사 소설. 이제야 손에 잡았네.
최정화, 지극히 내성적인 : 요즘 주목하고 있는 작가 최정화 단편집인데, 고백하자면 한번 샀다가 안 읽혀서 중고로 팔고 다시 구입한 케이스.
백민석, 공포의 세기 : 한때 열렬히 좋아했던 작가인데, 배수아와 백민석을 같이 읽던 젊은 시절에.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낸 것이 기쁘고. 장정이 참 아름답다.
가이도 다케루, 아리아드네의 탄환 : 의료 추리소설 방면에서는 최고인 작가인데, 오랜만에 읽어볼까 하고.
테어도어 폰타네, 에피 브리스트 : <안나 카레니나>, <보바리 부인>과 함께 결혼 3부작으로 꼽히는 19세기 후반 귀족 여인의 불륜을 다룬 소설. 궁금하다.

여기까지.
설 연휴 동안에 읽으려고 쟁여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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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30th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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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30th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다시 읽어보려는 건 아니고 소장용으로 구입.
반투명한 트레이싱지를 벗기면 강렬한 레드+그린색 표지가 아름답다. 모서리가 베일 듯 각진 양장본에, 내지와 표지를 잇는 가느다란 검은 선들이 포인트.

1990년대에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고, 당시에는 센세이셔널했다는 구닥다리 추억을 끄집어내보며. 서가의 하루키 책들도 사진으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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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킹의 후예 - 제1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영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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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장편소설 <체인지킹의 후예>는 1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재기발랄함은 소설의 스토리 전개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보험회사 직원인 남자가 암 환자인 여자와 결혼하는데, 중학생 아이가 딸려온다.

30대 어른 남자가 범접하기 어려운 13세 남자아이의 세계-를 의붓아빠로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변신왕, 체인지킹'이라는 망한 특촬물 TV 프로그램을 매개로.

내용은 정극인데 전개는 블랙코미디랄까. 젊을 적 박민규 작가를 연상시킨다.

웃기다가 슬프다가 좀 찡하다가.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 전 읽은 <연애의 이면>도 괜찮았고 관심 가는 작가다.

 

비로소 영호는 채연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조명이 꺼진 방 안에서 어둠에 녹아드는 일과 같앗다. 불빛 없는 어둠 속에서 물에 잠기는 것. 혹은 검은 입자가 자욱하게 드리워진 우주 속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 지금까지의 영호에게 그런 일은 익숙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영호는 두 번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의 영호에겐 가장 무서운 일이었다.
p.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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